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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쓰인 독특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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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집요한 질문들에 포위된 느낌이다. 당신은 언제부터 당신의 삶이 이처럼 혼란스러워졌는지, 무슨 이유로 점원들이 당신에게 그렇게 물었는지, 당신이 왜 이 여름에 그토록 두꺼운 외투를 입었는지 생각해본다. 어떤 깊숙한 구멍 밑바닥에 빠진 느낌이다. 당신은 온전한 상태가 어떤 건지조차 잘 모른다. 이전의 삶에서 매일 하던 것들, 예전의 습관들은 이제 단지 머나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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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집요한 질문들에 포위된 느낌이다. 당신은 언제부터 당신의 삶이 이처럼 혼란스러워졌는지, 무슨 이유로 점원들이 당신에게 그렇게 물었는지, 당신이 왜 이 여름에 그토록 두꺼운 외투를 입었는지 생각해본다. 어떤 깊숙한 구멍 밑바닥에 빠진 느낌이다. 당신은 온전한 상태가 어떤 건지조차 잘 모른다. 이전의 삶에서 매일 하던 것들, 예전의 습관들은 이제 단지 머나먼 기억일 뿐이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이 당신을 자극한다. 심장이 격하게 고동친다.           - '구슬' 중에서, p.77

 

한국인 작가가 프랑스어로 쓴 소설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 출간한 독특한 소설집이다. '모국어의 제약을 벗어나 더 유연한 사고가 가능한 중립적인 영역이 필요했다'는 작가는 프랑스어로 쓴 8편의 소설이 수록된 이 소설집을 프랑에서 출간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저자가 태어날 때부터 프랑스에서 태어나 모국어로 프랑스어를 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파리로 이주해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접했을 거라는 점이다. 작가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며 살아낸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언어와 자신 사이에 어느 정도의 두꺼운 겹이 존재했으며, 이 이야기들을 하기 위해서 그만큼의 거리가 필요했다고 한다. 

 

간결한 문체로 쓰인 여덟 편의 이야기들은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백들이 많았다. 분명 언어로 표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지가 시각화되어 보이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야기들이기도 했다. 고층 빌딩들 사이로 보이는 황백색의 하늘 한 점,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축축하고 춥고 음산한 방, 눈의 백색이 모든 것을 뒤덮어버린 풍경, 어둠 속에서 빛나는 가로등 불빛.. 도시 곳곳을 유령처럼 부유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그림처럼 그려지고 있는 소설들이다. 상상으로 그려낸 도시의 이미지는 현실과 환상 사이 어딘가에서 무너진 세상을 향해 악몽과도 같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나는 버려진 채로 남아 있는 오래된 망루 꼭대기에서 밤을 보낸다. 그곳은 도시 한가운데 있지만, 이 꼭대기까지 사람이 올라오는 일은 절대로 없다. 틀림없이 예전에는 이 망루가 주변의 어떤 빌딩보다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보다 훨씬 높은 유리 빌딩이나 콘크리트 건물이 주변에 즐비해, 보잘것없는 구조물이 되고 말았다. 이 망루는 더는 불도 켜지지 않고 지키는 사람도 없다. 오늘날 도시는 폐허가 된 이 구조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아예 잊기로 작정한 것 같다. 아무도 내가 여기 있는지 모른다. 아무도 나를 볼 수 없다. 난 도시 한가운데 있으면서 동시에 모든 것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밤의 어둠 속에 감춰진 채로.           - '방화광' 중에서, p.178~179

 

이 책을 읽으면서 도시를 뒤덮은 모래바람 속에서 사막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왜 도시는 사막이 되었을까. 사막은 어떻게 도시로 들어온 걸까. 사람들은 제각각 사막이 들어온 시기를 다르게 기억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라고, 또 어떤 사람은 강가에 신기루가 나타난 이후라고, 또 다른 사람은 자기 이웃이 죽은 후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기준으로 항상 언제 이전이거나 언제 이후라고 대답했고, 그들의 의견이 같은 시기를 가리킨 적은 없었다. 도시를 흐릿하게 뒤덮은 모래바람 속에서 여덟 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화자를 내세우고, 그들의 목소리로 각자의 하루를 살아 낸다. 누군가는 침대에서 수백 명의 죽은 아이들이 나타나는 꿈을 꾸고, 수수께끼의 도시에서 기이한 하루를 보내고, 온갖 소음과 광기로 가득한 강 건너편의 대도시로 가출하고, 집 안을 가득 채운 소음을 피해 음악 속으로 숨어 들기도 하며, 방치된 망루 꼭대기에서 불꽃놀이를 내려다보기도 한다. 

