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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선의 시는 다정한 시라는 편집자의 말에 나는 왠지 구원받는 느낌을 받았다. 절망을 대하는 백은선의 태도를 특히 좋아한다. 동질감을 느껴서 그런가. 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세련된 언어로, 가감 없이 다 쏟아내는 것 같아. 차라리 미쳐 버리고 싶고 완전히 망가져 버리고 싶을 만큼 절망은 가까이에, 곳곳에 있는데 또 그 절망이 나를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않아서. 어떤 날에는 잠깐 비춘 햇빛만으로도, 네가 변덕으로 건넨 손 한 번에도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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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선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은 한국 시단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입니다. 이 시집은 시인이 처음으로 선보인 『가능세계』부터 이어져 온 고유한 정서와 섬세한 감성의 연속선상에 있으면서도, 기존 작품들과는 또 다른 새로운 시적 실험을 선보입니다. 백은선 시인의 시는 항상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게 하며, 때로는 그 과정에서 통찰과 치유를 경험하게 합니다. 이번 시집의 제목인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상자를 열지 않겠다는 의지 뒤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지, 그 상자 안에 감춰진 것들이 우리 자신의 어떤 측면을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시집을 통해 백은선 시인은 그 상자 안에 담긴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취약한 면모, 세상의 기준에 위축되어 옹송그려진 자아, 그리고 사랑하는 이에 대한 섬세하고도 상처받기 쉬운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감정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주하기를 꺼려하는 것들이지만, 백은선 시인은 이를 직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합니다. 시집 속에서 백은선 시인은 이러한 내면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그 과정에서 사랑과 이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향한 다정함을 잃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독자에게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여정이 결코 고립되거나 외로운 과정만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듯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은 자기 이해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으며, 이는 사랑을 위한 기초이자 세계를 건축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을 읽으며, 백은선 시인이 펼쳐 보이는 세계는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따뜻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시인의 섬세한 언어를 통해 내면의 깊은 곳에 닿을 수 있었으며, 이는 독특한 시적 체험을 선사했습니다. 백은선 시인의 이번 시집은 한국 시단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발자취를 남기며,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내면을 탐구하고 사랑과 이해의 가치를 되새겨 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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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은 백은선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에요. 첫 장을 펼치면, 보라색 펜으로 그려진 작은 상자와 시인의 서명이 적혀 있어요. 시인의 말을 보면, "영혼은 어디 있을까? 너의 배꼽 그치, 우린 질문으로 시작해야지." 라고 쓰여 있네요. 시를 읽다보면 자꾸만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듯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 안에서 무엇이 있는지, 사실은 뭘 찾으려는 게 아니라 그저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여니가 처음 한 말은 '아니아니' 였죠 언젠가부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새처럼 고개를 흔들며 '아니아니' 하고 말하곤 했어요 그 작은 고갯짓을 보고 있으면 나는 어떻게든 이 아이만은 지키고 싶어졌어요 작은 날개 지킨다는 건 가만히 곁에서 무엇도 망가지지 않게 아끼는 거죠 무엇도 '아니아니' 하지 않게 하는 거죠." - <가장 아름다운 혼> 중에서 (162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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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시배달![]() 사랑을 위한 기초, 세계를 건축하는 행위로서의 시 인간의 세계로 내려온 천사들이 부르는 처절하고 다정한 노래 #상자를열지않는사람 #백은선 #문학동네시인선195 #문학동네시인선 누구에게나 열고 싶은 않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상자를 열지 않겠다는 백은선의 시는 어쩌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 상자 속에 담겨있는 숨겨진 마음에 대한 시가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만은 영원히 기억하고 싶지만 그 마음을 네가 몰랐으면 하는 것처럼. ? 