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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감쳐둔 마음까지 만지작거리는 서늘한 관계의 지형도
"[이웃들] 감쳐둔 마음까지 만지작거리는 서늘한 관계의 지형도" 내용보기
이 책 『이웃들』은 소설가 진하리의 첫 소설집이다. 단편 여섯 편으로 구성된 단출한 느낌이지만 쓰는 기간은 꽤 오래 걸렸다고 한다. 저자 진하리는 이 책의 여섯 편의 소설이 2019년 여름부터 2022년 봄 사이에 쓴 것이라고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힌다. 고치고 다듬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창작의 고통을 은근히 내비친다. 애정을 쏟는다고 자식이 내 뜻대로 자라
"[이웃들] 감쳐둔 마음까지 만지작거리는 서늘한 관계의 지형도" 내용보기


 

이 책 『이웃들』은 소설가 진하리의 첫 소설집이다. 단편 여섯 편으로 구성된 단출한 느낌이지만 쓰는 기간은 꽤 오래 걸렸다고 한다. 저자 진하리는 이 책의 여섯 편의 소설이 2019년 여름부터 2022년 봄 사이에 쓴 것이라고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힌다. 고치고 다듬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창작의 고통을 은근히 내비친다. 애정을 쏟는다고 자식이 내 뜻대로 자라주지는 않는 것처럼 소설도 그렇더라고 고백한다.

저자의 한 친구가 몇 년 전 깊은 산속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귀촌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해발 700미터의 친구의 산장에서 발밑으로 지나가는 구름을 보며 '향기롭고 쌉쌀한' 이야기를 구상했다다. 그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연작소설로 이어졌다고 털어놓는다. '향기롭고 쌉쌀한'은 이 소설집의 시작인 셈이다. 퇴고를 거쳐 소설이 완성될 즈음 산장의 주인이었던 한나(친구의 이름인 듯하다)는 그곳을 떠났다. 산장에서 19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한적한 마을로 이사해 카페를 열었다고 전한다. 낮엔 이즈니 버터와 잠봉햄을 듬뿍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고 밤엔 그림을 그리는 대신 시를 쓰게 되었다. 요즘은 가끔 저자에게 카톡으로 시를 보낸다고 전한다. 아직은 미완인 그녀의 시가 나는 참 좋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들은 제목처럼 '이웃들'의 삶을 그렸다. 평범한 삶인 듯하지만 '세상물' 다 든 사람들이 서로 이웃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에 대해 문학평론가 허 희는 "서로가 서로에게 속물인 세상"이라는 제목의 글로 평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마지막에 수록된 「휴가」는 가장 나중에 쓴 소설이고 다른 다섯 편과는 결이 다르다고 굳이 〈작가의 말〉을 통해 밝혔다. 왜일까? 저자는 연남동(서울 마포구)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연 사촌동생을 찾아갔다가 그 애의 뒷모습을 보며 구상한 이야기란다. 지금은 그 이야기를 잇는 새로운 연작소설을 쓰고 있다.

 


 

저자는 왜 소설을 쓴 동기를 밝히는 것인가? 아마 저자가 지향하는 소설의 성격을 암시하는 듯하다. 독자의 추정이지만 저자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은 것이다. 아마 저자가 앞으로도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 소설을 쓸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저자는 심훈문학상 수상자로서 작가 입문을 한 분이다.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써내려간 소설들은 심훈문학상 심사 당시에도 “중산층의 복잡한 세태와 심리를 끌어내는 관점과 주제의식이 새롭다”는 평을 받았다. “스노비즘이 장악한 현실의 양상을 투시도처럼 재현”하며 독자들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 책 『이웃들』에 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 중 마지막 작품 「휴가」를 제외한 다섯 편의 소설은 연작의 성격을 갖는다. 저자가 〈작가의 말〉을 통해 이미 언급했다. 「야외수업」의 주인공 ‘태미’는 「해피버스데이」에, 「해피버스데이」의 ‘한나’ 부부는 「향기롭고 쌉쌀한」에 다시 나온다. 이 외에 「이웃들」과 「지나간 이야기」도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한다. 어느 작품에서는 조연이던 인물이 또 다른 작품에서는 주연으로, 혹은 그 반대로 전환된다.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 일상의 조각들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의 필요에 의해 서로를 호출할 뿐 다정한 ‘이웃들’은 아니다. 이들은 친밀함을 연기하고, 위로하는 척하면서 슬며시 배신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초상이기도 하다. 타인의 행운과 성공 앞에서 자신의 불운을 들추어내 견주고 마는 인간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그들의 속물성을 끄집어내 폭로한 뒤에 자기반성으로 이어진다거나 갈등이 해소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진실과 거짓말의 무게를 감당하며 계속 살아가야 하는 날들이 이어질 뿐이다.

