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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1월의 어느 날. 그러니까 어제 밤과 오늘 새벽의 사이에 읽은 책. 시간을 잊고 달려드는 층간소음에 잠이 들 수도 없고 들라고 차면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그 물 내리는 소리, 발걸음 소리에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리뷰를 쓰다가 갑자기 층간소음 얘기라니.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그것이니 층간소음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는데. 여하튼, 여러 시도를 해봤고 대화도 해봤지만, 내 다이어리에도 열심히 손으로 적었지만. 애초에 대화를 해서 바뀔거라면(소리가 잠잠해질거라면) 애초에 소리가 안나도록 조심했을 것이니. 사람은 결국 자기가 겪은 것 대로 자기 중심적일 수 밖에 없으려니.
12시가 넘은 그 시간, 나는 소음의 예민함을 벗어 던지고 메리 올리버의 '완벽한 날들'을 집어 들었다. 무심코 얇은 그 책이 새벽에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시와 산문의 혼합인 그 책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새벽의 내 신경을 잠재울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결과는 성공적. 새벽에 읽기 좋은 책이다. 나는 메리 올리버에 대해 아는 바가 전무하다. 그녀의 시는 시집 여기저기서 읽고 필사했던 것이 전부로 메리 올리버가 쓴 책을 온전히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 읽으면서 소로의 '월든'이 간간히 떠올랐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관찰하고 사색하고 시선의 흐름대로 자연에 대해 쓴 메리 올리버. 평온했다, 글을 읽는 내내. 새벽인데, 졸리지 않았고 머리의 신경은 팽팽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리뷰를 쓴 지 얼마 안된 완전 초짜인 나라서 그런가), 리뷰에서 줄거리를 담거나 페이지 마다 인상깊은 대목으로만 이루어진 리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개인이 그 책을 읽을 때 어떤 심리 상태였고, 그래서 이 책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가 나의 리뷰에 대한 관심사인데. (뭐, 나도 리뷰를 쓰다가 어느 순간은 줄거리 위주로 쓰게 될 수도 있으려나)..
우선 중간, 내가 읽지 않았고 잘 모르는 에머슨과 호손에 대한 글에서는 다소 지루함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역시 시는 평온하고 내가 그 숲을 진짜 걷는 느낌이 들어서 숲 냄새가 나는 착각까지 일 정도였다. (그리고 동시에 왜 수많은 작가들이 새벽 일찍 일어나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지 알았다. 그 시간이 감각이 예민해지면서도 예민해서 불안한 상태가 아니라 감각이 첨예해지면서 평온하게 오감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시간대였다. - 그리고, 무차별한 층간 소음에서도 자유로운 시간대였고 - ) "고독은 잎과 빛, 새소리, 꽃, 흐르는 물의 세계에 솔직하고 기쁘게 감응하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다." 올 해 그래서 나는 이 고독으로 들어간다. 설렌다. 이 책이 새벽의 나의 불면증을 고요히 잠재워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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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다. 파랑새들이 하늘에서 미끄러지듯 날아다닌다. 4월이다. 고래들이 고향으로 돌아온다.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희귀한 참고래가 해안에 도착한다. 만으로 들어오고, 가끔 항구로 들어오기도 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장난을 아는지 거대하고 육중한 몸을 뒤채고, 물 위로 뛰어오른다.’ 23쪽 「흐름」 중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 밀과 백합이 자라거나 자라지 못하는 건 비에 달려 있다. 그 해에 비가 넉넉히 내리면 가을에 나무들은 고운 단풍 빛깔로 우리를 눈멀게 한다. 비의 양에 따라 연못도 신선해지거나 물이 말라 늪지로, 심지어 사막으로 변하기도 한다.’ 132쪽 「위안」 중에서
계절이 바뀌고 장마나 가뭄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진다는 생각만 했을 뿐 나무와 숲, 시내와 강을 따라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은 잊고 있었다. 세상이 그들을 주목하는 동안 잠시 그들을 생각했다. 시인이기에 그녀는 모든 것을 면밀하게 관찰한 것일까. 아니다, 그녀는 은밀하게 변화하는 경이로운 우주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천천히 읽어야 좋을 책이다. 한 문장을, 한 문단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좋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우리 생에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사는 날들 중 완벽한 날들이라 꼽을 수 있는 날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완벽한 날들을 위해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완벽한 날들은 우리 곁을 지나간다.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는 짧은 순간처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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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뜨고 진다. 아침과 낮은 사라지고 밤이 된다.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진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과 자연들이다. 그저 평이한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되었다는 걸 나는 꽃이 아닌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소리로 느낀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리는 청량한 새의 지저귐은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리고 생각한다. 저 새는 어디서 겨울을 보내고 이곳으로 날아왔을까?
