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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내가 국민학고 5학년 말이었을 무렵 선생님이 아래와 같은 그림을 그리며 정사각형에 내접한 원을 제외한 면적을 구하라고 문제를 내신 적이 있었다.
그런데 주어진 조건은 정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가 20㎝라는 것만 알려주신 것이다. 나는 뭔가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국 답을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겨울방학 내내 오직 저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만 생각했었다. 당시는 중학교 과정에 대한 선행학습이 전혀 없었던 시절이라서 피타고라스의 법칙이라던가, 제곱근과 같은 것을 배우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대각선의 길이를 아는 정사각형의 면적은 구할 수 있었지만, 그것에 내접한 원은 반지름을 구할 수 없어서 면적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중학생이라면 피타고라스의 법칙과 제곱근으 통해 정사각형 안에 내접한 원의 반지름을 구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 과정에선 그런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 선생이 내려던 문제는 정사각형 밖에 외접한 원을 그리고 원의 면적에서 정사각형의 면적을 제외한 부분의 면적을 구하라는 문제를 내려고 했었는데, 그만 실수로 반대로 내접한 원을 그려 문제를 내신 것이었다. 원래 내려던 문제도 정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만 알려주는데, 사실 그 대각선 길이의 절반이 바로 원의 반지름이 되기에 원의 면적을 구하면 정사각형의 면적을 구해 빼면 되는 문제였다.
그런데 선생이 낸 문제는 위와 같았다. 물론 위와 같은 문제를 냈다가 바로 '아니군!' 하면서 바로 지우고 다시 원래 내려던 문제로 바꿔 내시긴 했다. 그런데 나는 뭔가 저 문제의 답을 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의 겨울방학 내내 오직 저 문제의 답만 생각했었다. 그러다 6학년이 된 3월 무렵 저 문제의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원의 반지름은 구할 수 있지만 반지름의 제곱, 즉 r²은 구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저 정사각형의 ¼ 면적이 바로 r²이 되는 것이었다. 반지름인 r은 구할 수 없어도 일단 r²을 구하면 거기에 3.14(π)를 곱하면 원의 면적이 되는 것이었다. 결국 원의 반지름은 알 수 없어도 반지름의 제곱을 구할 수 있으면 원의 면적을 알게되는 것이었다.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은 오직 2차원 평면에서의 기하학만 다루고 있다. 아마 초등학교 과정으로 따지면 4학년에서부터 8학년에 이르는 과정 정도가 될 것이다. 내용 자체만 보자면 4학년 과정에 불과할지라도 이러저러하게 꼬아놓으면 최소한 초등학교 6학년은 되어야 풀 수 있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한때 초등영재원 선발고사 대비반을 학원에서 운영했던 경험으로 아래와 같은 문제를 낸 적이 있었다.
문제) 포수는 자신의 집을 나와 남쪽으로 10㎞ 이동한 후에 곰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곰을 향해 총을 쐈고, 곰은 동쪽으로 10㎞ 움직 후 죽었다. 사냥꾼은 곰을 끌고 북쪽으로 10㎞ 이동한 후에 집에 도착하였다. 그러면 곰의 털의 색깔은 무엇인가?
그냥 문제를 읽어보면 도처히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남쪽으로 10㎞, 동쪽으로 10㎞, 북쪽으로 10㎞ 이동한 후에 다시 제자리가 된다는 것이 바로 말이 안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곰의 털 색깔이 뭐냐고 물으니 대체 문제가 뭐 이따위냐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남쪽으로 10㎞, 동쪽으로 10㎞, 북쪽으로 10㎞ 이동한 후에 다시 제자리가 되는 곳은 딱 2군데 뿐이다. 바로 북극점과 남극점만이 저렇게 이동했을 때 다시 제자리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냥꾼의 집은 북극점에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곰의 털 색깔은 북극곰이니까 흰색이 된다.
이 책에 있는 내용들은 오직 평면인 2차원에서의 문제들로 가득하다. 만약 원기둥이나 삼각뿔, 정육면체 등에서 ½ 지점을 지나는 대각선이라던가 하는 부분은 중학교 과정에서 나오는 내용들이다. 보통 이 책에 나오는 문제들은 초등학생용 수학경시대회 정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만약 평면이 아니라 원기둥이나 삼각뿔, 정육면제의 내부 공간을 지나는 대각선 길이의 합이라던가 하는 내용은 중학교 수학경시대회에 자주 나오는 내용들이다.
우리집에 초등학생이 있었다면 최고의 수학 문제집이 되었을텐데, 그렇지 못하니 조금은 아쉬울 뿐이다. 아마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수학학원이라면 이 책에 나오는 문제들은 최적의 문제들이 될 것이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