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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이 무엇인가’란 난해한 질문에 대답하는 한 가지 적절한 방법은, 창의적인 사람들의 창의적인 업적을 객관적으로 나열하는 것일 테다. 비슷한 맥락에서 ‘구로사와 아키라, 당신은 어떤 인물입니까’란 난해한 질문에 대답하는 한 가지 적절한 방법은, 본인의 일화를 가능한 솔직하게 나열하는 것일 테다.
‘자서전 비슷한 것’은 그런 책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들려주는, 그럼으로써 독자 저마다의 시각에서 구로사와 아키라란 인물을 그려보도록 유도하는, 자서전도 아닌 것이 그야말로 자서전 비슷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서전이라기엔 객관적이고, 평전이라기엔 주관적이다. 구로사와 아키라란 거장의 특출함이 드러나기보단, 구로사와 아키라란 한 인간의 보편성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야기의 시선이 한 사람을 향해 집중되기보단, 한 사람의 시선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듯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만하지 않고, 유머러스하며, 무엇보다 재미있다. (조금 과장을 섞자면,)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아침이 밝는 단잠처럼, 책장을 펼치자마자 페이지가 역자 후기를 향해 있을 만큼 재미가 가득했다. 물론, 아무런 꿈 속 기억도 남기지 않는 단잠과 달리, 구로사와 아키라의 자서전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마치 그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타고난 이야기꾼다운 면모는 그의 영화 프레임뿐만 아니라 넘기는 책장에도 고스란히 스며있었다.
재미까지 겸비한 그의 자서전이니만큼, 다양한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에겐 그저 그 시대에 살았던 역사 속 한 인물의 이야기로, 누군가에겐 영화 세계관과 영화 제작에 대한 참고 자료로, 누군가에겐 구로사와 아키라란 특정 인물의 일대기로, 누군가에겐 책의 소재가 되는 영화, 인간관계, 교육 등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하는 인문학적 에세이로 읽어도 무난한 한 권의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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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구입해서 읽어야지 하다가 잊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구입하게 된 건 서문에 언급된 장 르누아르 감독 덕분이다. 장 르누아르 자서전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이 양반이 만든 영화 한 편 한 편을 떠오르게 하는 훈훈함이 가득한 책이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책 서문에 장 르누아르 감독의 자서전을 언급하며 자서전을 쓰게 된 동기를 밝히는 내용을 보고서 거장 감독들의 저작을 읽으며 창작의 시시한 비밀까지도 알고 싶어하는 영화팬들의 심정을 알아주는 게 반가운 탓인지 다른 건 제쳐 두고 이 책을 당장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시나리오를 꼼꼼 하게 쓰던 양반인지 목차만 봐도 구성이 꼼꼼하단 인상이 든다. 유년 시기에서 부터 황금기를 구가하기 바로 전까지를 책에서는 다루고 있는데 붉은 수염 이후의 큰 괴로움이 있던 시절의 이야기가 꽤 흥미로울 듯 한데 본인에게는 괴로운 회고가 되겠지만 그 시절 사연을 접할 수 없는 것이 살짝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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