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로의 발자취를 따라 걷기, 아마도 그게 서구 뚜벅이들의 로망일 수 있겠다. 노마드의 열정을 가슴에 품은, 뚜벅뚜벅 걷기를 예찬한 사상가들은 매우 많다. 생태문학의 고전인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비롯해 루소, 뮤어, 월서, 벤자민, 솔닛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던 예민한 영혼의 소유자들이 걷기와 유목, 탈주를 통해 구원받았다는 고백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미국의 아티스트 벤 섀턱 역시 유목, 즉 목가적인 산책을 통해 불면과 상실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다. 벤은 소로가 걸어간 길을 나침반 삼아 총 여섯 번의 시적인 산책을 이어간다. 케이프코드, 커타딘산, 와추셋산, 사우스웨스트, 알라가시, 케이프코드로 이어진 여정이다. 저자가 직접 스케치한 다양한 풍경 그림들이 유목만의 고유한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더한다.
1849년 가을 아침, 헨리 소로가 해변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리고 웰플릿의 굴잡이의 집에 하룻밤 머물렀다. 기나긴 악몽과 불면의 밤에 시달리던 벤 역시 헨리의 『케이프코드』를 지도 삼아 그의 뒷모습을 따른다. 여행 첫날 벤은 빵 한 덩이, 치즈 한 조각, 노트 한 권을 배낭에 넣고선 굴잡이의 집을 구경한 뒤, 호수 맞은 편에 있는 친절하고 낯선 사람들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다. 헨리는 아침에 장어와 줄기콩, 도넛을 먹고 차를 마셨는데, 벤은 시나몬 토스트와 치즈, 계란을 먹었다. 그리고 북쪽의 프로빈스 타운으로 향했다.
야생에서 낭만은 위험한 망상이고, 불같은 로맨스는 금기다. 물론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여주는 따스한 인간애를 만끽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만약 문명보다 대자연을 사랑하고, 스스로 '바람의 딸'이라 자부하는 뚜벅이나 캠핑족이 있다면 작가의 다음 말에 주의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내가 밤마다 어디서 자든 상관없다는 사실, 혹은 어디서 자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나의 예의 바름이나 타인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성정과는 상관없을 것이다. 숲에서, 해변에서, 공동체 안에서, 공간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백인이기 때문에 비교적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과 남성이기 때문에 위협받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기인한다."(31, 32쪽)
평소에 자주 걷는 길의 상태가 우리의 생각과 마음과 영혼의 상태와도 관련이 있다. 명상과 다를 바 없는 시적인 산책의 마스터인 소로에 따르면, "먼지 자욱한 길을 오래 걸으면 우리의 생각도 길처럼 지저분해진다. 사고는 무너지고 멈추며 혼란스러운 재료의 주기적인 리듬에 따라 소극적으로만 이루어진다." 당신이 지금 걷고 있는 길의 상태는 어떠한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제주 둘레길이 큰 인기를 끌면서 많은 사람들이 둘레길을 걷기 위해 제주를 찾았습니다. 그동안은 빠르게 이동하면서 보고 먹고 즐겼지만 둘레길은 온전히 두 발로 걸으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주변도 천천히 둘러보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네요. 이후 거의 도시마다 같은 이름의 길들이 생겨났습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역시 30여일 동안 800km 를 걷는 길이지만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으며, 이들이 순례길을 걷고나서 쓴 책들만으로 서가 한 칸이 채워지네요.
소로는 '월든' 이라는 호수 근처에 직접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자연과 함께 살았을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도 걸으면서 여러 책을 썼네요. '소로와 함께한 산책' 의 저자는 여섯번에 걸쳐 소로가 걸었던 길을 걸으면서 그의 삶을 되짚어보고 있습니다.
소로는 도시를 떠나 혼자 조용히 살 계획을 세웁니다. 목적지로 선택한 곳은 월든 호수로 소로는 이 옆에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몇 년 동안 살았습니다. 도시와는 달리 자연의 변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데 이때의 경험과 생각들을 책으로 쓰면서 소로는 오늘날 생태주의자의 효시가 되었네요. 한 곳에 머무르는것 외에도 케이프코드, 커타딘산, 와추셋산 등 주변을 걸었습니다. 소로가 살았던 19세기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많았는데 사람의 발길이 뜸했던 만큼 위험하지만 혼자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을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소로를 알게 되면서 그가 갔던 곳들을 따라 걸을 계획을 세웁니다. 특별한 준비 없이 간단한 요깃거리를 챙겨서 길을 나서네요. 처음 케이프코드를 걸으면서 시작된 여정은 한번 두번 늘어나더니 여섯번으로 이어집니다. 소로는 월든이라는 책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특히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많이 알것 같지만 대부분은 누군지 몰라서 흔적을 찾기 쉽지 않네요. 다행히 소로가 묵었던 집을 발견하였는데 방 안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남달랐을 것입니다.
