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자(老子)는 언제나 낯설다. 그러나 그 낯섦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우리 안에 깃들어 있는 사유(思惟)의 여백이다. 『노자 혹은 용의 길道』는 그 여백을 그림과 철학이 함께 메우는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프랑스 작가 미리암 헹케가 글을 쓰고, 예술가 제롬 메이에르-비슈가 그림을 더했다. 동서양의 감각이 교차하며, 사유와 상징이 시각적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철학적 풍경이라 할 만하다. 노자의 도(道)는 언제나 흐른다. 멈추지 않으면서도 머무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은 그 흐름을 따라가며 ‘용(龍)’이라는 존재의 은유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용은 하늘과 땅을 오가며, 물과 불, 음과 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이다. 결국 그 용의 길은 곧 인간이 걸어야 할 사유의 길(道)이며, 무위(無爲)와 자연(自然)의 상징이다. 김경수 교수의 해제는 이 책의 사유적 무게를 단단히 붙잡아 준다. 서양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노자의 세계가 자칫 추상으로 흩어질 수 있는 지점을, 김 교수는 원전의 철학적 맥락 속으로 다시 연결한다. 덕분에 독자는 ‘노자적 사유(思惟)’와 ‘서양적 해석(解釋)’이 어떻게 서로를 비추며 교감하는지를 또렷이 느끼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설명이 아니라 ‘감응(感應)’이다. 말보다 그림이, 개념보다 색이, 이성보다 직관이 앞선다. 그림 한 장에 담긴 선(線)과 여백은 마치 노자의 한 구절처럼, ‘도(道)는 말해질 수 있으나 영원한 도는 아니다(道可道 非常道)’라는 역설을 시각적으로 구현하지 않았나 생각해봤다. 읽는 내내 사유의 결이 부드럽게 이어졌다. 노자의 말이 더 이상 문장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풍경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경험이었다. 조심스럽지만, 이 책은 철학을 ‘읽는 일’에서 ‘느끼는 일’로 확장시키는 드문 시도라는 생각을 해본다. 노자(老子)의 사유(思惟)가 현대적 감각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노자 혹은 용의 길道』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께는 꼭 일독(一讀)을 권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