 

서사보다는 이미지가 잔상처럼 남는 이 소설들은 그로테크스한 표지 이미지처럼 우리를 특별한 상상력의 세계로 데려간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도시가 사막으로 변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각기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여러 명의 화자들처럼, 이 소설을 어떻게 읽고 느낄지는 각자 다를 것 같다. 한줌의 모래 알갱이처럼 손바닥에 올려 두면 스르르 바닥으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기묘한 감각이 여운처럼 남는 독특한 이야기들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r*******n 2023.07.25.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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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 | 한국화 |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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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서재[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 | 한국화 | 비채]어디선가 본 듯한, 낯이 익은 느낌이지만 누구인지는 기억이 도통 나지 않는 사람을 닮은 소설이다.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은 한국화 작가가 프랑스에서 출간 후 한국어로 번역된 단편 소설집이다. 작가는 이 소설집을 펴내기까지 언어사이의 거리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그 언어의 간극은 불어일까, 한국어일까. 아니면 언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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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서재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 | 한국화 | 비채]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이 익은 느낌이지만 누구인지는 기억이 도통 나지 않는 사람을 닮은 소설이다.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은 한국화 작가가 프랑스에서 출간 후 한국어로 번역된 단편 소설집이다. 작가는 이 소설집을 펴내기까지 언어사이의 거리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그 언어의 간극은 불어일까, 한국어일까. 아니면 언어를 넘어 영혼의 간극일까?

두 언어사이에서 펼쳐낸 소설은 배경과 인물은 한국 문학, 이야기의 사건 흐름은 프랑스 문학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었다. 한국 사회의 현실을 꿈의 언어로 비판하며 꼬집어냈다.

우리나라 작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제2의 언어로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 되고, 추후 우리나라에서는 번역 된 이번 소설이 내용을 더욱 극대화 하고, 사실화 하는 느낌이다.

한국화 작가의 단편 소설의 문장들은 마치 현대미술의 작품을 글로 읽는 묘한 기분이 든다.



k******9 2023.08.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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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도시 속 모래알 같은 결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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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을 읽고 풍성한 도시 속 사막 같은 결핍에 관하여  번쩍거리는 도시 속을 거닐며 그 속에서 메마르디 메마른 곳을 생각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 이 책을 지은 한국화 작가이다. 작가는 8개의 짧고 깊은 단편을 통해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결핍들을 한 겹 한 겹 들추어 낸다. 그 결핍은 아주 사소하기도, 너무 거대하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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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을 읽고
풍성한 도시 속 사막 같은 결핍에 관하여

 번쩍거리는 도시 속을 거닐며 그 속에서 메마르디 메마른 곳을 생각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 이 책을 지은 한국화 작가이다. 작가는 8개의 짧고 깊은 단편을 통해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결핍들을 한 겹 한 겹 들추어 낸다. 그 결핍은 아주 사소하기도, 너무 거대하기도 해서 우리는 종종 부족함이라고 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물, 사랑, 사람의 소중함, 가족의 애정이 과도하게 부족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래는 여덟 편의 단편을 읽어내며, 부족하디 부족한 내가 잠깐 잠깐 부풀려본 생각들이다. 돈을, 물을,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들에 대해 가장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모국어까지 버린 작가의 마음을 모두 파악하기란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남기고 싶은 것이, 깊이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기에 몇 몇의 생각방울을 남겨보고자 한다.

 

??[눈송이] 사람이 소중하다는 인식의 결핍

 사람이 죽었다. SNS에서 알았다. 그리고 SNS에서는 무심하게 광고, 요리법, 돌고래 사진, 그리고 출처 불문의 정보를 주는 기사가 연이어 올라온다. 가 무심하게 스크롤함에 따라. 꽤 에게 소중했던 기억을 남긴 사람이다. 그 사람이 죽었는데 세상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돌아간다.