 


 

소설가 손홍규는 〈추천평〉을 통해 여섯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이 한결같이 벼랑 끝에 서게 된다고 지적한다. 몰락 직전의 순간이라고나 할까. 문득 눈을 뜨고 보니 발아래가 까마득하다. 거기가 바로 그들의 내면이다. 그들은 일상의 어느 순간 과거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를 맞닥뜨린다. "타인의 비밀은 언제나 흥미롭지 않던가. 죄책감 없이 저지를 수 있는 유일한 죄처럼 말이다. 정작 그들이 목격하는 건 흥미롭지 않은 자신의 비밀에 불과하지만. 마침내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지탱해준 비밀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모른 척할 수 없게 된다. 살면서 한 번쯤 겪게 되는 운명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순간을 견디고 맞이하는 내일 역시 희망적일 것이라는 암시 따위는 없다. 그렇다. 깨달음조차 그들을 구원하지 못한다. 간절히 바라던 것을 손에 쥐고도 행복해지기는커녕 불행해진 아니, 불행이라는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삶이라니. 모든 게 그들 탓인데 차마 그들에게 손가락질할 수 없는 까닭은 쓸쓸하다거나 서글프다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의 외로움과 슬픔이 고스란히 눈에 보여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었고 말로 표현될 수 없는 것을 표현했으니 이 여섯 편의 소설은 한 편 한 편이 눈부신 언어도단이다. 『이웃들』은 진하리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첫 소설집이 이토록 무시무시해도 되는 건가. 아마도 독자는 낯선 이 작가의 이름을 결코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허희 평론가의 평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이웃의 내면이나 삶의 모습을 소설 내 인물에 국한시키지 않고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한다고 본다. "친밀하다기보다는 친밀함을 연기하고, 위로하는 척하면서 슬며시 배신하는 인물은 중산층만으로 한정되지 않는 현재의 군상이다. 이에 대한 어떠한 소설적 대안이 있을 수 있나. 진하리는 섣부른 해결책을 논하지 않는다. 그저 스노비즘이 장악한 현실의 양상을 투시도처럼 재현하였을 따름이다. 단편의 임무는 이로써 완수되었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의 일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늘날 살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의 내면이고 삶의 양태다. 평론가 허 희는 이를 〈표리부동의 처세술〉이라고 말한다. 허 평론가는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면서도 나는 진정한 교제를 고통스럽게 갈망한다. 하지만 이는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소망'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세속에서의 생활이 마치 스스로를 죽이는 일인 것 같다고 적어놓기도 했다. 그래서 사회 대신 자연에 머물기를 희망했으리라. 오늘날 사람들을 피해 은거하는 '자연인'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소로의 정신이 현대에도 면면히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두가 소로를 비롯한 자연인처럼 살지는 못한다. 실상 이들은 예외적 존재라서 주목받는 것이다. 다수의 사람은 타인과 얽힌 사회에서 살아간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선택보다는 무리에 속해 있는 편이 자연스러워진다. 사회의 평범한 일원이 아닌 괴짜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을 필요로 한다고 허 평론가는 강조한다.

사회의 평범한 일원으로 사는 길도 편안하지만은 않다. 1997년 이른바 'IMF체제' 성립 이후 한국은 속물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허 평론가의 말에 귀기울여본다. 이에 따르면 한 사회학자는 속물이 지배하는 사회를 스노보크라시(snobocracy)라고 규정한다. 그는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는 진정성을 잃어버리고, 타인지향적 삶을 추종하며, 도구적 성찰성만을 발휘하는 소노비즘이 2000년대를 관통하는 마음의 레짐(regime)이라고 정의 내린다. 특징적인 점은 만연화된 스노비즘을 비판하는 사람조차 본인이 속물이 아니라고 자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속물인 세상은 구성원들을 기만하고 상처 입힌다. 그러는 한에서 속물은 나이고, 당신이며, 곧 '이웃들'의 얼굴이다. 이때의 이웃은 살가운 관계를 뜻하지 않는다.

