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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 오는 사람, 신용목
비를 좋아한다. 비가 내리는 풍경을 보는 것도, 토독토독 빗소리도, 빗길을 걷는 시간도, 비냄새도. 어릴 때는 비를 맞는 것도 좋아하고 했다. 마당에서 비내리는 것을 보는 시간도 좋아했다. 잠 못이루다 간신히 잠들면 행복한 꿈을 꾸기도 했을까. 아침이면 무거운 몸과 아픈 머리만 남았다. '밤새 꿈이 내 기억 속으로 흘러들었지만 아침이면 어디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밤새 별빛이 떨어졌지만 어디에도 없는 아침처럼. 달빛은 청소부처럼 모든 것을 가져간다.(설령 그것이 사랑일지라도.) p.38' 달빛이 다 가져가버렸나보다. 나의 꿈도, 나의 사랑도. 절망하는 시간도, 슬퍼하는 시간도, 사랑하는 시간도 있다. 마음은 무지막지하게 넓어서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다 볼 수가 없다. 나의 슬픔도 아픔도 사랑도 다 지나간 일이다. 언제든 다시 돌아오겠지만. '누군가 나를 부른다는 것은 내가 그에게 젖는다는 말이다. 내가 여전히 아픈 이유는 네 목소리가 아직 마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p.64' 아무래도 아직도 마르지 않았나보다. 내가 절망하고 슬퍼해서 내 미래가 죽었다. 내 미래를 내가 죽이고 다시 절망하고 슬퍼한다. '우리는 절망할 권리가 있고 슬퍼할 자유가 있으며 그래서 어느 아픈 꿈속에는 기어이 미래를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다. p.140' 그러나 알고 있다. '우리가 슬픔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슬픔만이 아니었음을, 우리가 절망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절망만은 아니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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