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비슷한 세대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추억 속에 BGM으로 흐르는 음악 중 한 곡이 'Merry Christmas Mr. Lawrence'일 것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오래된 팬이나 찐팬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의 부음을 들은 즈음부터 나의 청춘의 한 켠에 그가 있었다는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내가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이유다.
내가 알았던 얕은 지식으로 류이치 사카모토는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 영화음악 작곡가로서 매우 자유로운 음악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책을 통해 그가 사회적 책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공인이었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음악가이자 유명인으로서 그가 보인 행보라던가(그는 ‘어린이 음악 재생 기금’을 마련해 지진 피해로 망가져버린 악기들을 고쳐주고, 현지 악기점과 연계하여 지역 학교들의 악기들을 무상수리는 한편 해주재해민들을 위한 자선 콘서트도 개최하였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친환경 정책을 꾸준히 주장한 점, 그리고 암 투병 중에도 죽기 직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점(그는 "가본 적 없는 나라라 할지라도 단 한 명이라도 그곳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곳은 더 이상 단순한 이국이 아니"(329쪽)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등등을 보며, 이 책에서 알게 된 그의 면면을 보며 소위 공인이나 유명인들이 지향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우리가 그들에게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예술가 등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한 세간의 거부감이 존재합니다만, 저는 그날 이후 ‘만약 내가 정말 유명해 팔 수 있는 이름이 있다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설령 위선자라는 비판을 받는다 해도, 그로 인해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싶어서요. 환경에 관한 운동도, 지진 재해 후 활동도 이런 신념의 힘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번 연결되면 쉽게는 그만둘 수 없죠. (330쪽)이런 사실들을 알고 나니, 그의 음악이 새삼 더 애틋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우리가 그의 음악에서 어떤 자유로움을 느꼈다면, 그건 그가 그만큼 자유로운 인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자유로운 인간이었기 때문에 자신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인류가 자유롭길 원했을 것이다. 여기에 그가 사회적 책무를 등한시하거나 게을리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의 말대로 "Ars longa, vita brevis."이다. 그러나 적어도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해서라면, 그의 예술만큼이나 그의 인생도, 그를 사랑하는 모든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오래오래 영원한 것이다. 따라서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적용하자면, 예술도 길고 인생도 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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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달에게도 음악과 같은 힘이 있을 것입니다.”
8월에는 보름달을 두 번 보았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보름달을 볼 때마다 그리운 사카모토 류이치가 생각날 것이다. 다행히 그가 남겨 주고 간 음악들이 있어서, 한참을 들으며 생전에 부족한 감상과 이해를 채워본다.
“인간이 오랜 시간을 거쳐 묵묵히 쌓아 올린 것들이 한순간에 너절한 잡동사니가 되어버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이, 거기에 무언가 조금 보태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서서히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은 왜 이럴까 싶게, 인간 스스로가 애써 이룩한 것들을 한순간에 망치고 있다. 인간이 살만한 기후에 관해서는 망가질 거란 경고가 있었음에도 수십 년간 듣지 않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왜곡하고, 외면했다. 뇌의 진화를 어째서 생멸의 부작용을 야기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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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아닌 여행이야기로 시작할 줄 몰랐다. 그것도 그린란드로. 20여 년 전 말릴 틈도 없이 욕이 나올 뻔한 추위와 얼음의 나라였고, 며칠 전 본 사진 속에선 작아진 얼음들이 많이 보여 낯선 곳. 앨범 <Out of Noise>는 이 여행을 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이야기를 듣고 들어보는 것이 더 좋겠구나 싶다. 고요하지만 적막하기보다 평온한.
“이 여행의 경험 자체가 스스로의 가치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돌아온 후 한동안은 영혼을 빙하 위에 두고 온 듯 허탈한 상태에 빠져 있기도 했죠.”
지금 현재, 이 순간에도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이 붕괴되고 있는데(그렇게 보이는데), 종류도 다양하고 속도도 빨라서 쇼크 상태로 보고만 있다. 화를 내거나 외면하거나 별 도움도 저항도 아닌 일만 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몇 주 전 보았는데, 집중을 못했다. 화면 속 아픔과 치유가 내게는 닿지 않았다. 오염수 처리는 뭘 어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카모토의 뜨겁고 주저 않는 비판과 겸손하고 단단한 신념을 느끼며 깊은 위로와 존경을 느낀다.
“저는 어느 시기부터인가 제 사회적 활동에 “이름을 판다”라는 야유를 듣는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 설령 위선자라는 비판을 받는다 해도, 그로 인해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싶어서요. 환경에 관한 운동도, 지진 재해 후 활동도 이런 신념의 힘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노화가 42세부터였다고 특정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 나는 45세부터 확연히 감각이 약화되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매일이 발견의 연속이었다. 안 보이네, 노안이구나, 뭐지, 판단력도 흐려졌나, 아이고, 관절이야.
코로나가 다시 창궐한다고 한다. 신뢰할 수 없어도 이미 유의미하게 큰 숫자, 4만 7천여 명이라는 걸 보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방에서 공격당하는 과장된 느낌이 내 불안과 망상일 뿐이길 매일 바란다.
팬데믹과 암 재발, 그 와중에도 강한 생각을 했던 거장의 문장들이 빛나 보인다. 아무 것도 급작스럽게 포기하지 않고, 검토하고, 치병하고, 재능을 기부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살피고, 반핵 환경 운동을 지속하고, 책정리를 하고, 음악가들을 만나고 녹음하고 중계하였다. 삶을 살았다.
“비교적 냉정하게 죽음을 내다보며 여러 가지 구체적인 검토를 해나갔습니다.”
