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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와 『여름』, 『이선 프롬』을 읽으면서 이디스 워튼을 더 읽고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초역인 『버너 자매』는 기대했던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이지만 그 시대에 실제로 존재했을 법했다. 뉴욕의 골목, 허름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자매. 자매가 만나는 사람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는 않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인물을 보며 작품이 쓰인 그 시대를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수록된 작품은 중편 「버너 자매」, 단편 「징구」와 「로마열」이다.
「버너 자매」는 뉴욕의 허름한 거리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가난이 주는 무게는 큰 법이어서 자매의 생일 선물조차 쉽지 않다. 옷 수선과 바느질로 근근이 하루를 버티는 버너 자매는 소소하지만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앤 엘리나가 동생을 위해 생일 선물로 탁상시계를 선물한다. 에블리나는 탁상시계를 선물 받기 전, 시계를 보기 위해 광장의 시계탑까지 뛰어가야 했다. 째깍째깍 들리는 시계의 초침 소리에 행복하기만 한 자매였다.
시계가 고장 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자매는 생김새가 다른 만큼 각자 맡은 일을 했다. 작은 가게에서 바느질로 물건을 판매하는 앤 엘리나와 물건에 대한 안목이 뛰어난 에블리나는 배달을 주로 하며 바깥의 일에 매진했다. 고장 난 시계를 고치러 시계방에 가면서 한 남자가 자매의 삶에 들어왔다. 일이 끝난 저녁 시간에 자매의 작은 방을 방문해 머물다 갔다. 남자의 등장은 평온했던 자매의 삶을 바꿔놓는다.
래미 씨의 방문 후, 자매는 서로를 시기했다. 원작 영화가 있는 『매혹당한 사람들』의 결말을 예상했다. 자매가 한 남자를 두고 싸운다. 결국 자매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도의 결말 말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렀다. 남자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이자 단점을 알아채지 못했던 거다. 사랑에 빠진 에블리나의 열정 때문에 비교적 많은 사람을 상대한 앤 엘리자 또한 사람 보는 눈을 키우지 못했다. 그로 인한 비참한 결론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겨우 몇백 달러의 돈에 눈이 멀어 마음을 훔쳤다. 중독된 사람의 특성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디스 워튼은 희망의 메시지를 주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은 자의 모습만을 비출 뿐이었다. 물론 전혀 희망적이지 않다고도 말할 수는 없다. 앤 엘리자는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계속 걸을 것이므로. 평온한 삶에 파문을 던지는 건 의외로 아주 간단한 것 같다. 돈 이나 사람의 마음을 훔치면 된다. 그리고 달아나면 아웃이다.
「버너 자매」를 읽으며 바뀌어버린 자매의 삶에 안타까워하다가 「징구」와 「로마열」을 읽는데 두 작품은 풍자극에 가까워 웃음이 났다. 먼저 「징구」를 보자. ‘문화생활’을 추구하는 부인들이 모여 ‘런치 클럽’을 결성한다. ‘런치 클럽’은 점심을 먹은 후 독서 토론을 하는 모임이다. 클럽이 유명해지자 유명인사를 초대하곤 했다. ‘저명한’ 작가 오스릭 데인이 마을에 도착하던 날 모임에 초대했다. 오스릭 데인의 책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이 나뉘기 마련, 자기를 내세우려는 부인들의 속물적인 모습이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유명한 작가를 초빙하니 토론의 주제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모른 상태에서 질문이 이어지는데, 작가 또한 곤혹스러운지 불편해한다. 한 부인이 ‘징구’에 대하여 질문하며 토론을 시작하는데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는 장면은 블랙코미디를 엿보는 듯하다.
「로마열」은 여자의 우정이란 종이 한 장처럼 얇기만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여성들의 우정이 모두 이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순전히 단편 「로마열」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중년의 두 미국 여성이 딸들을 데리고 로마 여행 중이다. 처녀 때 친구였던 부인들은 각자의 삶에 바빴다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다시 친구가 되었다. 겉으로는 친한 친구지만 상대방을 질투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보다 더 아름답다거나 부자인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편지 한 장에 얽힌 이들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 표면적인 우정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각자가 속한 세계에서 계급의 상승을 꿈꾸지만, 희망 사항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 드러나듯, 결혼을 일종의 계급 상승으로 보았던 것도 잘못이다. 동화적인 발상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여성의 지위와 내면세계에 좀 더 파고들었던 소설이었다. 앞으로도 이디스 워튼 읽기는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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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장의 결이 살아있는. 종이 끝에 마음이 베일 듯한 그런 소설은 아니었다. 가끔 그런 소설을 만날 때가 있는데. 이 책은 어느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사건들을 전개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결말이 쓸쓸했다. 한번 읽어보면 좋은, 또 끝까지 읽어볼만한, 아니 끝까지 읽게 되는 좋은 소설이었지만 함께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한 사건들이 아쉬웠다.
