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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읽지 않았었다. 어릴 때는 소녀 취향이라 생각해서, 좀 커서는 동화라 생각해서, 더 커서는 굳이 읽어야 하나 싶었다. 이제라도 읽게 된 건, 《앨리스》의 내용과 비유가 종종 다른 책에 틈입하고 있다는 걸 느껴왔고, 그게 많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냥 우리말로 읽으면 루이스 캐럴의 말장난(혹은 언어유희)을 제대로 알 수 없다고 해서 머뭇거리던 차에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세 사람이 썼다. 한 명은 당연히 루이스 캐럴 혹은 찰스 러트위지 도지슨. 또 한 명은 주석을 단 마틴 가드너. 그리고 또 한 명이 있다. 바로 옮긴이 승영조. 그도 마틴 가드너 못지 않게 많은 주석을 달고 있다. 그래서 책은 방대하다. 다른 벽돌책보다도 더 위압적으로 느껴지는데, 바로 이처럼 세 명의 저자가 다른 방향에서 이 책을 썼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루이스 캐럴이야 워낙 유명하니 넘긴다. 그런데 마틴 가드너. 그가 그 마틴 가드너란 걸 거의 중간쯤 읽을 때에야 깨달았다. 마틴 가드너는 대학 시절 ‘패러독스’에 관한 베스트셀러 저자로 유명했다. 그 마틴 가드너가 패러독스로 가득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주석을 빽빽한 책을 썼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것이지만) 정말로 어울리는 일이다. 그리고 옮긴이 승영조. 사실 마틴 가드너는 온갖 시시콜콜한 주석을 다 달았다. 읽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있지만, 굳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할까 싶은 것도 있고, 너무 학문적이고, 너무 진지하고, 너무 깊게 들어간 거 아닌가 싶은 것도 있어, 그런 것은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승영조의 주석은 보다 콤팩트하다. 주로는 번역과 관련한 것인데, 그게 바로 루이스 캐럴의 말장난(언어유희라고 하는)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이다. 사실 아무말 대잔치 같은 동화, 아니 판타지다. 특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더욱 그렇다. 루이스 캐럴이 이 책을 어린이를 대상으로 썼다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그는 어린아이를 빙자해서 언어유희를 맘껏 펼쳤다.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갖는 단어와 구절이 얼마나 많은지, 흔히 쓰는 관용어구를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또 얼마나 달리 들리는지(”낱말 하나가 뭔가를 뜻하게 한다는 게 참 굉장한 일이군요.“) 그럴 어린이 독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숱한 암시와 비유를 숨겨놓으면서 즐겼을 것이다. 그래서 마틴 가드너를 비롯한 수많은 캐럴리언들이 루이스 캐럴이 숨겨놓은 것들을 찾고자 지금도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게 남는 것 하나만 언급하자면, ‘Nobody’에 대한 심각한 집착이다. 등장인물들은 이 Nobody를 존재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볼 건인지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말장난을 한다. 예를 들어 Nobody hit her.라고 했을 때, 노바디라는 이가 그녀를 때렸다(아마 루이스 캐럴은 hit의 의미를 달리 하는 것도 썼으리라)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아무도 그녀를 때리지 않았다고 해야 할지와 같은 것이다. 누군가는 진짜 말장난 좀 그만하라고 하겠지만, 루이스 캐럴(혹은 찰스 도지슨)은 이것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에서 특히 재미있는 것은 삽화다. 루이스 캐럴이 출판한 책의 삽화는 존 테니얼이 그렸고, 우리가 주로 알고 있는 삽화도 존 테니얼의 것이다. 하지만 이후로도 많은 삽화가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앨리스》의 삽화를 그렸다. 그 삽화들이 이 책에 집결해 있다. 무려 44명의 삽화가의 삽화가 등장한다. 이 여러 판본의 삽화들은 사람들이 글로 쓰인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어떻게 상상했는지를, 그리고 나의 상상과는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첫 장면, 즉 토끼가 바쁘다며 앨리스를 지나쳐 가는 장면들은 다음과 같이들 그렸다. 모자를 만들 때 페놀 수지를 경화시켜 펠트를 만들면서 수은을 사용하면서, 수은에 중독되어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설명된다. ”여기선 다들 미쳤거든, 나도 미쳤고, 너도 미쳤어“ ”미치지 않고서야 여길 왔을 리가 없잖아.“ 모자장수도 미쳤지만, 모자장수만 미친 게 아니다. ‘미소만 남은 체셔 고양이’ ”꼬리 끝부터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씩 웃는 입이 마지막으로 사라졌는데, 그 미소는 나머지가 다 사라진 뒤에도 한참 더 남아 있었다.“ (224쪽) ”여기서 제자리를 지키려면 넌 있는 힘껏 달려야 해.“ (504쪽) - 마틴 가드너도 《앨리스》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었을 것이라고 한 구절이다. 그는 주로 빠르게 변화하는 정치 상황과 관련해서 그렇다고 했지만, 내가 접한 바로는 옮긴이 승영조가 주석을 달고 있듯이 ‘붉은 여왕 가설(Red Queen hypothesis)’, 즉 진화와 관련해서다(1973년 진화생물학자 리 밴 베일런이 처음 제시했다). 물론 이제는 경영 등 그보다는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결국은 앨리스의 꿈 이야기였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였다. 그렇다면 이 판타지는 그냥 판타지일 뿐 허무한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보면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마지막은 이렇다. ”여러분은 그게 누구의 꿈이었다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인생이, 꿈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그렇다면 꿈을 꾸어야 인생 아닌가? |