저자는 길을 걷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한번은 죽은지 오래되지 않은 사람의 방에 머무르면서 그가 썼던 물건들을 썼네요. 불과 얼마 전까지 살아있던 사람인데 생과 사의 간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것 같아요. 커타딘산이나 와추셋산 역시 소로가 걸었던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산을 오르면서 숲속에서 야영을 하고 호수에서 수영도 하였는데 이곳에 있는 동안은 21세기지만 소로가 살았던 19세기의 느낌을 온전히 느꼈겠네요. 중간중간 직접 스케치한 그림들이 있는데 덕분에 저자의 여행을 좀 더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월든을 읽으면서 잠깐의 기간이라도 소로와 같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자는 혼자 사는 대신 소로가 걸었던 길을 걸으면서 소로를 느꼈는데 몇 번에 걸친 여정 동안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다시 시작을 할 준비가 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잔잔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
“불행 속에 행운이 있지요” 나는 동의했다. 불행 안에, 행운이 있다. 이렇게 말했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제 겨울을 노래하자. 또 어떤 노래를 불러야 우리 목소리가 이 계절과 조화로울 수 있을 것인가?” (P.189)
이미 여러 리뷰에서 이야기한 것 같지만, 나는 「월든」을 세번 읽었다. 그러나 앞의 두 번은 '글씨를' 읽었고, 세번째에서야 제대로 읽었다. 이것은 정여울 작가의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온도를 찾다」를 읽고 난 후의 일이었다. 정여울 작가가 소로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고 토닥였다면,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은 소로의 여정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사람, 자연, 관계 등을 치밀하고 섬세히 기록한 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관찰기 같기도 한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을 읽는데, 우리가 지나는 이 시간의 소중함,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는 자연의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로와 함께 한 산책』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의 작가 역시 지친 마음으로 소로와의 산책에 발을 내디뎠다. 소란스러운 꿈에 잠을 설친 후 충동적으로 그 길을 따라 걷기로 한 것. “헨리가 그랬던 것처럼. 하루가 걸리든 삼 일이 걸리는 상관없었다(P.15)”라는 그는 헨리의 여정을 따라 걸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제 나쁜 꿈을 꾸면 마음한테 그곳에 데려가 달라고 하세요(P.58)”라고 말할 수 있는 레아를 만난 덕분인지, 그의 여정이 박차를 가했기 때문인지 그의 마음이 더 차분해지고 안정적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서 나도 조금 더 마음이 편해졌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산책을 온전히 뒤따랐다. (사실 「월든」을 읽으며 느낀 '거리감'을 그 역시 종종 표현하기도 해 더욱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은 작가의 산책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보다는 여행 에세이이자 성장에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의 방식이 변했어도, 과거의 것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여전히 우리에게 남은 것도 있고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그의 깨달음에서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쉬이 나아지지 않는 마음의 병을 끌어안고 다시 헨리의 여정을 따라 걷는 그의 모습에서 분명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느끼기도 했다. 마음의 병을 고치고, 사랑을 시작한 후에도 헨리의 길을 따라 걷는 모습이야말로 인간에게 깨달음이 무엇인지, 그 걸음이 그에게 주었던 가르침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성장에세이라고 말하고 싶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의 걸음은 분명 그를 키웠고, 그를 치유했고, 더 나은 곳으로 이끌었다. 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가 걷는 곳이 어디든, 우리가 향하는 곳이 어디든 우리는 스스로의 이름으로 곧게 설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자연은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 늦은 팔월의 밤 강에서 소용돌이치는 반딧불이는 나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가장 낮은 땅에 서 있을 때도, 고도는 높아진다. (P.286) 이 리뷰는 그의 문장으로 마치기로 한다. 이 문장만큼 완벽히 이 책을 드러내는 말은 없는 것 같아서.