그런데 나도 자매가 있다보니 묘하게 언니인 앤 엘리자의 마음에 동감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녀는 자기 삶에서 결정적 순간이 지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의 이상 아래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 기뻤다.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그녀의 평온한 삶안에서 어떤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던 장면. 대부분의 소설주인공이라면 마땅히 모험속에 몸을 내던져 비참한 결말도 감수해야할 것이지만, 이 소설은 허를 찔러 주인공이 선택하지 않는 것을 택한다. 그리고 그 순간 소설의 주인공이 언니에서 동생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그러니까 이 소설은. 약간 어떤 느낌이냐면. 주인공이 파란만장한 대모험을 겪는 동안에. 주인공과 가장 가깝고도 먼 주인공의 언니가 혼자 느끼는 질투와 걱정과 불안에 잠 못 드는 순간들을 보여준다. 그동안 주인공이 겪는 황홀함과 격동적인 마음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읽었던가. 그런데 그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봐야하는 인물의 속마음. 잘 되길 간절히 바라면서도 불안한 그 마음이 어떻게 표현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은 역시나 우리가 걱정했던 그 나락으로 얼마나 쉽게 떨어지고 마는지. 우리는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의 관계자로서 주인공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주인공만큼 이해하기 위해서 얼마나 질문을 고르고 골라 해야하는지. 막상 주인공은 아무렇지 않게 쉽게 대답해버리고 마는지.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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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디스 워튼의 버너 자매. 이디스 워튼의 책은 처음 접해보는데 책이 두껍지 않고 쉽게 읽겠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뭔가 탁 치는 내용들의 책이 었다. 특히나 버너 자매. 추운 겨울에 읽으니 왜인지 더 스산하고 추워지는 내용이랄까.. 공포영화를 본 것도 아닌데 등이 시렸다. 뉴욕에서 살아가는 하층민, 여성의 삶을 그린 내용의 버너 자매. 너무나 현실적이라 오히려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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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너자매 #이디스워튼 #을유문화사
이디스워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여름 #여름 때문이었어요. 왠지 여름이라 ‘여름’을 읽고 싶었는데요. 겨울이 되어서야 이디스워튼을 만났네요!
이 책에는 중편의 버너자매와 두 개의 단편 소설을 담고 있습니다.
제일 매력적이었던 소설은 #징구 였어요. 정말 현웃 터졌습니다. 독서모임이 시작될 때 함께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버너자매는 평범했던 자매의 일상에 시계가 생기고, 한명의 남자가 등장합니다. 둘은 다른 선택으로 인해 이전의 삶에서 상상하지 않았을 결말을.. 어쩌면 그러한 결말을 맞이하기 위해 다른 선택이 있었었는지도 모를.. 언니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팠던 소설이었습니다.
p.11 아무도 돌보지 않는 그 슬픈 구간은 먼지와 지푸라기와 구겨진 종이들이 바람에 날려 소용돌이치며 풀썩이곤 했다. ... 회색빛 나날이 이어지던 그들에게 이따금 맑은 날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황혼녘의 은빛 정도 되는 시간이 폭풍같은 하루가 끝날 무렵 찾아오기도 했다.
p.29 그녀는 기회를 송두리째 날리고 난 뒤에야 자기가 거기에 얼마나 많은 희망을 걸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세계문학 은 왠지 조금 어렵다는 생각을 해왔는데요 이 책은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늘 #민음사세계문학전집 을 갖고 싶었었는데요 #을유세계문학전집 이 탐나기 시작했어요. 큰일났구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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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사람들의 관계와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고 큰 사건이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인물들의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점점 긴장감이 쌓인다. 특히 두 자매의 관계는 단순한 가족 관계를 넘어서, 서로에 대한 의존과 갈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쉽게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 작품은 겉으로 드러나는 사건보다, 인물들의 선택과 감정의 변화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읽는 동안 화려한 전개는 없지만, 오히려 더 깊은 몰입감을 느끼게 된다. 작은 선택 하나가 관계를 바꾸고, 그 결과가 쌓이며 삶이 달라지는 모습이 조용하지만 강하게 남는다. 나는 인간관계가 단순하지 않으며,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많은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