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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성서모임 창세기 연수를 다녀온 지난 주말, 점심 시간을 이용해 둘러본 흑석동 성당. 성당의 오래된 역사와 규모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지만, 무엇보다 머리 속에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모두가 빠져나간 대성전 중앙에서 조용히 예수님 십자고상을 바라보며, 감실에 두고 홀로 기도하고 묵상하고 계시는 자매님의 뒷모습이었다. 무엇이 그토록 간절하게 기도하게 만들었을까? 기도와 묵상 속에 그 자매님이 일어설 때의 마음과 생각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나는 저렇게 간절하지 못해서 예수님을 만나는 나만의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걸까? 다른 사람의 시선이 부끄러워서 그저 몰래 방에서 숨어서 기도를 드리는 것인가? 짧은 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신앙이란 무엇이고, 나의 신앙은 어떠하고,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말만 앞서는 ‘입만 떠벌리는 신자’는 아닌지, 나의 또다른 목적을 위해 예수님과 신앙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수많은 생각이 떠올라 마음 한켠이 또한 먹먹하게 무거워지는 순간이었다. 모든 생명을 주관하시는 분은 하느님이라는 것을 믿고, 나의 기도가 언젠가는 실현될 것임을 믿고, 그리고 그 때는 하느님께서 생각하시는 시간과 방식으로 나에게 이뤄질 것임을 묵묵히 믿고 기다릴 수 있는지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수많은 믿음의 성조들도 인간이기에 매 순간 순간 흔들리고 자신의 판단과 생각으로 하느님의 뜻을 실현할 수도 있다고 여기는 순간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다시 하느님께 굳건한 믿음을 보여주었다. 인간이기에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뜻을 우리가 헤아릴 수 없고, 그저 우리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모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시고 내가 무언가를 깨닫기를 바라신다는 것을 전적으로 믿고 나의 소명과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임을 머리로는 외워지는데 나의 행동과 가슴이 그렇게 움직여지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각자 신앙의 단계에 맞는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는 홍성남 신부님의 말씀처럼, 아직은 아장아장 막 걸음마를 떼고 세상의 문자들을 읽고 쓸 수 있는 단계의 어린아이처럼 마냥 신기하고 뭐든 더 보고싶고, 읽고 싶고, 배워보고 싶지만 너무 욕심을 내면서 단계를 건너뛰며 먼저 지쳐 떨어져 나가지는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 책 바로 전에 읽었던 스콧 한 작가의 ‘네 번째 잔의 비밀’에서도 살펴본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과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예수님의 의도 등을 다시 한번 헤아려 본다. 비록 이 책도 완전히 예수님의 마음에서 예수님의 의도를 밝히고(이는 전적으로 불가능한 일) 있지는 못하지만, 복음과 성서에 쓰인 행간의 의미와 의도 등을 계속 생각하고 깨우치고 새기는 과정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때의 철없음으로 그저 한번만 읽으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예수님 또한 인간의 범주에 놓고 오류를 파해한다는 식으로 접근했던 지난날의 무지와 오만과 불경스러움을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된다. 용서란 용서를 청하기도 전에 용서하는 것임을 배운 카톨릭 신자로서, 한걸음 한걸음 나의 신앙의 단계 단계에 맞춰 매 순간 새롭게 다가오는 예수님의 말씀을 깊이 새기며 실천해 갈 수 있도록 다짐해 본다. 늘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지켜봐 주시는 하느님을 깊이 느끼면서, 예수님께서 2천년 전에 우리에게 말씀하셨던 내용들을 지금 시대에 걸맞게 실천해 가는 길, 그것이야말로 지금 현대의 흠없고 의로운 신앙생활이 될 것이다. 항상 카톨릭 신자임을 잊지 않고, 늘 예수님 보시기에 하느님 보시기에 좋으실 수 있도록 나부터 부끄럽지 않도록 나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다시 한번 점검하며, 책의 서문의 문장을 다시 읽어본다. "그리스도교는 본질적으로 그리스도 안에 머문다. 그리스도의 교리는 교리라기보다는 그분의 인격이다. 따라서 성경 말씀은 그 의미와 생명을 한번에 잃지 않는 한, 그리스도와 떼어놓을 수 없다. 믿음 없이는 성경 본문에 담긴 삶의 비밀을 발견할 수 없다. 성경 본문의 영혼인 하느님의 현존이 발하는 빛 안에서 연속성과 움직임, 신비를 이해할 수 없다." |
|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엔도 슈샤쿠의 예수의 일생을 읽으면서 입니다. 일본 작가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예수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엔도의 시각과 매우 유사한 내용입니다. 하드커버로 주황색의 북디자인도 마음에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