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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를 알리는 풍성한 계절이 왔다." 이 말은 가을을 이야기할 때 거의 대명사와 같은 고사성어다. "그는 나의 죽마고우다." 가장 친한 친구, 어릴때부터 나를 알아주는 친구라는 뜻을 가진 것 같지만 원래는 내 밑에 있던 친구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익숙한 고사성의가 품은 낯선 이야기를 알아보면 우리가 사자성어를 어떻게 써야되고, 그 이야기 속에 담겨진 진짜 지혜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고사성어 중 '구사일생'은 흔히 죽을 고비를 여러번 남기고 살아남다라는 뜻으로 알고 있는데 실은 살아남은 안도가 아니라 죽어도 꺾이지 않는 결연한 의지를 뜻한다. ‘천하무적’은 권력보다는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왕의 통치술에 관한 표현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런 특정한 상태나 사람을 지칭할 때 쓰던 사자성어의 원뜻을 찾아내면서 오늘날 우리가 중요시하는 가치와 삶의 태도를 알아보게 해준다. '죽마고우'는 진정한 친구나 또는 어릴 때부턴 나를 알아주던 지인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어릴 때부터 그런 위계질서나 힘의 강약에 의해 생겨나는 계층을 보여주는 말이다. 결국 어려운 인간관계에서 나를 지키고, 또 우정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는지를 알려준다. '금의환향'은 사실 초한대전의 항우가 진을 물리치고 함양에 입성해 초패왕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자 수도를 어디로 정할 것인지 화두에 올랐다. 한나라 출신 유생이 지리나 자원 면에서 유리한 관중에 남아 확실하게 천하의 기틀을 잡아야 한다고 충언했다. 하지만 항우는 성공해서 부귀해졌는데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 것은 비단옷일 입고 밤에 돌아다니는 꼴과 같다면서 누가 그를 알아주겠는가 하고 반문했다. 고향에 자랑하고 싶으니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항우는 항복한 진장 장한, 사마흔, 동예를 삼진왕으로 삼아 관중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초나라 팽성으로 돌아가 수도로 삼는다. 한나라 유생은 초나라 촌놈들은 원숭이에게 관을 씌운 꼴처럼 머리를 쓸 줄 모르나고 냉소했고, 이말이 항우 귀에 들어가 유생은 팽형을 당하게 된다. 물론 항우입장에서는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결국 금의환향은 처음에는 약간의 성공을 거둔 사람이 고향에 가서 자랑질 하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금의환향은 성공해서 고향에 돌아온다는 좋은 뜻으로 쓰이고, 부정적인 의미는 항우가 직접 한 말인 금의야행에만 남아있다. '낭중지추'는 많은 식객을 거느린 춘추전국시대 평원군의 식객 중 한명인 모수가 평소 기회를 잘 얻지 못하다가 어렵게 기회를 잡은 것을 이루는 말로 사실 재능이 있는 사람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재능을 펼치게 주머니에 넣어달라는 말이었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음을 일컫는 ‘마이동풍’이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외면 받았던 설움에서 시작되었단 것을 상기시키면 오늘날 그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사회 이곳저곳의 어두운 지역이나 소외받았던 지역을 돌아보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알았던 고사성어에서 벗어나 사자성어의 원 뜻을 되새기고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인간관계 등에 대한 진정한 지혜의 참 뜻을 알려준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말을 다른 편에서 제대로 보게 됐을 때의 쾌감이란, 이 책의 또다른 묘미이다.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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