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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시기에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보면 당시 감정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하는 말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은 내 마음 상태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있다.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거나 새로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찼을 때 <4월의 유혹>을, 특별한 자기 계발서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삶은 예술로 빛난다>를 읽었다. 열정이 사라지지 않아서 (행동보다는 마음으로만) 피곤하다는 얘기를 했을때 친구가 보내준 책 속 구절이 맘에 와닿았다. '사색의 즐거움이 활동의 즐거움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요'라는 <사라진 모든 열정>속의 문장이었다. <4월의 유혹>과 함께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리즈 중 '할머니라는 세계'를 모토로 한 책이며 주인공은 노부인이라고 했다. 저 문장은 어디쯤에서, 누구의 시선으로 쓰여진 글일까? 궁금했다. 열정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까와 함께.
50대에 접어든 탓도 있지만,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을 보면서 노년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여든여덟의 슬레인 백작부인은 남편 헨리가 죽은 후 6명의 자녀가 있음에도 혼자 사는 삶을 선택했다. 30년 전에 보았던 집을 임대하고, 한 살 적은 늙은 프랑스인 하녀 저누와 함께 하는 삶이었다.
세상 사람 시선을 너무 오랫동안 의식하며 살아왔으니 이젠 거기서 좀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 늙어서도 마음대로 살지 못하면 언제 마음대로 살겠니?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 p58
멋지다. 그런데, 이런 멋짐도 건강해야지만 가능한거니 역시 건강이 최고야라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정치가의 아내로서 백작부인이라는 지위를 누렸고, 남편으로부터는 사랑 받았으며, 경제적으로도 나무랄 것 없는 삶이었다. 하지만, 항상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해야했던 그 삶이 부담이 아닐 수는 없을터였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겠지만 구름 위를 걷듯 가벼운 걸음을 걷는 백작 부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여든여덟의 노부인.
햄프스테드에서는 노부인들이 많이 보여서 행인들은 그렇게 서 있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걸음을 옮기면서 과연 그 집까지 가는 길이 기억이 나려나 싶었다. (중략) 그녀는 천천히 행복한 마음으로 걸었다. 정감 있는 피정에 든 것처럼 근심이라곤 없이 , 자식들에 대한 헨리의 의견을 생각할 필요도, 그야말로 집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 외에는 다른 아무 생각도 할 필요가 없었다. -p75
집주인 벅트라우트씨 ( 내 맘에 들어왔던 말을 했던 사람은 벅트라우트씨였다. 경기병으로써 혈기왕성했지만 군인으로서의 야망은 없었고, 사색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던 것. 노년의 내려놓음, 만족이라고 해야할까? ), 집수리와 관리를 맡은 고셰런씨, 깜짝 등장해서 자신의 젊은 시절 한 자락을 떠올리게 한 백만장자이면서 예술품 수집가였던 피츠조지씨, 그리고 저누와 여유로운 하루 하루를 보냈다. 이 노인분들은 왜 이리 다 멋있는거지? 백작부인은 자신의 과거, 젊은 시절을 돌아보았다. 화가가 되고싶은 열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와 결혼은 그녀의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표지에 왜 그림을 그리는 여인의 그림이 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백작부인은 저렇게 자신의 모습을 마음 속으로 그려보지 않았을까?
