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정리하면서 사람은 그동안 눈을 돌려 외면해 온 문제를 깨닫게 되고 싫든 좋든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것은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p.35)'
정리정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때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정리정돈으로 유명했던 일본의 곤도 마리에라는 정리정문가이자 정리 컨설턴트의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이분이 정리정돈법에서 남길 것과 버릴 것을 나누는 기준으로 제시했던 것이 나를 설레게하는 것인지 아닌지로 삼아 화제가 되었는데 나 역시도 이분의 책을 읽고 한때(?) 집안을 헤집어 놓으며 정리열을 올렸던 기억이 난다.
물론 처음부터 너무 의욕적이라 곧 다시 돌아갔지만 말이다. 그런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가 일본에서는 최고로 손꼽힌다는 프로듀서 겸 작가인 가와무리 겐키와 합작해 만든 책이 바로 『수다스러운 방』이다.
사실 처음 이 책을 보고선 당연히 실용서인줄 알았는데 무려 소설이다. 그것도 단편소설 모음집. 두 작가는 흥미롭게도 '설렘'이란 기준을 통해서 정리정돈을 하는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펴냈는데 스토리텔링을 통해 정리정돈을 한다는 것이 결국 자기 인생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일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기계발서와 같은 실용서가 아닌 소설로 만나보니 의외로 더 와닿는것 같다.
마치 곤도 마리에가 실제 의뢰를 받아 일반인의 집을 정리해주었던 사례를 이야기화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실제로 우리가 정리정돈에서 어려움을 겪는 물건들을 위주로 그 물건들을 정리하지 못하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중년 여성의 넘쳐나는 옷을 시작으로 개인적으로 나 역시 이에 해당될 것 같은 너무 많은 책을 보유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또 부엌의 넘쳐나는 식기라든가 물건들을 정리하고픈 사람, 정리되지 않는 아이방을 의뢰한 사람 등 일곱 의뢰인의 이야기인데 이런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정말 한 두개 이상은 모두 해당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묻어난다.
다만, 판타지하게도 정리 전문가로 나오는 미코와 그녀의 단짝인 (정리) 상자 보쿠스가 서로 말이 통한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코가 물건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되지 못한 채 갇혀 있거나 쌓여 있는 물건들이 쏟아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미코를 통해 듣게 되는 물건들의 소리를 보고 있노라면 뜨끔한 마음에 슬그머니 내 주변의 물건들을 둘러보게 될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쓰겠지라는 생각으로 자꾸만 버리기를 망설이고 결국 그 물건들이 쌓이고 쌓여 공간이 사라져버리고 결국에는 그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 어떨때는 재구매를 하기도 하고마는 한 사람으로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이전의 책들에서 글과 일러스트로 보여주었던 정리법과는 또다른, 좀더 감정이입이 되고 일곱 명의 의뢰인의 상황이 자신과 일치한다면 더욱 공감하게 될 수도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며 결국 사용하지도 못할 물건들을 버리지도 못한 채 껴안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인생에서 어떤 결단을 미루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주변 물건들이 고스란히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 책에서 말하는 <곤마리 정리법 5단계>을 통해 여름이 끝나갈 즈음 옷장 정리를 시작으로 주변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아니라 더이상 나를 설레게하지 않는, 나에게 설렘을 주지 않는 물건들을 과감하게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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