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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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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을 읽으니, 인물들의 성격과 갈등 그리고 이야기의 구조가 훨씬 분명하게 보인다. 책 뒤에 옮긴이의 글도 두 번 읽고 다시 보니 이해가 된다. 한글로 옮긴 분은 이 책을 도대체 몇 번을 읽으셨을지… 읽고 또 읽고 자연스럽게 나의 삶과도 교차되는 부분이 조금씩 채워짐에 따라 ‘두 번 째 장소’의 진가는 서서히 더 빛이 나는데. 그러니 번역하신 분은 얼마나 많이 읽으며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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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을 읽으니, 인물들의 성격과 갈등 그리고 이야기의 구조가 훨씬 분명하게 보인다. 책 뒤에 옮긴이의 글도 두 번 읽고 다시 보니 이해가 된다. 한글로 옮긴 분은 이 책을 도대체 몇 번을 읽으셨을지… 읽고 또 읽고 자연스럽게 나의 삶과도 교차되는 부분이 조금씩 채워짐에 따라 ‘두 번 째 장소’의 진가는 서서히 더 빛이 나는데. 그러니 번역하신 분은 얼마나 많이 읽으며 고민을 헀을까.

이 책을 통해 메이블 도지 루한(Mable Dodge Luhan)과 그녀의 책 '타오스의 로렌조 (Lorenze in Taos)’ 를 알게 되었고, 왜 요즘 메이블 도지 루한 열풍이 다시 불어닥치는지 칼럼도 읽어보게되었다. ‘두 번째 장소’에는 글을 쓰는 M과 (이름은 안나오고 이니셜만 등장), 그녀가 남편 토니와 살고 있는 습지 (Marsh)에 마련한 별채 (second place)에 화가 L (역시 이니셜만 나옴)을 초대하게 되고, L이 머무는 동안의 이야기를 제스퍼라는 인물에게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러고보니, 이야기의 중심축인 M과 L은 메이블과 로렌조의 이니셜과 같네. 우연의 일치인지 작가의 의도가 따로 있었던것인지)

단 몇 줄로 책의 스토리를 적었지만. 막상 아무런 준비없이 책 안으로 들어가면 처음엔 길을 잃기 쉽다. 주인공 M도 이상하고 L도 이상해. 글쓰고 그림그리는 예술가들은 다들 이렇게 이상한거야? 둘의 관계는 증오야 사랑이야. M은 성실한 남편 토니를 두고 L한테 사랑을 느끼는거야 뭐야? 도대체 이들의 관계가 헷갈리고. 습지가 주는 여러가지 인상에 신비로움을 느끼면서도 뿌연 안개로 뒤덮인 곳에 홀로 떨어진듯 멍하다. 이들 중에 현실적이고 멀쩡한 사람은 M의 남편 토니 밖에 없는듯 보인다.

하지만 이내 곧, 이 책의 두께는 단 몇 센티이지만, 책 안에 품고있는 주제와 고민의 깊이가 습지처럼 그 경계를 알기 힘들 정도로 거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언어로 풀어내는 레이첼 커스크의 스타일에 정신없이 빠져든다.(정말 반할 수 밖에 없구나. 레이첼 커스크) 읽고나면 습지인지 늪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 모호함을 끝까지 파고드는 것이 레이첼 커스크의 글을 읽는 고통이자 즐거움이다.

M이 제퍼스에게 보내는 문장 하나하나를 읽다보면 이성과 감성이 미친듯이 날뛰며 나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진다. ‘거대서사’를 믿고 살아야하는 이유는 우리가 시공간과 육체의 한계를 지닌 존재이기때문에 그렇다치고…하지만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우리 삶 속에 개인의 ‘비현실성 서사’의 경계를 허용하며 매일의 삶을 상실해야하는지. 그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규정하는 것은 나도 잘 모르겠다. <현실이 우리의 해석을 넘어서는 곳> 이 어떤 상황일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서사인지. 인간과 역사 관계가 얽혀있는 서사인지.

M은 말한다. ''어떤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하면 그곳에서 진실이 싹트는 것이 아니에요.
진실은 현실이 우리의 해석을 넘어서는 곳에서 싹터요.
진정한 예술은 현실적이지 않는 것을 포착하고자 해요.
(The truth lies not in any claim to reality, but in the place where what is real moves beyond our interpretation of it. True art means seeking to capture the unreal. Do you think so, Jeffers?)“

M은 L이 자기를 자유롭게, 즉 구원해줄 수 있을거라 여겼던 믿음 (서사의 힘을 완강히 부정하지 않으면서도)에서 벗어나 종국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L’의 작품을 보게 된다. 이렇게 살기 위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지. 타협의 유혹에서 벗어나야하는지. 레이첼 커스크의 관점이 참 멋진데.. 과연 나는 그렇게 살고 있을까?

점점 나이들어가면서 서사에 대한 불신을 경험한적이 한 두 번이 아닌데 그 불신의 자리를 메꾸기위해 나만의 새로운 관점을 애타게 찾았었던가? 아니면 외부로부터 강제 주입된 서사들을 대안없이 무턱대로 부정하진 않았나. 새로운 관점을 찾기위해 끈질기게 진실을 파헤쳐보려고 한 적이 있었나….

책을 지인 몇 명에게 선물했는데, 레이첼 커스크의 문체를 좋아하는 그는 거꾸로 원서를 읽어보겠다고 했다.

레이첼 커스크의 다른 책들도 번역이 되었으면 좋겠다.


 

YES마니아 : 로얄 y********5 2023.02.2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