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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건 곡식이건 줄기까지 휩쓸고 갔구나.” -103쪽
위 문장은 패망한 나라의 적나라한 실상의 은유다. 나당연합에 의해 멸망한 백제에는 당의 도독부가 설치되어 당(唐)군이 지배하고 그에 아첨하는 배신의 무리까지 백성들을 수탈하여 남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참상의 묘사이다. 소설은 서기 671년, 당이 백제를 지배한지 10년이 지났을 무렵, 고구려, 백제, 신라 삼한의 연합세력이 한반도로부터 당을 몰아내는 전쟁을 시작할 즈음의 어느 사흘의 이야기 속에서 멸망한 백제의 무사 ‘오서물참’을 통해 ‘나라’는 과연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체험케 한다.
무사 물참의 사흘에 걸친 나라 찾기의 물음에는 생존을 위해 떠돌아야 하는 민초들에 대한 가슴 아픈 연민과 유대, 자신들의 잇속을 위해 적에 기생하여 동족을 착취하고 배신하는 무리들에 대한 분노, 이런 현실 속에서 백제의 부흥, 혹은 백제를 살리는 길이 진정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헤쳐 나가는 민초들, 그 패자들의 역사가 놓여있다. 660년 왕의 황음과 귀족들의 분탕질로 자멸하다시피 패망한 후 백성들은 백제 부흥을 도모한다.
지배권력은 자멸했으나 백성과 백성들의 나라는 패망하지 않았음이다. 백성은 뒤로 한 채 제일 먼저 왜로 도주한 왕족과 귀족들, 남아 있던 장군들과 승려, 민초들은 왕이 항복한 상태에서 부흥전쟁을 3년 남짓 끌어가지만 이 또한 왜에 있던 의자왕의 아들 부여풍을 중심으로 한 간신배들의 이간질과 망상적 욕심으로 자멸의 길을 걷고 만다. 백성의 나라를 패망시키는 것은 바로 지배권력이며, 백성이 주인이 되지 못한 나라가 겪게되는 꼬락서니다. 지금 한국의 친일 권력들이 하는 짓은 이들과 너무 흡사하지 않은가.
백제의 땅은 당의 군대와 당이 설치한 도독부에 봉사하는 백제인들에 의해 백성들은 처참한 수탈의 지경에 내몰린다. 백성은 당으로, 신라로, 고구려로, 왜로 그 이해에 따라 분열되어 같은 족속들끼리 싸움을 이어간다. 나라 잃은 백성, 어지럽고 어리석은 주인 노릇 못하는 족속의 꼴이 지면을 가득 채운다. 자신과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에 대해 무참한 적대와 폭력을 자행하는 썩은 냄새 가득한 권력의 모습은 바로 오늘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혼돈과 폭력이 난무하는 혼란의 시대, 권력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금당을 짓기 위해 백성을 쥐어짜 재물을 모으고 노동력을 착취한다. “국민의 혈세를 왜 금당 짓는데 쓰노? 가난한 중생 지옥 보내고,.... 극락 가려구?(104쪽)”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어째 지금 하는 작태와 이리도 같을꼬. 한 나라의 붕괴는 항시 이러한 부패와 어리석음의 틈새를 파고든다. 이미 작금의 한국 사회에 대한 해외의 시선도 급속히 냉담하게 바뀌고 있다. 썩은 개들의 나라가 되고 있으니 저 나라는 아마 조만간 수십 년 전의 반(反)민주화된 후진적 사회로 퇴행할 것이라고.
외적과 싸우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에도 제 욕심에 눈 먼 황충(蝗蟲)이들은 싸움과 분열을 일삼는다. 당으로 피신했던 왕족과 귀족의 일행들은 당의 신하가 되어 자신들의 백성이 신음하는 백제 땅에 도독부 관리로 부임한다. 왜구와 도둑들의 만연, 도독부의 수탈, 강간과 폭력, 살인이 넘실대는 지옥의 땅이 펼쳐진다. 당의 관리가 되어 나타난 물참의 이복 형, 친구 천득은 당 황제의 신하됨을 역설한다. 나라 없는 백성, 이제 어제의 연합군이었던 신라와 당이 싸우고, 어제의 적이었던 고구려 유민과 신라가 연합한다. 백제의 땅에서 벌어지는 싸움인데 백제는 오간데 없다.
