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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되지 않는 경험은 없다, 끊임없이 질문해라! 이소진, 『경험이 언어가 될 때』(문학과지성사, 채석장 그라운드)
이 책을 다 읽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다 읽고 나서야 이렇게까지 책을 붙들고 있던 내가 게을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경험이 언어가 될 때』는 정치·사회·예술 에세이 혹은 사유의 파편을 담은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중 한 편으로 담고 있는 내용은 듣기에 어렵게 느껴지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 장을 읽고 덮었을 때는 뭔가 개운하고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난 느낌이 강했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지 않았다면 이와 같은 책을 읽지 않을 나에게 『경험이 언어가 될 때』는 사유의 파편들을 담은 장르의 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일깨웠다. 뉴스나 기사를 안 보는 나에게 이 책은 뉴스나 기사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 뉴스를 안 보는 이유는 하나다. 서로를 물어뜯고 비난하기 바쁜 그들을 보기 싫어서다. 전자의 이유는 핑계라면, 솔직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뉴스를 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무지함과 더불어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부끄러웠고 반성했다.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준 작가님 조차 자신의 무지함을 솔직히 털어놓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이 책을 읽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무지함을 인정함과 동시에 모르고 있던 것을 앎에 대한 즐거움으로 무지함에 대한 부끄러움이 오래 가지 않았다. 학교 수업 중에 배웠던, 얼핏 들었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즉,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고민하고 질문을 던져봤어야 할 부분들이었다. 나, 너, 보편, 특수, 지식, 권리, 계급, 생산과 소비, 자본, 시간 등. 나와 관련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인데, 생각해보니 모든 것들이 나와 밀접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면서 밀접하게 관련 있는 것들을 모른 척 지나치고 귀를 닫았다. 내가 입을 열거나 행동으로 옮긴다고 해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컸고, 무엇보다 움직일 용기가 1도 없었다(나는 용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기에). 여전히 용기와 배움이 부족하다. 배움과 용기가 부족함이 어느 부분에서 부족한지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모든 행동 등에 이유가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가 매일같이 확인하는 sns에 올라온 사진을 올리는 행위에 담긴 의미 등을 작가님이 하나씩 꼬집어준 후에야 이 책에서 언급하는 큰 틀에 있는 부분들이 나와 너무 밀접하게 있어 자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연했기 때문에 잊혀졌던 것이다. 익숙해져서 나에게 잊혔던 것들을 떠올리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사유하고 질문해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 생각했다. 생각만 했다. 평소에는 하지 않을 생각을 하니, 뭔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딛기 전부터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이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 느낌을 오래 간직한 채 작은 변화라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내가 용기를 내길 바랄 뿐이다. 깨달음과 길이 있음을 알려준 건 작가님이었다면, 이제부터 어떤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지는 내가 구상해야 한다. 채석장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못생겼지만 단단한 돌’을 많이 채석했다. 이소진 작가님 채석장에서 채석한 ‘나의 돌’은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한 채 나를 깨워줄 것이다. 나의 『경험이 언어가 될 때』나는 비로소 작가님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문학과지성사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 이소진 작가님 x 문학과지성사 출판사 : 원래 일정대로라면 2월 10일 금요일까지 서평단 활동을 마무리했어야 했는데,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서평단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준 작가님과 출판사 직원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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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진, 『경험이 언어가 될 때』(문학과지성사,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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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고, 질문을 던지는 학술 에세이다. 여성이자 노동자 계급으로 살아가며 마주했던 경험, 마르크스주의를 접하고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하게 된 생각과 주요 학자들의 견해를 엮은 글이 총 6장에 걸쳐 전개된다. 파트 1에 속하는 <보편 X 특수>, <지식 X 권력>, <나 X 너> 장에서는 페미니스트로서 세상을 바라보며 인식한 것들을 서술한다. 이를 바탕으로 파트 2인 <계급 X 여성>, <자본 X 시간>, <생산 X 소비>에서는 남성중심적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며 각 주제들을 교차시켜 사고한다.
