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이른바 ‘먹방’이 대세이다. TV에서나 인터넷에서나 먹거리가 넘쳐난다. 가장 기본적 욕구인 음식 앞에서는 누구나 무장해제가 된다. 맛있고 먹음직스러운 음식 앞에서 군침을 삼키는 것은 모든 생물이 다 같은 것이다. 그렇게 음식은 뾰족하게 날이 서 있는 경쟁 속에서 잠시 잊고 안식을 찾을 수 있게 만든다. 요즘 먹방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나카무라 가즈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음식 앞에서는 사람은 아이처럼 더없이 순박하고 천진스러워진다. 솔직히 나는 책장을 넘겨 첫 장을 채 읽기도 전에 그녀의 귀여움에 반하고 말았다. “저 구름은 정말 아름답고 맛있어 보인다!” 접시 위 작고 하얀 구름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이것이 이들리(idli, 쌀가루로 만든 찐빵)다. 쌀가루와 콩가루를 발효해 만든 일종의 찐빵인데, 남인도에서는 아침에 먹는다. 데칸 고원 남단의 고도 마이소르(Mysore)에서 갓 찐 이들리를 보고 눈을 반짝이던 나. 빙그레 웃는 식당 종업원. 남천축(南天竺)의 아침 식사, 접시 위에는 하얀 구름이 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얀 구름을 닮은 빵이라니. 나는 바로 인터넷 창에 ‘이들리’를 검색했다. 생김새는 둥그스름한 모양으로 생김새는 ‘난’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 난은 밀가루로 구운 것인데 반해 이들리는 쌀과 콩가루를 반죽해 쪄서 훨씬 촉촉하고 부드럽게 보인다. 비록 사진이었지만, 나도 그녀만큼이나 이들리를 좋아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들리- 사진출처: naver, 세계 음식명 백과)
이들리를 시작으로 그녀의 ‘로컬푸드 기행’이 시작된다. 책의 전반부는 그녀가 동인도 제도의 카브리 해의 섬들을 돌아다니며, 그곳의 맛을 체험하는 이야기이다. 망고, 패션프루츠, 캐슈 등 열대 과일부터 ‘솔트 피시 케이크’(물고기 케익), ‘빵 열매’ 등. 그녀가 경험한 이국적인 맛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또, 벌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식인종에 관한 이야기 등 다소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가 ‘탐험가의 식탁’이라는 제목의 장에서 소개되고 있다.
이와 같은 그녀의 이야기들은 쭉 살펴보다보면 전체적으로 변방의 맛이라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 이 변방의 맛이라는 것도 거의 찾기가 드물어졌지만, 지은이는 각종 여행기, 탐험기 등 문헌을 바탕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그 변방의 맛을 발굴해낸다. 이런 변방에는 역사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이제는 사라져가는 과거의 것들도 포함된다. 저자는 말한다.
" 한 잔의 물이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맛있다. 맛은 삶의 문맥 위에 있다."
우리는 긴 길을 걷고 난 후에 마신 물 한모금, 밥 한 숟갈을 맛을 잊지 못한다. 이 책은 미지에 대한 것의 탐험, 모험심에 대한 것이자, 저자 자신의 삶의 맥락 위에서 이어지는 음식의 재발견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