|
|
시작에 헤어진 여자친구가 애를 낳는 꿈을 꾸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건 미친 사람의 일기인가. 하지만 이 시기가 삼십대 초반이라고 나오는 걸 보면 아직 젊은 청춘의 아쉬움이 남아있나보다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이상하게 시작하지만 제목인 '소로와 함께 한 산책' 답게 툭툭 던지는 소로의 이야기가 좋습니다. 열심히 읽어나가면서 깜짝 놀랜 점이 정작 소로의 책을 읽지 읺았습니다. 워낙에 유명한 책이라 그저 읽었겠지 하는 느낌만 있습니다. 고전이라 이름붙은 책이 다 그렇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월든만이 아니라 다양한 소로의 저서에서 인용합니다. 다 읽을 수는 없는거죠. 어쩌면 이렇게 저자의 무의식에 깊이 와닿은 책 안의 문장들을 가져오니 한마디의 위력이 크게 작용합니다. 대부분의 인용이 와추셋산책, 케이프코드, 일기, 메인숲, 산책 등에서 나온 거라 월든을 안읽는 것이 그다지 영향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저서에서 인용하든 딱 특유의 감성이 철철 넘칩니다. 숲속의 현자에게 듣는 이야기입니다. 저자 벤 새턱은 작가, 화가,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엄청난 상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행최면도 경험하는데 미국점은 뭔가 흥미롭습니다. 습지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에 저항한다. 게 구멍이 살아 있고 하루 두 번의 밀물에도 살아남는, 돌볼 수도 없고 도달할 수도 없는 짙은 녹색의 풀밭이다. 나는 습지를 삼켰다가 다시 사라지는 허리케인을 세 번이나 보았다. 그러니까 약해 보이고 귀하다고 알려진 것이 사실은 훨씬 강하다는 뜻이다. 그곳은 물에 잠겼다 다시 마르고 또 잠겼다 마르는 사이의 공간이다. 언젠가 한 테라피스트가 사람들이 슬픔을 빨리 건너려고 하는 게 이상하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슬픔은 사이의 시간이며 그래서 감정을 표면으로 가장 가까이 불러올 수 있는 연약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모든 이야기는 통과의례에 관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284-285p. 그래도 홀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걷다가 애인과 함께 행복하게 끝나 다행입니다.
|
|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미국의 사상가이자 문학가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 "소로와 함께한 산책" 은 단촐한 준비로 가장 급진적인 이동 수단인 산책을 통해, 월든의 작가 소로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그 의미는 자연의 생생한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의 불안과 두려움 등에 대한 치유, 구원에 대한 희망의 서사를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운동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도 산책은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행위이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
2년 2개월간 윌든 호수 근처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경험을 담아 펴낸 <월든>은 19세기에 쓰였지만 현재까지도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심지어는 <월든>을 읽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살고자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현재 우린 고도로 발전된 도시에서 살아가지만 이를 거부하고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택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저자 역시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잠시 머물렀던 월든 호수를 방문하여 그의 발자취를 따라 산책한 경험을 책에 담았다. 문득 인생에 대한 고민에 휩싸여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모를 때는 대자연 속에서 위로를 받는 게 낫다. 어차피 인생이 불공평한 것이라면 어떤 이념도, 어떤 편견도, 어떤 갈등도 존재하지 않는 자연이 열어둔 길을 산책하며 본질과 가까워지는 건 어떨까? |
|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누구인지 몰랐던 때, 도서관에서 우연히 '월든'과 마주쳤다. 어떤 책인지 탐색하다 관심이 가서 집으로 빌려온 후 소로의 매력에 빠져버렸었다. '월든' 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유명한 책이었음을 나는 책을 읽은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자연과 한없이 가까워지고 싶고 자연 속에서 위로를 얻고 싶을 때면 소로의 '월든'을 펼치는 이들이 많다. 그중 한 사람인 벤 새턱은 소로의 여정을 따라가는 여섯 번의 산책을 하였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였다.
길을 떠나기 전 벤은 마음의 상처로 힘들어했었다. 헤어진 여자 친구를 꿈에서 쫓아내기 힘들어하던 어느 날 꿈속에 소로처럼 생긴 한 남자가 나타났고, 벤은 그제야 자신이 일고 있던 책 '케이프코드'의 소로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짐을 싸서 소로의 행적을 따르기로 했다. 헨리가 그랬던 것처럼 노트 한 권을 들고 떠나는 일을 따라 해 본 것이다.
p16 우리가 먼 길을 떠날 때 늘 품는 희망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 고독한 상태에서 풍경이 나를 해방시켜 주기를? 마음이 새로워지고 차분해지기를?
