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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늙지 않고 가장 예쁜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며 산다? 과연 그게 좋은 것일까? 거울을 보다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내가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나 언제 이렇게 늙었대? 이런 생각하면서도 뭔 자신감인지 얼굴에 그 흔한 시술(?) 하나를 하지 않았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가끔 주변에서 주름을 땅겨보자는 둥, 보톡스는 시술 축에도 끼지 못하니 몇 대 맞고 오자는 둥, 늘어지고 쳐지는 얼굴을 향해 다양한 뭔가를 시도해 보자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늙고 싶다. 거리에서 보게 되는 얼굴이 빵빵한 사람이 아니라, 중력을 거스르지 않고 적당히 온몸으로 맞이하는. 늘어져도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이럼 너무 관리 안하는 뇨자처럼 보이려나?
소설 마유미는 가상의 장소 응랑이라는 곳의 명물이자 자살바위라 불리는 해안 절벽 ‘희구대’에서 시작한다. 희구대는 자살 명소. 그래서 그랬는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전 ‘자살 버스’ 사건으로 희구대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폐쇄되었다. 이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이곳은 잊혀졌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 희구대는 절벽 아래로 뛰어 내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먹고 유지된다. 버츄얼 휴먼 ‘마유미’ 계정을 운영하는 현주와 나. 둘은 이곳 희구대에 오른다. 젊고 예쁜 얼굴. 그녀의 이름은 마유미. 마유미의 팔다리를 움직이는 건 현주, 마유미의 이야기를 만들고 쓰는 건 나. 아이러니하게도 마유미의 진짜 모습은 병실에 누워있는 현주의 엄마 경희. 이들은 뭘 위해 마유미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일까?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버츄얼 휴먼. 그 원본이 지금은 아파 누워있는 누군가의 젊은 시절이라면 당사자는 어떤 기분일까? 그나마 인지능력이 있다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눈을 감을 수도 있겠지? 누군가는 그게 거북하게 느껴질 것이고, 누군가는 뭐 어때? 하며 상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 더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당시에는 그걸 모르기 때문 아닐까?
살면서 한 번도 아름다웠던 적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젊다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웠던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젊다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하는 건 아직 뭘 해도 가능성이 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실수해도 잘못을 해도 다시 뭔가를 시작해도 되는, 자신의 인생을 온 힘으로 고민하게 되는 나이. 하지만 청춘을 보내고 있는 그들은 현재가 힘들 것이다. 열심히 살아도 노력해도 제자리 같을 테니까. 그래서 인생은 젊어도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냥 사는 거다. 인생 뭐 있어?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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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응랑에 위치한 해안 절벽 '희구대'는 조선 시대 백 대 절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자살의 명소로도 유명하다. 이곳을 현주와 '나'가 함께 오른다. 현주와 '나'는 스무 살 때 처음 만나 친구가 되었다. 아나운서 지망생이었을 만큼 예쁜 외모와 수려한 언변을 지닌 현주와 이런저런 잡문을 쓰며 생계를 잇고 있는 '나'는 동영상 사이트에 버추얼 휴먼 '마유미' 계정을 만들어 활동하며 인생 역전을 노리고 있다.
마유미는 특정한 취향을 가진 남자들이 좋아하게끔 만들어진 가상의 캐릭터다. 흠잡을 데 없는 외모와 온순한 성격을 지닌 여자, 단 걸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여자, 소매에 푸른 장미가 새겨진 새틴 원피스를 입고 자는 여자... '나'는 대본으로 마유미를 만들고 현주는 목소리로 마유미를 연기하는데, 사실 마유미의 '원본'은 따로 있다. 고운 외모와 우아한 취향을 지녔지만 현재는 병상에 누워 거동도 제대로 못하는 현주의 어머니 경희다.
이희주 작가는 전작 <성소년>에서 남자 아이돌을 둘러싼 네 여자의 뒤틀린 욕망과 어긋난 사랑을 그린 바 있다. 신작 <마유미>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떤 대상을 향한 여자들의 불온한 사랑을 그리는데, 그 대상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점이 새롭다. 중심 인물인 현주와 '나'가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 남성의 욕망을 대리 실현하는 여성들이라는 점, 이들의 굴절된 선택과 행위의 이면에 어머니에 대한 증오 또는 애증이 있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마유미>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KAL기 폭파사건(1987년 11월 29일 대한항공 858기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미얀마 해역 상공에서 폭파된 사건)'을 떠올렸는데, 사건에 대한 언급이 소설에 잠깐 나온다. 팟빵 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2023년 9월호 '노태우 당선 일등 공신, KAL기(김현희)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편에 따르면, 이 사건 또한 미모의 여성 테러범을 이용해 사건의 본질과 진짜 배후를 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고 한다. 연결해서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