이렇듯 소설 속 무사 물참의 고초와 고뇌를 따라가다 보면 무능력한 권력이 빚어내는 수치는 오로지 백성의 몫이라는 것이다. 유독 잊고 싶지 않은 소설 속 문장이 있다. 물참의 스승이 건네는 말이다. “약하고 작더라도 숨탄것들을 알뜰히 보살피는 마음, 그 마음을 잃지 말아라. 잊었느냐?...지금 세상에 메뚜기가 얼마나 많으냐? (77쪽)” 힘없는 민초들의 삶을 우선으로 돌보라는 말, 그런데 세상에는 그 약자들의 알곡과 줄기까지 훑어가려는 인간들이 득시글대니 경계를 잃지 말라는 주문이다.
“세상은 끝지는 게 아니라 변한다. 변치 않는 건 없다.” -77쪽
외세를 끌어들여 삼한의 동족을 패망시켰던 어제의 신라는, 그 외세를 몰아내기 위해 다시금 삼한(고구려,백제,신라)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영구하리라 여겼던 당의 지배를 떨쳐내는 데 2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신음하는 백성의 삶은 무참함 이외의 말은 소용에 닿지 않는다. 물참은 빈번히 당하는 수치를 씻고 평화를 얻기 위한 싸움, 삼한의 얼이 통하고 넋이 위로받는 세상을 위해 어제의 적인 신라와 함께 침입군인 외세, 당을 향해 돌진한다.
지금의 세계 역시 어제와 오늘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주변 나라들의 자국 중심의 경제와 안보 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외교적 무능력을 보이고, 국민을 분열, 이간질시키는 권력의 작금의 행태는 우리가 얼마나 역사에 대해 배우는 것이 없는 족속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반복, 그러나 차이있는 반복으로서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깨달아야 할 때이다. 어쩌면 1,400년 전 이 땅에서 살다간 우리 선조들의 시린 삶을 지펴낸 이 역사소설은 백성이 주인 노릇을 잃을 때 발생하는 하나의 고통, 그 지독한 고초를 가리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수치와 모멸, 죽지 못해 살아가는 억압과 폭력의 삶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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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사윌 때'때는 어둠이 잦아들고 먼동이 뜨는 때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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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 . ??나라는 허공에 지은 성이었다. 땅과 거기 기대어 목숨을 잇는 백성은 여전히 있지만, 백제는 허공에 있다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지금 과연 '백제국'은 어디 있으며 '백제 사람은 누구인가?(149) 백제는 신라와 동맹을 맺고 고구려를 쳤고, 이후 신라는 백제를 배신하고 당나라의 도움으로 백제를 멸망시킨다. 백제는 재건과 부흥을 위한 몇 차례 시도를 하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신라는 나.당 연합의 대가로 옛 백제 땅을 차지한 당 도독군들을 다시 몰아내기 위해 옛 고구려 군과 백제군의 도움을 받아 기나긴 나.당 전쟁 끝에 평양 이남 지역을 온전하게 차지하게 된다.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쓰이기에 그 안에서 잊힌 많은 패자의 삶은 짐작만 할 뿐이다. 최시한 작가는 멸망한 백제의 무사 물참의 시각으로 당시 멸망국 백성의 삶과 그 면면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부흥 전쟁이 이 꼴이 된 것도 무엇보다 부흥군 안에서 일어난 분열 탓이 아니었던가.'(126p) 나라의 부흥에 한뜻을 모아도 어려운 상황에 부흥군 안에서도 당에 편승하려는 세력으로 힘은 하나 되지 못하고 부흥운동은 처잠하게 실패한다. '집집마다 형제들도 제각각'인 마당에 당과 신라를 몰아내고 백제 땅을 차지하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당나라의 도독부 허울을 강제로 뒤집어쓰고 있는 백제 사람은, 지금 어찌해야 마땅한가?'(194p) 결국, 물참은 백제 땅에서 당나라를 내치는 큰 뜻에 따라 철천지원수의 나라지만 고구려 군과 신라군 연합을 돕기로 결정한다. ??이건 땅을 차지하거나 누구를 니리므로 모시는 일하고는 성질이 다른,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 기나긴 전쟁을 끝내고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서로 통하는 족속들이 사람대접받으며 살아가려면, 지금 그 길 말고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뜻이 통한다면, 피가 다르면 어떻고 원수 간이면 어떠냐? (254p) 역사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극적인 상황을 가미해 가공의 인물을 앞세워 당시 상황에 깊게 몰입하게 한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강조하다 보면 스토리가 건조하고 지루할 수 있고 인물 스토리나 배경이 과장되면 가볍게 여겨질 수도 있으나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과 주인공 물참과 주변 인물의 이야기가 아주 적절하다. 