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내가 젊었던 시절 일본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방송과 언론에서는 연일 특집으로 일본을 배우자고 하였다. 1980년 초 일본은 경제가 안정되고 돈이 쌓이자 부동산과 주식투자 열풍이 불었다. 주식가격이 미친 듯이 폭등하여 엄청난 수준으로 올랐고 직장인들의 주머니도 두둑하게 되었다. 자산시장 거품이 형성되었다. 일본의 부동산은 폭등하여 상대적으로 싼 미국 부동산을 일본인들이 하나둘 사들이기 시작하였다. 뉴욕의 웬만한 빌딩은 일본인 소유로 바뀌었다.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산다’는 말까지 회자되었다. 미국은 쌓이는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플라자 합의’에서 강압적으로 달러화 절하, 엔고정책을 펴도록 하였다. 엔화의 가치가 치솟으며 미국 부동산 투자 등이 절정을 이루었지만 거품 경제는 오래가지 못하였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이 무너지면서 ‘잃어버린 30년’의 긴 터널이 시작되었다. 그 후 30여 년이 넘게 개인소득은 정체되었고, 거기에다 우리보다 일찍 저출산, 고령화화가 심화되면서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며칠 전 KBS 다큐인사이트 프로그램에서는 ‘재팬 엑소더스’가 방영되었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이제 일본은 미래가 없다며 일본을 떠나 호주, 베트남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창업을 하는 이야기를 엮었다. 이러던 차에 ‘제대로 읽는 일본’는 독서 모임을 통해 ‘엔저의 미래’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하루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게 환율인데 화폐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의 동향을 보면 일본의 엔저 현상은 큰 흐름 중의 하나다. 엔저 바람을 타고 갑자기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급격히 늘어나고 골프도 제주도 보다 싸다고 일본으로 향한다. 최근 ‘서울을 팔고 도쿄를 샀습니다(백승희, 2023)’라는 일본 부동산 투자 성공담을 지은 책도 발간되었고, ‘돈이 되는 일본 부동산 투자 가이드(채운, 2023)’가 나온 이유는 엔저 현상으로 상대적으로 싸진 일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까닭이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엔저에 대한 미래를 깊이 생각해 보고, 우리의 대응 방안을 고민해 보고자 ‘엔저의 미래’를 읽게 되었다. 평생 일본 금융계에 몸담았던 저자가 전문적 식견으로 분석한 책으로 이해가 어려운 면도 있고,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 얇은 책 한 권으로 일본경제와 엔화의 미래를 다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의 금융과 경제를 조망해 보는데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일본과 비슷하게 미래가 예측되고,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 한국경제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고민해 보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화 강세는 선진국의, 통화 약세는 개발도상국의 고민이었다. 오랫동안 ‘통화 강세(엔고)’로 고민해온 일본이 ‘통화 약세(엔저)’로 고민하게 된다면 이것은 다른 의미로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추락한다는 의미를 포함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그런 내용까지 다룰 지면은 없지만 과거 10년간 엔화 가치의 구조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p.11) 일본의 경제버블이 꺼지고 엔저로 긴 시간을 힘들어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부동산이 폭등하고 영끌하며 부동산을 사들였다.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과 비슷하다고도 한다. 텔레비전에서는 해외여행 프로그램이 넘친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인천공항은 인산인해다. 몇 십년 전 일본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훗날 <원화의 미래>라는 책이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