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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에는 유튜브 요약본으로 올라온 《나의 아저씨》를 봤다.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해 주니까 클릭. 요약본이라고 해도 약 여섯 시간짜리였다. 전체를 다시 볼 에너지는 없어서 춘식이 소파에 누워서 압축된 지안과 동훈의 서사를 따라갔다. 집으로 올라오면서 계획했던 일, 씻고 일기와 몇 문단의 글을 쓰는 일, 은 하지 못했다.
유튜브만 봐도 금요일 밤과 주말은 순간 삭제되어 어느새 월요일. 매일 아침마다 그렇지만 월요일은 일어나기 진짜 힘들다. 인간과 삶에 대한 고찰을 한다. 그 짧은 시간에. 왜 인간으로 태어났을까부터 돈이란 무엇인가까지. 다시 금요일 밤이 왔으면 좋겠다는 아메바적인 생각으로 귀결되는 고찰을 끝으로 일어난다. 내내 누워서 유튜브,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디즈니 플러스를 봤으면 좋겠다. 한 일 년 정도 그렇게. 안 될까?
안 돼.
이서수의 첫 소설집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젊은 근희의 행진』을 받아들고 표지를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표지에는 단발머리를 하고 가방을 멘 여자의 옆모습이 있다. 와 순간 나인 줄. 몇 년 동안 내가 이러고 다닌다. 한결같은 스타일. 단발머리, 책가방. 머리를 길러서 묶어볼까도 했지만 아침에 머리 말리는 시간을 끝내 확보하지 못했다. 보부상 재질이라 핸드백은 꿈도 꾸지 않는다. 갑자기 비가 와서 양말 젖으면 어떡해. 양말, 우산, 비상약, 물티슈, 마스크, 장바구니 등등 넣어야 하니 책가방 못 잃어.
책 이야기하자 본격적으로.
『젊은 근희의 행진』, 말해 뭐해. 전 국민 필독서로 지정해서 읽고 독후감 써서 국세청 홈페이지에 신고서 양식으로 제출하는 거 어떨까. 잘 쓴 순으로 세액공제 해주는 거지. 소설집에 실린 열 편의 소설을 아껴서 읽었다. 이미 읽은 소설이 꽤 있었지만 처음 읽는 것처럼. 첫 마음으로. 두 번 읽으면 그렇다. 처음엔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한 부분을 만나서 마음이 찡해진다. 내가 《나의 아저씨》를 다시 보면서 훌쩍인 것처럼. (지안이 할머니에게 "내 할머니가 되어줘서 고마워." 했던 부분. 정말 고마워.)
시를 쓰는 엄마와 사는 일상을 그린 「미조의 시대」부터 등단작 「구제, 빈티지 혹은 구원」까지. 찡하고 울컥한데 웃긴다. 근로소득으로는 집을 사지 못함을 예감하는 부부의 이야기 「나의 방광 나의 지구」를 읽는 토요일 오전이었다. 집을 찾다가 지친 아내가 남편에게 땅을 사서 거기에 천막을 짓고 살자는 말에 남편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장면에서 토요일 오전이 유머로 가득해졌다. 헛웃음이 났지만 유머가 우리의 슬픔을 구원해주리라 믿음이 생겼다.
「현서의 그림자」는 또 어떤가.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믿는 현서, 숙모의 딸이기도 한 현서와 이야기를 하기로 한 이유는 숙모가 '나'에게 가끔 용돈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외계인이라고 믿는 현서의 처지가 '나'보다 더 낫다는걸 깨닫는다. 이서수 소설의 인물들은 가난하고 힘이 없지만 긍정만은 넘친다. 열정, 열정, 열정 대신 긍정, 긍정, 긍정을 수시로 외친다. 소리 내는게 아니라 속으로 속으로. 집을 구하지 못한다 해도 긍정, 압박 면접 끝에 연락이 오지 않아도 긍정, 손님이 없어도 긍정.
뭐 어쩔 수 없잖아 그냥 받아들여라는 무책임한 긍정을 강제로 주는 게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주고받으며 진지하게 긍정을 손에 쥐여주며 웃는다. 표제작 「젊은 근희의 행진」은 동생 근희가 회사를 그만두고 유튜브 방송을 하는 걸 지켜보는 언니 문희의 이야기이다. 모두가 유명해지는 시대에 나 역시도 유명해지면 안 되겠느냐고 책 유튜버를 하더니 똑똑해진 근희의 주장에 나는 힘을 실어주고 싶다. 유명해져서 종합소득세 내자, 근희야. 동생을 아메바라고 하지만 문희는 근희를 사랑하고 걱정한다.
