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고 난 뒤 하게 된 생각은 결국 현재는 과거의 꼬리를 물고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대학입시를 위해 국사와 근현대사를 모두 공부했었다. 아마 지금은 한국사라는 이름으로 묶였고,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다루면서 전근대사의 비중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다시 돌아가서, 현대사가 그 이전의 근대사, 근대사가 그 이전 시대의 역사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한은 옛날 고구려, 백제, 신라 이전에 존재하던 마한, 진한, 변한의 삼한에서 나온 단어 한이다. 사실 상 마한, 진한, 변한이 각각 백제와 신라로 정리되고 난 뒤 다시 한이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조선의 고종이 황제가 되면서 세운 대한제국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고종이 중국으로부터, 청으로부터 독립을 표방하면서 내세웠던 것이 단 한번도 중국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지 않았던 한반도 남부의 삼한이라 부르던 한이었다. 이 대한제국이 일본에게 합병되어 멸망당한 후, 독립운동가들은 대한을 내세웠다. 말하자면 잃어버린 것에 대한 향수, 혹은 정통성의 추구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세워졌고, 그러한 근대사의 족적이 결국 현대사에서 대한민국이 세워지게 하는 영향이 있었던 것이다. 한편 이에 대한 대립각이 바로 조선이다. 애초에 조선이라는 이름은 그 시작이 과거 위만조선, 기자조선 하던 그 사대주의적 냄새가 풀풀나는 이름이었다. 물론 단군조선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성계의 조선을 만드는데 일조했던 사람들이 중화사상에 심취했던 성리학자였고, 그 이름의 선택도 명나라 황제가 고른 것이었다. 더욱이 대한제국이 일본에게 합방된 이후 다시 종속국? 혹은 종속지역으로서 정해진 한반도의 이름이 조선이었다. 말하자면 조선은 사대주의 혹은 종속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이 한의 대립지점이었던 이유는 1920년대부터 등장하게 된 사회주의자들이 봉건왕조의 상징, 민족주의 부르주아들이 사용해 마지않는 상징인 대한과의 대척점으로써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나름대로 당시 조선이라 부르던 식민지의 사람들이 친숙하기 때문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근대사의 영향으로 오늘날, 현대에 한반도 남쪽에 들어선 나라는 대한민국이고, 또 다른 나라는 스스로를 북조선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통일된 뒤의 한반도의 국가는 어떤 국호를 써야 하는가? 이미 한쪽 체제에서 60년 이상 사용되어 그 진한 여운이 남아버린 대한 혹은 조선보다는 고려가 사용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책에 나오긴 한다만, 결국 현대의 역사는 미래에 영향을 끼칠 예정이다. 결국 역사는 물고 물리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