그렇게 시작한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을 여섯 번이나 하게 된다. 케이프코드에서 시작하여 커타딘산, 와추셋산, 사우스웨스트, 알라가시, 다시 케이프코드로. 소로가 갔던 길을 따라가며 소로가 잠을 잤던 곳에서 잠을 자고, 수영을 하고,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벤은 자연을 통해 무한한 존재와 연결되는 경험도 하고 떨쳐버리지 못한 마음도 정리하게 된다.
p116 헨리가 자신과 자연을 이어주는 혈관을 찾아 길을 나섰다면 나는 꿈을 털어버리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하지만 털어버리기는커녕 더 많이 얻었다.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풍경과 더 많은 별을 찾았다. 높은 파도가 내 삶을 보듬는 것 같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그 빛을 넘치게 내어주는 자연은 얼마나 풍요롭고 너그러운가'라고 나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그리고 그 뒤의 별들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한다. 태양이 사라지고 어둠이 죽음처럼 다가와 낮을 한입에 삼키면, 그제야 별들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한다. 태양이 사라지고 어둠이 죽음처럼 다가와 낮을 한입에 삼키면, 그제야 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직 어둠 속에서만, 별들은 보인다.
벤의 여섯 번의 산책 이야기는 트레킹 코스를 자세히 설명해 주는 책은 아니다. 그의 글에는 소로의 철학과 깊은 사색이 깔려있어 여행책이라기보다는 철학적 에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그래서 한 번에 훑어보며 쓱 읽어낼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바다와 깊은 숲, 호수를 산책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다면 상당히 흥미로웠을 수도 있는데, 벤은 그 모든 풍경과 과정을 글로 나타냈다. 자연을 묘사하기도 하였지만 경험을 존중한 사색적인 글이 많기에 읽는 동안은 약간 지루하기도 하였다. 온전한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재미있는 일만으로 가득 차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의 1부를 지나 2부에 이르렀을 때부터 나는 작가가 경험하는 산책에 점점 빨려 들어갔고, 당장 배낭을 짊어지고 장거리 산책을 떠나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꼈다. 여름이라 벌레와 모기로 인해 산책을 가지 못할 때가 많은데 벤도 끔찍한 혹파리의 공격에 관해 얘기했다. 그런 그의 글을 읽으며 예상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나를 엄습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개인적인 의견을 쓴 글입니다>
|
|
지은이 벤 섀턱은 미국 출신으로 작가, 화가,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걸어간 길을 따라 걷겠다는 생각이 작가에게 든 이유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꿈에 나타나면서부터이다. 파도와 바람과 날씨가 지형을 바꾸듯 자신의 내면 무의식의 덩어리들이 걸으면서 바뀌어지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소로가 걸었던 길을 걸으며 고독한 상태에서 풍경이 자신을 해방시키고 마음이 차분해지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이었다.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 풍경들이 읽는 독자에게도 작은 호기심을 일으키는 소소한 경험이었다. 작가는 이 경험으로 어떤 해방감을 얻게 될지 기대하며 읽은 책이다.
소로와 함께한 산책 벤 섀턱 / RHK
월든의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발자취를 따라 여섯 번의 여정을 떠나는 저자의 산책기인 이 책은 여행중에 만나는 낯선 이들 그리고 그들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은 살만하다는 행복과 따스한 인간애를 재발견하게 되는 에세이이다. 낯선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두려울 수도 있겠지만 자연이라는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배경에서 두려움은 쉽게 무장해제 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걸으면서 어디서 잠을 잘지 무엇을 먹을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 날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은 오직 걷는 것 뿐이라는 단순한 사실로 현실을 잊고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했다. 작가 또한 소로처럼 걷기를 희망했다. 한 에피소드로 걷다가 에어비앤비를 예약해 들어간 숙소가 얼마전 죽은 사람의 집이었다. 죽은자의 방에서 청하는 잠은 실상 그리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죽은 남자의 욕실에서 씻고 그가 바라보던 거울에서 이를 닦으며 죽은자가 누운 자리에서 잠을 청하는 것 자체가 으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예민한 작가는 한 숨도 잠들지 못하고 괴로워 했다.
