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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불주머니
윤혜숙 지음 / 단비
괴불주머니? 개불도 아니고 괴물도 아닌 괴불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검색엔진에 검색을 했더니 왠 풀이 나와서 SNS에 올렸더니 선생님들은 물론 작가님까지 괴불에 대한 사진과 설명까지 댓글로 달아주셔서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괴불주머니는 사실 책표지에도 있는데 내가 그 정체를 몰라서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 값비싼 패물을 가질 수 없었던 조선시대 서민들은 부잣집에서 한복을 짓고 남은 자투리 천을 얻어 삼각모양으로 접어 박음질한 후 모시리에 창구멍을 내 그 안에 솜을 도톰하게 넣고 다리에 색실을 달아 노리개를 만들어 선물했단다.
처음부터 궁내부, 국채보상운동 등의 단어를 듣고 조선 말의 이야기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윤덕영’이라는 이름을 듣자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윤덕영은 조카를 황후의 자리에 앉히고 자신은 시종원경이 되어 궁궐 내에서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친일파였기 때문이다. 민간자수에서 최고로 쳐주던 안주수방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궁에 들어오게 된 연수와 백부 때문에 조선의 마지막을 함께 해야 했던 순정효황후는 동무가 되어 간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인물은 지완이라는 인물이다. 안주수방의 행수로 있던 아저씨의 업둥이로 들어온 지완은 어릴 때부터 영특하고 외국어에 재능이 있었다. 그런 지완이 안주수방이 몰락하게 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안주수방을 풍비박산 내고 아버지를 돌아가게 한 김역관 밑으로 들어가고 나중에는 김역관의 욕심을 이용하여 탁지부까지 들어가서 이완용의 통역 역할까지 맡게 된다.
천하의 김 역관도 줄을 선 사람이 이완용이 아니라 송대감이라고 해서 누군가 했는데 다름 아닌 송병준이었다. 자기 이익을 위해 황실 주변을 둘러싼 이리들이 득실거렸구나!
조마조마 위태롭던 분위기는 심부름 사건을 계기로 급히 전개된다. 황후가 동생의 결혼선물이라며 준 보따리에는 아주 중요한 물건이 들어있었다. 그러고 그걸 알게 된 지완은 분을 참지 못한다. 궁을 나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와 평생 해로하라는 순정효황후는 다른 한 편으로 조선이라는 나라를 살리기 위해 동무의 도움을 얻고 싶었던 걸까? 이 위험한 심부름은 결국 김 역관의 승리로 끝난다. 연수의 방에서 편지를 찾아낸 건 다름 아닌 자신이 괴불주머니까지 만들어주며 황후에게 부탁해 퇴출명부에서 빼내 준 같은 방을 쓰던 천이였기 때문이다.
옥고에서 풀려난 연수는 평양에 정착한다. 몸이 차츰 회복되어 가던 어느 날, 김상궁이 황후의 편지를 가지고 연수를 찾아온다. 황후의 편지 끝에 지완이 곧 중국에서 돌아오면 고향으로 돌아갈 거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1910년 한일병합 조약 문서에 순종이 직접 날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옥새가 아니라 행정용 결재였던 어새라는 것과 이척이라는 황제의 사인도 없었다는 것은 나중에 신문 내용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1910년 8월 22일 병풍 뒤에 숨어 있던 순정효황후가 어전회의에 뛰어들어 옥새를 치마 속에 감췄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옥새를 강제로 빼앗은 것은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 윤덕영이었다. 왜 옥새가 아니라 행정용 어새를 찍었을까 하는 단순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물론 역사적 사실은 아니지만 안주수방 사람들이나 황실 사람들의 사연이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으리라 본다.
작가는 일본의 몰염치나 행태보다 어떻게든 나라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작가의 말에 적었다.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엇을 하나라도 가지고 살라고 한다. 나에게 주어진 길은 무엇을까? 맨 오브 라만차의 ‘이룰 수 없는 꿈’을 들으며 곰곰이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꿈을 꾸어야 하는 건 청소년들 뿐만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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