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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향이 났던 [사라진 모든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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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시기에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보면 당시 감정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하는 말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은 내 마음 상태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있다.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거나 새로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찼을 때 <4월의 유혹>을, 특별한 자기 계발서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삶은 예술로 빛난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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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한 시기에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보면 당시 감정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하는 말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은 내 마음 상태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있다.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거나 새로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찼을 때 <4월의 유혹>을, 특별한 자기 계발서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삶은 예술로 빛난다>를 읽었다. 열정이 사라지지 않아서 (행동보다는 마음으로만) 피곤하다는 얘기를 했을때 친구가 보내준 책 속 구절이 맘에 와닿았다. '사색의 즐거움이 활동의 즐거움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요'라는 <사라진 모든 열정>속의 문장이었다. <4월의 유혹>과 함께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리즈 중  '할머니라는 세계'를 모토로 한 책이며 주인공은 노부인이라고 했다. 저 문장은 어디쯤에서, 누구의 시선으로 쓰여진 글일까? 궁금했다. 열정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까와 함께.

 

50대에 접어든 탓도 있지만,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을 보면서 노년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여든여덟의 슬레인 백작부인은 남편 헨리가 죽은 후 6명의 자녀가 있음에도 혼자 사는 삶을 선택했다. 30년 전에 보았던 집을 임대하고, 한 살 적은 늙은 프랑스인 하녀 저누와 함께 하는 삶이었다. 

 

세상 사람 시선을 너무 오랫동안 의식하며 살아왔으니 이젠 거기서 좀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 늙어서도 마음대로 살지 못하면 언제 마음대로 살겠니?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 p58

 

멋지다. 그런데, 이런 멋짐도 건강해야지만 가능한거니 역시 건강이 최고야라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정치가의 아내로서 백작부인이라는 지위를 누렸고, 남편으로부터는 사랑 받았으며, 경제적으로도 나무랄 것 없는 삶이었다. 하지만, 항상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해야했던 그 삶이 부담이 아닐 수는 없을터였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겠지만 구름 위를 걷듯 가벼운 걸음을 걷는 백작 부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여든여덟의 노부인. 

 

햄프스테드에서는 노부인들이 많이 보여서 행인들은 그렇게 서 있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걸음을 옮기면서 과연 그 집까지 가는 길이 기억이 나려나 싶었다. (중략) 그녀는 천천히 행복한 마음으로 걸었다. 정감 있는 피정에 든 것처럼 근심이라곤 없이 , 자식들에 대한 헨리의 의견을 생각할 필요도, 그야말로 집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 외에는 다른 아무 생각도 할 필요가 없었다. -p75

 

집주인 벅트라우트씨 ( 내 맘에 들어왔던 말을 했던 사람은 벅트라우트씨였다. 경기병으로써 혈기왕성했지만 군인으로서의 야망은 없었고, 사색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던 것. 노년의 내려놓음, 만족이라고 해야할까? ), 집수리와 관리를 맡은 고셰런씨, 깜짝 등장해서 자신의 젊은 시절 한 자락을 떠올리게 한 백만장자이면서 예술품 수집가였던 피츠조지씨, 그리고 저누와 여유로운 하루 하루를 보냈다. 이 노인분들은 왜 이리 다 멋있는거지?  백작부인은 자신의 과거, 젊은 시절을 돌아보았다. 화가가 되고싶은 열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와 결혼은 그녀의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표지에 왜 그림을 그리는 여인의 그림이 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백작부인은 저렇게 자신의 모습을 마음 속으로 그려보지 않았을까? 

 

증손녀 데보라는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결혼 대신 음악을 선택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녀의 선택을 응원하는 백작부인은 자신은 하지 못했던 선택을 하는 데보라에게서 대리 만족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둘 다를 가질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한 삶을 살았던 것을 불행하다고 여기지는 않는 그녀의 모습이 좋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크게 느끼는 반면 자신이 누린 것에 대해서는 인색해지기 마련이니까. 당시 사회 모습, 결혼 제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 등 페미니즘의 잣대로 작품을 들여다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삶의 끝에서 자신의 삶을 조용히 반추하는 노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식들과의 부대낌에서 벗어나 노인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끼는 모습들을 보며, 저런 친구들이 있다면 쓸쓸하지는 않겠다는 단순한 감상도. 활동에서 사색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이 바뀔 수 있듯이, 열정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바뀌는 것뿐 아닐까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사라진 모든 열정' 이라는 제목에 씁쓸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 자리에는 '아름다운 노년'이라는 말이 어울릴듯했다.

 

 

 

j*****3 2023.10.17. 신고 공감 1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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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받아서 읽은 책인데 정말 재밌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네요. 저도 여기저기에 추천하고 싶어요. 작가 소개글부터 뭔가 압도되는 분위기였는데 글 읽는 내내 사로잡혀서 읽었습니다. 글을 이렇게 잘 쓰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짧아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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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받아서 읽은 책인데 정말 재밌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네요. 저도 여기저기에 추천하고 싶어요. 작가 소개글부터 뭔가 압도되는 분위기였는데 글 읽는 내내 사로잡혀서 읽었습니다. 글을 이렇게 잘 쓰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짧아서 아쉽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w***i 2025.08.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