백제 부흥 전쟁 당시와 현재의 나.당 전쟁 시기 물참의 상황을 번갈아가며 보여줘 물참의 심리 변화를 좀 더 극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3일 간의 여정을 다뤘지만 3년간의 모습을 본 것처럼 스토리가 치밀하다. 먹고사는 문제에 치여 정작 백성들은 백제인으로의 정체성이 흐려져 간다. 끊임없이 고뇌하는 물참의 심리상태는 나라 잃은 백성의 흔들리는 눈동자 같다. 그러나 물참은 옳은 선택을 하려 한다. '지금은 지금 사정이 있으며, 자기한테는 해야 할 마땅한 일'은 결국 당이나 왜가 아닌 신라 편에 서 백제 땅을 돌려받는 것, 즉 한반도에서 당의 세력을 물리치는 것이다. 물참의 심리상태에 따른 시적인 배경 묘사는 주인공의 서정이 그대로 느껴져 영화를 보는듯 했다. 배경 묘사 한 문장 한 문장도 곱씹게 만든다. 외세에 의존했던 신라가 겪은 대가와 백제 부흥군 내부 분열에 의한 부흥전쟁 실패는 지금 현재 우리가 다시 곱씹어봐야하는 역사가 아닌가도 싶다. ??하여간 똑같이 상투 틀며 사는 것도 비슷한 세 나라가 밤낮 서로 물어 뜯다가 되놈들한테 몽땅 망하면 그 꼴 참 볼만하겠다.(224p) ??가족 역시 나라라는 바다에 뜬 가랑잎 같아서, 혼자 힘으로는 복수조차 불가능했다.(126p) ??잃을 것도 없으면서, 지금 당장 어찌해야 옳은가, 저는 그게 어렵습니다.(252p) ??'별빛 사윌 때'는 어둠이 잦아들고 먼동이 트는 때이다. (295p) #별빛사윌때 #최시한 #문학과지성사 #역사소설 #독서 #북스타그램 #별빛사윌때_서평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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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한 ‘별빛 사윌 때’ 책 제목 <별빛 사윌 때>는 어둠이 잦아들고 먼동이 트는 때를 말한다 이 소설은 두 가지 시점으로 나눠져 있는데 나당전쟁 중인 671년 여름을 배경으로 새로운 결단을 하기까지의 사흘간의 현재와 소설속 과거 660년부터 현재 주인공의 심정을 갖게 되기까지의 사건들을 서술하고 있다 왕족에서 갈라져 나온 귀족 가문 출신 주인공 ’물참’은 백제에서 무사로 활약했으나 나라의 멸망 후에도 잔존하는 전쟁의 참상을 마주하게 되고 이에 백제의 부흥을 위해 싸우지만 부흥군을 이끌었던 ‘복신’ ‘흑치상지’ 의 살해와 배신, 그리고 돈있는 지배층이 살던 땅을 버리고 왜국으로 도망치는 이기주의를 보며 현실에 절망한다 결국 자신의 나라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와 손잡고 당나라를 몰아내고자 결심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몇몇 이름들과 사건들이 눈에 띄였는데 언젠가 아이가 학교에서 쪽지시험(수행)을 본다며 내 앞에서 설명하듯 외었던 그 사건들, 그 이름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불러 책에 대해 설명해주니 신난 얼굴로 기억하고 있던 것들을 다시 얘기하고 잊어버린건 다시 찾아보는, 뜻하지않은 역사공부 시간도 가졌다 P. 30 말을 칼로 하는 세상이야 - 나라가 무너진 뒤 너나없이 하는 소리였다. 귀족이든 평민이든, 칼에 목숨을 건 군인이구나 주인의 혀에 목숨이 달린 중이거나 걸핏하면 그 말을 했다. P. 77 “참으로 어두운 세상이나, 세상은 끝지는 게 아니라 변한다. 변치 않는 건 없다.” P254~255 “뜻이 통한다면, 피가 다르면 어떻고 원수 간이면 어떠냐? 세월은 빠르고 무심하게 지나간다. 억울해도 이미 죽은 사람은 살릴 수 없고, 싫더라도 인정하면 마음 놓고 더불어 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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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는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나, 조선시대에 비하면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처음으로 하나의 나라로 뭉치는 최초의 통일이 이루어지지만 나는 역사 시간에 왕 이름 몇명만 배우고 삼국에 대한 더 자세한 역사는 배우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신라와 고구려는 작게나마 드라마를 통해 다뤄지기도 하지만 백제는 대중매체에서 다뤄지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 나는 이 소설이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백제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흥미가 생겼다. 또, 나당전쟁은 굉장히 중요한 전쟁 중 하나이지만 전쟁의 전개에 대해 자세히 배우지 않는다 '신라가 당과 손을 잡아 삼국을 통일한 후 당과 전쟁을 통해 불완전한 통일을 이루었다' 정도의 한문장으로 역사를 배우고 그 전쟁의 의의를 배우는 정도에서 아쉽게 고려로 바로 넘어간다 이 소설은 그런 역사수업과는 다르다. 백제가 무너진 후에 백제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들의 방향잃은 분노가 해소되지 못하고 어떻게 떠돌게 되었는지 이 소설은 백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목하고 그들의 흩어진 마음을 소설로 써내려간다.
