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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벌레 먹어서 예쁘다/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떡갈나므 잎에 벌레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을 잘못인 줄 안다/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별처럼 아름답다// '벌레 먹은 나뭇잎' <<기다림>>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어 골랐다. 신기한 건 분명, 예전에 읽은 기억은 있으나.그때는 마음으로 읽혀지지 않았던 시가...특별하게 다가오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이다. 시를 잘 아는 누군가..소개해 주는 시라서 그럴수도 있겠고...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이제는 비로소 보이게 되는 순간이 찾아와서 일수도 있겠다. 고전을 읽으면서도 매순간 경험하는 것인데..시는 특히 더 그렇지 않을까 싶다. 묵은 장맛을 느낄수 있는 세상....한동안 이생진시인의 시집을 가까이 두던 때가 있었는데..라는 추억이 꼬리표처럼 따라 오며, 시인의 안부를 전해들었다. 시에 대한 해석이야 생각이 달랐지만...시가 다시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을 경험했으니 고맙다. 상처에..아름다운 마음보다는 고마운 마음을 기꺼이 느끼고 싶은 마음.... 더 젊었을 때는/ 뭔가를 이루는 게/중요했지/지금은 나이 더 들어/뒷골목을 걸으며/저 초라한 이들의/집들을 대단타 바라보네/삐죽삐죽 선이 안 맞는 지붕/오래된 닭장 철조망과 재/못 쓰게 된 가구들이/잡다하게 들어찬 마당/울타리 통나무 널빤지와/상자 조각들로 지은/ 바깥 화장실 그 모두를/고맙게도 말야/ 적절히 풍화된/푸르스름한 초록 얼룩이/모든 색깔 중에서/가장 나를 기쁘게 하네/ 이것이/ 이 나라에제일 중요하다는 걸/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목가'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 고전문학은 세계 속을 자유롭게 여행중인데, 시는 여전히 멀다, 해서 이런 기회에 만나는 시들이 반갑다. 이름도 낯선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시를 언제 다시 만나게 될까..여러 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가능하지 않을까..나이에 상관 없이 매 순간 고마움을 느끼며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보이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 한편 야속하다..물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추한 이들이 있긴 하지만..그러니 나이 상관없이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을 만들어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한 건 아닐까?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 을 찾아 읽게 된 순간도 나를 기쁘게 해준 장면으로 기억될테니까 말이다. 제목 때문에 내용보다 제목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는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의 충처(?)가 아랍에 '불안은 영혼을 먹어버린다'라는 속담에서 가져 왔다는사실을 알았다. "가장 나를 기쁘게 하네" 의 영어 원 구절은 ' please me best'인데 'please' 라는 단어는 '기쁘게 하다/기분 좋게 하다'의 뜻이다...라는 설명을 들으면서, '기쁘게' 하는 것에 대한 절절함이 와 닿는 기분이었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란 생각.... 소낙비 쏟아진다/ 이렇게 엄청난 수직을 경험해 보셨으니//몸 낮추어// 수평으로 흐르실 수 있는 게지요/수평선에 태양을 걸 수도 있는 게지요// '물 <<말랑말항한 힘>> '물'이라 읽으면서도 '몸 낮추어'..가 시의 제목인 것 같은 기분..이들었다. 그러고 나서 불쑥..몸을 낮추기 위한 순간 물이 다가오는 걸까..그것도 무섭게(?)라는 생각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거대한 장맛비가 나라를 정신없이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들에게 있었다. 우리가 몸을 낮추지 않은 까닭에 더 많은 해를 당하게 된 것만 같아..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인의 말에 위로를 받는 기분도 들었다. 수직의 공포를 경험했으니..그 속에서 나와 수평을 생각해 보자는...정말 말랑말랑한 힘..아닌가. 함민복 시인의 '물'도 분명 언젠가 읽었을 텐데..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소환되었다.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 을 마주했을 때는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을 줄 알았다. 물론 소개해준 이의 마음에는 그러한 마음이 있었을 게다.. 그런데 나와 마주친 시들의 공통점에는 '위로'가 있엇던 것 같다. 지금은, 기쁨 보다 위로가 필요한 시간이란 걸..마음이 스스로 알아..그렇게 위로가 되는 시들을 찾아 읽게 되었나 보다.
지금이 있다는 것보다 더 나은 시작이란 결코 없었고/지금이 있다는 것보다 더 나은 젊음이나 늙음도 없었다/그리고 지금이 있다는 것보다 더 나은 완벽이란 없을 것이고/지금이 있다는 것보다 더 나은 천국이나 지옥도 없을 것이다// '내 자아의 노래'3부중에서, 윌트 휘트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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