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3때 국어 시간에 배운 시로 기억하는데 당시 국어 선생님께서는 가슴에 창이 있어서 답답할 때마다 열고 닫을 수 있다면 얼마나 시원할까 라고 하셨다. 지퍼를 달면 더 편리할 거라는 말도 덧붙여서. 살다 보면 누구나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는 건 모름지기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사회 구조에서 비롯되는 답답함은 단순히 가슴에 창을 낸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닐 것이다. 조선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신분제 사회였고 그 굴레를 벗어나기란 힘들었다. 그것도 능력이 아예 없으면 모르되 타고난 능력이 출중함에도 신분의 한계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펼치지 못한다면 그처럼 답답한 일도 없지 않을까? 서얼 출신인 박제가 또한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타고난 총명함에도 홀어머니 밑에서 서얼 출신으로 자란 박제가는 비슷한 처지의 서얼들과 어울리며 성장하게 된다. 나중에는 과거에 급제, 관직에도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게 가능했던 건 헌신적이었던 어머니, 이순신 가문을 처가로 두는 행운과 장인 어른의 전폭적인 지지 등 많은 도움이 있었기때문이리라. 그런 점에서 박제가는 당시 조선의 기준으로 보아 저자의 말대로라면 상위 10%안에는 든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의 답답함은 서얼 출신이라는 신분상 한계만이 아니라 조선이라는 국가가 처한 사회 구조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상업이 발달하면 신분제 사회가 흔들리게 될 위험이 있으니 먼저 상업 발달을 억제하고 농업 중심의 사회를 유지하는 정책을 취하자 물건은 귀하고 가격은 비싸며 품질은 조잡하다. 일자리가 없으니 사람들이 돈을 벌 방법이 없어 다들 농사 아니면 과거에만 매달린다. 결국 나라 전체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전성기 청나라에 다녀온 박제가의 눈에 물자가 넘치는 청나라는 조선이라는 국가 자체가 따라야 할 롤 모델로 비췄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가 쓰신 시대의 개혁가들이란 책에서 한 파트를 할애해 박제가를 다루는데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폐쇄적인 조선 사회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며 이를 바꾸려고 애쓰는 한 지식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는데 아예 박제가라는 주제로 한 권의 책이 따로 있고 이 책에서는 그의 생애의 전 과정을 자세히 추적하며 조선 사회를 눈에 그리듯이 묘사하고 있다. 가난하다는 의미가 어느 정도의 가난인지 그것이 당시 기준으로 정말 가난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인지 등으로 말이다. 혹은 서얼 제도라는 것이 대체 왜 생겨난 것인지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어 나름 놀랍기도 했다. 이 모든 저술은 조선 역사에 대해 박학 다식한 저자의 식견 덕분에 가능했으리라. 가난과 유배 생활 등으로 정약용 선생(이 분은 유배지 근처에 부유한 처가가 있어 연구와 저술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과는 달리 많은 저술을 남기지 못한 박제가라는 지식인이 바라본 조선이라는 사회의 폐쇄성과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렇지만 자신이 바꿀 수 없는 현실이라고 꿈도 꾸지 말라고 한다면 세상에 어떤 변화가 가능하겠는가. 스러지는 꿈일지라도 꿈 자체는 있어야 그 꿈을 실행에 옮기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사회를 바꾸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속한 사회의 폐쇄성을 극복하려는 꿈을 꾸었던 한 지식인의 일생이 무용하다고 할 수는 없는 법. 시대를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세상을 바꾸려는 꿈을 꾼 한 인간의 처음과 끝이 유려한 문장으로 펼쳐져 있다. 잠깐 시간을 내 드라마나 영화에서 묘사된 허구가 아닌 진짜 조선 사회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성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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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 #임용한 #통찰 임용한 박사님을 처음 접한 건 그분의 '손자병법' 해설서를 통해서였습니다. 당시에도 남들과는 다른 통찰력으로 고전 병법을 해석하는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죠. 이후 전쟁사와 병법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읽으면서, 박사님이 가지고 계신 독특한 시각과 남다른 분석력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읽은 '박제가'는 전쟁사와는 전혀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임용한 박사님 특유의 깊이 있는 통찰과 역사적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여전히 강렬했습니다. 박제가라는 인물을 통해 그 시대를 탐구하면서도, 현대를 사는 우리가 고민할 만한 질문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전기가 아닌 한 차원 높은 철학적 고찰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전쟁사나 병법에서 남다른 통찰을 주었던 것처럼, 이번 책에서도 박제가의 삶과 사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명하는 임용한 박사님의 접근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박제가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섬세하게 풀어내면서, 그의 사상이 오늘날에도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줍니다. 임용한 박사님을 전쟁사나 병법의 전문가로만 알고 있었던 독자들이라면, 이번 책 '박제가'를 통해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역사와 철학,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담은 이 책은 여러분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역사적 인물에 관심 있는 분들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통찰을 찾고자 하는 분들께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박제가를 통해 현대의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임용한 박사님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로서, 이번 책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
| 우리는 18세기 실학자에 배우면서 박제가를 알게 된다. 특히 경제에서 소비를 강조한 점을 배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그의 출생부터 시작하여 사망에 이르기까지 어떤 삶의 과정을 거쳐왔으며, 무엇을 진심으로 추구하였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은 바로 그런 박제가에 대해 깊이 알려준다. 우리는 박제가의 삶을 통해 진심으로 실학에 대해, 그리고 역사에 대해 보다 실감있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