요즘 나와 친구들은 망국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쓴다. 무능한 정부를 두고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다. 나는 소설을 읽으며 그런 표현이 얼마나 기만이었는지 알게되었다 정말로 나라를 잃어버린 사람들, 나라가 없어져 이 나라 사람도 저 나라 사람도 아닌 채, 질서없이 버려진 백성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자신의 뿌리인 나라를 찾기 위해 부흥 전쟁에 참여하여 나라를 회복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수포로 돌아가고 섬으로 떠나 세상을 등져버리거나 당나라에게 붙어 다른 나라의 속국이라는 형태로 백제를 되살리려고 하거나 백제는 끝났다고 신라로 가서 그곳의 관료가 되는 여러 형태의 사람들이 소설 속에 있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보며 정말로 해야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직 망하지 않았다 21세기에는 나라가 망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자주성을 잃어버리고 언제 망해서 국가가 부도나거나 타국의 국제기구에서 돌봐야하는 진단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이다 주인공 물참은 오래 고민하고 자신의 길을, 나라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결정한다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 그는 몰랐겠지만 우린 지나온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물참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삼국통일 과정에서 다른 이름의 물참들이 있었고 우린 그들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삼국시대의 혼란함과 오늘날의 혼란함은 많이 닮았다 나는 이 소설을 지금 꼭 읽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어지러운 정치와 외국의 압박들 사이에서 우리 한명 한명은 물참이 되어 선택해야한다 우리들의 결정이 모여 훗날의 역사가 될 것이다 이 소설에서 힌트를 얻어 우린 미래의 우리를 상상하고 생각해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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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인 별빛 사윌 때 에서 "사윌 때"가 무슨 뜻인지 싶어 찾아봤는데 "불이 다 타고 사그라져 재가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책의 뒷장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제목에 대한 뜻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난 소설을 다 보고 봐버린것. 어쨌든 책에서 말하는 별빛 사윌 때란 어둠이 잦아들고 먼동이 트는 때를 말한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물참은 백제 멸망 때 부터 여러 싸움에 참가를 한 경험을 했다. 높은 관직에 있는 장수는 아니었지만 백제의 운명을 가르는 순간에 물참은 있었다. 백제 부흥군으로 나가서 싸웠지만 내부는 와해되고 당나라의 공격으로 자신의 형과 아버지는 당나라로 끌려가게 되었다. 사실 현대인의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백제, 신라, 고구려 모두 같은 핏줄이고 통일될 나라이지만 물참이 살았던 시기에는 한반도는 통일된 적이 없었고 정복전쟁이 계속 되던 시기라 과연 서로 같은 핏줄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백제는 고구려의 유민들이 내려와서 만들어진 나라였지만 4세기 때 전쟁으로 고국원왕이 죽기도 했었다. 오히려 인접한 국가였다면 더 잦은 전쟁으로 사이가 좋지 않고 전쟁을 자주 하지 않는 먼 나라들이 더 우호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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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잦아들고 먼동이 트는 때를 이르는 ‘별빛 사윌 때’는 백제의 왕족에서 갈라져 나온 귀족 ‘오서’씨 가문의 서자이자, 이미 패망하여 사라진 나라인 백제의 무사로 활약했던 물참의 이야기이다. 백제 멸망 때부터 여러 싸움에 참여했던 물참은 멸망한 백제가 다시 부흥하고 백제 사람이 제대로 살아가길 바라며 부흥 전쟁에 까지 참여하였었지만, 부흥군을 이끌었던 우두머리들의 배신, 살던 땅을 버리고 왜국으로 도망가는 지배층의 이기주의 그리고 굶주림과 핍박에 고통받는 백성들의 실상을 겪으며 절망에 빠져 섬에서 방황하며 지낸다.