 이태원의 사고를 떠올렸고, 서이초의 선생님이 떠올랐다. 무심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한 내 인스타그램도 곧 펜 광고, 고양이 릴스, 인스타툰, 다시 또 광고를 보여줬다. 그렇게 끔찍한 소식을 전하고, 같은 무게를 둔 게시물인 양 다른 사진들이 같은 크기로, 같은 속도록 전해졌다. 그들의 죽음은 갑작스러웠고, 충격적이었으나 가볍게 전해졌다. 이 단면적인 모습을 통해 사람의 목숨 값이 얼마나 가볍게 전해지는지 내쉬는 숨과 들이쉬는 숨마저 불편할 정도로 진하게 느껴졌다.

??[폭염]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기   온기의 결핍

여기, 뜨거운 여름에 뜨겁게 테니스를 치는 그녀가 있다. 이 단편 속 모든 것은 처음부터 뜨겁기만 했다. 여름 날 무더운 땀을 뚝뚝 흘리며 들어오는 그녀의 테니스도 뜨거웠지만, 연이어 테니스 유망주로 언급되는 그녀를 사모하는 학생들의 애정도 뜨거웠다. 그녀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았고 그녀와 그녀의 팬과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는 는 더운 침을 뚝뚝 흘려댔다. 폭염 같은 사랑이 식은 건 한순간이었다. 테니스의 여신인 그녀가 성소수자임을 들켰을 때부터 여름은 불쾌하도록 냉랭해졌다. 악의로 찬 시선이 그녀의 몸에 칼날 자국을 내는 동안, 의 시선은 오직 그녀만을 바라본다. 사랑엔 조건이 없어야 하거늘. 재고 따지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냉정한 시선이 폭염과 격하게 대립하며 나는 함께 뜨겁고, 함께 추위에 떨었다.

 

 이 책에서는 위 두 단편에서 드러난 존재의 가벼움, 온기의 결핍 말고도 6가지의 결핍을 더 이야기한다. 물리적 급수의 결핍, 살아갈 이유의 결핍과 이어지는 감정의 부재, 소통의 결핍 등, 우리가 느껴온 다양한 결핍을 짧고 자극적으로 드러낸다. 감각적인 커버에 반하고, 짧은 길이에 속도의 호흡을 조절하고, 문장 문장에 담긴 생각의 깊이에 감탄하는 책이다.

c*******1 2023.07.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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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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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14년 파리로 이주한 작가 한국화는 2020년 프랑스에서 소설집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을 출간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한국인이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쓴 소설들을 전문 번역가가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조금 독특한 책이다.     작가는 '모국어의 제약을 벗어나 더 유연한 사고가 가능한 중립적인 영역이 필요했다.' '나와 언어 사이의 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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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14년 파리로 이주한 작가 한국화는

2020년 프랑스에서 소설집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을 출간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한국인이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쓴 소설들을 전문 번역가가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조금 독특한 책이다.

 

 

작가는 '모국어의 제약을 벗어나 더 유연한 사고가 가능한 중립적인 영역이 필요했다.'

'나와 언어 사이의 거리가 필요했다.'라고 밝히며

이질적인 감각과 독특한 소설 세계로 언론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이 책에 수록된 8편의 단편들은 간결하지만 단순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야기들은 추상적이며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어 상상력을 자아내게 한다.

8편의 이야기들은 각각의 제목을 가지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노인과 어린이, 남성과 여성, 학생, 부랑자 등의 화자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모래바람으로 뒤덮인 도시는 언제부터 사막이 되었는지, 사람들의 기억은 모두가 다르다.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희망을 잃어버리고 무거운 삶을 살아가던 중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옛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

꿈속에서 죽은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

온갖 소음이 가득한 강 건너편으로 가출을 하던 시절의 한 사람,

집 안의 소음을 피해 음악 속으로 숨었다가 청각을 잃은 사람,

우연한 첫 만남 후 한시도 잊은 적 없다가 수십 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났을 때의 감정,

도시가 방치한 건물 꼭대기에서 모두를 관찰하는 한 사람,

 

 

 

8편의 단편은 현실의 공간보다는 추상적인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폭넓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이라는 것이 인상적이다.