나는 쉽게 보편적이라고 느껴지는 감정과 사고를 경계하려 한다. 그것이 정말 보편적일까? 그것이 보편적이라고 누가 정의할까? 누가, 어느 위치에서, 무엇을 '보편'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어떤 존재는 지워지고,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엄연한 '대중'임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고, 평생을 시설에 수용되어 살아가고 있는 많은 장애인들처럼 말이다. 보편에 속하지 못하는 특수한 존재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인정받으려 투쟁한다. 보편이라는 개념, 즉 기존 규범을 그대로 둔 채 특수를 인정하고, 그 수를 늘리는 것은 진정한 해답이 되지 못한다. "이처럼 특수를 인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보편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다. (...) 나는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보편이라 생각한다(p.45-47)." 휠체어를 타거나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노인들을 보편적인 인간으로 설정하여 사회 편의 시설이나 교통 시설을 설계하는 것, 가정에 돌보아야 할 존재가 있는 노동자를 이상적인 노동자로 여기고 복지 시스템이나 노동시간을 설정하는 것 등등. 보편의 외연을 넓혀서 모든 존재가 존재 자체로 인정받아 존재를 증명하려 투쟁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 아닐까.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할 때도, 휴식할 겸 산책하러 나가도, 집에서 가만히 숨을 쉬기만 해도 늘 무언가를 소비하고 있고, 소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좌절할 때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하지 않는 삶이란 불가능하단 걸 깨달을 때면 이놈의 자본주의,라며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 금방 새로운 소비 거리를 찾아 나서곤 한다. 소비사회에서 정체성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물건을 소비하느냐에 따라 규정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소비의 장에서 약속된 룰에 따라, 내가 어떠한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지금 어떠한 감정을 담지하고 있는지 연출한 사진의 홍수가 바로 인스타그램이다(p.157)" 내가 소비하는 것이 곧 나라는 말이 아찔하게 느껴진다. 하나의 소비에 연관된 수많은 존재들의 고통에 그동안 나는 얼마나 무감했는가. 상품을 소비하며 해소하거나 충족시켰던 욕망들이 진정 나의 욕망이었을까. 필요에 따라 소비할 순 없는 걸까.
저자의 솔직한 고백과 성찰, 비판적인 생각은 저자와 같은 여성이자 노동자 가정에서 살고 있고, 페미니즘과 마르크스주의를 배우고 있는 내게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어렵지 않은 글이지만 여성, 노동, 계급, 소비, 페미니즘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다. 책을 읽으며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자본주의를 비판하지만 나도 모르게 당연시했던 차별의식과 무시하고 있던 타인의 고통, 남성중심적 자본주의 사회에 찌들어있는 생각들을 발견하여 조금은 고통스러웠다. 저자의 말처럼 나는 여전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고, 다른 존재를 타자화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며 불편해지고 때론 고통스러워지는 순간을 마주하는 것에 게을러지지 않을 것이다. 치열하게 질문하고, 성찰하며 지금과는 다른 사회를 상상해나갈 것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잊히고, 지워지고, 소외된 존재들이 많다. 변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경험을 고백하는 것에서 시작해 여러 질문을 던지고, 더 깊이 사고하도록 만드는 이 책은 남성중심주의와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데에 작은 시작이 되어준다. 장애, 인종, 젠더, 민족 등 이 책에서 주로 다룬 주제 이외에 더 교차시켜 보아야 할 주제들이 많다. 보이고, 들려야 할 경험이 더 많다는 것이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지식과 규범에서 배제된 존재는 없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일, 그리하여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존재들의 경험이 계속해서 언어가 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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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은 가능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작가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페미니즘과 마르크시즘을 토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그러한 질문들과 작가가 찾아낸 나름의 답변들이 녹아들어 있다. 1부는 페미니스트로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의 의미, 다시 말해 페미니스트 인식론을 담아낸다. 이는 남성중심적 구조와 인식체계의 전면적인 수정을 말하는 것에 앞서 그런 구조와 체계에 익숙해져 있는 작가 본인을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1부의 세 장은 ‘보편X특수’, ‘지식X권력’, ‘나X너’라는 개념들을 살핀다. 2부는 그러한 관점에서 작가가 세상을 바라본 것의 결과다. 2부의 세 장은 ‘계급X여성’, ‘자본X시간’, ‘생산X소비’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작가가 페미니스트로서 노동을 연구하면서 주목했던 세부 주제들을 교차시킨 것이다. 이 개념들은 남성중심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교차시켜 읽어나갈 때 각각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이 언어가 될 때’라는 제목처럼, 또한 작가가 “‘나’를 들어내는 글쓰기를 쓰고자 노력했”음을 서두에서 밝히는 만큼, 작가는 본인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로서의 경험, 남성 후배인 K를 타자화했던 경험, 고소득 노동자 아버지와 저소득 노동자 어머니를 둔 딸로서의 경험,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족함 없이 보냈던 대학 생활 경험 등을 토대로 각 장의 주제에 접근한다. 