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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봄날
꽃이 피어 향내로 나를 부를 때 기꺼이 꽃에게 다가가리 어여쁜 빛깔과 은근한 향내에 눈을 씻고 코를 씻다가 때맞추어 벌이 날아오면 꿀맛이 얼마나 좋은지 물어보리
새가 울어 소리로 나를 부를 때 기꺼이 새와 눈 맞추리 새의 노래에 귀를 씻다가 때맞추어 날아온 짝과 함께 춤을 추고 사랑을 나누면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앞날을 축복하리
드물게 찾아오는 청명하면서도 따사로운 봄날 꽃이 피고 새가 울 때 부러 새삼스럽게 더 즐거운 일 찾지 않으리 더 긴한 일 만들지 않으리.
곽재구 시인이 친구 최두석 시인한테 전화했다고 한다. 전화를 받은 시인이 하필 먹황새를 보고 있었나 보다. “예전에는 산 좋고 물 맑은 계곡 암벽에 / 둥지 틀고 새끼를 길렀으나 / 이제는 겨울날 대여섯 마리 일가족만 도래하는 귀한 손님”(「먹황새」)으로 “한나절이 지나도록 기다리다 / 기다리는 것마저 잊고 있”었는데 기어이 먹황새를 만났나 보다. 오랜만에 통화를 하는 것일 최두석 시인이 먹황새를 보고 있다고 하니까 곽재구 시인은 전화를 끊었다. 먹황새를 만나고 있으면 반가운 친구의 전화도 귀에 안 들어올 것이라고 직감한 곽재구 시인의 따스한 대처였다. 둘의 우정이 빛나거니와 최두석 시인의 즐거움을 짐작할 수 있다. “더 즐거운 일 찾지 않으리 / 더 긴한 일 만들지 않으리”가 빈말이 아니다. 실제 최두석 시인에게 “기꺼이 꽃에게 다가가”는 것이나 “기꺼이 새와 눈 맞추”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즐겁거니와 그 어떤 일보다 긴하지 않은 게 아니다. 특히 소리로 새가 부르면 찾아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시인에게 “새를 본다는 것은 / 새와의 거리를 확인하는 것 // 새를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 새의 습성과 영역을 알아 / 길목에서 미리 기다리는 것 // 멀리 날아간 새를 아쉬워하고 / 가까이 다가온 새의 노래에 /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새를 본다」)이다. 그렇기에 시인은 “요즘 나의 시간은 주로 야생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만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말하거니와 야생에서 만난 생명들의 “숨결과 맥박이 시의 호흡 속으로 나도 몰래 스며들기를 기원한다”(「시인의 말」)고 말한다. 그런 만큼 시집은 야생에서 만난 생명, 특히 새를 만난 숨결과 맥박이 넘쳐 난다. 이를테면 “열매를 거두어가지 않은 산수유나무” 덕분에 난생처음 큰부리밀화부리와 대륙검은지빠귀를 보게 되어 “추위에 몸과 마음이 / 움츠러들거나 헛헛해질 때 / 활기를 얻으러” 산수유나무를 찾아간다. “겨울날 산수유나무 아래 서 있다 보면 / 문득 경배하는 마음이 들기도” (「산수유나무」) 하기 때문이다. |
| 우리가 사는 세상의 냄새들이 최두석 시인의 언어로 냄새가 맡아진다. 생선과 풀과 나무, 꽃과 강물과 바다 그리고 인간 냄새. 치열한 냄새다. 한 생과 그 생을 이어가는 냄새가 우리에게 다가오기까지 최두석 시인의 언어가 우리와 그 냄새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그 다리같은 최두석 시인의 이번 시집이다. 우리에게 찾아와 우리가 찾아내어 알게 된 찬란하게 부서지는 냄새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