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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부는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는 주인공이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버티며 간병하는 이야기이고 후반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이야기이다.
이 큰 두 개의 이야기 안에 '노년과 질병, 그리고 죽음', '엄마와 딸의 애증의 굴레', '허영심 많고 뻔뻔한 어머니의 삶', '어머니에 대한 반발심과 결혼의 실패', '가난과 남편 사이 중년 여성의 선택지'라는 다섯 갈래의 이야기들이 촘촘하게 얽혀있다.
내용이 반복되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이 신문에 연재되었던 신문소설임을 알고 읽으면 '독자들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고 기다려졌겠다'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좀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1. 노년과 질병, 그리고 죽음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차가운 시선으로 묘사되는 노년, 질병, 그리고 죽음의 모습이 끔찍하고 추악하다. 책을 통해 내가 맞이할 ‘누군가를 간병하는 미래’와 ‘누군가의 간병을 받는 미래’에 대해 상상해볼 수 있었다. 의학의 진보로 인한 연명치료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2. 허영심 많고 뻔뻔한 어머니의 삶 소설보다 더했던 작가의 어머니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는 소설 속 어머니. 타고난 방자함이 더욱 키워진 성장 배경에서 자라 사치스럽고 허영심 있으며 타인을 공감하고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분수에 맞지 않는 삶을 끝없이 욕망하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타인의 기를 빨아먹으며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살다 죽는다. 이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끝없이 결핍을 느낀다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삶이어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 타고난 것이나 키워진 대로 살면서 자신과 타인에게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자신을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3. 엄마와 딸의 애증의 굴레 자신의 엄마를 원망하고 그 엄마와 다르고자 했던 ‘어머니’는 자신의 두 딸의 인생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휘둘렀다. ‘괴물 같은 어머니’에게 휘둘린 두 딸 역시 엄마를 원망하고, 그 딸의 딸 역시 엄마를 원망한다. 끝없이 반복되는 엄마와 딸의 굴레가 왜 생기는지,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한 싫어하고 원망하는 어머니 곁에 남아 어머니를 끝까지 돌보는 주인공을 통해 증오나 원망이 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애처로움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니 내 마음도 누군가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할 수 있다고.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미워했던 내 마음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4. 어머니에 대한 반발심과 결혼의 실패 주인공은 언니를 자신의 분신으로 만드는데 몰두하느라 자신을 뒷전으로 미뤄둔 어머니에 대한 반발심과, 어머니의 정열에 휘둘리는 언니와 달리 자신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며 산다는 자부심으로 살았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자랑스럽게 선택한 남자는 알고 보니 자신이 벗어나고 싶어하던 어머니와 같은 사람이었다. 주인공이 그 반발심과 자부심으로 오랫동안 직시하지 않았던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마주해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부모를 닮고 싶거나 닮고 싶지 않은 마음의 영향에서 벗어나 온전한 내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5. 가난과 남편 사이 중년 여성의 선택지 아버지의 죽음, 독즙 냄새를 풍기던 어머니와의 불화, 남편의 세 번의 불륜, 좀처럼 죽어주지 않는 괴물 같은 어머니. 악몽 같은 날들의 끝에 혼자가 된 50대의 주인공은 부양할 부모도, 돌볼 자녀도, 신경 쓸 남편도 없이 혼자가 되어 자신에게 남은 삶을 생각한다. 어머니의 유산이 있고, 교육받은 여자로서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벌 수 있기에 돈과 돌봄의 걱정 없이 오로지 자기 자신만 책임지면 되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런 행운의 삶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신데렐라 이야기’이기에 생기를 빼앗아가는 삶의 요소들로부터 중년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보하는 의료, 급격하게 발전하는 과학 기술과 함께 달라지는 사회의 속도에 맞추어 우리는 우리의 인식을 충분히 재정비하고 앞으로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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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여성 3대의 특별한 이야기" 미무라 미나에의 <어머니의 유산> 을 읽고
“엄마, 대체 언제 죽어줄 거야?" -미즈무라 미나에 작가의 노화, 이혼, 죽음, 돌봄 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엄마, 대체 언제 죽어줄 거야?" 는 말은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심한 말 아니야, 어떻게 부모에게 어서 빨리 죽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장기간 부모 돌봄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 말이야말로 부모 돌봄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부모 돌봄이라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지치고 힘드는 일이라 종국에 가서는 이런 마음을 먹기도 한다. 아마 솔직히 다들 이런 생각 한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이 책 『어머니의 유산』은 이처럼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노후의 어머니를 돌보는 나쓰키와 미쓰키 자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작가는 이야기를 특이하게, 어머니의 사망한 날 실버타운에서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자매의 통화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애도와 슬픔을 표현하기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죽음과 부모 돌봄에 대해 이야기한다. 너무나 솔직하고 현실적인 이야기에 다소 낯설고 놀랍기도 하지만, 사이다같은 솔직한 표현에 먼가 후련함과 시원함을 느끼기도 한다. 솔직히 부모 돌봄을 하게 될 우리들도 분명 나쓰키와 미쓰키 자매처럼 생각하고 말할 것일 테니깐.