도시가 사막으로 변하게 된 계기를 각기 다른 증언을 쏟아 내듯이

이 소설을 읽고 상상하는 세계는 각자 다를 것이므로

독특한 서사와 낯익은 도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만나보기를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b********9 2023.07.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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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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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 낯선 이야기 8편이 담겨있는 소설집이다. 저자의 이력 또한 특이했다. 프랑스로 유학을 간 저자가 프랑스어로 쓴 소설은 번역해서 출간했단다. 모국어인 한국어로 쓰기보단 낯선 언어로 작품을 써서 작품과 저자 사이의 적절한 간격을 두고 싶었다는 저자의 글을 읽고 나니, 간격이라는 단어가 작품 속에서 어떻게 펼쳐졌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낯선 언어로 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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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 낯선 이야기 8편이 담겨있는 소설집이다. 저자의 이력 또한 특이했다. 프랑스로 유학을 간 저자가 프랑스어로 쓴 소설은 번역해서 출간했단다. 모국어인 한국어로 쓰기보단 낯선 언어로 작품을 써서 작품과 저자 사이의 적절한 간격을 두고 싶었다는 저자의 글을 읽고 나니, 간격이라는 단어가 작품 속에서 어떻게 펼쳐졌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낯선 언어로 쓴 작품. 그래서 작품 속 이야기는 저마다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제목 그대로 표제작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첫 번째 작품인 루오에스가 이 책의 제목을 담고 있다. 각기 다른 배경과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작품 속에 대놓고 사막이 등장하는 소설은 한 작품에 불과하지만 제목과 연결된 것 같이 느껴졌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막이 주는 이미지가 각 작품 속에 담겨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낯설고 분리되어 있고, 황량한 사막의 분위기와 모습이 작품 곳곳에서 느껴졌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마주한 장면이 옛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있던 영상편집실에서 만난 그녀. 짬짬이 결혼식 촬영으로 돈을 벌었던 나는 오랜 시간 편집하던 영상을 실수로 날려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방전되고 만다. 그런 그 방에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근데 형체가 없다. 당황스러울 즈음 그녀가 등장한다. 밤새워서 그들은 영상을 편집하고 차를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그리고 새벽녘 함께 방을 나선다. 그런 그녀와의 기억은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잊힌 지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그녀의 사망 소식을 들은 나는 어땠을까?

요 며칠간 유난히 날이 더웠다. 긴급 재난문자가 쉬지 않고 올 정도로 폭염의 더위 속에서 같은 제목의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그 아이가 교실에 들어섰을 때, 왠지 마음이 갔다. 그 아이는 테니스로 두각을 나타냈다. 순식간에 유명인이 된 아이는 여전히 낯선 존재였지만, 나는 그 아이의 성공을 축하하고 싶었다. 그 아이의 인기는 폭염만큼이나 뜨겁게 끓다가 식어버렸다. 어느 순간 그 아이의 추종자들은 사라진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마주한 그 아이의 옆에는 모르는 여자가 서 있었다. 그런 그 아이에게 인사를 건네는 나. 더운 날 밤의 꿈이었을까, 아님 실제 기억이었을까?

길지 않은 작품이지만, 모호한 그림이 작품마다 가득하다. 뿌옇게 흐리기도 하고, 모래폭풍처럼 앞이 잘 보이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과연 이 작품을 내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저자 역시 그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 낯선 외국어로 작품을 써 내려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SF작품이 아님에도, 자꾸 그런 느낌이 드는 것 역시 그래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달의 사락 s******1 2023.07.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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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세계 속에 고립된 불투명한 자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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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사막이 어떻게 도시로 들어왔는지. 알고 있는 건, 전에는 도시가 사막이 아니었다는 것 뿐이다.'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 중에서 사막이 들어온 건 언제 쯤으로 거슬러가야 할까?   이 질문을 던진 화자는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 중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도시를 흐릿하게 뒤덮은 모래 바람 뿐이다. 화자는 아침 나절을 맨 바닥에 가만히 누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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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사막이 어떻게 도시로 들어왔는지. 알고 있는 건, 전에는 도시가 사막이 아니었다는 것 뿐이다.'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 중에서

사막이 들어온 건 언제 쯤으로 거슬러가야 할까?

