힐러리 한이 연주하는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가 두 장짜리 LP로 발매된다고 해서 발매되자마자 구입했다. 33 1/3rpm이 아닌 45rpm으로 분당 회전 수가 많은 만큼 음질도 좋으리라 기대가 되었다. 2010년대 초반부터 클래식 음반사들도 재발매 LP들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초기 재발매 LP들에서 나타났던 과거 기술적 노하우와의 단절에 따른 제작상의 문제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개선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LP도 그러한 기술적 개선의 정도를 반영했으면 하는 기대감으로 구입했다. 

오늘 오전에 주문한 LP가 저녁에 바로 도착했다. 저녁 시간인 만큼 일단은 육안으로 레코드 표면 검사를 했다. 첫 번째 장은 오케이. 두 번째 장은? 음... LP 똥 찌꺼기가 살짝 눌린 자국이 보인다. 재생시 바늘이 튈 정도는 아닌데, 잡음은 들릴 것 같다. 그 외에는 프레싱도 깨끗하고 좋아 보였다. LP 속지가 잘 들어 있고, 커버 안 쪽에 곡에 대한 해설이 잔뜩 쓰여 있다. 

다음으로 일부 구간만 확인차 재생시켜보았다. 약간 눌린 부분에서 잡음이 나지만 45rpm이라 수초간 반복되다가 사라지니 마음이 놓인다. 엇! 그런데 약간 출렁임이 있다. 바늘이 위 아래로 출렁거린다. 바늘이 점핑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살짝 휜 정도보다는 휜 정도가 뚜렷하다. 첫 번째 LP도 그런가 확인을 해보았다. 두 번째 LP보다는 덜 휘었으나 이 LP도 좀 출렁거린다. 쿨링 과정에서 평평하게 잘 쿨링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싸구려 플레이어에서는 바늘이 튈 수도 있을 것 같다. 음... 뭔가 아쉽지만... 교환까지는... 오래 보관하다 보면 다시 펴질 수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갖고 있어보자.

소리는 괜찮게 들린다. 45rpm 답게 아주 괜찮게 바이올린 음색을 즐길 수 있다. 아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은 처음인데, 바흐 곡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반복 청취해봐야 겠다. 

아직 전곡을 다 감상해보지는 않았지만, 제조과정에서 약간의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만점이라고 보긴 어렵다. 음질은 괜찮고... 연주도 괜찮고... 일단은 내용은 별 다섯 개, 편집/구성에서 별 네 개. 판만 아주 평평하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다. 

[전곡 감상 결과] 처음으로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다 들어보았다. LP 한 면의 평균 재생 시간은 15분 정도로 전곡은 약 1시간 정도된다. 45rpm이라 판을 빨리빨리 뒤집어 줘야 한다. 요즘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그렇게 정전기도 많지 않아 LP를 닦지 않아도 정전기에 따른 잡음이 거의 없다. 녹음도 좋고, 연주도 좋은 것 같다. 아직 곡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연주로 평가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자이의 곡 자체가 고음을 많이 왔다갔다해서 그런지 바이올린 특유의 쨍쨍거리는 구간이 많다. 앞서 육안으로 확인한 흠에서 10회 정도 잡음이 반복되지만, 역시 뽑기 운이라 어쩔 수 없고... 다행히 판이 휜 부분도 바깥 쪽에서 나타나고 있어 LP의 중간부분 안쪽을 재생할 때는 바늘이 덜 출렁인다. 회전 속도가 33 1/3rpm보다 빨라서 더 출렁거리는 것일 수도... 몇 번 계속해서 반복 청취하면서 곡에 대해 공부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