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바오밥나무와 달팽이가 파란별을 찾아 떠나는 긴 여정의 길을 비춰준다. 그 여정 속에서 만나는 무수한 많은 존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제고 가닿을 파란별을 떠올려본다. 자신을 ‘별의 산책자’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동화같은 글들 속에서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생의 삶을 떠올려보고, 그 삶을 채우고 있는 시간과 존재들에 대해 철학적 사유를 해볼 수 있었다.
영혼에 자물쇠를 채우고 ‘깊은 심심함’으로 채워진 꿈의새라 일컫는 ‘메르헨’을 떠올려보며 내 삶의 은유를 찾아 깊이 있는 사색을 할 수 있었다. 독서모임을 통해 참여자들과 함께 읽으며 ‘당신의 별과 잃어버린 시간과 커피 향보다 진한 아름다움과 무엇보다 당신이 찾던 보석 숨겨진 메르헨 상자’를 열어 볼 수 있었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과, 가슴 가득 채워나가야 할 것들이 어렴풋하게 그려지며 45억년의 시간 속 나의 존재를 한번 보듬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태양빛이 미치지 않는 울티마 툴레(우주의 유령들이 사는 얼음왕국)에서 암석 사이에 홀로 앉은 작은 씨앗을 발견한다. 45억년쯤 그곳에 홀로 있었다는 씨앗은 미세한 진동으로 우주의 무늬를 만들며 그 존재를 증명한다. 그 기난긴 시간 작은 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는 씨앗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기다림들이 어찌보면 매 순간 순간의 한 인간의 생애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고 따뜻해질 때를 기다린다는 씨앗은 결국 그 싹을 틔웠을까? 설령 틔우지 못했다 해도 상관없다. 그저 그 자리에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분명 가치 있는 생이었고, 의미 있는 발자취였을것이니.
숲 속의 몽상가를 만나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꿈꾸는 것이 곧 몽상이고 그런 몽상들은 결국 사물을 선천적으로 인식하는 정신, 즉 이데아라고 이야기한다. 현재를 살 때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것들, 이데아는 허상이자 실체없는 관념일 뿐이라 말하지만 그런 꿈이 그저 불온한 망상은 아니라고, 불가능을 추구하기 때문에, 불가능을 밀고 나가는 것이 꿈을 꿀 수 있는 자유와 몽상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을 준다 말하는 저자의 글 속에서 내가 꾸는 꿈이 어떤 ?(물음표)일지 생각해보게 된다.
장미별에서 만난 난쟁이는 말한다. “간직하다보면 빛나는 게 사랑이거든. 고귀한 순결함은 간직하는 것이지”라고. 간직한다는 것이 부서지고 찢기고, 병들고 깨진 것들이지만 그 상처를 간직하다보면 사랑은 스스로 빛을 내는 고귀한 위대함이 깃든다 말하는 문구들 속에서 내가 간직한 것들과 그 속에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건 무엇일까 떠올려봤다. 자신들이 버린 사랑이 거대한 은하수가 되어 빛나고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말하는 장밋빛 할아버지별의 말에서 내가 흘린 노력과 눈물들이 결국 이렇게 빛나는 한 생애로 나에게 다가오는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했다.
“철학자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감사 입은 것을 표시’하는 자라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철학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대단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이 생이, 각자의 삶이, 그 인생들이 하나 하나의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하나의 별과 저 하나의 별이 만나 설렘을 느끼고 낯선 그 만남으로 온 우주의 빛이 그들에게로 비춰지는 경험. 파란별을 만나기 위해 마주치는 그 수 많은 별들과의 인연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메멘토 모리를 떠올리며 삶을 정화시킨다.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지난 시간들을 떠올려보고 아득한 우주에 한 점도 못되는 생이 경건하게 느껴진다. 잠시 유보된 삶 속에서 내가 가야할 방향과 속도와 시선을 하나씩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두고 두고 읽고 싶은 문장들로 채워진 <바오밥나무와 달팽이>. 많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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