작가의 실제 경험들을 통해 다소 무겁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법한 쟁점들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또한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성찰하려는 작가의 태도도 진솔하게 느껴졌다. 작가가 "학술적으로 한계가 많다"라고 스스로 말하듯이 여러 현상에 대해 제시하는 직관적인 대안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 아직 의아하긴 하다. 그러나 학술적 에세이니만큼 여기서는 거칠게 본인의 사유를 펼쳐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작가가 이 에세이에서 제시한 대안의 윤곽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 궁금하다. 다음 책을 쓰게 된다면 찾아 읽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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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자기고백적인 에세이를 읽으며 그의 생각에 공감하기도 때론 관조하기도 했다. 그와 나는 상당부분 유사한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물론 같이 자라나 한솥밥을 먹고 살았어도 극과 극인 나와 동생을 보더라도 알수있듯 사람은 원래 다 비슷한듯 싶어도 살펴보면 제각기 다르기 마련이다. 그래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고, 그런 나를 창피해하고, 어릴때부터 크면서 보고듣고겪은 노동하는 가족의 모습은 내안의 어떤 배경처럼 자리한 덕에, 그의 글을 읽는내내 그와 대화하는듯했고 내안의 어떤 경험들도 차곡차곡 정리된 이야기가 되어 마구 용솟음치는듯했다. ?? 특수를 인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보편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지식을 생각할 때, 그 지식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그러한 지식이 어떠한 존재들을 없는 존재로 가려내어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는지에 대해서 사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타자라는 대립은 타자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다. ??계급은 여성의 현실을 가로지른다. 따라서 계급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여성만을 이야기하는 일은 어떤 여성들의 삶을 지우는 일이 될 수 있다. ??계급은 남성/여성이라는 성별만큼이나 사람의 생각을 주조한다. ??이 세계를 구성하는 억압의 조건이 남성중심성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필요에 따른 소비를 하지 않는다. 우리는 상징을, 차별화를 구매한다. 그의 이야기는 아직 현재진행형이기에 확실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다. 다만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가리킨다. 우리들은 너무 조급해한다. 나만 뒤처지는것처럼 느껴지는 서열나누기 사회에서 윗줄에 서있는 사람들을 선망하고 내아래 약자들에게 프레임을 씌우며 미워한다. 자본가를 위시한 강자에 자신을 덧씌우고 사회적 약자 위에 서서 공고한 자신의 위치를 마련하려는 개돼지같은 수작인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함께할 누군가가 있음을 알아야한다. 그리고 함께해야 한다. 내 분노는 잔잔한 화톳불과 같아서 불꽃이 크진않지만 오래도록 타오를 것이다. 내 페미니즘은 나를 진정 사랑할수 있었을때 시작하게 되었고, 우리각자의 이야기도 그만큼이나 다를것이다. 어쨌든 나는 수많은 나보다 앞서 이길을 걸었던 사람들로 인해 내 불편과 불안, 나의 이기를 깨닫게되었고, 이번에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의 의문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우리가 고쳐야할 세계가 조금더 명확하게 보이는 기분이었다. 문학과지성사의 채석장그라운드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하루하루 열심히 노동하며 살고있는 나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 정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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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두껍지 않아서 쉽게 읽힐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곱씹고 곱씹다가 생각보다 좀 시간이 걸렸다. 작가님이 의도한것 처럼 쉽게 읽히지만 어려운 책이었다. 일단 나는 페미니즘에 관한 책은 지금처럼 찾아서 읽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실천적 학문이라는 페미니즘을 읽고도 읽고만 끝낸 사람이 나였다는걸 알게 되었다. 여성 혐오의 상황과 직접적인 언어표현,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혐오를 주변에서 우스갯소리로 희화화 할때 나 역시 동참하는 분위기로 웃고 넘겼던 부분이 있었다는걸 떠올라 부끄러웠다. 이외에도 혐오에 대해 나는 혐오하지 않았나에 완벽한 대답을 할 수 없었고, 보편의 기준점이란 틀에 박혀진 생각에 갖혀 살아가고 있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했다. 무지는 잔인하다는 표현이 꽤나 기억에 남는다. 작가님꽤나 자기고백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었는데, 흑역사라고 생각할 부분도 과감하게 털어놓으며, 자신의 무지의 과거가 몸서리쳐지게 창피했음을 이야기 했다. 근데 그런 과거들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부끄러움은 오히려 내 몫같다는 생각이 되려 들었다. 타자를 대립법으로 설정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현재도 적용되는 이야기였고, 이런 인식이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도 잘 알게 되었다. 어려운 단어인 '타자화'에 대해 적절한 예시로 이해가 쏙쏙 되었고, 페미니즘을 단순하게 여성과 남성 이렇게 이분법적 시각으로 이야기하다보면 꽤나 안좋은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는 현재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이 갔고, 아직도 존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여성의 계급에 관한 이야기와 대학시절 여자 마초로 살아왔던 생존의 방법 같던 이야기, 자본주의의 이점과 그 이점에 숨겨진 그림자, 소비와 부채에 관한 이야기들이 꽤나 적당한 깊이감이 있게 다뤄지던 책이었다. 