 


 

얼마 전 〈완벽한 타인〉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한자리에 모인 친구들은 어린시절부터 친구였고 결혼을 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갑자기 시작된 휴대폰 공유 게임으로 진실이 하나 둘 밝혀지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리메이크 작품으로 원작이 따로 있다.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라고 한다. 개봉 후 3년 만에 한국, 스페인, 터키, 인도, 프랑스, 그리스에서 리메이크를 했을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로 평가된 수작이라고 한다. 우리의 리메이크 작품 〈완벽한 타인〉도 원작 못지않게 잘 만들었다고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현대인은 누구나 무언가를 숨기고 사는 인간이라는 강한 메시지가 담긴 영화다. 휴대폰 속에 다들 한 가지 비밀쯤은 있지 않은가?

갑자기 독자가 영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이 책 『이웃들』에서 저자가 메타포로 쓰고 있는 '이웃'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허 평론가가 제시한 〈타인이라는 적〉의 명제에 다가서기 위해서다. 표제작 「이웃들」은 세 부부의 모임에 초점을 맞춘다. 태하아빠와 엄마, 재이아빠와 엄마(파라: 제이엄마의 이름이 '파라'인 것은 「지나간 이야기」에서 밝혀진다), 루키아빠와 엄마(주연)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인물은 '주연'인데, 다른 인물과 달리 그녀만 서술자에게 이름으로 불리면, 그녀와 '노인' 및 '여자' 사이에 에피소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세 부부가 정기적으로 모이는 자리에서 이들은 태하아빠의 제안으로 게임을 시작한다. 그 게임이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웃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다. 자기 의견은 제외하고 직접 본 것만 이야기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어느새 경계는 흐릿해진다. 허 평론가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직접 본 것이라는 제한을 두고 객관성을 담보하는 척하지만, 이러한 이웃 이야기는 가십과 뒷소문의 속성을 띤다. 남에 대한 음험한 대화를 통하여 그들은 본인만은 결백한 존재라고 믿어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속물적이고 의뭉스러운 남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구설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안도감, 그러한 구별 짓기가 빚어내는 효과야말로 이웃의 비밀을 화제로 올리는 이유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적 적'에 대하여 『이웃들』의 인물들은 노골적으로 적대하지 않는다. 배타성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것은 세련된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간에 비난받을 일을 저질렀을지언정, 알려지지 않으면 괜찮다고 여기며 그들은 타인과 본인마저 속인다. 한나 남편(준성)은 소리친다. "다들 정신 차리라고." 이는 타인에게만 향하는 일갈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적용되는 외침이다. 허 평론가는 그들이 정신 차리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왜'와 '어떻게'라는 메타적 질문이 결여되어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저자 전하리는 혈연으로 묶인 가족도 다르지 않음을 「휴가」에서 예증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휴가」는 '영주'는 사촌동생 '준왕'이개업한 '펍을 겸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고모들과 같이 방문한면서 옛날 일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전남편에게 연락이 왔을 때 파라는 놀이터 벤치에 앉아 미지근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여름의 한가운데였고 태양이 작열했고 모든 사물이 정신없이 햇빛을 튕겨냈다. 아들 재이는 친구들과 정글짐 위를 날아다니듯 뛰어다녔다. 파라는 동네 엄마들과 나란히 앉아 있던 벤치를 벗어나 전화를 받았다. 그가 전하는 진부한 안부 인사를 들으며 이제 그와는 인사 너머의 마음은 짐작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p.69) - 「지나간 이야기」 중에서

 

그는 뒤늦게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획득했다. 오래전, 컬렉터들이 남편을 쫓아다닐 때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정대가 한나에게 호감을 보였을 때 그녀는 그를 돈만 많은 바보라고 생각했다. 뜻밖의 일들은 끊임없이 일어났고 한나가 기대하고 짐작했던 것들은 모두 틀렸다.