두려움이 많았던 그는 걸으면서 이러한 자신의 단점들을 하나씩 극복해 나간다. 내면의 상처로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마음의 병을 앓았으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걸으며 소로의 생각과 글을 끄집어내 따로이지만 함께 걷는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썼다. 고독한 여정은 1부로 끝나고 2부에서 그는 사랑하는 사람 제니와 함께 또 다시 소로가 걸었던 길을 걷는다. 소로는 미래가 남서쪽으로 펼쳐져 있다고 생각해서 걸었지만 작가는 과거를 그대로 직면하기 위해 남서쪽으로 걷는다.
작가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케이프코드』 라는 책을 통해 상당히 많은 안식을 얻는 느낌이다. 이 책은 소로가 자연을 대상 으로 쓴 책 중 유일하게 바다를 주제로 썼으며 바닷가를 산책 하던 중 케이프코드라는 미국에서 대서양을 향해 뻗어나간 땅을 발견하고 남긴 기록이다. 소로가 걷고 바라보고 이야기했던 풍경들이 고스란히 담긴 이 곳에서 소로의 생각들을 다시 읽어낸다는 것은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는 다양성이 있어 함께 동행했던 그리고 길에서 만났던 사람과 사람간의 사랑뿐 아니라 인간이 자연에 품는 사랑과 고마움, 그리고 그 안에서 자연에게 받고 있는 행복감을 읽을 수 있었다. 소로를 좀 더 알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글로 나타날 만큼 그들은 100년도 훨씬 전의 작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늘 곁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키고있지만 우리는 그 소중함을 모를때가 많다. 책을 통해 그 소중함을 깊숙히 전달받은 느낌이라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
|
|
나의 삶에 비쳐 생각하기 책을 읽다가 문득 장르가 다른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문학 소설 같은 에세이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서평 의뢰가 들어와서 선택한 책입니다. 벤 섀턱은 불면증이 있었습니다. 팬데믹 상황에 있었던 산책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때 벤 섀턱은 미국의 고전 작가가 거닐었던 숲과 호수를 거닐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위안과 치료를 받은 내용이었습니다. 팬데믹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 가기도 했지만, 뒤돌아 보면 우리에 쉼을 선물해 주기도 했습니다. 무엇인지 모르게 끌려가는 나그네쥐처럼의 삶에서 잠시 '멈춤'을 선물해 자신의 소중함을 느끼게 만든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회사가 전부이고, 성과와 전부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좋은 딸 좋은 아내 좋은 엄마로 자신을 돌보지 못할 정도의 분주한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시간을 맞이하면서 잠시 모든 것을 멈추었고, 그제야 제 자신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자신을 찾기 위한 것으로 선택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통한 생각과 위대한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므로, 제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산책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산책하고 오늘의 한 문장을 사색하면서 두 번째 청춘을 맞이했습니다.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 서평단 의뢰로 읽은 이 책은 그런 저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책이었습니다. 자기 계발서 동기부여책 글쓰기 책 부동산 책 경제 서적 등 생산성 있는 책들을 읽다 보니 인문학 같은 에세이를 저의 뇌 속에 선물해 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야 저의 뇌도 말랑말랑 해 질 것 같았습니다. 좋은 책을 선물받았습니다. 소로와 함께 한 산책을 통해서 벤 섀턱의 영혼이 치료받아 불면증을 이겨 냈습니다. 위대한 고전 작가의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된 내용이었습니다. 아마도 벤 섀텍은 그 길을 걸으면서 위대한 작가의 생각을 느낌을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자연에서 오는 치유를 온몸으로 받아들였을 겁니다. 자연이 주는 치유는 정말 위대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자연 속에서 만나 살아 꿈틀 되는 모든 동식물이 소중합니다. 매일 같은 장소 같지만 늘 같지 않은 하늘. 물줄기. 함께 하는 풀들의 색상들 그 어느 것도 같지만 다른 느낌을 선물 받습니다 매일 산책하는 곳에서 느끼는 시간의 소중함 날씨의 변화 계절의 변화 그리고 책 속에서 만난 오늘의 한 문장들이 오늘도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들어 가는 여정에 큰 힘을 줍니다. 바람이 불어옵니다. 비가 올 때의 하늘과 해가 쨍쨍한 하늘이 다릅니다. 들판에 핀 꽃들이 다릅니다. 이렇게 산책은 자연 속으로 걸어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치유를 선물합니다. 소로와 함께 한 산책 덕에 오늘도 위대한 사상가의 생각을 선물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