길고 긴 겨울잠에 빠져드는 동물,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는 긴 여정을 떠나는 바다거북, 우리는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몸짓으로 번식하는 식물들, 모든 것은 경이롭고 신비하다. 다만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이다. 메리 올리버의 『완벽한 날들』은 이런 자연을 이야기 한다. 항구도시인 프로빈스타운에서 자연과 함께 살며 느끼는 일상을 들려준다. 그러니까 시인의 눈으로 바라 본 세상을 그려낸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꾸미지 않고 고스란히 기록하고 전한다. 그림을 그리듯 아름다운 자연을 글로 섬세하게 스케치한다.
특별하거나 놀랄만한 일상이 아니다. 그저 눈에 닿는 풍경들, 손에 잡히는 자연들이다. 동반자인 몰리 멀론 쿡과 기르는 개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고 지난 시절을 추억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의 글을 통해 내게로 온 그것들은 매우 놀랍고 특별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것들을 나는 왜 몰랐을까.
‘3월이다. 파랑새들이 하늘에서 미끄러지듯 날아다닌다. 4월이다. 고래들이 고향으로 돌아온다.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희귀한 참고래가 해안에 도착한다. 만으로 들어오고, 가끔 항구로 들어오기도 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장난을 아는지 거대하고 육중한 몸을 뒤채고, 물 위로 뛰어오른다.’ 23쪽 「흐름」 중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 밀과 백합이 자라거나 자라지 못하는 건 비에 달려 있다. 그 해에 비가 넉넉히 내리면 가을에 나무들은 고운 단풍 빛깔로 우리를 눈멀게 한다. 비의 양에 따라 연못도 신선해지거나 물이 말라 늪지로, 심지어 사막으로 변하기도 한다.’ 132쪽 「위안」 중에서
계절이 바뀌고 장마나 가뭄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진다는 생각만 했을 뿐 나무와 숲, 시내와 강을 따라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은 잊고 있었다. 세상이 그들을 주목하는 동안 잠시 그들을 생각했다. 시인이기에 그녀는 모든 것을 면밀하게 관찰한 것일까. 아니다, 그녀는 은밀하게 변화하는 경이로운 우주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책엔 산문 외에도 시와 그녀가 읽은 ‘랠프 월도 에머슨’과 ‘너새이얼 호손’에 대한 글도 있다. 시인이 소개하는 문학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의 문학작품은 특별하게 다가왔고 특히 호손이 그랬다. 호손의 작품 속에 녹아 든 그의 생과 불운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졌다.
천천히 읽어야 좋을 책이다. 한 문장을, 한 문단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좋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우리 생에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사는 날들 중 완벽한 날들이라 꼽을 수 있는 날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완벽한 날들을 위해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완벽한 날들은 우리 곁을 지나간다.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는 짧은 순간처럼 말이다.