처음에 나쓰키와 미쓰키 자매는 아파서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려고 노력했다. 그들 자매와 어머니와의 관계가 껄끄럽고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특히 돌봄을 대부분 도맡아 하고 있는 미쓰키에게는 아파서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었다. 왜냐하면 미쓰키의 어머니 노리코는 미쓰키를 나쓰키와 차별하면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 미쓰키였지만, 그래도 어머니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갖은 구박과 짜증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어머니를 보살폈다.하지만 우리는 미쓰키의 솔직한 마음을 안다. 도대체 언제 엄마는 죽는걸까. 언제쯤 죽어줄까 하고 말이다.
미쓰키도 어미니가 죽어주었으면 싶었다. 어머니 자신의 죽고 싶은 욕망보다 그야말로 몇십 배난 더 어머니의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왔다. -p. 61
어머니의 죽음을 바라는 미쓰키의 솔직한 마음들이 이야기 곳곳에 등장한다. 그리고 과거 회상을 통해 그 이유를 짐작하고 미쓰키의 마음에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남편의 외도에도 불구하고 이혼하고자 하는 결정조차 못하고 수동적이고 사회체제에 따르는 순종적인 삶을 살아온 딸 미쓰키, 너무나 자의식이 강하고 욕망이 강한 여자였던 어머니, 그리고 게이샤 출신이었던 외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여성 3대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추적하게 된다. 가쓰라가의 여자들은 남다르다. 평생 '뭐라 말할 수 없는 꿈'을 꾸며 살아간다. 는 말처럼 가쓰라가의 여성 3대인 외할머니와 어머니 노리코는 남다른 살을 살아왔으면 자신 나름의 꿈과 욕망을 추구하면서 살아왔다. 허영심많고 자신의 욕망만을 추구하는 어머니 노리코와 달리 딸 미쓰키는 너무나 수동적이고 순종적이다. 딸이라는 역할과 책임 때문에 어머니 노리코 돌봄을 기꺼이 맡고, 남편의 외도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사회적 인식과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이혼조차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2부에서 미쓰키는 어머니의 노리코의 죽음 이후, 남겨진 어머니의 유산 덕분인지, 조금씩 그녀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결국엔 외도한 남편인 데쓰오에게 당당히 이혼을 선포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1부에서 작가는 주로 어머니 노리코의 돌봄을 통해 모녀 관계와 죽음에 이른 노년의 모습 등을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는 노화, 죽음, 돌봄에 대해 날카롭게 통찰하면서도 현실적인 인식을 보여준다. 1부를 읽으면서 나또한 부모님 돌봄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보다 실제적이고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2부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남겨진 미쓰키와 나쓰키 자매의 이야기들이다. 특히 남편의 외도로 괴롭고 힘들어하던 미쓰키가 드디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혼을 통해 주체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동안 경제적인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쉽게 이혼을 결심하지 못한 미쓰키는 어머니가 남겨진 유산 덕분에 용기를 낸다. 그런데 정말 미쓰키가 단지 유산이 생겨서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것일까?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어머니의 죽음 이후 돌봄 노동과 갖가지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게 되고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 덕분은 아닐까. 물론 어머니의 유산 또한 그런 가능성에 현실감을 더해준 것 같다.
