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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조리 틀렸다- 여희숙, "밑줄독서모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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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조리 틀렸다- 여희숙, <밑줄독서모임>을 읽고, -------------------------------------------------- 책은 혼자 읽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가끔은 진득하게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좋아 보일 때도 있었지만, 코드가 맞는 책만 읽기에도 바쁘다는 생각에 필독리스트에 맞춰 읽는 것을 피하기도 했다. 코로나시절 친구가 줌으로 낭독 모임을 한다는 소리에, 그게 어떤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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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조리 틀렸다- 여희숙, <밑줄독서모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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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혼자 읽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가끔은 진득하게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좋아 보일 때도 있었지만, 코드가 맞는 책만 읽기에도 바쁘다는 생각에 필독리스트에 맞춰 읽는 것을 피하기도 했다. 코로나시절 친구가 줌으로 낭독 모임을 한다는 소리에, 그게 어떤 이득이 있을지 의아해한 적도 있었다. 스스로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철석같이 믿으면서도, 많든 적든 입금이 돼야 마음이 가동되지, 재능기부 같은 것을 해 본 적이 없다. <밑줄독서모임은 이런 나에게 강펀치를 날렸다. 나는 모조리 틀렸다.

 

여희숙. 이름은 익숙한데 정확하게 어떤 활동을 하는 분인지 몰랐는데, 수십 년에 걸친 풀뿌리 독서운동의 대모였다. 저자는 독서모임을 주도하되, 인상깊었던 부분에 밑줄을 긋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간단해 보이지만 밑줄독서의 파급력은 강력했다. 책을 다 읽을 필요가 없어 참가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다른 사람들이 밑줄 그은 곳을 통해 책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며, 발언을 독점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민주적 운영.... 등이 입소문을 타 전국에 수십 개의 밑줄독서모임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마을 도서관을 도우려고 소박하게 시작한 도서관친구들은 전국적인 조직으로 확대되었다.

 

책에는 가정과 동네와 교실에서 하는 밑줄독서모임의 분위기, 운영하는 방법이며 필독서리스트가 친절하게 나와 있다. 아이들의 경우 책을 안 읽고 오는 경우가 문제인데, 그럴 때는 좌절하지 않고 씩씩하게모인 자리에서 30분 동안 책 읽으면서 밑줄 긋기를 한다고. 이때 10분 간격으로 초콜릿 세 알을 먹게 한다. 책과 함께 기분 좋은 달콤함을 맛보게 하는 것인데, 당장 손녀에게 적용해야겠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독서가 달콤한 일이라는 것을 각인시킬 수 있다니! 교사 독서모임에서 저자가 쓴 책을 함께 읽는 날, 늘 바삐 사는 회원 한 명이 오로지 책날개에 쓰인 저자 소개글만 읽고 온 장면도 소리내어 웃을 만큼 재미있었다. 그는 소개글만 읽고 왔어도 당당하게 저자를 인터뷰하며 존재감을 발휘했으니, ‘밑줄독서모임의 포용력을 알 것 같다.

 

혼자가 아닌 함께, 발산이 아닌 경청, 작은 것이 창대한 것, 잇속 아닌 자원 활동.... 이제껏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이 책속에 가득 차 있다. 1년치 추천도서 100권의 목록만 읽는데도 내가 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들을 조근조근 읽으며 나 혼자서는 읽지 않을 책의 매력에 한참 빠져 살 것 같다. 첫 모임에 준비하면 좋을 자기소개 질문지에 가슴이 뛰었고, 2013년에 남원의 도통초등학교에서 책 읽는 학교 프로젝트6년간 진행했다는 말에는 호흡 짧은 내가 돌아 봐 졌다.

 

급기야 한 회원이 밑줄 그은 대목을 보며 울고 말았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안타까움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묘사한 이 책을 통해, 급작스럽게 어머니를 잃고 힘들어하던 그는 비로소 어머니와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다고. 나름 책에 익숙하다고 자부해 왔는데 밑줄독서모임이 많은 것을 새로 시작하게 해 준다. 만일 내가 밑줄독서모임을 하는 날이 온다면, 내가 진정 성숙한 사회인으로 거듭 난 때가 아닐지.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해해가고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부모와 자식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점차 멀어지는 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가 아닐까. 우리는 골목길 이쪽 끝에 서서, 골목길 저쪽 끝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본다. 그 뒷모습이 당신에게 속삭인다. 이제 따라올 필요 없다고.”

--룽잉타이, <눈으로 하는 작별에서

YES마니아 : 플래티넘 d******7 2023.07.13.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