 

이 질문을 던진 화자는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 중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도시를 흐릿하게 뒤덮은 모래 바람 뿐이다.

화자는 아침 나절을 맨 바닥에 가만히 누워서 보내는 동안 별다른 일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게 내버려두고 있다.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오늘도, 내일도, 절대로 일주일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빅 맥 메뉴로 때우는 그 절망스러운 얼굴들을 더는 보지 않을 참이다.

하루 종일 햄버거 가게 튀김 냄새에 파묻혀 살며 매니저에게 온갖 잔소리를 듣고 있는 화자는 벽시계의 바늘에게까지 부탁 할 정도로 시간의 고통 노동의 고통, 하루의 고단함을 겨우 벼텨 내고 있다.

루오에스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화자가 버스에서 내린 곳은 루오에스((Luoes), 이 도시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화자는 구석 구석을 탐방하기 시작한다.

버스 터미널을 빠져나와 지하철에 올라탄 화자는 역 안에서 검은 봉지를 끌어 앉은 채 승객들과 마주칠 때 마다 공손하게 인사하는 한 남자를 유심히 지켜 보고 있다.

'하루 하루는 오늘처럼 어김없이 찾아오지요. 저는 여러분이 보잘것없는 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라며 승객들에게 말하는 남자는 뭔가를 보여 주겠다며 품 속에 안고 있던 비닐봉지 속에서 편지 봉투 한 묶음을 꺼낸다.

이 남자가 승객들에게 봉투를 나눠주는 동안 실강이가 벌어지고 역무원까지 나타나 이 남자를 열차에서 끌어낸다.

화자는 그 남자가 비닐봉지에서 떨어뜨린 봉투를 주워 들고 몇 정거장을 지나 내린다.

마침내 루오에스에 도착한 화자는 유리벽으로 단단하게 쌓아 올려진 고층 빌딩이 즐비한 풍경과 마주한다.

고층 빌딩들 사이로 황백색의 하늘 한 점만이 겨우 보인다. 거리 사이로 휩쓸려 들어가는 바람에서 모래 냄새가 난다.

눈이 따끔 거리고 시선이 뿌예진다. 주위 행인 대부분이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낯선 도시 루오에스에서 끼니를 떼우기 위해 맥도날드 매장으로 들어 간 화자는 햄버거 세트 메뉴를 다 먹고 난 후 몇 시간 전 전철에서 주운 봉투를 꺼낸다.

순백의 종이 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발자국이 찍혀 있는 봉투를 바라 보고 있는 화자는 편지를 보낼 사람도 없는데 불구하고 외우고 있는 유일한 주소인 집 주소를 쓰면서 집에 돌아가면 먼저 도착할 이 봉투를 보며 루오에스의 추억을 떠올려 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화자가 목격한 루오에스는 아스팔트, 자동차, 고층 빌딩으로 가득 찬 대규모 도시임에도 모든 게 낯설게 보인다.

그런데 화자가 찾고 있는 사막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사막....

아마도 사막은 이미 이곳에 있는 것 같다.

도시 중심부, 저 소박한 철책 뒤에....

나는 주변의 소란 속으로 구불 거리며 슬며시 사라지는 사막을 응시한다.

자, 이제 사막 위를 걸어가는 화자의 두 발은 모래 속에 푹푹 빠지고 앞으로 나가는 것 조차 힘겨워서 뜨겁게 내리 쬐는 사막 모래 위에 등을 대고 누워 버린다.

'이봐요. 일어나요. 여기서 잠들면 안 돼요.!'

누군가 화자를 깨우고 눈을 뜬 화자는 주변을 둘러 본다.

아침이다. 차갑고 축축한 모래가 느껴진다.

삽을 든 노동자들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도시에 사막이 들어 온 날

총 8편이 담긴 단편집에는 20여페이지가 채 넘지 않는 스토리에 기승전결이 뚜렷한 서사 구조도 없고 성별 구분도 없고 이야기의 화자가 어디 출신인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조차 명확하지 않다.

이 책을 집어든 건 순수한 호기심으로 미술을 전공한 이가 어느 날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프랑스어로 글을 쓴 작품이였기 때문이다.

'이 글들은 2015년부터 파리 제 8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던 때 쓰였다.

그 이후 퇴고를 거쳐 2020년에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출판되었다.'

