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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내려 하나의 색으로 세상이 수런거리자 밤을 낮 삼아 색깔을 구하려 동분서주하는 봄, 남녘에서 북상하는 저 빚쟁이 같은 봄을 내 안에 들이면 우울의 살갗에 잠든 나비 떼 겹겹이 외출을 시도할까 아지랑이 같은 생을 채집할 수 있을까 함박눈 소담한 물의 소리에 두 귀를 담가 볍씨 같은 울음 틔울 수 있을까 밖에서 나를 찾아 나, 여태 살아 있는 빛깔을 보지 못하였네 - '입추', 김정수 * 겨울이 오기 전 [사과의 잠]을 꺼내 다시 읽었었다. 세 번째 읽는 책이었다. 계절별로 읽었던 것 같다. 읽는 시기마다 주변 온도에 따라 다르게 읽혔다. 첫눈이 폭설로 내린 겨울의 시작에 다시 꺼내 읽는 첫 시는 '입춘'이었다. 많은 시인들이 봄을 노래할 것이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과 봄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나 봄에 깃든 것들을 하나씩 호명할 텐데 '입춘'에서는 "살아 있는 빛깔을" 부른다. 녹은 눈 사이의 결로 어떤 울음도 다시 태어날 듯 바라보는 봄, 언제나 우리에게 넓은 슬픔을 찬연하게 허락하는 봄을- 그리하여 새가 싹을 물고 피어오른다. 쑥 돋아나 저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 "새의 부리"가 "나무뿌리에서 생겨난다"는 말은 새싹의 새로운 지점 같아서 봄이 하늘로 오르는 것 같다. 흙에서 돋고 끝없이 자랄 것만 같아서다. ** 새싹 김정수 새의 부리는 나무뿌리에서 생겨난다 겨우내 말을 아껴 날개를 품는다 구름의 흙이 일순 온순해지면 잔뿌리 같은 새들이 일제히 싹을 물고 가지 끝으로 날아간다 물오른 하늘에서 새 떼가 돋아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