남성중심인 세계는 꽤나 오래전부터 존재해왔고, 우리는 변화지 않는 환경에서 저항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기운빠지는 사건 사고를 겪으며, 의지가 강해지기도하고, 꺾이기도 하며,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가는데,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게을리하지 않고, 무지하지 않아야하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지 고민해야한다는걸 알 수 있었다. 나역시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기득권일 수 있다는걸 간과 했는데, 이번 기회에 깨닫게 되었고, 보편적이다라는 반경을 넓혀서 생각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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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칼라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프티부르주아라는 말을 들으며 살아온 작가는 데이트 폭력, 학과 내 성폭력 사건 해결에 나서는 등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닫고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여성학과에 입학한다. 이후 페미니스트 노동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가 페미니스트로 세상을 바라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며 그러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 본 결과를 담고 있는 ‘경험이 언어가 될 때’는 자기성찰의 결과물이 담긴 책으로 작가의 생각을 입증하기 보다는 논쟁적일 수 있는 생각들을 쉽게 설명하는 데 방점을 두고 ‘나는 이렇게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정도로 독자들이 받아들여 주길 바라며 썼다고 한다.
-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은 내가 못난 사람일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내가 나만의 생각에 갇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서로가 이 과정에서 실수할 수 있다는 것, 누군가를 상처 낼 수 있다는 것 또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잘못한 일이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 (p. 21)
- 나는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보편이라 생각한다. 무릇 보편이라 함은 인간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기준을 아래로 맞춰야 한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존재들에 맞추는 것이 바로 보편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편으로 설정하면 우리는 모두가 편한 세상에 살 수 있다. 누군가의 불편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이 아닌,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p. 47~48)
여성학적 시각에서 노동을 연구하는 작가의 관심사인 여성, 계급, 자본, 시간, 생산 그리고 소비와 부채라는 주제를 교차 시키며 생각들을 펼쳐 놓고 있는데 남성중심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분리되어 존재하는 개념들이 아니라 서로를 규정 지으며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여러 이야기들 속에는 작가의 흑역사 이야기들도 담겨있는데 미성숙했던 자존심만 높고 무지했던 모습들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이후의 보고 듣고 느낀 경험과 인식의 변화로 어떻게 바뀌어 갔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 분노가 혐오로 치환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과적 사고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개인적 분노의 사회적 전환이 필요하다. 응징에 대한 욕구를 사회적 안녕에 맞추고, 자신을 분노하게 한 사회적 상황을 바꾸려 노력할 때, 분노는 사회 변화를 이끄는 긍정적인 감정이 될 수 있다. (p. 82~83)
- 노동에 대한 연구는 시간을 가로지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노동을 노동의 양으로 측정한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시간으로 측정되며 시간으로 계산된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과거 잠에 들어야만 했던 그 시간들, 그리고 일을 할 수 없었던 그 공간들에서도 일을 하거나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24시간 노동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p. 122)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일까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읽으면서 많은 것을 알고 배우게 되는 시간이었다.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이유로 모든 사람이 페미니즘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지 않는, 여성으로 태어난다고 획득되는 것이 아닌 살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세상에 질문을 던지며 훈련되고 학습되는 것이라는 작가의 관점은 공감되었다. 다수자가 소수자가 되는 순간이 성별에 따른 일방향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닌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보편이라는 개념이 쉽사리 정의되기 어려운 개념이며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정의 될 수도 있다는 것 등 어떤 부분은 공감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다양한 주제들을 통해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길 바라는 시간으로 쉬우면서도 어려운 또 어려우면서도 쉬운 책이었다.