한나는 이 층으로 올라갔다. 벽마다 걸린 유화 작품에서 오래된 기름 냄새가 났다. 언젠가 한나의 작품도 이곳에 걸렸었다. 동남방앗간이 갤러리였을 때 한나는 여기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작품 한 점을 이정대에게 팔았다. 그 그림이 컬렉터들의 눈에 띄어 중견작가와 협업을 하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좋은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한나의 그림은 점점 정형화되어 누구의 마음도 흔들지 못했다.(p.106) - 「해피버스데이」 중에서

 

저자 : 진하리

 

2022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c*****0 2023.08.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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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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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잃기 전까지만 해도 태미는 그림에만 몰두했다. 쌓여가는 그림을 볼 때 마다 속상하고 막막했지만 좌절하진 않았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마음을 다독였다. 그래, 누구에게나 때는 오는 법이니까. 하지만 언젠가부터 지역사회특별전에서조차 태미를 초청하지 않았다. 태미는 작업실의 비싼 월세, 잘필 후의 허전한 시간을 메우느라 몇 개의 미술반을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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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잃기 전까지만 해도 태미는 그림에만 몰두했다. 쌓여가는 그림을 볼 때 마다 속상하고 막막했지만 좌절하진 않았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마음을 다독였다. 그래, 누구에게나 때는 오는 법이니까. 하지만 언젠가부터 지역사회특별전에서조차 태미를 초청하지 않았다. 태미는 작업실의 비싼 월세, 잘필 후의 허전한 시간을 메우느라 몇 개의 미술반을 개설했다. (-10-)

아파트 놀이터엔 언제나 아이들이 뛰어놀았다. 루키도 놀이터를 좋아해서 유치원을 마치자마자 놀이터로 달려갔다. 대체로 집 앞이었지만 아닐 때도 있었다. 아이들은 초등하교 건너편의 모래 놀이터를 가장 좋아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흙먼지가 날리도록 뛰어다녔다. 모래가루가 황사보다도 더 뿌옇게 일어나도록.. (-69-)

분명히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작업실은 어두웠다. 한나는 케이크가 담긴 접시를 탁자에 내려놓고 다시 한번 이정대를 불렀다.

선배?

아무도 없었다. 아래층에 틀어놓은 재즈음악 소리가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작업실을 살펴보는데 문이 무거운 소리르 내며 저절로 닫혔다. 작업실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107-)

네 큰고모가 오해한 거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엄마는 돈 때문이라고 했다.건축일을 하던 작은 아버지가 손대는 일마다 망하자 그 빚을 감당하던 작은 어머니마저 주저앉은 거라고.이혼하지 않았더라면 작은 어머니는 지금도 빚을 갚으며 살고 있었을 거랏고. 작은 어머니는 넉넉한 집안의 장남과 재혼했다. 맞벌이였는데도 그 집안의 모든 제사를 책임지며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었다. 설익거나 타던 호박전이 그림처럼 예쁘게 부쳐졌을 때 작은 어머니는 작은 아버지를 떠났다. (-166-)

남자 아이들이란, 작은 어머니가 핸드배글 고쳐 메며 으르렁대듯 말했다. 뛰고 구르고 넘어지고 주먹질하고...세상에. 그러다 불까지 지르는 거야. 영주가 놀란 얼굴로 쳐다보자 작은 어머니가 당황하며 굳어진 인상을 폈다. 미안, 미안,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192-)

소설 『이웃들』은 여섯 편의 짤막한 소설들이 연작으로 이어지고 있다.이 여섯 소설이 연작 소설인 이유는 앞에 나오는 인물이 다음 소설에 등장한다는 것이다.소설 「야외수업」 에 등장하는 인물이 「이웃들」 에 다시 등장한다. 이 소설은 서로가 서로에게 속물인 세상을 담고 있으며, 우리가 왜 속물로 살아가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IMF 이전 우리 삶에는 물질적인 가치 보다 정신적인 가치를 유지했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돈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겼고, 조금 손해를 보는 쪽으로 살아왔다.내가 피해를 보더라도 좋은 게 좋은거라고 생각하며 살아갔고, 넘어갔다.