이 기회에 최소한의 '중산층 계급성'에 과감히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이별을 고하고, 검소하고 알뜰하게 생활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소중히 하며 살아가자. -p. 493
이혼한 후, 미쓰키의 삶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동안 그녀의 삶보다는 더욱더 희행복하고 즐거운 삶이지 않을까. 자신있게 그녀의 삻을 살며, 자신이 좋아하는 번역일을 하며 <마담 보바리>를 멋지게 번역해낸 미쓰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책 『어머니의 유산』 속에는 죽음, 노후, 돌봄, 이혼, 삶의 행복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것 같다. 또한 미쓰키의 삶을 통해 어머니 노리코와 외할머니의 삶까지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신문연재소설인 <금색야차>의 내용에 고무되어 소설 속 인물과 같은 삶을 살아온 외할머니의 삶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통ㅎ해 누구나 맞닥뜨리게 된 노년의 삶과 죽음, 부모 돌봄에 대해 현실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이혼을 통한 여성의 주체적인 삶 등을 통해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건 여자의 꿈 이야기야. 너는 신데렐라야, 우리 세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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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지역은 어린이집만큼 '어르신 유치원'이 많은 곳이다. 그만큼 노인 인구가 많은 곳이며 어르신들을 마주할 일들이 많지만 여느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늙음'에 무지하다. 언제까지고 내가 젊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알지만 그것은 그저 사실일 뿐, 그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최근 남편의 영향으로 부모님을 '부양'한다는 것에 대해 전보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남편은 소위 말하는 늦둥이다. 남편의 양친께서는 70대이시다. 요즘의 70대 어르신들은 '노인'이라 부르기 무색할 정도로 건강하시지만, 노인의 길목에 선 70대 어르신들이 그러하듯 나의 시부모님께도 건강 악화만큼 두려운 '경제적 악화'가 찾아왔다. 극단적인 노인 빈곤 문제와 빗대자면 악화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올해부터 시아버지께서 일을 하실 수 없게 되어 두 분의 고정 수입이 사라진것이다. 그로 인해 작년부터 적은 금액이지만 매달 생활비와 크고 작은 의료비를 우리 부부가 부담하고 있다. 때때로 이 이상의 부담을 짊어질 만큼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인 여유가 우리에게 있을까 자문할 때면 나도 모르게 막막해진다. 작품의 주인공은 늙은 엄마를 부양하는 50대 여성이다. 게다가 남편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전반적 내용을 보며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다가오는 것들>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차이점이라면 <다가오는 것들>에서는 이혼한 여성이 겪는 경제적인 부분까지 상세하게 다루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유산>에서는 이혼한 여성의 경제적 어려움이 아주 적나라하게 나열된다. 같은 기혼 여성으로 무척 비참해진다. 기혼 여성은 남편과 함께 결혼생활을 가꾸어 나가지만 '치국평천하'하는 기혼 남자들과 달리, '수신제가'의 의무를 떠안은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수많은 기회를 잃는다. 심지어 기혼(혹은 이혼) 여성의 임금은 동성인 미혼 여성의 임금과도 크게 차이 난다. 기혼 여성에게는 사회적 보장을 수반한 안전한 일자리를 가지는 일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사회가 대단히 격변한 것 같지만 '어머니와 아내의 자리'를 벗어난 사회 속에서 기혼여성은 여전히 가난하고 위태롭다. 남편의 불륜으로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의 촛불은 꺼졌지만 이런 현실적 어려움으로 주인공 미쓰키는 남편과의 이혼을 쉽게 결심하지 못한다. 남자에 묶이지 않은 여자가 살아갈 무게가 더없이 크게 느껴진다. 한편 주인공 미쓰키의 늙은 엄마는 보바리즘에 빠진 여성이다. 분수에 맞지 않는 사치를 하고, 허상을 쫓고, 병에 걸린 남편을 방치하며 딸들의 몸과 마음을 좀 먹어왔다. <마담 보바리>의 주인공 엠마는 그 모든 것을 되돌리지 못해 자살을 하지만, 주인공의 엄마는 죽지도 않고, 그 모든 환상을 외골수적으로 쫓으며 딸들의 환멸을 산다. 