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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개별우주에 응원의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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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날씨, 개별우주와 보편우주.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꼽은 책의 키워드다. 본문에 ‘우주’라는 낱말이 연거푸 나오니 ‘장르가 판타지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이야기는 현실감 넘치는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주인공 한동미는 일하느라 바쁜 부모님 때문에 시골 할머니 댁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개학을 앞둔 여름방학 끝자락, 초등 1학년 동미에게 닥친 최대 과제는
"아이들의 개별우주에 응원의 박수를!" 내용보기
일기, 날씨, 개별우주와 보편우주.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꼽은 책의 키워드다. 본문에 ‘우주’라는 낱말이 연거푸 나오니 ‘장르가 판타지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이야기는 현실감 넘치는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주인공 한동미는 일하느라 바쁜 부모님 때문에 시골 할머니 댁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개학을 앞둔 여름방학 끝자락, 초등 1학년 동미에게 닥친 최대 과제는 밀린 일기를 몰아 쓰는 것. 특히 지나간 날들의 날씨를 기억해 내야 하는 고난도 미션에 부딪힌다. 햇볕 쨍쨍 태양, 천둥번개 구름, 장대비 우산, 그냥 구름, 구름 뒤 태양, 함박눈 눈사람. 이 여섯 가지 날씨 그림 가운데 하나를 고르며 동미는 생각한다. ‘아! 오늘의 세계를 기록하는 일은 날씨부터 동그라미 치고 시작하는 거구나!’
골치 아픈 또 다른 문제는 일기 쓰기의 육하원칙인 ‘무엇’을 해결하는 일.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시골에서 하루하루를 색다른 ‘무엇’들로 채울 수 없었던 동미는 일과를 지어낸다. 다친 고라니를 돌보고, 독이 든 열매를 삼키고, 성난 멧돼지의 엄니에 받쳐서 죽고……. 다양한 상상으로 자기만의 개별우주를 열어젖힌다. 일기장은 아이들이 저마다의 세상을 고스란히, 비밀스럽게 남길 수 있는 공간. 도시에서 엄마 아빠와 살게 된 동미의 일기에 같은 영어 학원에 다니는 기찬영이 단골로 등장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아이들이 일구는 개별우주의 날씨는 어른들이 사는 보편우주와 다를 수 있다는 것. 폭설로 등교 시간이 미뤄진 열세 살의 아침, 사업 실패가 불씨였을 부부싸움 끝에 아빠가 집을 나가자 동미는 뜨거운 모래밭에서 입술이 갈라지고 발꿈치가 욱신거리는 아픔을 느낀다. 기찬영 역시 마찬가지. 이사와 전학으로 한동안 만날 수 없었던 동미를 재회한 날, 장대비에 젖었던 열다섯 살 찬영이의 머리와 옷은 서서히 마르기 시작한다.
최영희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의 개별우주는 온전한 해독이 불가능하며 해독되지 않은 채 두는 게 좋다. 그게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보편우주의 부모가 우산을 씌워 준다고 해서 개별우주의 자녀가 비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니 암호 같은 일기를 훔쳐보기보다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편이 낫다.
날씨부터 동그라미 치면서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자유롭게 기록하다 보면 어느새 한 뼘 쑥 자랄 것이다.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던 세상이 고요해지고 봄날의 보편우주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맑고 화창한 개별우주에서 우리의 동미들이 활짝 웃으리라 믿는다.
e******2 2023.11.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