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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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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는 유독 허벅지를 못 그린다" /25쪽   햇빛 속의 여인,1961   '햇빛 속의 여인'을 보면서,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아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선을 접하면서 놀랐다. 호퍼가 유독 허벅지..를 '못 그린다'라는 설명은, 작가 개인적 시선인지..호퍼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그러한것인지...는 모르겠다. 대부분 여인의 표정과 빛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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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는 유독 허벅지를 못 그린다" /25쪽

 

햇빛 속의 여인,1961

 

'햇빛 속의 여인'을 보면서,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아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선을 접하면서 놀랐다. 호퍼가 유독 허벅지..를 '못 그린다'라는 설명은, 작가 개인적 시선인지..호퍼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그러한것인지...는 모르겠다. 대부분 여인의 표정과 빛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이렇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 자체는 신선했다. 덕분(?)에 나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그림 한 점이 따라왔다. 어쩌면 1961년 작 '햇빛 속의 여인'이 호퍼 말년의 작품이란 설명 덕분에..그의 아내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는 그림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Morning Sun) (그런데 이 그림에 대한 설명에서 '허벅지가 칠칠치 못하게 드러난다' 고 표현한 부분은 불편했다/163쪽)  이 그림에서 또 하나 무심히 지나쳤던 건 '구두'였다. "그림에서 여성의 옷은 보이지 않는다.그런 와중에도 신발 두짝은 보인다.신발은 결여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여성의 옷도 없고 동반자의 옷이나 신발도 없다. 아마 나머지도 없을 것이다. 호퍼는 그림에서 여성이 벗어놓은 구두를 곧잘 그려 넣었다. 이 그림에서 구두는 그녀가 걸쳤던 모든 것을 가리킨다. 구두는 배다. 홍수를 맞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매달렸던 노아의 방주다.여성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구두에서도 내려왔다. 그녀는 배에서 내렸다"/28쪽 여성이 구두를 신기 전이라고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흥미를 끈 지점은 호퍼 그림에 구두가 종종 등장했을 때는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에서..배와 연결 시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지점이였다.
 

뉴욕의 사무실,1962
 

"언뜻 업무상의 전언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호퍼는 공들여 강조한다.어깨가 드러나는 옷은 근무복보다는 파티드레스에 가깝다.여성의 외모와 분위기는 당대의 스타 매릴린 먼로 같은 영화배우를 연상시킨다. 그리 보면 사무실이 비쳐 보이는 유리는 영화관의 스크린 같다"/18쪽   제목을 읽고, 그림을 보면서 '편지'를 읽는다고 생각하고 지나쳤다.무슨 편지를 읽고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없었다. 여인의 옷으로 신경 갔을리 만무하다...호퍼 그림이라면 무조건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무표정한 이들과의 만남이 늘 우선 순위였던 건 아닐지....

 

"그림으로 무엇을 재현하거나 고안하는 거라면 어렵지 않다.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 어렵다.생각은 항상 유동적이다.캔버스에 그려넣은 것은 구체적 형상을 지니고 대개는 생각을 그대로 보여준다.캔버스에 담는 게 많아질수록 생각을 다스리기 어렵다.그림을 시작하면서 그리려 했던 건 언제나 나중에는 달라진다"/호퍼

 

 

일요일 이른 아침,1930

 

"사실 이 그림의 제목은 호퍼가 붙인 것이 아니다. 호퍼는 이 그림의 제목에 대한 질문에 애초에 자신이 붙인 제목은 '7번가의 상정들'인데 다른 누군가 가 이 그림에 '일요일'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했다. 아마 아내인 조지핀이었으리라"/140~141쪽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이란 제목에는 호퍼의 시선도 있지만...작가의 시선도 담겨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론 지나치게 '다르게' 보려고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지만...그림의 제목이 달라지는 것 만으로도 바라보는 느낌이 달라지는 것처럼...모두가 호퍼의 그림에서 고독과 외로움을 이야기 할 때..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틈을 열어준 것 같아 좋았다. 허벅지에..대한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무심히 지나칠 뻔 한 여인의 옷에 집중해 보기,구두의 메타포,호퍼가 수직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스타일까지...무엇보다 호퍼의 말들이 책 사이사이 소개된 점도 좋았다. 인간적인 호퍼의 모습과 마주한 기분이었다.뜬금없이 터너의 그림은 왜..등장했을까 싶은 순간, 기차를 바라본 두 화가의 시선을 비교해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림 조차,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호퍼 그림을 좋아해서..호퍼 관련 책이 나오는 건 반갑지만..거의 비슷한 시선이란 생각에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었던 점은 좋았다.(가끔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특히 모두가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는 <밤을 새는 사람들>에 대한 '이중의 적막'  이란 시선으로 정리된 점이 좋았다.