그런 엄마의 죽음을 통해 미쓰키는 생각지 못 한 금액의 유산을 받게 된다. 나머지 절반의 유산을 상속받은 언니 나쓰키마저 이혼으로 동생의 삶이 비참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절반 이상을 미쓰키에게 도로 건넨다. 엄마의 천박한 속물근성과, 언니에게 느꼈던 정신적 우월감으로 고양시킨 미쓰키의 자존심과 삶이 모순적으로 그녀들의 도움에 의해서 유지된다. "엄마는 우리를 그런 식으로 키우지 않았잖아. 분수에 맞지 않게 사치스럽게 키우려고 했잖아."라는 말이 너무도 우습게 들렸는데, 결국 엄마의 그 천박함이 미쓰키의 삶을 동년배의 여성들에 비해 향상시켰고, 부자에게 시집간 언니의 여유가 향상된 그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런 삶의 모순을 깨달은 미쓰키의 부끄러움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나 역시 타인의 삶에 빗대어 얻은 알량한 자존심으로 양두구육의 삶을 살고 있음으로. 50대 여성의 시선으로 서술된 내용인 만큼 성 역할에 대한 보수적인 서술이 많았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런 시선은 여전히 지금처럼 존재하고 있고, '진보적인'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티 내지 않을 뿐, 여전히 그와 같은 관습이 결정의 기저에 깔려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아연하게 했다. 또한 남편의 내연녀가 대기오염 같은 기후 위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정보를 얘기하며 '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하는 미쓰키의 친구를 보며, 표면적인 정보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속단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대기오염과 같은 진보적인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정이 있는 남자를 만나는 것을 참작해 줄 수 있을만한 '질'이 괜찮은 사람인가. 중요한 이슈를 '핵심요약'이라는 간단한 도표나, jpg 파일 등을 통해 인지해 온 나는 이와 같은 식의 판단을 얼마나 많이 하며 살고 있을까. 이런 단편적인 지식을 통해 쌓아온 생각들은 과연 내가 자부하는 만큼 진보적이고 정의로울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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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계절이라는 것이 있다. / p.197
이 책은 미즈무라 미나에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평소 즐겨 보던 북 크리에이터의 월말 정산 영상을 보고 선택한 책이다. 당시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있었고, 나름 독서 취향이 잘 맞는 크리에이터 님의 추천이었기에 더 고민할 것도 없이 읽게 되었다. 적어도 딸의 입장에서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라면 대부분 공감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지점이 기대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쓰키라는 인물이다. 교수 남편과 결혼해 영어와 프랑스어라는 특기를 활용한 그래도 남부러울 직업을 가졌고, 언니인 나쓰키 역시도 꽤나 잘 사는 집안과 결혼해 부유하게 산다. 누가 봐도 부러울 사람처럼 보이는 미쓰키에게는 많은 고민과 문제가 있다. 어머니의 간병과 남편의 외도이다. 하나 더 보태자면 언니의 이기심으로 온전히 돌봄 노동을 떠맡는다는 것이다.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어머니와 미쓰키, 나쓰키 모녀의 이야기, 2부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난 이후 미쓰키의 삶을 돌아본다
두꺼운 페이지 수도 한몫하기는 했지만 유독 작품을 읽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선호하는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었고, 미래의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지점에서 현실감도 꽤나 깊이 와닿았는데 말이다. 일본 작품 특유의 번역체나 내용이 취향과 달라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책장을 넘기는 게 무거웠다. 마치 돌덩이처럼 체감이 되었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어머니의 유산이 중의적 표현이라는 사실도 이해했고, 어떤 의도를 주고자 하는 것인지도 알았다. 그러나 읽는 내내 어머니의 돌봄 노동을 독박 수준으로 떠맡고, 남편의 외도로 아픔을 겪고 있는 주인공 미쓰키에게 왜 이렇게까지 감정적인 공감이 되지 않는지, 왜 거기를 두고 있는지 스스로 이유를 돌이켜 보았다. 적어도 등장하는 인물 한 사람 정도는 이입하면서 생각하고 사유하는 편이었는데 멀게 느껴졌다.