- 내가 느끼는 불편함의 원인을 묻고, 그 답을 찾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삶에 적용해야 사회는 달라질 수 있다. 타인에게 특정한 삶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느끼는 고통에 내가 일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나의 삶을 먼저 변화시켜야 한다. (p. 198)
* 문학과지성사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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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언어가 될 때>는 페미니스트의 이야기, 하나의 썰(이소진의 설명은 보편이 아닌 특수를 말한다는 점에서 이론이나 연구가 아니며 학문인지 운동인지 알 수 없는 여성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권위를 인정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이라고 쉽게 말하기엔 너무 아까운 단단하고 건강한 학술 에세이다. 혐오는 사회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혐오하는 마음이 모이고 모여 혐오를 공공연하게 말하기 시작할 때, 목소리는 권력이 되어 존재를 지워낸다. 나는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보편이라 생각한다. 무릇 보편이라 함은 인간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기준을 아래에 맞춰야 한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존재들에 맞추는 것이 바로 보편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편으로 설정하면 우리는 모두가 편한 세상에 살 수 있다. 누군가의 불편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이 아닌,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분노의 종착역이 항상 가해자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분노를 사해자, 즉 개인에게서 거두어 사회를 향해 겨눌 수 있다. 철학자 누스바움은 개인적 분노가 사회적 분노로 치환될 때, 분노는 사회적 구조를 바꿀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소비의 사회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얼마나 많은 부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여기에 더해 현대사회에서는 실제로 내가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소비는 돈을 가진 모든 이에게 열려 있고, 중요한 것은 내가 그것을 살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지 나의 계급과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소비를 통해 구축되는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사명이 된 지금, 계급은 그렇게 잊힌다.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을 구별짓는 기호로서 사물을 소비한다. 중요한 것은 구별짓기다.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어떤 종류의 충족감을 주고, 나는 결국 돈을 쓰기 위해 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면서, 소비를 인정한다. 그런 점에서 씨발비용은 시간을 낭비할 수 없는 사람들이, 시간 대신에 돈을 낭비하여 스트레스를 낮추고자 하는 몸부림이자 노동하는 자신에 대한 충족으로 읽어낼 수 있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다. 그저 인간의 이기심을 자양분으로 작동하는 자본주의가, 이기적이지 않은 인간을 멍청하다고 비웃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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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의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를 알게 되었고 좋은 기회가 주어져 학생의 마음으로 돌아가 공부하듯 열심히 읽었다. 나의 사그라들지 않는 독서 관심분야 중 하나가 바로 '페미니즘'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나의 뭉뚝한 감각을 벼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고 해서 페미니즘에 대한 기민한 감각을 타고 나는게 아니라 치열하게 공부하고 질문을 던지고 학습해야 페미니즘적 시각을 기를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좋은 기회였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었고, 각 파트당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나는 제 1장 /보편X특수/에서 말 그대로 AHA!MOMENT 를 경험했다. 1장을 읽는 내내 '나는 왜 이렇게도 무딘 사람인걸까, 살면서 이런 걸 의식해 본 적이나 있는걸까? 왜 그동안 그걸 그렇게 당연하게 받아들였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페이지가 다 끝날때까지 가장 굵직하고 무겁게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내용은 특수한 케이스를 자꾸만 늘리려는 시도보다는 보편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적인 예로, 자동차의 안전을 시험해볼 때 사용되는 표준형 인간은 남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키 175cm, 75kg) 자본은 여성의 신체 데이터를 구축하고 여성의 인체 모형을 만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고가 나면 여성은 남성보다 더 다치기가 쉽다고 일례를 든다. 여성을 특수로 상정하고 남성을 보편으로 보는 사회에서는 여성은 마치 천덕꾸러기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림잡아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여자인데 어쩌다가 특수로 자리잡은 것일까?' 라는 궁금증이 이어졌다. 