증손녀 데보라는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결혼 대신 음악을 선택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녀의 선택을 응원하는 백작부인은 자신은 하지 못했던 선택을 하는 데보라에게서 대리 만족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둘 다를 가질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한 삶을 살았던 것을 불행하다고 여기지는 않는 그녀의 모습이 좋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크게 느끼는 반면 자신이 누린 것에 대해서는 인색해지기 마련이니까. 당시 사회 모습, 결혼 제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 등 페미니즘의 잣대로 작품을 들여다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삶의 끝에서 자신의 삶을 조용히 반추하는 노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식들과의 부대낌에서 벗어나 노인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끼는 모습들을 보며, 저런 친구들이 있다면 쓸쓸하지는 않겠다는 단순한 감상도. 활동에서 사색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이 바뀔 수 있듯이, 열정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바뀌는 것뿐 아닐까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사라진 모든 열정' 이라는 제목에 씁쓸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 자리에는 '아름다운 노년'이라는 말이 어울릴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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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라인은 그게 두려웠다.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로잡아버리겠다고 결심하다니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그들이 자기 발로 더 꿋꿋이 서게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289쪽
인물에 대한 성격을 파악하기도 전에, 배경이 될 만한 여지도 없이,불쑥 잡지를 읽던 여인은 여행 광고에 솔깃한 유혹을 느낀다. (놀랍게도) 평소의 그녀라면 감행하지 않을 광고에 유혹을 느끼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고 하던데..로티라는 여인은 함께 여행갈 친구를 직접 찾아 나선다.평소에 자기라면 도저히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할 거란 암시를 남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로즈라는 여성에게서 닮은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 로티가 가진 능력이었을까..이후 두 여인은 아주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들처럼 여행 계획을 일사처리로 진행한다. 물론 그러는 가운데, 남편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하고, 신에게 죄를 짓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고민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자신들이 소원한 여행지에 도착한다. 여행을 떠나기전 로즈와 로티의 대화를 엿보면서 마치 소설속 인물들이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인물들 같아서 그녀들 대사에 웃음이 터졌다.이탈이라에 도착해서 어떤 에피소드까 이어질지 궁금해하면서 읽던 순간..캐럴라인의 목소리 덕분에 '사람'이 보였다. 소설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행도 물론 좋지만..결국 '사람'안에서 사랑 하며 사는 삶이 가장 멋진 여행은 아닐까.... 남편의 무시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로티는 행복하게 지내는 순간.남편을 떠올렸다. 행복은 함께..여야 한다는 생각. 남편으로부터 알 수 없는 장벽을 느꼈던 로즈 역시 결국 남편과 함께 하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을 본다. 피셔부인 역시 그랬고...사람에 대한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캐럴라인 역시..사람이 그립지 않았을까..잠식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기꺼이 사람들 속에서 사랑하며 살고 싶었던 거다. 그것이 불가능한 것 같아 도망치려 했을 뿐..."캐럴라인은 스스로가 작아 보였고 끔찍하게 외로웠다.발가벗겨지고 무방비 상태에 노출된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숄을 더 꽉 조였다.얇디얇은 시폰으로 영겁의 시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321쪽 '살아 있는 사람'에 목말라 하면서도 정작 마음을 주지 못했던 피셔부인도..스스로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 살아 있는 사람이 보였다. 답답한 곳을 떠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지만..그건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4월의 유혹>이란 제목은 뭔가 낭만적인 느낌을 자아냈지만..이야기속으로 들어간 순간 뻔한 교훈처럼 들릴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내준 기분이 들었다. 사랑 하고 싶으면서도 사람을 멀리하는 사람들의 허영심.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대상이 반드시 남녀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까지... 해피앤딩처럼 끝내지 않았지만 로티의 바람에 피셔부인이 응답해주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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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네 명이 이탈리아에서 한 달 살기를 하러 떠나는 내용인데 일단 표지부터 너무 예쁘고 4월에 읽기 딱 좋은 책 같아요. 서로 참 안 맞는 여성 넷이서 함께 지내는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요. 캐릭터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고 읽으면서 나도 저렇게 지내보고 싶다 싶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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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쓰메소세키_도련님 📎 #나쓰메소세키_마음 을 읽었을 때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묵직함이 있었다. #마음 이 인간의 죄책감과 관계의 무게를 들여다보는 이야기였다면 #도련님 은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나 싶을 만큼 전혀 다른 온도를 지녔다. 유쾌하지만 그 안에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신념이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할멈과 도련님의 이야기가 중심일 줄 알았다. 