마침내 책장을 덮으면서 나온 결론은 '가진 자의 복에 겨운 소리'였다. 내용 중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부분이 이혼 후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었던 것이다. 미쓰키 역시도 남편의 메일에서 외도하는 이성과의 내용을 읽으면서 계산적으로 생각했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유산과 위자료 등을 정리해 자신이 죽을 때까지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고민하는 내용들이 등장하는데 유독 이 지점에서 지극히 사적인 삐딱하고도 날카로운 가시가 돋았다. 적어도 내가 그동안 보고 들었던 이혼 여성들의 빈곤은 사회적으로 수면에 올라올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내용은 재미있었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모녀 관계를 다룬 작품 중에 가장 답답하게 와닿았다. 그만큼 현실감이 떨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머니로부터 경제적인 유산, 그리고 정신적인 나름의 소득을 얻은, 소설 속에 있는 미쓰키에게는 좋은 일이었겠지만 적어도 소설 밖에 있는 독자에게는 무엇보다 허구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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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바라보는 자매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매의 결혼이야기가 서서히 드러나고, 자매의 갈등, 어린시절 어머니의 편해로 가슴 아팠던 유년시절, 현재의 갈등과 체념. 어머니의 삶이 두 딸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 하는지 읽어 가면서 생각이 되어졌다. 어머니 중심으로 아버지의 그림자. 이기적이며, 상대방의 배려심이 부족한 어머니로 그려진 책속의 어머니 상. 현재, 난 내 자신 보다는 자녀를 우선으로 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아이들 눈에 보여진 나의 모습은 어떻게 기억 될지 궁금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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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유익한 책 어머니 보고싶어요 사랑합니다... 행복해지는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마음이 풍요로워져요....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웃음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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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실버타운에서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계산해보는 자매의 통화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바로 가쓰라가의 언니 나쓰키와 동생 미쓰키이다. 자매의 어머니는 실버타운에 들어갔다가 얼마 안되어 사망했고 자매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사실이 곧 밝혀진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음에도 슬픔보다는 해방감을 느끼는 이 자매에게는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가쓰라가 여성들의 이야기는 할머니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쓰키의 할머니는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살고싶어해 스스로를 '오미야씨'라고 부르던 사람이었다. (오미야씨는 '금색야차'의 주인공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수일과 심순애'로 번역되어 심순애를 말한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한게 아니었기 때문에 자매의 어머니 노리코는 첩의자식으로 태어난다. 하지만 그녀는 서구의 귀족문화를 동경하여 친척집안인 요코하마에 드나들며 높은곳으로 올라가기만을 열망한다. 아름답고 또한 사치스러웠던 어머니는 그런 열망에 발맞추어 큰 딸 나쓰키를 유학도 보내고 요코하마와의 연줄로 부잣집에 시집도 보내지만 나쓰키는 자신의 이런 욕망을 만족시켜 주지 않고 유부남과 연애를 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다. 한편 둘째딸인 미쓰키는 언니와 다르게 엄마에게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느낀다. 대신 미쓰키의 삶은 좀더 자기주도적으로 선택한 삶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로인해 자신만의 우월감을 느끼고 있다. 미쓰키는 겉으로는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자라나 파리에 유학도 다녀오고 그곳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해 살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사로 일해 어느정도 경제력도 갖추고 있으니 남들이 보면 꽤 성공한 인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이렇다. 사실 미쓰키는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엄마에게 버림받은 채 쓸쓸히 병원에서 죽어갔던 것을 기억하면서 마음 속으로 엄마를 원망하고 있고, 그런 마음을 뒤로한 채 이번에는 역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엄마의 간호를 도맡아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인 데쓰오는 바람을 피우고 있다가 미쓰키에게 딱 걸린 상황이다.
자매의 어머니 노리코는 건강이 안좋았다가도 다시 회복되고, 다시 안좋아지기도 하면서 자매를 애태운다. 나쓰키와 미쓰키 자매가 어머니와 맺은 관계는 서로 많이 달랐지만 각자 어머니에게 쌓여있는 감정이 많았다. 자매는 겉으로는 허영심이 많던 어머니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잘 보내드리려는 것 같으면서도 속으로는 얼른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사람으로부터 해방되기를' (자매는 엄마를 그사람이라고 부른다) 1부 마지막즈음에 드디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자매는 드디어 해방된다. 어머니의 유산과 함께. 미쓰키는 그동안 어머니를 간호하랴 남편의 외도를 신경쓰랴 정신없었던 생각을 정리할 겸 여행을 떠나고 엄마, 그리고 할머니와 연관이 있는 호텔에 머무르면서 가쓰라가 삼대에 걸쳐 이어지는 운명을 깨닫게 되는데... 여행지에서 자신의 앞날에 대해 깊게 고민한 결과 50대의 미쓰키는 이혼을 결심한다. 자신의 수입만으로는 여유로운 삶을 누리기 힘들지 모르지만 그녀에게는 어머니의 유산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미쓰키에게 친구는 말한다.
미쓰키는 결국 새로운 곳에 집을 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홀로 새출발을 한다. 돌봐야 할 부모도, 남편도, 아이도 없이 오직 혼자만의 삶을 오롯이 살기 위해서.
