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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얼마 전에 우리 1학년 학생이 ‘반수’를 하겠다고 찾아왔습니다. ‘반수’의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궁금한 마음 반 말리고 싶은 마음 반에 질문을 했는데요. 답변이 흥미로웠습니다. 정치를 하고 싶은데 조금 더 유리한 여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런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기초의원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고 싶다고 합니다. 워낙 정치 혐오 현상이 만연한 대한민국에서 이런 고민을 하는 친구가 있구나 깜짝 놀랐습니다. 일단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를 하고 싶다면, 구태여 학교를 옮기는 것이 나은지 모르겠어서 조금 더 생각을 해 볼 것을 권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정치란 무엇인지,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어떤 커리어를 쌓는 것이 유리한지, 진짜 출마를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나름대로 정치와 관련된 공부를 해 왔고, 현실정치에 대한 관심과 고민도 적지 않았건만, 실제로 디테일한 정보에 대해서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았습니다. 이런 상태로 누구에게 정치를 해라 마라 말할 자격이 있는지 싶기도 했습니다. 저 같은 어른들은 청년정치가 필요하다고만 말하지, 사실 젊은이들이 정치판에서 각자도생 하도록 방치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나온 책 한 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장석호 저자의 “스물여덟, 시의원 출마로 배운 세상”이라는 책입니다. 장석호 님 이름은 가급적 또박또박 읽도록 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잠시 후에 알려드리죠. <20대 정치 초짜의 지방의회 도전기> 저자 장석호 님은 지난 2022년 안양시 시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를 했던 20대의 젊은 친구입니다. 흔히 정치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스펙에 비해서 그의 이력은 전혀 화려하지 않습니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공인중개사를 했다고 합니다. 우연히 소수당 국회의원실에서 청년인턴을 하면서 정치에 도전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50만 원을 들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했다는 경험이 나오는데요. 이것을 바탕으로 “1년쯤은 늦어도 괜찮아, 우린 아직 젊잖아”라는 책을 썼다고 합니다. 책을 낸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데, 추진력 하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전체 분량은 266면입니다. 간혹 오탈자가 보이기는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고요. 아주 술술 읽히는 문체입니다. 선거법과 같은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지만, 경험과 인사이트를 적절하게 섞는 대중서식 문법을 잘 따라서인지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정치할 결심에서 낙선까지> 책의 구성은 정치를 접하게 되고, 출마를 결심하고, 예비후보가 되고, 본 선거운동기간을 치르고, 개표하여 결과를 확인하는 순서를 따르고 있습니다. 정치할 결심부터 낙선까지의 여정을 담은 것이죠. 선거 준비를 할 때 공약은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선거기구는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위반하기 쉬운 선거법 규정은 무엇인지. 비교적 시시콜콜 디테일한 내용까지 적혀 있습니다. 또 선거를 치르면서 아쉬웠던 준비나 활동에 대하여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선거에 대한 디테일한 전략이나 정보는 (제가 그동안 관심이 적어서 일수도 있지만) 외부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책에서 “어떻게든 경쟁자를 만들고 싶지 않은 정치인과 정당의 입장에서 각 정당이 오랜 기간 걸쳐 쌓아 온 선거 노하우는 폐쇄성을 유지한 채 관리”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누군가는 비밀스러운 영업비밀로 간직하고 싶겠지요. 본격적으로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분에게는 정보가 부족할 수 있지만, 언젠가 도전해 볼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실용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 이 책에는 담겨 있습니다. 또 출마를 하면서 느낀 부담감, 고마움, 서러움과 애환이 뭉클하게 잘 서술되어 있습니다. 특히 책 초반에 장석호 저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그럼에도 세 군데 정도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눈물을 흘릴 뻔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세 번의 눈물> 첫 번째 눈물을 흘린 장면은 예비후보 기간이 끝나가던 시점에 나옵니다. 지방선거의 경우 본 선거기간은 선거일 전 13일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예비후보로서 제한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예비후보자 기간이 있는데요. 이 기간 동안 정치신인 장석호 저자는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름을 알린다는 것이 그렇게 힘든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라도 또박또박 읽어주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다짜고짜 욕을 하며 “당신네 사람들 전부 다 쓰레기통에 넣고 싶어!”라고 소리 지르던 노인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진흙탕 싸움 속에서 자신의 존엄까지 내려놓는 모멸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정치하는 것이 늘 박수만 받으며 꽃길만 걸을 수 없는 일임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두 번째 눈물은 정확하게 말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참았던’ 장면입니다. 공식 선거운동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나오는 일화인데요. 