도련님을 향한 할멈의 사랑과 믿음은 짧은 분량임에도 절대적이고 따스했는데, 곧 이야기는 도련님의 시골 학교에서의 선생 생활로 이어지며 여러 인간 군상 속에서 세상과 부딪히게 되는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할멈과 도련님과의 관계를 더 읽고 싶었던 나에게는 아쉬움이 남았다. 시골 학교의 선생생활 과정에서 보여지는 도련님의 단순한 정의감, 직설적인 말투,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함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묘하게 마음을 울린다. 도련님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완전히 외롭지 않은 이유는 그의 마음속에 언제나 할멈이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할멈이 남긴 무조건적인 신뢰와 사랑이 도련님이 세상의 부조리와 싸우며 무너지지 않게 하는 힘이 되었다. 비록 귀찮다며 할멈에게 편지는 쓰지 않지만, 도련님이 힘들 때마다 “할멈이라면 이렇게 말했겠지” 하고 떠올리는 모습에서 그 사랑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곁에 없더라도 의지할 수 있는 존재. 도련님이 가진 가장 큰 복이며 내가 도련님이 부러웠던 이유. 힘들 때 떠올릴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다. #도련님 을 다 읽고 느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도 정직하고 따뜻하게 살아가려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고. 세상은 복잡하지만 단순함 속에도 품격이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이 은연중에 알려주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사람이라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장 따뜻하게 가르쳐준 소설로 남았다. ▫️생각해보면 세상 사람은 대부분 나쁜 짓을 하면서 살기를 장려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사회에서 성공 하려면 나쁜 짓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어쩌다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느니 애송이라느니 트집을 잡아 경멸한다. 이럴 거라면 학교 도덕 선생은 어째서 거짓말하지 마라, 정직해라, 가르치는 것인가. 차라리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방법이나 사람을 믿지 않는 기술이나 남을 이용하는 책략을 가르치는 편이 세상을 위하고 당사자를 위한 일이 되겠지. ▫️정말이지 인간만큼 믿을 수 없는 족속도 없다. 얼굴만 보면 그렇게 몰인정한 사람 같지는 않았는데••• 아름다운 사람은 마음씨가 곱지 않고, 퉁퉁 불은 겨울 호박 같은 고가 선생은 선량한 군자이니 방심할 수가 없다. 진솔하다고 여겼던 가시도치는 학생들을 선동했다고 하고. 학생들을 선동했나 싶었는데 교장에게 학생들의 처분을 종용하고. 기분 나쁜 짓만 일삼던 붉은 셔츠가 의외로 친절하며, 은연중에 내게 조심하라고 조언을 하나 했더니 마돈나를 속였다고 하고. 속였나 싶었더니 고가가 먼저 파혼하지 않으면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하고. 이카긴이 생트집을 잡아 나를 내쫓나 했더니 곧바로 살살이가 그 집에 들어가고•••.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게 인간 세상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훌륭하다는 법은 없다. 휘둘리는 사람이 잘못되었다는 법도 없다. 겉으로 보기에 붉은 셔츠가 아무리 위엄 있고 잘나 보여도 사람을 속마음까지 끌리게 할 수는 없다. 돈이나 위력이나 논리로 인간의 마음을 살 수 있다면, 고리대금업자나 경찰이나 대학교수가 가장 큰 호감을 사야 한다. 중학교 교감 정도의 논법으로 어찌 나의 마음을 움직인단 말인가. 인간은 좋고 싫은 감정으로 움직이는 법이다. 논리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나쓰메소세키 #도련님 #나쓰메소세키_도련님 #휴머니스트 #휴머니스트세계문학 #세계문학 #고전 #고전소설 #책 #책추천 #책방 #책탑 #독서 #독서후기 #독서리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
| 추천 받아서 읽은 책인데 정말 재밌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네요. 저도 여기저기에 추천하고 싶어요. 작가 소개글부터 뭔가 압도되는 분위기였는데 글 읽는 내내 사로잡혀서 읽었습니다. 글을 이렇게 잘 쓰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짧아서 아쉽습니다. |
|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출간된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 저 이리나 역 <4월의 유혹> 리뷰입니다.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되는 세계문학 시리즈는 신간이 업데이트될때마다 눈여겨보는 편인데요. 이탈리아 배경 소설이 땡기던 참에 4월의 유혹이 출간되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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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는 4개월마다 하나의 테마로 세계문학을 큐레이션하여 소개한다. <4월의 유혹>은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5 '할머니라는 세계'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우리가 딱 한 번 우리끼리 멀리 가서 좀 쉬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요?" 가정, 남편, 지나친 관심, 늙음... 질척대는 현실을 떠나 천국에 당도해버린 네 여자의 마법같은 이야기 라는 소개 문구와 이태리의 휴양지를 연상케하는 명화 같은 표지에 반해 구입한 도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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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이라면 캐럴라인에게 기적이 일어나게 할 거야. / p.123
이 책은 위니프리드 홀트비의 장편소설이다. 고전의 재미를 조금씩 느끼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읽은 작품보다 읽지 않은 작품이 많은데 이번 독서 모임 서적으로 선정되어서 읽게 된 책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읽게 된다면 익숙한 작가와 작품을 먼저 읽기 위해 후순위로 밀리거나 아예 읽지 않았을 책인데 그래도 새로운 작품을 읽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캐럴라인이라는 인물이다. 당시 여성상과는 조금 맞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일흔이 넘은 노인이면서 노령 연금을 받지 않으려 하고, 끼니를 걱정해야 될 정도로 가난하다. 심지어 결혼을 하지 않아 자녀조차도 없는 인물이다. 그러면서 영화사 '크리스천 키네마사'를 일으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투자를 유치하는 등의 노력을 불사한다. 심지어 재산도 없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 준다는 유언장까지 작성했다.