‘겨울 아침, 나는 5시나 그 전에 계단을 내려온다. 하늘은 검지만 오래가진 않는다. 나는 커피를 끓이고 창문마다 다니며 블라인드를 올리고 밖을 내다본다. 분홍, 귤색, 라벤더색 빛이 동쪽 수평선을 따라 돌진하다가 안개처럼 하늘로 기어올라 어둠의 안쪽 모퉁이에서 바르르 몸을 떤다. 우주의 은밀한 곳! 색깔들이 물 속으로 흘러들고 모든 것이 푸르게 변한다.’ 122쪽 「먼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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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표현 하나하나에 공감하며 읽었슴니다 메리올리버의 산문을 보고 그녀의 시집을 읽고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른이에게 선물하려고 올해 메리올리버의 시집 *개를 위한 노래"도 챙겨 두었네요 올해 메리올리버를 만난 건 진정 행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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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과 시가 적절하게 어울어져 있는 책.
문제는, 삶에서든 글쓰기에 있어서든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혹독한 날씨는 이야기의 완벽한 원천이다. 폭풍우 때 우리는 무언가 해야만 한다. 어디론가 가야만 하고, 거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기쁨을 느낀다. 역경, 심지어 비극도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스승이 된다. p61 |
| 시인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마음과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교차했습니다. 너무 멋지고 맑은 책. 김 연수 작가가 왜 혼자 알고 싶다고 했는지 너무 이해가 됩니다. 참 맑고 강하고 투영한 시인의 영혼이 들려 주는 소리가 청아하고 몇번씩 되풀이 읽어도 너무 좋네요. 안 읽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더운 여름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아주 선선한 바람으로 땀을 식히는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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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가만히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작가의 차분하면서도 문학적이고 감각적인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귀한 책입니다. 가끔 생각해봅니다. 내게 완벽한 날들이란 어떤 것일지를요. 완벽이란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완벽하지 않아도 행복할까요? 나만의 완벽의 기준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일까요? 여행지에 가볍게 들고가 한문장, 한구절, 천천히 음미하며 아껴가며 읽고 싶은 책입니다. 이런 책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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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부는 사람을 먼저 보고 그래, 이 시대에서 아쉬움없이 시인으로서 명성을 누리고 사는 노시인의 눈에는 세상이 완벽할 수밖에 없겠지, 좋겠네..그래 보여서..배아픔 하나 가지고... 내가 보는 세상은 가시덤불 같은데..조금만 방심해도 그 날카로운 가시에 생채기로 아름다운 무늬도 그릴수도 있는 세상인데...이 노시인은 대체 무엇을 보고 살길래 세상은 그냥 완벽한 날도 아닌 날들인가??왜 찬사를 받치고 싶어 하는가???아닌데..이 세상은 정글같은데...기어코 찾고 말리라..이 완벽하지 않는 날들이 있다는 것을..그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반박해보자라는 맘..ㅋ 그러나 첫 장.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이 구절에서 나도 모르게 내가 쥐고 있는 가시덤불 같은 세상이 툭......끊어지고 있는 한순간의 돈오가 찾아왔다. 점수는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ㅋㅋ.한순간의 깨달음은 있었다. 무수히 많은 방식..나는 내가 아는 하나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 오만과 편견을 마흔중반이 주는 노련함이 주는 판단력일거라는 기대를 걸고....그렇게 내가 보는 것이 마냥 옳은 듯.. 그러나 이 노시인은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세상을 완벽한 날로 만들었다. 그 완벽한 날들을 만들기 위해 이 노시인은 그 순간을 너무 치열하게 온 몸으로 느끼면서 산 듯 하다. 백조가 우아해 보이지만 그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물 밑에선 미친듯이 발버둥을 치고 있듯이....이 노시인도 그렇게 그림같은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던거였다. 그래서 세상은 완벽한 날들일수밖에 없었고...그걸 시인은 잔잔하게 조근조근하게 알려준다. 무수히 많은 아름다움을 결코 외면하지 말라고...이 순간을 경이롭게 살아가라고...그래서 어느순간이 왔을 때 이 세상은 꿈같이 완벽했노라고...즐거웠노라고... 이 책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못 누린 그 여리고 여린 아침이 아쉽다. 내일은 여리고 여린 아침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면서..개인적으론 에머슨과 호손에 대한 노시인의 시선이 더 반갑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