- 물참은 변함없이 같은 늪에서 허우적대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지난 몇 달 동안 물참은 신라와 당의 싸움이 그들에게 멸망당한 백제한테,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백제 사람한테 무슨 소용이 있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p. 26)
- “참으로 어두운 세상이나, 세상은 끝지는 게 아니라 변한다. 변치 않는 건 없다. 그게 사람한테 늘 좋거나 나쁘지도 않구.” (p. 77)
무력하게 지내던 물참이 백제를 망하게 한 나라이자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신라와 당나라가 벌이는 전투가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신의 적이었던 나라를 위해 싸울 수 있는지 고민하며 새 뜻을 찾아가는 물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라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백제의 멸망 이후부터 나당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담겨있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어 싸우기도 하는 혼란스러웠던 삼국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 물참은 지금 자신한테 ‘뜻’이라는 게 관연 있는지, 도대체 어찌해야 그게 ‘큰 뜻’에 가닿을지 막막했다. 세 해 동안 싸움터에서 겪은 것은 오로지 힘의 대결과 패자의 죽음이요, 아랫사람의 간절한 소망을 뭉개는 윗사람의 배신과 어리석음뿐이었다. 자기 몸뚱이 곳곳을 할퀸 상처와 함께 그것들은 마음자리 깊이 남았다. (p. 157)
- “내가 처음 하는 말인데, 백제는 이제 없다. 꺼풀이라도 남아 있다고 믿어왔지만, 더 이상 그러기 어렵구나. 앞으로는 ‘백제 부흥’이라는 말조차 듣기 어려울 게다. 그러니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어찌 될까보다 어찌해야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신라와 당나라는 백제를 눈곱만치도 쳐주지 않을 테니까, 인제 우리가 바라는 걸 얻으려면 어미 잃은 새끼처럼 스스로 찾는 길밖엔 없단 말이지.” (p. 251~252)
나당전쟁 둘째 해인 671년을 배경으로 한 ‘별빛 사윌 때’는 전쟁의 승자도 전쟁의 당사자인 신라와 당나라도 아닌 이미 나라를 잃고 다른 나라의 전쟁에 끌려 다녀야 했던 백제인의 시점으로 그려낸 이야기라는 점이 새로웠고, 소설로 잘 그려지지 않던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의 이야기라 반갑기도 했다. 1300여년이라는 시간 차가 있지만 나라의 위기와 백성들의 삶을 걱정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살 길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지켜나가는 백성들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했다.
* 문학과지성사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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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사윌 때》 역시 역사는 어느 장르로 봐도 재밌다. 책이여서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293쪽의 이야기는 등장인물의 소개가 먼저 나온다. 이름과 용어가 낯설어서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정도야!! 소설을 읽으면서 어렵지 않게 자연스럽게 알게된다. 제목이 참예쁘다. 소설의 셋째 날 마지막 페이지가 인상적이다. 이야기 내내 감정이 휘몰아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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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나당전쟁은 신라와 당나라의 이야기이다. 신라는 어떻게 항쟁했고, 당나라는 얼마나 처절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역사책을 통해,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이들에 대해서는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신라가 당과 손을 잡고 고구려와 백제를 삼켜버렸을 때, 바로 그 때 고구려와 백제의 백성들은, 군인들은 어떠한 삶과 마주했는지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다. 그리고 나 또한 알려고 해 본 적 조차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을 손에 쥐고서야 깨달았다. 그래서 진지하게 읽어보고 싶었다. 비록 픽션이지만 조금이나마 남겨진 백제인들의 삶을 이렇게라도 짐작해 보고 싶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책은 가히 성공적이라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남겨진 백제인들의 고뇌와 혼란스러움을 아주 잘 그려내고 있었다. 아마 실제 백제인들도 이러했으리라 '확신'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나라를 망하게 한 신라를 위해 나당전쟁에 뛰어들기까지 '물참'의 사흘 간의 고민과 흔들림이 가여웠고, 마음이 아팠지만 용감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결심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이해가 되면서 '국가'란, '나라'란 대체 무엇인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나에게 던지게 되었다. "뜻있는 죽음, 나라를 위한 죽음 - 그것도 그럴 값어치가 있는 뜻과 나라가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P26) 요즘 내가, 아니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나라'에 대한 감정이 아마도 이와 같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게 한 구절.