w*******i 2023.06.11. 신고 공감 5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차가운, 세련된, 미국적인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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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전시에서 만난 이름이 박힌 책이라 반가웠다. 얼마 시간이 아니 지났음에도 이미 희미해진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작품을 다시 보면 떠오르겠지. 아는 게 없어 충분히 보지 즐기지 못했던 지난날을 늦었지만 되짚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확실히 해설이 있으니 모르는 것도 알 듯하다. 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관점 중 하나일 따름임을 잘 알지만, 친절한 가이드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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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전시에서 만난 이름이 박힌 책이라 반가웠다. 얼마 시간이 아니 지났음에도 이미 희미해진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작품을 다시 보면 떠오르겠지. 아는 게 없어 충분히 보지 즐기지 못했던 지난날을 늦었지만 되짚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확실히 해설이 있으니 모르는 것도 알 듯하다. 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관점 중 하나일 따름임을 잘 알지만, 친절한 가이드가 있어 조금 더 자신 있게 나만의 관점에 대해서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여러모로 과도기적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이 말해주는 정체성이 그러했다. 미국이라는 상대적으로 문화자본이 부족한 국가가 부흥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유럽과의 결별을 시도했다. 자신감 위에 색다른 세상을 스케치했고, 상업주의와의 결합을 통하여 미국만의 독창성을 낳았다. 순수 예술이 아니라는 비판도 잠시. 그것은 곧 미국적인 무언가로 자리매김했다. 포퍼의 경우에는 프랑스를 동경했다. 진실된 예와 멋은 유럽에 있다 믿었고, 자신이 속하기 어려운 그 땅을 동경했다. 마음과 별개로 그림은 다분히 미국적이었다. 어느 사조에도 속하지 않을 것만 같은 세련미가 그의 그림에선 읽혔다. 깔끔한 색채 사용이 그러했고, 무엇보다 다룬 소재가 ‘이것은 미국’이라는 인상을 마구 풍겼다. 일부 목가적인 풍경을 다룬 경우도 있긴 했으나,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그림 다수가 도시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건물들은 오늘날처럼 마구잡이로 하늘을 찌르고 선 꼴은 아니었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정리가 된 모양새로, 공권력의 영향력에 의해 인위적으로 탄생했음이 분명해 보였다. 미국이 신세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곳에 본디 거주하던 이들이라면 반발할 법한 관점일 테지만, 공터여서 무한히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에 들어찬 건물들이라면 이런 모습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뿌리가 얕으면 아무래도 불안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바람 불면 쉬이 쓰러지는 나무가 생각나지 않았던 건 그가 수평에 가까운 선을 즐겨 사용했기 때문 같았다. 저자는 포퍼의 지향점을 이의 원인으로 꼽았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러했듯 야외에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렸다는 포퍼. 한 때 시덥잖은, 모호한 정체성의 소유자로 불렸지만, 꾸준히 한 방향을 바라보았기에 다른 이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저자는 포퍼의 그림에 곧잘 등장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아낌없이 내놓았다. 어딘가 모르게 왜곡된 것만 같은 여성의 몸. 관능을 묘사하려 들었던지 적잖은 여성들은 과장된 굴곡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어딘지 모를 야릇한 시선을 지니기도 하였다. 여기에 누군가를 유혹하려는 것만 같은 포즈까지 더해졌지만, 인물들은 왠지 모를 슬픔과 허전함을 뿜어댔다. 오래 이 곳에 머무르기 힘들 거라는 예감에 빠져든 것 같은 이도 있었고, 다시는 오지 않을 님의 부재를 깨달은 것만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 이도 존재했다. 안정보단 불안정이 진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을 그리며 포퍼는 어쩌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화가로서의 제 입지에 대해 고민했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그러나 그가 불행했다고 말하는 건 무척이나 섣부른 태도다. 평생을 함께한 아내가 그에겐 있었다. 아내는 그의 그림에 왕왕 등장하였는데,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 ‘두 희극배우’에서도 그와 손 맞잡은 모습으로 그려졌다. 새하얀 옷을 입은 두 인물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형국이다. 마지막이 이토록 깔끔한데, 불행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내 안에선 은근 부러움의 감정이 일었다.

50년도 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자신의 그림이 전 세계를 오가며 대중과 만나고 있다는 걸 포퍼가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가 어떤 감정으로 대했을지 모를 도시가 이젠 대다수 나라에서 보편적인 풍경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 그에게 혹 상실감을 안기지는 않을지 싶었다. 도시의 편리함을 한껏 누리면서도 대자연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내면은 프랑스를 동경하며 미국적인 그림을 그린 포퍼와 왠지 닮은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 이끌렸던 것일지도.

q*****2 2023.10.2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