저자는 특수를 인정하고, 특수들의 수를 늘리는 것은 보편이라는 개념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고 꼬집었다. 각 장마다 페미니즘적 시각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을 저자가 논리적으로 잘 전달해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남과 여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제 6장 /생산 X 소비/ 에서는 '지속 가능한 소비'는 없다고 서술한 부분도 인상깊었다. 특수를 인정하고, 특수들의 수를 늘리는 것은 보편이라는 개념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p.43) 인구의 절반이 보편으로 대표되는데, 아직 연구되지 않은 다른 인구의 절반을 연구한다고 해서 특수가 될 이유는 없다. 이처럼 특수를 인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보편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다.(p.45) 만약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보편적 인간을 장애인으로 규정하여 도시를 계획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어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중략) '두 다리로 빠르게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보편적 인간을 조금만 수정해도 우리 모두가 편한 세상에 살 수 있다. 나는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보편이라 생각한다. 무릇 보편이라 함은 인간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기준을 아래에 맞춰야 한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존재들에 맞추는 것이 바로 보편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편으로 설정하면 우리는 모두가 편한 세상에 살 수 있다. (p.47) 문학과지성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경험이언어가될때 #이소진 #채석장그라운드 #채석장그라운드서포터즈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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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이 책은 페미니스트로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페미니스트 인식론)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 결과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해 내가 페미니즘에 대해 불편했던 점들이 어디에서 기인하게 됐는지를 좀 더 명확히 알게 됐고 5년도 채 되지 않은 나의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관심의 수준을 벗어나 필수적으로 내가 맞춰야 하는 삶의 방향이고, 저자가 말한 대로 페미니즘은 실천적 학문이기에 내 삶과 동떨어질 수 없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균열을 반가워해야 함을 알게 됐다.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은 내가 못난 사람일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내가 나만의 생각에 갖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21p) 1. 페미니즘 인식론 (보편×특수, 지식x, 나×너)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1장 보편×특수 파트는 우리가 쉽게 쓰는 '보편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짚어보며 그 뒤에 가려진 존재들을 상기시킨다. 보편은 사회의 기준점이다. 남성 중심 사고의 결과물인 보편엔 여성과 소수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페미니즘이 보편에 이르면 이 세상은 페미니즘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목소리를 내는 스피커에 따라 같은 여성들 안에서도 잊힌 존재들이 있다. (이 사실을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보편적인 여성을 대표해서 말한다고 할 때 그 보편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게 '나'일수도 있다는 것을.) 소수자나 장애인들이 사회의 보편적 시스템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특수로 밀려났기에 그들의 운동은 인정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보편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를 보편으로 설정하면 우리는 모두 편한 세상에 살 수 있다.(47p). '지식은 권력 없이 존재할 수 없다.'(49p) 권력과 영합한 지식은 어떤 이들을 배제한다.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지식은 특정한 삶의 방식대로 사는 여성들을 칭찬하고 어떤 여성들은 주변부로 몰아간다.' 지식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그러한 지식이 어떠한 존재들을 없는 존재로 가려내어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는지에 대해 사유해야 한다. 모든 신념들에 질문을 던지면서 성찰의 과정을 끊임없이 밟아 나가야 한다. 타자에 대한 무관심은 무지로 이어지며 폭력이 될 수 있다. 페미니즘 안에서 '타자화'와 '이분법적 사고'에서 발생되는 문제점들은 내가 평소 불편해했던 지점들이었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대립쌍으로 구성된 이분법적 토대위에서 분노가 구성될 때 우리가 제안할 수 있는 대안이란 고작 파괴에 지나지 않는다.'(83p) 2. 페미니즘 인식론으로 세상을 바라본 결과 (계급x여성, 자본×시간, 생산×소비) 저자는 자원 분배의 불평등과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물질적 자원의 차이로 여전히 계급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예를 들어 '계급은 여성의 현실을 가로지르며 계급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여성만을 이야기하는 일이 어떤 여성의 삶을 지우는 일이 될 수 있다.'