![]() "내 평생 이렇게 요상한 건 처음 봐."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동화책으로만 읽고, 영화로만 봤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완역본을 읽기는 처음이다. 게다가 아주 세세한 주석이 달리고 여러 버전의 삽화가 함께하는 웬만한 벽돌책은 저리 가라 하는 두께의 책을 보면서 다양한 해석들을 마주하는 기분이 참 묘하다. 루이스 캐럴은 소녀들을 좋아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탄생은 세 자매를 태우고 노를 저어가면서 지어낸 이야기였다. 그렇게 들려준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세상에 나온 동화는 오랜 세월 동안 각종 미디어에서 재해석되었다. ![]() 한 페이지는 이야기를 한 페이지는 주석으로 가득한 책이다. 다양한 해석과 시대를 반영하는 주석들과 루이스 캐럴의 이야기도 담겨서 마치 루이스 캐럴의 전기를 읽는 기분도 난다. 꽤 두꺼운 벽돌책이지만 다양한 작가들의 삽화로 인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마치 그림책을 보는 기분이다. 앨리스의 다양한 버전과 모자장수와 체셔 고양이의 여러 버전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작가들마다 다른 그림체로 그려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래서 색다르게 읽힌다. 이야기를 읽으며 주석이 나올 때마다 주석을 읽는 것도 좋고 이야기를 먼저 읽고 주석을 따로 읽어도 좋다. 그러나 서문들만은 꼭 먼저 읽기를 바란다. 서문들을 읽으며 이 이야기의 배경과 작가에 대해 세세한 것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앨리스는 실존 인물일 수도 있다. 캐럴의 첫사랑은 리들 세 자매 중 한 명인 앨리스였다고 한다. 캐럴은 세 자매와 종종 놀아줬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베이비시터 노릇을 한 거 같다. 그 자매들 덕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탄생했다. 이 이야기는 제목처럼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사건들로 이루어졌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해석을 가질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많은 작가들의 삽화를 보니 이 이야기가 서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지 알 거 같다. 여러 가지 버전으로 변주된 이야기들도 많고, 아이들용으로 축약된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이 이 이야기를 각양각색으로 해석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어쩜 루이스 캐럴은 가장 단순하게 즉석에서 지어내야 했기에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던졌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사람들(어른들)이 살을 붙이고, 시대상을 들먹이고,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오늘날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완성했는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꿈보다 해몽이 좋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 어쨌든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집대성한 책이다. 이 한 권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 앨리스>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진 책이 반품되어 폐기될 뻔했다니 안타깝다. 그래도 이렇게 나에게 와줘서 고마울 뿐이다. 그림들만 봐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거 같다. 게다가 주석들을 읽게 되면 이 말에 이런 뜻이? 하는 의아함도 생긴다. 우리와 다른 세기에 살았던 잉글랜드 독자들 중 옥스퍼드 주민들만 이해할 수 있는 농담들, 그리고 리들 자매와 캐럴만의 농담들이 포함되어 있기에 더 난해하다. 어쩜 그렇기에 수많은 '이상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정말 끔찍해. 어쩜 다들 그딴 식으로 말하지? 진짜 돌아버리겠어" 동화 속 앨리스의 이 말이 지금 현세의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거 같았다. 서로 대화를 하지만 아무도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나, 너, 우리. 어릴 때는 정말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니 이제 익숙해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모두 내 주변인 같다. 나는 그중 누구에 해당될까? 이 아름다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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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우리는 다양한 책과 영화들로 이 이야기를 만나왔다. 어린 시절 읽던 얇은 동화책부터 200페이지에서 400페이지에 이르는 책까지 다양한 형태로 독자들에게 제공되어 왔다. 어린이를 위한 얇은 동화책에서는 한 소녀의 현실같은 꿈과 신비한 모험 이야기를 다루지만 어른들에게 앨리스는 수많은 풍자와 유머를 담은 세상을 뒤집어 보고 비틀어 볼 수 있는 놀라운 책이다. 2010년 월트디즈니에서 만든 팀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고전적 영화만 보던 나의 마음에 앨리스를 향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었고 앨리스는 이제 묘하게 감추어진 비밀이 많은 놀라운 이야기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의 경전이라 할 만하다. 1871년에 처음 세상에 선보인 앨리스는 1. 루이스 캐럴의 오리지널 작품 2. 존 테니얼의 오리지널 삽화 3. 여러 판본에 실린 삽화가들의 작품 400여 점 4. 전 세계 삽화가들이 참여한 다양한 일러스트 5. 마틴 가드너의 주석 6. 옮긴이 승영조 평론가의 주석 등이 담겨 있는 완벽한 해설서라 할 수 있다. (무려 872페이지의 어마어마한 책) 이 책을 #채손독 의 #필사적으로 필사단 모집에 지원하면서 사실 마음이 설레고 기대되었다. 이렇게 훌륭한 책을 받고 필사까지 해보는 시간이라니.. 루이스 캐럴의 어린이를 향한 인사말과 책은 초판본 서론을 보며 마음이 두근거렸다. 한줄리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린이의 동화이면서 어른들만 찾아낼 수 있는 비밀스런 수수께끼와 넌센스로 가득한 선물같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