선거운동을 하면서 아쉬웠던 것들, 특히 돈이 없어서 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회한이 절절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돈이 없어 유세트럭에 스피커를 달지 못했던 아쉬움, 시점에 맞게 현수막을 교체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4명밖에 고용하지 못한 선거운동원 아주머니들. 원래 8명까지 고용할 수 있는데 반밖에 모시지 못해서 기가 죽게 만들었는데요. 여분으로 입을 옷을 준비하지 못하고 한 벌씩만 드려 땀과 얼룩이 가득해서 미안했다는 장면이 나옵니다. 함께 고생해 준 분들을 챙기지 못한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장석호 저자는 눈물을 참았다고 했는데, 괜히 제가 울컥한 느낌이었습니다. 세 번째 눈물은 선거결과가 나온 다음입니다. 처음에는 선거비용의 전부를 보전받을 수 있는 그리고 거의 당선권에 근접한 15% 득표를 목표로 하다가, 선거비용 절반을 보전받을 수 있는 10% 득표를 목표로 하다가, 나중에는 청년정치인으로서 기탁금의 절반(50만 원)을 환급받을 수 있는 5%까지 목표치가 낮아집니다. 그런데 결과는 4.5% 득표와 낙선. 실망이 컸습니다. 이때는 장석호 저자가 공천을 받은 정당이 거대 양당이 아닌 제3당인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이 나옵니다. 정당 규모도 그렇지만, 정치신인으로서 느꼈던 기득권의 벽을 실감한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열정, 책임 그리고 균형적 현실감각> 순수한 마음으로 도전한 선거판, 하지만 현실에 상처받고 세상의 비정함을 알아가는 과정을 적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나 돈, 거대정당, 조직과 같은 고전적인 승리조건이 불가피함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네거티브 선거운동조차 사실에 기반해 나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논리라면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며, 결국 ‘청년의 순수함을 위한 정치판은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자는 정치의 본질, 정치인의 자격,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삶의 소중함까지 배웠다고 합니다. 정치의 의미와 무게감, 그리고 함께 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을 배운 것이죠. 장석호 저자는 “현실의 장벽 앞에서 좌절했던 자리에는 성장의 씨앗이 생겼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막스 베버는 정치가에게는 세 가지 자질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대의에 대한 헌신을 뜻하는 열정, 선의를 내세워 변명하지 않고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의 책임감, 그리고 사태를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능력을 뜻하는 균형적 현실감각. 장석호 저자는 이번 선거를 통해 세상을 알게 되었고 균형적 현실감각을 갖추면서 열정과 책임이 균형을 이룬 좋은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것입니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청년에게 그리고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이 책은 정치적 직업을 꿈꾸는 청년,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로 자세하고 친절하게 쓰인 실전 선거 안내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정보도 좋았지만, 정치에 도전하는 청년이 갖추어야 할 마인드 셋에 대한 안내가 훌륭했다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청년정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만 높일 뿐, 무엇을 어떻게 개선하고 지원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어른들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었습니다. 실제로 최근 나오는 청년정치 관련 책이나 글들을 보면 청년정치 “안 된다” “못한다” “망했다” 등등. 청년정치를 응원하는 것인지 저주하는 것인지 모르는 제목 투성이입니다. 내용도 ‘안 되는 이유’가 주로 설명되어 있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지나치게 이상적이거나 막연한 경우가 많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미 정치에 진출한 기득권의 어깃장으로 보이기도 하고, 걱정 많은 구세대 지식인들의 TMI로 보이기도 했는데요. 적어도 이 책은 실제 도전한 사람의 살아 있는 경험, 그리고 다음의 성공을 위한 전략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별성이 있었습니다. <세대교체와 줄탁동시> 가끔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세대교체가 되었네 안 되었네 말이 나옵니다. 세대교체에는 생각보다 많은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전에 경험이 많고 유명한 선수들이 아직 경험 없고 무명의 선수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팀이 불안해 보이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을 버텨내야 국가대표 팀의 실력은 지속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정치 상황이 딱 그렇습니다. 순조로운 세대교체가 없으면 큰일이 난다는 생각까지는 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전에 비하면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지요).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이전 세대는 접근하기도 어려운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입니다. 이전 세대는 상상도 어려운 심각한 사회문제도 쌓여 가고 있죠. 이를 감당할 새로운 인재를 수혈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청년정치인들의 진입 장벽은 높습니다. 아니 진입해야 할 문이 어딘지도 불확실합니다. 기존 정치권의 이미지 전환 용으로 쓰다가 버러지는 청년 정치인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험은 부족한데 지나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에 서게 된 바람에 실책이 두드러지는 일도 있습니다. 이제 말로만 청년정치 외치지 말고,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줄탁동시(?啄同時)라는 말이 있죠. 병아리와 어미닭이 알의 안과 밖에서 부리를 모아 동시에 껍질을 깨는 것을 뜻하는 사자성어인데요. 뜻있는 청년은 정치적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기성세대는 어떻게든 실효성 있는 지원을 마련하는 줄탁동시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핵심 과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