(99p)고 말한다. 계급은 성별만큼 사람들의 생각을 주조한다. 이는 파트 1에서 읽은 '보편'의 문제와도 닿아있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과 돌봄 노동자 모두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는 주장에 깊은 공감을 하며 돌봄의 시간을 여성에게 한정하지 않고 보편적 노동자를 돌봄 노동자로 설정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다. '돌봄의 위기는 자본주의 위기이자 우리 자신의 위기이다.' 소비가 어떤 물건을 소유하는 의미를 떠나 타인과의 차별화의 욕구라는 주장은 흥미로웠다. 소비에 따른 다양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소비에서 찾는 것보다 거울상인 생산에서 찾는 것과 노동과 소비라는 것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얽혔는지에 관한 내용 등 생산x소비 파트는 보다 넓게, 미래를 위한 우리의 태도를 성찰하게 하는 부분이기다.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의 첫 책으로 읽게 된 '경험이 언어가 될 때'는 에세이보다는 다소 무겁고 인문서보다는 쉽게 서술됐다. 저자는 페미니스트가 되면서 지금까지 겪어왔던 성장의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나는 솔직한 저자의 자기 고백에서 글의 진정성과 힘을 느꼈다. 그 점들이 나를,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을 추동하게 될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폭력관계에서 갈등의 해소는 일반적인 불화에서 늘 그렇듯 서로에 대한 화해나 용서가 아니다. 진정한 갈등의 해결은 피해자의 성장이다. 존재에 매여 있지 않게 되는 것. 가해자의 존재를 나의 삶에서 쫓아내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폭력의 경험에서 벗어나는 방법이자, 폭력의 경험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다. (23p) 페미니즘적 시각은 단순히 여성으로 태어난다고 해서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세상에 질문을 던지면서 훈련되고 학습된다. 그 지점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어쩌면 내가 마주하기 싫었던 나의 민낯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196p) #경험이언어가될때 #이소진 #채석장그라운드 #문학과지성사 #채석장그라운드서포터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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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 흔한 '대중교통에서의 성추행' 한 번 당한 적 없고 '데이트 폭력'이나 '성희롱' 및 '성적 괴롭힘'도 겪어본 일이 없다. 아마 여성들이라면 알거다.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내 절친 몇몇은 말한다. 앞뒤를 구별할 수 없는 종이인형 몸이라 그런거라고... 아.. 성희롱은 내 동성의 절친들이 내게 한거네. ) 나는 부당함에 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 뛰어들어 낭패를 본 일도 꽤 있었고 곤경에 빠진 누군가를 보면 지나치지 못했다. 112던 119던 신고를 했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세상이 너무 무서워서.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에는 도저히 나서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었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내가 나를 지켜야하니까.. 나는 지나치게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꽤나 호사로운 내부인으로 살아온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꽤 경험했고, 매번 저항으로 대응하던 나의 자세는 사회적 평탄화 공정을 거쳐... 적절한 타협이란걸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바뀌었고.. 나는 어디에 가도 적당히 어울려 협업이 가능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겪어온 수 많은 경험과 시간들이 작가님의 책을 읽는 동안 새롭게 꺼내져 다양한 각도로 재구성 되었다. 작가님과의 꽤 긴 대화와 상담을 하고 옴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생각해보니 나는 운이 좋기도 했지만 꽤나 안일한 내부인이었고, 타자화에 익숙한 한 사람이었구나... 페미니스트로 세상을 바라보는게 어떤 의미인지.. 그러한 관점으로 세상을 본 결과가 어떠한지 작가님의 개인적 경험들과 학문적 접근들이 쌓여 이 책이 되었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꾸준하고 치열한 훈련과 학습을 거치며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No!"를 외치며 세상에 분노를 표출하는 페미니즘은 더이상 페미니즘이 아니다. 페미니즘이 본래의 가치를 잃고,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남성이 아닌자로 소외되는데 대해 지나치게 여성들의 분노를 이끌어내는데만 치중해 있다는 점에 나도 늘 안타까울 뿐이다. 여성과 남성의 차별라는 이분법 보다는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이나 혐오가 아닌, 정당한 방식과 범위에서의 동등한 자립이 필요한 것 아닐까. 그 동등함을 토대로한 정당한 요구라야 충분히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 책은 페미니즘을 조금 다루기도 하지만 이에 치중하지는 않는다. 여성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사회적 관습과 정당한 사회적 대우를 논한다. 우리가 가정 및 직장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여성에게 기대하는 조금 다르고 조금 부적절한 역할에 대해 분명하게 논하고 있다. 작가님의 의도대로 쉬우면서 어려운 이 책이 많은 여성들에게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면 좋겠다. 꼭 그럴거라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