IMF 는 그러한 선택과 관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물질이 없으면, 당장 내 삶이 위태로워진다.일자리가 사라지고,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서, 그 이전보다 물질적인 가치에 집착하게 된다. 그 누구도 나르 챙겨주지 않는다는 생각에,불안과 공포가 여실히 느껴졌고, 속물로 살아가는 것이 내 삶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이다. 소설 여섯 편에서, 주인공들이 돈과 물질에 집착하는 이유도 그렇다. 특히 내가 가진 것을 잃어버릴 때,그 잃어버린 것에 집착하게 되고,그것이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었다. 마지막 소설에서, 네명의 고모 밑에서 성장해왔던 어린 준왕과 , 준왕의 엄마인 작은 어머니, 그리도 또다른 주인공 영주가 등장하고 있었다. 한 가정이 예기치 않은 이유로 이혼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내가 누릴 수 있는 책임과 권리가 소멸될 수 있다.영주가 속물로 살아갈수 박에 없는 이유다. 우리가 삶아가면서, 나이가 들어갈 수록 속물이 되고, 속물이 되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k*******2 2023.08.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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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60년 이상을 한동네 이웃으로 지낸 두 할머니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두 분은 남편을 먼저 보내고 홀로 각자의 집에서 지내지만, 함께 드라마를 보다가 잠이 오면 그 자리에 드러누워도 깨우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저녁까지 놀다가 드라마보다 또 잠든다. 촬영하던 PD에게 갈 때 불 끄고 가라는 말까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두 할머니는 함께 한다. 오늘날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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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60년 이상을 한동네 이웃으로 지낸 두 할머니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두 분은 남편을 먼저 보내고 홀로 각자의 집에서 지내지만, 함께 드라마를 보다가 잠이 오면 그 자리에 드러누워도 깨우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저녁까지 놀다가 드라마보다 또 잠든다. 촬영하던 PD에게 갈 때 불 끄고 가라는 말까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두 할머니는 함께 한다.

오늘날의 이웃들은 어떤가? 연락 없이 불쑥 찾아가면 실례고, 음식을 나누면 부담이 되고, 굳이 이웃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웃을 마주치는 것이 불편해졌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조용히 사는 근처에 사는 사람으로 지내는 게 더 편하다. ‘이웃들’은 60년 이상을 함께 해온 할머니 이웃처럼 격의 없이 지내는 모습은 볼 수 없지만,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좋은 이웃으로 보이고 싶은 거품을 만들어 내는 소설집이다. 차라리 비눗방울처럼 터져버리면 속이라도 후련할 텐데 열심히 거품을 만드느라 보글보글하다가도 때로는 부글부글 속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학년 성민은 바지에 똥을 싼 게 부끄러워 화장실에 숨었다가 늦은 밤 발견되었다. 경찰이 동네 안팎을 수색하는 동안 단톡방으로 촘촘히 연결된 이웃들은 성민의 신상과 사진을 공유했다. 그러다 누군가의 한마디 때문에 실종은 가출로 왜곡되었다가 성민을 찾은 뒤엔 한 가지 사실만이 또렷이 남았다. 성민 엄마가 계모라는.”

"희주의 농담에 테미가 웃음을 터트렸고 와인리스트를 넘기던 수연이 따라 웃었다. 그녀들은 유쾌했고 자연스러웠으며 편안해 보였다. 한나가 보기에 그녀들은 평온해 보였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그런 것 같았다. 그 이면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세 닢 주고 집 사고 천 냥 주고 이웃 산다는 말이 있다. 집을 정할 때는 집 자체보다도 주위의 이웃을 더 신중히 가려서 정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왜곡, 시기, 질투, 갈등을 보기 좋게 포장하느라 참 답답하게 사는 ‘이웃들’이다. 이웃을 고르는 일에 속내를 볼 수 없으니, 집값은 천 냥으로 치솟고 세 닢짜리 이웃들만 남은 현실로 정 없이 사는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의 모임 같은 소설집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생각을 작성하였습니다.

l*****t 2023.07.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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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지금 사는 아파트에 이런 이웃들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다는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없을 땐 욕을 하고 있지 않을까?는 생각을 하게끔 해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이웃이라고 하면 생활공동체의 성격에 더 가까웠고 속담에서도 "먼곳의 친척보다는 가까운 곳의 이웃이 더 낫다"던가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당장에 위층집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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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지금 사는 아파트에 이런 이웃들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다는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없을 땐 욕을 하고 있지 않을까?는 생각을 하게끔 해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이웃이라고 하면 생활공동체의 성격에 더 가까웠고 속담에서도 "먼곳의 친척보다는 가까운 곳의 이웃이 더 낫다"던가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당장에 위층집에선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그만큼 개인성향이 강해졌고 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가 도래했습니다. 누구 하나 탓할 수 없는 것이 시대가 이렇게 바꾸어버렸습니다.