담담한 울림과 떨림 같은 그의 음악과 글이 아름다워서, 읽는 동안 자주 슬퍼졌으나, ‘비교적 냉정하게’ 감정을 추스르며 쉬다 읽다 했다. 세상에 가득한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던 그의 사진들을 보러 전시회를 다녀왔다. 참 잘한 일.
며칠 전 읽은 책에는, 완곡어법 말고 ‘사망했다’라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오늘은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라는 표현이 좋다. 사카모토의 마당에서 몇 년 동안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인 피아노처럼, 나도 새 옷을 입히지도 말고, 무거운 관에 가두지도 말고, 에너지를 써서 태우지도 말고, 좋아하는 나무 아래 묻어 주면 좋겠다.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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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위즈덤하우스에서 출판된 류이치 사카모토 작가의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를 읽고 쓴 것입니다. 모든 리뷰는 제 개인적인 의견을 담고 있으며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용으로만 봐주시거나 스킵하시길 바랍니다. 사실 음악에는 문외한이지만 류이치 사카모토는 그런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음악계에서는 알아주는 아티스트이다. 그리고 어쩐지 음악가라는 느낌보다는 환경운동가, 반전운동가로서 더 나에게 잘 알려진 류이치 사카모토. 사카모토 류이치라는 이름보다 그의 글로벌한 명성에 알맞게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그의 유명한 작품 중 마지막 황제의 ost나, 혹은 rain 곡들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작품이다. 그런 그가 오랫동안 투병중이었던 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남겨진 유작 에세이가 이 책이다. 그래도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마지막을 위한 준비를 했었다. 그를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그렇고, 그의 남겨진 에세이들에서도 보여지 듯, 어떻게 마무리를 잘 할까. 삶의 마지막에서 그의 삶을 정리하는 에세이라 더 뭉클하고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제 반전을 이야기하고 환경에 대해서 생각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마음을 써가며 자신의 것을 나눠주고 희망을 불러일으키던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국적을 떠나 세계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남겨진 사람들에게 숙제를 내 준 사람이다. 그와 못지 않은 세계시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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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류이치 선생님의 마지막 에세이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님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님이 살아생전 평소 음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면 마지막에 암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암과 함께 살아간다'라고 말하고있다 암과의 투병 그리고 죽음의 두려움을 말하고있는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죽음에대해 유한함을 표현하고있다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님의 또 다른 책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은 자서전 형식이였고 유치원의 첫 작곡부터 그의 이야기를 말하고있었고 우연히 사건을 목격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기록을 남겨두는 게 의무라고 말했던 그의 암과의 투병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사람들과 무엇인가를 공유하기를 좋아했던 그의 평소 생각이 채워져있던 그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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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황제, 류이치 사카모토. 암 투병 말기에 써내려간 기록이라서 그런지 더욱이 솔직하고 담담한 일기 형식의 회고록은 읽는 내내 묘하게 마음에 안정감을 주면서도 슬프게도 만들었다.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존경하는 감독이었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투병 중에 "앞으로 우리가 보름달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라고 했다는데, 사실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이 아닌가. 살면서 월급을 몇번 받는지도 생각해보지 않거니와, 밥을 몇끼를 먹게 될까도 생각하지 않는데, 더군다나 몇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더더욱이 그렇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보름달을 보는 건 생각보다 진짜 많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이 책을 읽은 후로는 한번씩 고개를 들어 달을 확인하곤 한다. 곧 다 차오를 달이면 곧 보름달이 되겠구나! 하면서 또 이 책이 생각나곤 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투병의 고통도 느껴졌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을 만들고 소리를 채집하려 애썼던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특히 마지막 콘서트가 된 'Ryuichi Sakamoto: Playing the Piano 2022'를 준비하는 과정과 그의 깊은 철학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친구의 질문에서 시작된 삶에 대한 성찰이, 독자들에게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라간 그가 신예 음악가들(예를 들어 한국의 황소윤을 만난 이야기도 나온다)을 만나며 느꼈던 감정들, 나눴던 대화들에 대한 내용도 함께 기록 되어 있었던 부분이 인상 깊었다. 나의 마지막 황제, 류이치 사카모토. 이제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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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류이치님을 아주 잘 아는건 아니지만 워낙에 유명하셔서 유명한 곡 몇 개만 알고 있는 정도였어요 암투병을 하면서 마지막을 준비하는 에세이인데 항상 죽음이 멀리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생각과 다가오는 죽음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하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
| 류이치 사카모토의 투병생활동안 쓴 책입니다. 암과 투병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고, 고민을 하고, 음악을 만든 예술가의 의지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더 살면서 좋은 음악을 남겨주었으면 참 좋았을 예술가입니다. 안타깝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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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쓴 한글자 한글자 맘에 고이담아 두며 읽겠습니다 선생님의 음악도 너무나 좋아히는 팬이지만 글또한 진심이 담겨진게 느껴져 아름답네요 글은 처음읽는거라 살까말까 고민했지만 그 시간들이 부끄러울정도 아티스트가 한평생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느끼게된 책입니다 지금 이시대를 살고있는 다른 아티스트들도 이 책읽을 읽으며 마음들을 읽어나가며 응우ㅏ |
|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활동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전하는 이야기. 2020년, 암의 재발과 전이로 인해 치료를 받더라도 5년 이상 생존율은 50퍼센트라는 진단을 받고서 시간의 유한함에 직면하게 된 류이치 사카모토.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그런 그가 삶의 마지막 고비에서 되돌아본 인생과 예술, 우정과 사랑, 자연과 철학, 그리고 시간을 뛰어넘어 오래도록 기억될 그의 음악과 깊은 사유에 관한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