모든 것을 기록하는 카메라를 머릿속에 심을 수 있다면 이식할 거야? 나는 아-니, 라고 대답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만은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다 (p.22 #형상기억합금 ) 언젠가 침묵만이 유일한 언어였던 순간이 있었다. 말하고 있지만 말은 말로 전달되지 않고 말하려는 것은 자꾸만 멀어지고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대가 없이 사랑해줄 수는 없을까? 마음은 좆같아서 대가 없이 사랑하기에는 마음은 자꾸만 떠돌고 만다.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그 절박한 마음은 너무나도 투명한데 투명한 그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우리는 빛의 세계에서 탈락했다. 빛의 세계에서만 우리는 존재할 수 있나요? 탈락한 이후의 우리는 없나요? ![]() ? 말을 할수록 말하려는 것에서 멀어져버려서 입을 다무는 것이라고 (p.41 #역할바꾸기 ) ![]() ? 존재하는 데 왜 이렇게 많은 지옥이 필요한가요 천국은 하나뿐이고 들어가는 문은 좁은데 아무 대가 없이 사랑해줄 수는 없어요? (p.65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 ![]() ? 듣고 싶다는 마음이 보고 싶다는 절박이 이렇게 투명해도 괜찮은 걸까 내가 아는 건 비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퍼 나는 눈을 뜨는 순간 빛의 세계에서 탈락했어(p.70 #비신비 ) 빛의 세계에서 탈락하고도 빛은 여전히 존재하고 투명한 마음은 전혀 가려지지 않고 결국 당도한 곳이 빛이라니. 빛이라 믿었으니 빛이 아니었고 가려지지 않는 마음은 투명하지 않았고 빛과 투명은 너무 무거워서 우리를 짓눌러버렸다. 그럼에도 끝까지 나를 사랑하실 건가요? 헛소리하지 마세요.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래. 헛소리지. 그런게 어디 있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가 없이 투명하게 사랑할 수 있겠어? ![]() ? 빛이 있다고 쓴 다음 지웠다 계속되는 투명을 견디는 일은 조금씩 죽는 거라서 당도한 곳은 마침내 빛이라는 걸 다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p.127 #진실은구체적이다 ) ? 어떤 페이지는 너무 무거워서 넘길 수가 없고 (P.128 #명일 (命日)) ![]() ? 그럼에도 끝까지 나를 사랑하실 건가요? 헛소리하지 마세요 내가 받은 대답입니다. 내가 상상한 대답입니다.(p.135 #앙망 ) 언제가 구원받을 거라고 믿으며 희망과 손잡고 걸어간다한들 괜찮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살고싶지 않다고 말하고 오늘 아침이 지옥같다고 했으면서 아침이 오는게 기적 같니? 낭만도 구원도 다 무슨 소용이람. 희망이 손을 꼭 쥐어도 내가 그 손을 놓아버리는 그만이잖아. ![]() ? 지옥은 여기 있다. 이미 하나라서 하나가 될 필요가 없다. 언젠가 구원받을 거야.(p.138 앙망 ) ? 희망과 함께 손을 잡고 걷는다 나 있잖아, 더이상 살고 싶지가 않아 희망을 손을 꼭 쥔다 말하지 마 말하지 마 괜찮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p.140 앙망) ? 지나갈 거야 오늘밤도 매일 아침에 해가 뜬다는 거 어쩐지 기적 같지 않니 어젯밤엔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오는 게 지옥 같다고 적어놓고 오늘은 네게 그런 말을 했다 (p.150 #향기 ) 어제는 선한 마음, 맑고 투명한 사랑, 사랑을 아름답게 바라는 글을 써놓고 오늘은 낭만도 구원도 없으니 희망따윈 손 놓아버리는 글을 쓴다. 시는 무엇일까. 시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시를 읽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당신을 생각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시를 읽고 또 읽는다고 해서 시를 쓸 수도 없다. 당신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고 해서 당신을 가질 수 없다. 시밖에 생각나지 않아서. 당신밖에 생각나지 않아서. 지긋지긋하다고 하는 건 그만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흘러서이지 않을까, 라고 냄새로 공기로 빛으로 느껴지는 마음을 주워담는다. 당신이 없고 나서야 당신이 있다는 걸을 알았으니까요. 사랑을 잃고 나서야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 ? 시에 대해서 오래 생각했다 시에서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지긋지긋한데도 시밖에 생각이 나지 않아서 (p.155 #커디란배나무의집 ) ![]() ? 사람은 언어로 생각한다는 말은 틀렸어요. 나는 냄새로 공기로 빛으로 생각을 했거든요. 결핍은 존재를 알아야 발생하는 거예요. 있는지도 모르는 것을 그리워할 수는 없으니까요. p.164 #가장아름다운혼 ) 시인이 말했다 시는 믿을 수 없이 아름답고 아픈 장르라고.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겠고 아름답고 아프다. 시인의 문장에 자주 걸려 넘어졌으며 어떤 문장을 두고두고 생각했다. 나를 어딘가로 데려다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이 지옥일지라도 언젠가 구원받을 거야. ? 시는 믿을 수 없이 아름답고 아픈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진짜로 시를 알게 되면 결코 시를 떠날 수 없게 된다고 믿어요. 제 시집을 읽는 분들이 여러 번 걸려넘어지기를, 때로 한 문장에 주저앉아 떠날 수 없게 되기를 바라면 너무 큰 희망이겠죠. 이제 막 세상에 나오려는 시집이니 감히 그런 마음을 품어봅니다. 시를 쓰인 그대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어느 순간 퍼즐처럼 완성되는 장면이 있을 거라고, 그게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다줄 거라고요. _ 시인의 인터뷰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