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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고용한 미디어계의 거물에게 매번 무시당하는 고충을 참지 못한 미술품 감정인(능력은 독보적임) 해리 딘은 어느날 이 회장을 단단히 한번 털어먹기로 작정한다. 감정인 역에 콜린 퍼스, 회장 역에는 2016년 타계한 앨런 릭맨이 등장하며, 미술품 모사가 취미이고 이번에 처음으로 사기에 가담하려는 듯 보이는 '소령' 역에는 톰 코트니가 나온다. 톰 코트니가 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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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고용한 미디어계의 거물에게 매번 무시당하는 고충을 참지 못한 미술품 감정인(능력은 독보적임) 해리 딘은 어느날 이 회장을 단단히 한번 털어먹기로 작정한다. 감정인 역에 콜린 퍼스, 회장 역에는 2016년 타계한 앨런 릭맨이 등장하며, 미술품 모사가 취미이고 이번에 처음으로 사기에 가담하려는 듯 보이는 '소령' 역에는 톰 코트니가 나온다. 톰 코트니가 훨씬 나이가 많은데도 아직 생존해 있으며, 회장 역의 앨런 릭맨도 그리 늙어 보이지 않는다.

영화 인트로에는 줄거리를 압축한 듯 코믹한 애니메이션이 1분 정도 펼쳐지며, 이후 내용과 맞춰 보면 얼추 같은 진행이다. 이뿐 아니라 해리 딘이 늘어놓는 구상이 따로 소극처럼 잠시 펼쳐지는데 언제나 그렇지만 '플랜'만 놓고 보면 세상에 안 될 일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첫째 이 세상은 복잡계라 중간에 끼어드는 변수가 너무 많다는 거고, 다음으로는 그런 변수가 없다고 쳐도 애초에 자신이 상정한 변수의 성질이 과연 생각했던 그대로인지조차도 확실치가 못하다는 거다. 상수가 알고보니 변수였다는 게 모든 계획을 낭패로 돌리는 요인이고, 내러티브는 마치 '세상 모든 일을 자기 식대로만 보는' 해리의 습벽 때문에 일이 망쳐진 것처럼 말하지만, 어디 그게 해리만이 가진 잘못이던가. 이 정도로 일을 꼼꼼히나 보는 사람은 차라리 유능해서 뭐가 이뤄져도 이뤄질 가능성이나 높은 편이다. 모든 멍청한 인간들은 대충 운수에 맡겨 놓고 일을 방치한 채, 남 탓 환경 탓에만 너절한 변명을 늘어 놓기 마련이니.

여튼 우리 눈에도 해리의 이 계획은 제법 그럴싸하다. 해리에 믿음이 여전히 안 가는 건, 첫째 '소령'의 목소리가 괜한 선입견을 심어 줘서이며, 다음으로는 해리 본인의 행동거지나 버릇이 '어딘가 빈 데 많은 사람'이란 인상을 풍겨서이다. 하긴 어쩌면 꼼꼼한 계획이나 매뉴얼 같은 거보다, 사람들이 갖는 이런 막연한 '기대, 예상'이 끼치는 영향이 실제 일의 진행에 훨씬 더 큰 비중인지도 모른다. 옆에서 재수 없는 소리를 늘어놓으면 될 일도 안 되는 법이니 말이다.

그렇다고는 쳐도 해리가 계획에서 기댄 수많은 전제 조건 중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회장의 '성향'은 어설픈 단서 하나로 때려잡은 억측이었고, 무엇보다 해리가 결정적으로 오판한 건, '카우걸' PJ가 생각보다 진실된 영혼이었다는 점이다. 궁색한 형편의 여성을 잘 이용해 핵심 도구로 써먹으려 했는데, 회장이 급속도로 호감을 느낀 이 여성에 대해 오히려 자신이 정체 모를 연정을 품게 된 것. 더군다나 카우걸은 그간 해리가 까맣게 잊고 있던 '참된 자긍의 원천'을 일깨워 주고, 아니 이렇게나 괜찮은 분이 뭐하러 남을 사기치려 드냐고 속이 뜨끔해지는 충고까지 던진다. 하긴 모든 범죄는 '변변치 못한 자신'에 대한 염증이 그 동기인지도 모른다.

해리가 정작 범죄에 손을 놓은 단계에서부터, 거꾸로 모든 일은 어떤 금손이 대신 돌보기 시작이라도 한 양 척척 풀려 간다. 해리는 한편으로 참된 자존감을 찾았고, 다 해결된 사기 계획을 스스로 파탄 내어 '진짜 행복'을 손에 거머쥐는 선택을 한다. 콜린 퍼스가 이처럼 마지막에 개과천선하는 '처음부터 괜찮긴 했던 양반' 역을 맡은 건 너무 흔히 봐 오던 터라 식상한 면이 있고, 이뿐 아니라 너무 장르의 편한 진행에 기대는 뻔함이 좀 거슬리지만 뭐 봐 줄만은 하다. 얼굴의 짜글짜글한 주름살 말고는 자기 관리에 철저한 카메론 디아즈가 카우걸 역을 맡았는데 언제나 그렇지만 참 놀라운 바디이라는 점 실감.

s****o 2023.05.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