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피루스부터 현대의 전자책까지 모든 역사를 아우르는 것치고는 책의 분량이 좀 적어서 이게 되나 싶긴 했는데 압축적으로 다룬 것 치고는 딱히 빠진 거 없이 다 서술한 것 같아요. 다만 제목이 ‘모든 (서양) 책의 역사’ 여야 맞긴 한 거 같아요.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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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루스에서 전자책까지 모든 책의 역사/우베 요쿰/박희라/2023/마인드큐브 우리나라에는 양장으로 2017년 처음 출판되었다가 2023년에 보급판이 출시된 책입니다. 모든 책의 역사라는 제목에 비하면 230페이지 정도의 비교적 짧은 글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야말로 압축적으로 견실하게 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아닌 책의 역사로 과거에서 현재까지 총 7가지 테마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1 장 벽에 새겨진 책 - 그야 당연히 동굴 벽화를 떠올리실 겁니다. 석기 시대 의례용 공간이었던 이곳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상징과 기호로 빼곡하여 이미 추상적인 기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사실주의적인 면모와 인간의 자의식이 나타난 부분도 보입니다. 아직은 책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지만 어쨌거나 뼈에 기호를 새기기 시작한 그때부터 우리는 뭔가를 남기기 시작했으니까요. 2장 손에 든 책 - 이렇게 벽에 고정되어 있던 기호와 그림, 문양들이 이동할 수 있는 매체가 됩니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명된 점토판과 파피루스. 필경사의 등장. 신들을 위한 의례용 상형문자와 실질적 목적을 위한 행정글자(히에라틱과 데모틱 즉 신관문자와 민중문자. 둘다 상형문자의 변형으로 히에라틱이 먼저 나오고 이후 보다 더 필기체 형식인 데모틱이 나옴), 분서의 분류쳬계 정립, 문자와 그래픽의 조합 등 지금 우리도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이 기원전 2000년 이전에 벌싸 있었다는. 3징 도서관의 책 - 점토판과 파피루스의 기록은 사실상 거의 신전에 바쳐진 것이었습니다. 히타이트의 하투샤에 있던 점토판 모듬집에서는 후대에 전할 텍스트 보전을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고 이집트도 중왕국 시대 이후에는 의례를 위한 파피루스 서적의 집인 신들의 집이 아니라 생활과 질서 유지를 위한 텍스트를 보존하는 생활의 집 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 시대 알렉산드리아의 무제이온이 등장하죠. 신들의 이야기나 영웅서사시로 마침내 우리가 문학이라고 할 만 한 것들이 등장한 시대로 여러 판본 중에 가장 훌륭하고 좋은 텍스트를 남기기 위한 노력도 이어집니다. 4장 - 성스러운 책. 바로 성경을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얼핏 생각하면 식물의 줄기보다 더 비쌀 것 같은 양피지로 옮겨간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파피루스는 이집트 특산물이고 양은 어디나 있으니 그럴 만도. 유럽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는거대하고 아름답고 화려한 책이 나타나기도 했던 시대. 하지만 종교적인 명상의 시대는 점차 질문과 토론의 시대로 바뀌어져 갔고 중세 시대 각 지방의 장원 경제에서 다시 도시가 부상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교역을 통해 그리스 철학이 이슬람을 통해 역수입되면서 과학이 부상하게 됩니다. 학문은 대학에서 꽃피기 시작했고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로 책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게 됩니다. 양피지 시대에 이미 필지가, 주해자, 편집자, 저자가 구분되어 등장한다는. 암송은 여전히 지속되었지만 묵독이 등장하면서 사생활의 맹아가 싹탄 시기이기도 하죠. 성직자와 군주 이외의 이들에게 책이 퍼져나가게 됩니다. 5장 기계로 만들어진 책. 당연히 구텐베르크를 떠올리게 되실 겁니다. 동북 아시아에서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구텐베르크 나름으로 늦은 시기에 만들어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활판 인쇄술로 책 공장을 만들어 소비의 대상으로 책을 만든 사람. 그런데 이렇게 책을 만드는 일이 다소 쉬워지다 보니 복제가 등장하여 저작권이 위협되고 이런 저런 책들이 만들어 지니 교회의 심기를 건드려서 금서가 등장하게 되죠. 6장 산업적 책. 계몽 시대 이후 현대 전자책이 나오기 가지의 책의 역사입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흥미롭게 읽은 부분입니다.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계몽 주의 시대 이후 점차 책이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면서 성스러운 대상이거나 지식의 보고 뿐 아니라 오락을 위한 도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 또한 디지털 시대 이전에 20세기에 책이 만들어지는 방식으로 발전하기까지의 과정이 잘 설명되어 있었기 때문에 재밌기도 했습니다. 활자, 서식, 인쇄, 제본 뭐 하나 쉽게 생긴 게 없더군요. 당연히 여기에도 산업혁명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7장 전자 책 - 이 부분도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단순히 전자책과 종이책의 비교가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인식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자책에 스며있는 개념이 아주 멀리는 플라톤, 아무리 가까이 봐도 라이프치히에게까지 올라간다는 저자의 설명에는 깜짝 놀랄 정도. 사실 전자책이라는 개념은 종이책에서 넘어가게 된 것이 아니라 맥락이 아예 다르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전자책으로 이루어진 도서관은 단순히 모은 데이터 뱅크가 아니고 라이프치히가 말했던 의미론적 축소, 즉 사실과 직접적으로 연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정보라는 형태로 압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고 어찌 보면 미디어 전체주의가 되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책인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과거 성경을 암송하다가 소설을 묵독하는 시대에서 온갖 이야기를 SNS에 늘어놓는 이 시대.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동양의 책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저자가 독일 출신인 만큼 독일 관련 사료가 상당부분이긴 하지만 그건 구텐베르크가 그 동네 사람이니 당연하기도^^;; 서구 학자가 본 책의 역사로는 아주 훌륭하다 싶으며 압축적인 내용 속에 빼곡하게 담겨 있는 저자의 역사, 철학, 문학, 과학 등에 대한 지식에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얼마전에 조르주 뒤비 등의 <사생활의 역사>를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이 책 자체도 만만치 않으니 언젠가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야 겠더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