태미는 이웃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누가 그러던데라는 카더라 방송이나 혹은 직접 확실히 보지는 못했지만 실루엣이 그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을 전해들으면서 점점 사람에 대한 회의감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양면성을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이사장이 성희롱발언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참다못해 이사장을 향해서 소리친다거나 하는 모습은 지금 현대사회를 그대로 베껴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한켠으로는 씁쓸함도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웃이라는 존재로 인해서 가족이 해체되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존재로 인해서 사업이 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학원을 번듯하게 키웠더니 형이 횡령을 하면서 대표권을 잃어버렸고 자신이 없어도 돌아갈 만큼 커져버린 학원은 자신이 키웠지만 더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종합해볼때 사실 내가 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보잘것없는 점에 불과한 존재라는 사실이 이 소설에서 드러나는 이면의 내용이 아닐까? 도 생각해봤습니다. 이웃이지만 사실상 적들이라고 부르는 게 더 좋을 법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글은 솔직하고 깊이있는 리뷰공간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소설 #이웃들

r****2 2023.07.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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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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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그게 그거 아니야? 그러니까요, 뻔한 거죠.   내가 우연히 목격한 이웃의 모습. 노인과 팔짱을 끼고 있는 젊은 여자를 보았다고 주변인들에게 슬쩍 말을 건넸을 뿐인데 모두들 한마디씩 얹으며 수군대기 시작합니다. 뭐 뻔한 거 아니냐고. 어둡고 커다란 나무 아래 몸에 딱 붙는 레깅스를 입은 여인과 함께 있던 환갑이 훌쩍 넘은 목사는 왜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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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그게 그거 아니야?

그러니까요, 뻔한 거죠.

 

내가 우연히 목격한 이웃의 모습.

노인과 팔짱을 끼고 있는 젊은 여자를 보았다고

주변인들에게 슬쩍 말을 건넸을 뿐인데

모두들 한마디씩 얹으며 수군대기 시작합니다.

뭐 뻔한 거 아니냐고.

어둡고 커다란 나무 아래

몸에 딱 붙는 레깅스를 입은 여인과 함께 있던

환갑이 훌쩍 넘은 목사는 왜 거기 있었을까.

아람 엄마는 왜 얼굴에 멍이 들었을까.

뭐 뻔한 거 아니겠어요.

 

 


그녀들은 유쾌했고 자연스러웠으며 편안해 보였다.

한나가 보기에 그녀들은 평온해 보였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그런 것 같았다.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내다

여전히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친구들은

모두들 평온해 보입니다.

물론 그녀들의 속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는 것이죠.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각자가 간직한 서로에 대한 비밀.

그래서 그들의 관계는

어딘가 위태롭고 위험해 보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속물인 세상은

구성원들을 기만하고 상처 입힌다.

 

소설집에 담긴 6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이웃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타인의 비밀을 간직한 이가

어딘가에서는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익숙하고도 불편한 관계.

책을 읽는 내내

여럿이 모여 누군가를 안줏거리로 삼아

험담을 하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적당히 흥미롭고 묘하게 흥분되지만

어쩐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행위.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며,

철저히 타인이라고 여겨왔던 그들이

어쩌면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흠칫 놀라게 됩니다.

그 누구도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자신 있게 나무라지 못할 것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0***l 2023.07.3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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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진하리, 아시아) #소설 #이웃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했다. 이 말뜻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첫 번째, 인간은 본성적으로 폴리스를 형성하며 살아가기에 적합한 동물이다. 두 번째, 전체는 필연적으로 부분에 선행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 혹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은 첫 번째 원리에 기초해 있다고 할 수 있고, 개인은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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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진하리, 아시아)

#소설 #이웃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했다. 이 말뜻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첫 번째, 인간은 본성적으로 폴리스를 형성하며 살아가기에 적합한 동물이다. 두 번째, 전체는 필연적으로 부분에 선행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 혹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은 첫 번째 원리에 기초해 있다고 할 수 있고, 개인은 폴리스 안에서만 존재의 의의가 있다고 한 것은 두 번째 원리에 기초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사람 속에서 관계를 맺으면서 그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이 가장 갈망하는 것이 원만한 인간 관계이고,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분도 인간 관계가 아닌가 싶다. 고대 그리스 폴리스보다 더 많은 사람과 같이 살고 있고, SNS를 통해서도 더 많은 관계를 맺고 있는 듯 보이다가도, 여전히 외롭고 고독한 혼자만의 세계에 있기도 하고, 진정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오늘 만난 책은 진하리 작가의 소설집 [이웃들]이다. <야외수업>, <이웃들>, <지나간 이야기>, <해피버스데이>, <향기롭고 쌉쌀한>, <휴가>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먼저 소설집의 제목이기도한 <이웃들>을 먼저 읽었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읽어가기 시작했는데 등장 인물과 사건이 연결된 소설이었다. 다 읽고 나서 보니 첫 번째 부터 다섯 번째 소설까지 연작 소설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웃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그것을 모르는 주변의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에 취해있고, 그들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말을 옮긴다. 비밀과 추측, 과거의 사건이 드러나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편집된 기억이 자신만의 확실한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왜곡된 기억을 생각할 때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떠오르고, 연작 소설에서 사건과 등장 인물이 연결되는 구조는 [피프티 피플]도 떠오른다. 모인 이웃이 서로에 대한 비밀과 사연이 연결된 점에서는 영화 [완벽한 타인]이나 구병모의 [네 이웃의 식탁]이 생각난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과 실제 자신의 모습이 100% 일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현대사회에서 이웃과 이런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작가는 그런 겉과 속이 다른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내려고 했나보다.