<어머니의 유산>은 죽음을 앞둔 어머니를 돌보는 50대 여성의 이야기로 앞으로 점점 나이들어 가시는 부모님을 지켜봐야하는 딸과 며느리의 입장에서 읽게되는 소설이었다. 미쓰키의 어머니는 소설 속에서 이미 자신이 죽음이 가까웠음을 직감하고 연명 치료 할 것을 거부한다. 60대라 아직 젊으신 우리 엄마도 절대 연명치료는 하지 말것을 얘기하곤 하시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될 것 같다. 소설 속에서 미쓰키는 어머니를 돌보느라 점점 지쳐간다. 가족 중에서 어린 아기가 태어났다거나 또는 아픈 사람이 있을 경우 돌봄노동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 한명에게 이 모든 것을 책임지게 하는 것은 너무 힘든일 같다. 예전처럼 아이를 많이 낳는 시대도 아니니 우리 아이들 세대는 홀로 이 짐을 감당해야 할수도... 앞으로 이런 돌봄노동을 사회적 시스템화 시키는 논의가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나는 부모님이 늙어서 무거운 짐이 되었을 때 죽음을 바라지 않는 딸이 되고싶다. 그리고 나 역시 늙어서 짐이되는 부모가 되는것을 원하지 않는다. 최대한 건강하게 오래오래 잘 살고 떠나야 할 때 잘 떠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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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진도가 안나가지는 책이었다. 거진 한달을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친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임종을 모두 우리 집에서 지켰던 경험이 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그때의 그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나, 마음 아팠다. 사랑했던 분들의 마지막이 생생하게 생각나 묘하게 힘들었다. 누구에게나 닥칠 일이지만, 정작 닥치기 전에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을... 갑작스럽게 현실로 마주하는 기분이었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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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유산>은 김영하 북클럽 7월 선정 도서라서 읽게 된 책이다. 김영하 북클럽을 통해 만난 책들이 대체로 좋았는데 이 책도 그랬다. 일본 소설(특히 여성 작가 소설)을 나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미즈무라 미나에의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고, 한국에도 뛰어난 여성 작가들이 많지만 중년 또는 노년에 이른 여성의 삶의 문제(노화와 죽음, 투병과 간병, 이혼과 사별 등)에 있어서는 일본 여성 작가의 글에서 참고할 점이 많다고 느꼈다.
미쓰키는 프랑스 유학 시절 만난 남편과 삼십 년 가까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오십 대 여성이다. 유학으로 갈고 닦은 외국어 실력을 살려 대학 강의와 번역 일을 하고 있고, 슬하에 자녀는 없다. 연말의 어느 날, 미쓰키는 실버타운에 모신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미쓰키는 남편이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여자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쓰키에게 어머니는 경애의 대상이 결코 아닌데, 그도 그럴 것이 미쓰키가 어릴 때 어머니는 언니인 나쓰키와 여동생인 미쓰키를 차별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간병을 미쓰키에게 맡긴 것으로 모자라 외도까지 했다.
이후 미쓰키는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한편으로, 자신의 지나온 삶을 열심히 돌아본다. 미쓰키는 전쟁 직후 일본 전역이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에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다. (남편의 외도를 알기 전까지는) 남편과의 관계도 원만했고, 대학 강사와 번역가로 일하는 삶에도 만족했다. 하지만 삶의 끝을 향해 가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기 자신의 삶에 진정으로 만족하는지 되묻는다. 나는 정말 유복한 가정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게 맞나? 남편과 결혼하기 위해 프랑스 유학을 그만둔 것에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게 맞나?
이 소설은 '신문소설(정기적으로 간행되는 신문에 연재하기 위하여 쓰인 장편소설 형식)'이기도 하다. 다양한 독자층을 겨냥한 작품인 만큼 문장이 쉽고 내용이 현실적이며 전개가 속도감 있다. 한국에는 '이수일과 심순애'로 잘 알려진 일본의 신파 소설 <금색야차>를 비롯해 다니자키 준이치로 등 일본의 문학 작품과 <이방인>, <마담 보바리> 등 서양의 문학 작품이 여러 번 언급되는 점도 인상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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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을 기준으로 펼쳐진 이야기. 이 책을 통해 미즈무라 미나에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다른 책들도 궁금해져서 어떤책으로 볼까. 하는 행복한 고민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