-한국화

이 책이 프랑스에 출간 되자 마자 간결한 문체로 풍부한 이미지를 그려내 폭넓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이라는 평단과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이 평가는 사실로 이 책 속의 담긴 이야기들은 서울의 영문 표기를 거꾸로 배열한 이름의 도시를 그린 소설 〈루오에스〉를 비롯해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이어지는 상상의 세계를 이름도, 성별도, 삶의 목적과 이유도 상실한 채 도시를 표류 하는 유령과도 같은 이들의 모습으로 그렸다.

이 이야기를 2023년 대한민국의 어느 도시 한 부분에 대입 시켜도 좋을 만큼 바닥을 나뒹구는 술병들과 여기저기 피어 있는 곰팡이. 폐허나 다름없는 집에서 깨어난 당신은 오늘도 주인 없는 빈 방에서 잠들어 버린 도시인들의 외롭고 고독한 모습을 담았다.

'나는 어떤 역에도 내리지 않는다. 종착역에 도착해도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열차가 다시 반대 방향으로 떠나기를 기다린다.

-방화광 중에서

 

 

8편의 단편을 모국어인 한국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쓴 작가 한국화는 파리 제8대학교에 다니면서 6년 만에 이 소설을 썼다.

작가는 프랑스 문화비평 잡지 <디아크리틱> 인터뷰에서 “모국어의 제약을 벗어나 더 유연한 사고가 가능한 중립적인 영역이 필요했다”라고 밝혔다.

이 단편집은 프랑스에서 출판 된 그해 일본어로도 번역이 되어 출간 되었다.

작가는 현재 프랑스를 떠나 독일 베를린에 거주 하며 황정은 작가의 <백의 그림자>를 프랑스어로 번역 했고 에두아르 르베의 <자살>을 한국어로 번역하며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한국어를 프랑스어로 번역하며 자신의 작품을 창작하는 일을 병행 하고 있다.

'나는 일주일에 여러 번 어학원에도 다녔다. 이 나라의 언어를 특별히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학생 신분을 유지하면 별 어려움 없이 체류 허가증을 취득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 눈송이 중에서

 

 

나는 이 책을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는 동안 작가가 서술하고 묘사한 문장을 프랑스어로 어떻게 썼을지 머릿 속에서 단어 하나 하나를 떠올렸다.

 

'당신은 눈을 뜬다. 혹은 눈을 뜬다고 믿는다.'

작가는 새 하얀 백지 세상 속에서 두 가지 언어를 넘나들며 붓을 든 화가처럼 상상의 세계 속에 고립된 불투명한 자아들 이 시대의 우리 모두의 모습을 그려 넣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이 하얀 세계 속에서 마치 드디어 내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이곳과 저곳 사이 , 낮과 밤 사이, 오늘과 내일 사이에 어떤 경계도 없는 곳에서'

-청각 중에서

f*******d 2023.07.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한국인 작가가 프랑스어로 출간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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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작가가 프랑스어로 출간한 작품이 다시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 현실적인 것 같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분위기의 8가지 단편이 실렸다. 뭔가 음침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소설들이라 기이한 느낌까지 드는 내용들.프랑스의 분위기가 이런 것인지 작가 특유의느낌이 이런 것인지 왜 이렇게 작품에 집중되지 않는걸까? 단편들을 읽는 내내 몰입이 되기보다 생각이 붕 뜨는 느낌이라 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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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작가가 프랑스어로 출간한 작품이 다시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
현실적인 것 같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분위기의 8가지 단편이 실렸다. 뭔가 음침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소설들이라 기이한 느낌까지 드는 내용들.

프랑스의 분위기가 이런 것인지 작가 특유의
느낌이 이런 것인지 왜 이렇게 작품에 집중되지 않는걸까? 단편들을 읽는 내내 몰입이 되기보다 생각이 붕 뜨는 느낌이라 힘들었던 작품.

확실한 마무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도 아니라 자꾸만 벗어나는 집중력을 붙잡긴 힘들었다.
당시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전달하려 했다는 작가의 그 분위기는 확실히 전달 된 듯 하다.


요즘 도통 집중되지 않는 정신을 붙잡아주는 책을 만나길…

f*******h 2023.08.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