 

마지막 작품 <휴가>에서도 과거의 사건을 기억에서 지운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휴가지에서 생긴 엄청난 일을 가슴속에 묻고 아무도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이 단편을 읽으며 어렸을 적 외가 식구들과 함께했던 여름 개천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살기, 살아내기 바쁜 와중에 틈을 내 여름의 열기를 식히겠다고 식구들이 한데 모였겠구나하는 왜곡된 좋은 기억이 남아있다.

 

“뜻밖의 일들은 끊임없이 일어났고 ……

기대하고 짐작했던 것들은 모두 틀렸다.”

 

 


 

 

어느 작품에서는 조연이던 인물이 또 다른 작품에서는 주연으로, 혹은 그 반대로 전환된다. 이는 나와 당신이 세계에 표상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상호 이웃으로 살아감을 증명하는 설정이다. 이때의 이웃은 물론 살가운 관계를 뜻하지 않는다. 이웃사촌이라는 명칭이 통용되던 시절로부터 우리는 너무 멀리 떠나왔다. 이웃은 물리적으로는 가까이 있되 심정적으로는 아득한 타인의 동의어이다. 인물들은 친밀하기보다는 친밀함을 연기하고, 위로하는 척하면서 슬며시 배신한다. 표리부동이야말로 그들의 신조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속물인 세상, 허희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k******7 2023.07.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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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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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진하리 저 아시아 소설 '이웃들'은 너무나 평범한 우리네 모습을 담아낸 진하리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여러 인간관계 중 하나인 이웃관계를 다양하게 그려내었는데요. '휴가'를 제외한 5편의 단편은 그 이웃들의 주인공이 바뀌어 등장합니다.   이 편에서는 주인공이었던 사람이 다른 편에서는 조연이나 엑스트라 정도로 나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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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진하리 저
아시아

소설 '이웃들'은 너무나 평범한 우리네 모습을 담아낸 진하리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여러 인간관계 중 하나인 이웃관계를 다양하게 그려내었는데요. '휴가'를 제외한 5편의 단편은 그 이웃들의 주인공이 바뀌어 등장합니다.

 

이 편에서는 주인공이었던 사람이 다른 편에서는 조연이나 엑스트라 정도로 나오는데요. 실제 삶 역시 남에게는 내가 불과 조연이나 잠깐 지나치는 엑스트라 정도겠지만, 내 인생에서는 당연 내가 주인공이잖아요. 읽는 내내 관점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아이들 친구 부모님 관계로, 와이프 동반 부부 모임등으로 만난 이웃입니다. 친밀함을 내세워 동네에 일어나는 온갖 가십거리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실상 속내는 터놓지 않습니다. 적당한 관계 속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냥 글로 옮겨놓은 듯하지만 머릿속에 잔상이 오래 남네요.

간단하게 리뷰할게요.

야외수업 - 야외 미술 준비를 하는 미술강사인 태미. 그 무렵 성민이라는 아이의 실종 사건으로 성민이의 엄마가 계모라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태미와 성민이 엄마, 해준이 엄마는 아이들 친구 엄마들로 인연이 있습니다. 잠시 돈독한적도 있지만, 어떤 오해로 그 관계는 지금 소원해진 상태입니다.

이웃들- 동네 치킨집 야외 테라스에서 부부동반으로 모인 그들은 동네 사람들의 가십거리를 너무 쉽게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초등학생 학부모로 만난 사이입니다. 다른 편에서 루키 엄마는 엑스트라로 등장했다면, 이번편에서는 본명 주연으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얼마 전 엘리베이터에서 겪은 일과 어느 노인의 스캔들을 이야기하는데 확인되지 않은 일입니다.