미조, 근희, 문희, 가진, 사영, 경희, 언니, 나 그리고 서수,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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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수 작가의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을 읽었습니다. '미조의 시대'부터 '구제, 빈티지 혹은 구원'까지 총 10편의 단편으로 묶인 이 소설집은 다양한 소재만큼이나 천차만별의 인간 군상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묘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빛나는 이 시대의 그늘에 가려져서 여전히 존재하는, 불안감을 한아름 가득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미조의 시대'나 '그는 매미를 먹었다'의 화자처럼 내면의 스트레스가 곪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특히나 안타깝고 아련했습니다. 작가의 문장이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워서 더욱 몰입되고 공감가는 경향이 강한 소설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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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의 시대> “인간을 육체적으로 학살하는 것은 시간이지만, 정신적으로 학살하는 것은 시대야”. “어딜 가든 마찬가지야. 내일은 멀고 우리의 집은 더 멀고.” 탈모를 유발하는 고단한 직장 생활과 서울에서 5천만원짜리 전셋집 구하기의 지난함에 대한 묘사는 시니컬하지만 유머러스 하면서도 따뜻하다.
<엉킨 소매> 임신중지에 대해서는 여성들도 각자 윤리적 기준이 다르다. 개인의 생각이 아무리 제각기 다르다 해도 여성의 몸이 집보다 더 귀한 재산이라 여기는 것이 옳다는 의견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재산이라 부르는 ‘집’과 여성의 ‘몸’을 비유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문제이건 결정과 선택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되 상대방의 감정에 치명적인 생채기를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앞으로도 이 개미지옥 같은 현실을 계속 살아갈 희망이 생기니까. <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 “꿈을 제대로 이루거나 완전히 버려야지만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아는 주인공들. 달마다 정해진 날짜에 따박따박 월급이 꽂히는 통장을 갖고 있지 못한 프리랜서의 불안감을 나도 경험한 바 있다. 또한 매일 여러가지 형태의 죽음을 목도하고 죽은 사람의 몸을 만져야 하는 응급실 간호사의 고단함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꿈꾸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겪어내느라 하나같이 괴롭고 힘들다. 각자 겪는 고통의 무게를 두고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 말할 수 없다. “꿈은 힘을 빼야 하는 일이야. 현실은 힘을 줘야 하는 일이고” <젊은 근희의 행진> 마녀배달부 키키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근희와 그녀의 언니인 문희의 유머 감각은 그들의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게 분명하다. 인스타에서 사기를 당하고 잠적한 문희에게 편지를 쓰는 엄마의 문장이 너무 웃긴다. “인생은 길어. 엄마는 평생 일만 하며 살았는데 아직 환갑밖에 안됐어. 얼마나 긴지 몰라.” 이 가족은 서로를 끔찍하게 미워하는 것 같지만 사실 너무 애정하고 있다. 이 외 모든 작품이 다 재미있다. 이서수의 작품은 모두 너무나도 절절한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 더욱 힘이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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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재미있지만, 시대의 초상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소설이 어둡습니다. 젊은 세대의 고뇌가 담겨 있지만, 어떻게 보다 좋은 내가 될 지 하는 긍정적인 무언가 보다 나를 계속 끌어 내리는 젊은 나이에 멈춰버린 군상들이 소설 속에 가득합니다. 청춘은 푸른 봄이니 조금 더 밝아도 되는데,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주인공들의 직업이 대부분 프리랜서입니다. 그럼 대기업에 다니는 청춘이라면 조금 내용이 밝을까요. 왠지 소설이 어둡고 가라 앉습니다.
소설이 어두운데 제목에는 ‘행진’이란 단어가 들어갑니다. 이를 두고 강화길 소설가님이 글을 써 주셨습니다.
이서수의 인물들은 고민이 많다. 이 시대의 모든 것이 그들을 피곤하게 한다. 집, 연애. 결혼, 회사, 가족, 질병, 그리고 희망. 이들은 손해 보기 싫어서 고민하는 게 아니다. 약삭빠르기 때문에 긴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고 싶어서, 그저 덜 불안하고 싶어서 고민한다. 그리고 주저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과연 이 선택이 맞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결코 확신할 수 없지만,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삶과 이 순간을. 그러니까 나와 연결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이서수의 행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서수 작가님에 대한 평일지, <젊은 근희>에 대한 평일지 모르지만, 이보다 이 소설의 더 적절히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 계시고, 불안하기 때문에 계속 글을 쓰십니다. 주위에 있는 군상들을 기록하고, 함께 공감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보다 앞서 나가는 이서수 작가님을 보고 싶습니다. 보다 좋아하는 일을 위해 노력해 가는 청춘도 보고 싶습니다. 가라 앉는 청춘보다는 노력해서 올라가는 청춘도 보고 싶습니다. 청춘 모두의 모티베이션을 끌어올리는 이야기도 읽고 싶습니다. 젊은 근희를 계속 응원하면서 성장하는 근희를 보고 싶은 것은 저만의 욕심일까요…. 소설이 우울하다 보니 책 곳곳에 인쇄누락도 있습니다…….정말 아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