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나는 이 한 문장으로 인해 읽는 내내 생각과 고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국민은 나라에게 나라는 국민에게, 우리는 서로에게 어떻게 힘이 되고, 어떤 존재가 되어 주고, 어떤 것을 주고 받고, 어디까지 지켜줄 수 있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심념에 빠졌었다.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고 한다. 어딘가 닮아 있는 670년대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방향을 재설정하고, 마음가짐과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가오는 2023년에는 위기에 처한 우리를, 나라를,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능동적인 자세로 바라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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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소설은 역사적 기록과 작가의 상상력이 보태져서 완성되기에 많은 역사 소설들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아무래도 당시의 기록이 많아서일 것이다. 독자로서 이 책은 조선 시대의 역사 소설이 아니라서 반가웠다. 또한 보령 출신인 작가이고, 백제 역시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있던 나라였기에 작가가 지명과 장소를 오늘날의 지도로 첨부하고 각주로 상세히 적어주었다. 나 역시 충남 지역에 살고 있어서 임존성, 솔섬, 오서산 등을 잘 알고 있어서 이야기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삼국 시대 중 660년 백제가 나당 연합군에 멸망하고, 백제 유민들이 다시 나라의 부흥 운동을 일으키고 실패로 돌아가는 과정 속에서 '물참'이라는 주인공이 3일 동안 전쟁터로 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얼마 뒤 내가 흐르는 넓은 골짜기에 들어섰다. 거기서 오서악을 왼편에 두고 말로 한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 곳, 험준한 산 위에 임존성이 있다. 백제 부흥전쟁의 깃발이 오른 곳. 왕은 항복했으나 백성들이 떨쳐 일어나 침략자의 공격을 막아낸 곳. 나라를 되살리려는 그 부흥군 속에서 막강한 외적을 향해 활을 쏘던 물참은 열입곱이었다. (29p.) 그러나 모든 게 허사가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부흥군 우두머리들 사이에서 끔찍한 내분이 일어나 도침 장군이 살해되고, 정무 좌평과 복신 장군까지 결전을 앞두고 죽자 부흥군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까닭이었다. 외적과 싸우는 이들이 자기들끼리 싸움을 벌였고, 그 틈을 파고든 나당 연합군의 공격에 모두 무너지고 만 것이다.(122p.) 책은 특이점이라 하면 물참의 3일 동안의 여정 동안 중간 중간 회색 내지가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물참의 과거 회상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즉, 현재-과거-현재 이런 순서로 되어있다. 이런 구성이 마치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전쟁이 일어나고 망한 나라의 백성들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그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전쟁이란 과거나 지금이나 소시민들에게 절망과 슬픔을 안겨주지만 어찌 되었던 살아가야 함을 알려준다. 말을 칼로 하는 세상이야- 나라가 무너진 뒤 너나없이 하는 소리였다. 귀족이든 평민이든, 칼에 목숨을 건 군인이거나 주인의 혀에 목숨이 달린 종이거나 걸핏하면 그 말을 했다. 칼이 말을 대신하니, 정말 피를 많이 보았다.(31p.) 그런 말을 들을 적마다 물참도 슬픔에 빠졌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살기가 죽기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순간이지만, 삶은 계속되었다. 멀쩡하게 두 눈을 뜬 채 나라와 가족을 빼앗긴 괴로움을 되씹으면, 전쟁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애달픈 모습을 날마다 겪어야 했다.(61p.) "내가 처음 하는 말인데, 백제는 이제 없다. 꺼플이라도 남아 있다고 믿어왔지만, 더 이상 그러기 어렵구나. 앞으로는 '백제 부흥'이라는 말조차 듣기 어려울 게다. 그러니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어찌 될까보다 어찌해야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신라와 당나라는 백제를 눈곱만치도 쳐주지 않을 테니까, 인제 우리가 바라는 걸 얻으려면 어미 잃은 새끼처럼 스스로 찾는 길밖엔 없단 말이지." (251-252p.) 한때는 망한 백제를 되살리기 위해 당나라에 4년간을 저항하면서 버텼지만 결국 내부 분열로 무너진 백제의 마지막을 '물참'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잘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은 결국 676년 신라가 당을 몰아내고 한반도를 통일 했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잊힌 시간인 당이 웅진도독부를 세워 백제 땅을 지배했던 기간을 잘 그려냈다. 어둠이 잦아들고 먼동이 트는 때라는 별빛 사윌 때의 백제를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한다는 작가의 메세지를 받은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