'지나간 이야기'에서는 재이 엄마인 파라의 이야기.

'해피버스데이'에서는 '야외수업'에 나온 태미의 친구 한나의 이야기가 소개되고요.

'향기롭고 쌉쌀한 편'에서는 한나의 친구의 남편인 한민성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친구와 남편 그리고 그들의 아이는 휴가를 보내러 한나의 산장에 방문하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 화목하고 문제없어 보이는 가족 모임으로 그려지지만 실상은 그러지 않습니다.

'휴가'는 독립된 단편소설입니다. 주인공 영주의 시선으로 본 사촌동생 준왕과 고모들 그리고 작은 어머니을 그려내었는데요. 회상신을 통해 영주의 심리를 엿볼수 있습니다. 휴가중에 잘못 구매한 수박. 흔히 일어나는 휴가지에서의 실수가 말하기 힘든 사고와 연상이 되는데요. 글을 읽다보면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그때의 상황이나 눈으로 보이는 것들의 묘사로 인물들의 심리를 대신 그려내는 것 같습니다. 입 밖으로 표현하기 힘든 그 미묘한 심리묘사가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데요. 현실과 과거 기억을 넘다들면서 어딘지 모르는 서늘한 기억을 더듬게 합니다. 천천히 생각하고 느껴야 알 수 있는 감정들 입니다.

 

우리도 하나씩 까보자는 거야. 어때요?이웃의 비밀 하나씩은 알 것 같은데.-44쪽

이웃들은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너무 쉽게 했다.-75쪽

#소설#이웃들#진하리#아시아#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b********4 2023.07.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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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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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지내며 정이 들어 사촌과 다를 바 없는 가까운 이웃을 '이웃사촌'이라 한다. 이 말속에는 이웃은 사촌처럼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규범적, 윤리적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한곳에 머물러 토지를 경작하며 생활하던 농경사회에서는 이웃 간의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이러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오늘날은 아파트가 보편화되면서 주거형태도 이동성이 높은 사회로 변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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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지내며 정이 들어 사촌과 다를 바 없는 가까운 이웃을 '이웃사촌'이라 한다. 이 말속에는 이웃은 사촌처럼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규범적, 윤리적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한곳에 머물러 토지를 경작하며 생활하던 농경사회에서는 이웃 간의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이러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오늘날은 아파트가 보편화되면서 주거형태도 이동성이 높은 사회로 변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 곳에만 평생 살지 않는다. 유목민은 가축을 방목하기 위해 좋은 목초지를 찾아 이동생활을 하듯 오늘날 사람들도 일과 직장 재산 증식 등 주가가치, 교통, 문화 환경 등의 다양한 이유에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 살기 때문에 평생을 함께 해왔던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진하리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 <이웃들>은 가깝게 지내는 친구, 이웃, 가족 간의 내비치는 심리를 섬세하게 소설로 심훈문학상을 수상하였다.

6편의 단편은 <휴가> 제외하고는 모두 연작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작가가 이야기하는 주제의식을 생각하면 모두 같은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남들과 다른 소수자를 질시하고 배척하는 자신의 편협함을 정의감으로 포장하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사람들의 일그러진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이해관계로 얽혀 서로에게 예의는 갖추지만 정있는 이웃이라고 하기에는 냉정한 관계.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맺어진 이름뿐인 다정한 이웃들은 동일한 세계관 안에서 때로는 주연으로 때로는 조연으로 등장하는 이 소설은 서정인 작가의 '원무'와도 닮아 있다.

어쩌면 이해관계로 묶인 타인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가는 피로 연결된 가족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휴가>에서 보여주고 있다. 영주의 시선에서 본 가족들은 화목한 것처럼 보이지만 준왕이 두 살이던 해에 단체 가족 휴가에서 준왕의 누나 준희의 죽음을 중심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어 있었다. 진실을 알고 있지만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모른 척 살아가는 가족들 역시 타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예증하고 있다.

신인 작가의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탄탄하면서 섬세한 심리묘사는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손홍규 소설가의 말처럼 이토록 무시무시해도 되는 걸까. 나 역시 진하리라는 이름을 결코 잊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인간의 본성과 인간 사회의 여러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며 이것은 소설 속의 중산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지금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d******c 2023.07.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