내용은 '크리스천 키네마사'를 위해 노력하는 캐럴라인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자의 의도를 가지고 캐럴라인을 이용하거나 뜻을 함께한 주변 인물들은 그녀를 무시한다. 별볼 것 없는 늙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사진들은 함께하더라도 자신들의 목적과 멀어지면 누구라도 할 것 없이 내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럴라인은 끝까지 성공시키겠다고 열심히 뛰어다닌다.
읽으면서 영미 고전 작품 특유의 어려운 점을 고스란히 느꼈다. 많은 등장 인물과 눈에 익지 않은 문체가 낯설게 다가왔다. 그러다 캐럴라인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물의 서사 자체에 집중하면서 읽었다. 계속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는데 이는 문체라든지 내용을 떠나 캐럴라인과 그 주변 인물에 대한 답답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캐럴라인에 대한 생각이 가장 강하게 들었다. 초반에는 캐럴라인과 결이 맞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쪽으로 표현하면 순수하고, 안 좋은 쪽으로 돌리면 허무맹랑했다. 현실적으로 어떠한 일을 하는데 자본이나 기반을 닦은 이후에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상식과 다르게 행동하는 캐럴라인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끼니를 걱정하면서 영화사를 살리기 위해 투자를 받는다는 점, 뻔뻔하게 조카에게 돈을 요구한다는 점, 누가 봐도 이용하거나 무시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그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 등 하나하나 답답했다.
그렇게 보이던 캐럴라인이 끝까지 고군분투를 하는 모습에서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답답함이 굳은 심지를 가진 할머니로 와닿았는데 어쩌면 캐럴라인이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원하는 상에 조금 다르게 비춰지는 비주류이기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잡음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캐럴라인이 주제도 모르는 노인네라고 동정이나 연민의 시선을 보냈겠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던 용기와 맨몸으로 맞서 싸웠던 실행력에 대해 그 누가 그녀를 비하할 자격이 있을까. 적어도 등장 인물들 중에서는 그것만큼은 캐럴라인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더불어, 비주류와 약자에 대한 사회적인 연민과 동정이 피부로 와닿았다. 나이 든 노인, 미혼 여성, 가난 등 캐럴라인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단어들이 있었는데 그것으로는 캐럴라인을 정의 내릴 수 없었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느껴진다는 점에서 겉으로 보이는 배경으로만 인간을 판단해 무조건적인 도움을 주는 행동, 또는 능력적인 한계를 단정 짓는 생각은 자제해야 되지 않을까. 인간에게 편견과 무지만큼이나 무서운 것은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캐럴라인과 성향적인 결은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인기 있는 MBTI에 접목시켜 본다면 그 네 글자 중 어느 하나라도 맞지 않는 유형이지 않을까 싶다. 아마 수성과 해왕성 수준의 먼 차이를 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성공 가능성만 따져 안정적으로 살아오려고 노력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과 함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 신념만큼은 참 닮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던 작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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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기획된 문학시리즈가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할머니라는 세계'가 처음이다. 물론 '4월의 유혹'을 흥미롭게 읽게 된 영향이 크다. '도련님'과 할머니라는 세계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궁금해졌다.(처음 도련님을 읽었을 때 내게 할머니의 시선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다시 도련님을 읽게 되었고, 사라진 모든 열정..까지 재미나게 읽게 되면서, 다른 두 작품도 마저 읽어 보고 싶었다. <불쌍한 캐럴라인> 역시 흥미로웠다.
혼자 살던 캐럴라인 고모의 장례식을 다녀온 조카들은 자신들에게 유산이 남겨진 것이 흥미롭다며..그녀를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른 이들 눈에 캐럴라인이란 여인은 다소 무모해 보이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특별히 가진 것도 없는데,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 투자를 하게 설득한다. 사람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기꺼이 투자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막상 그들이 모이고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캐럴라인 보다 더 불쌍한 이들이 보였다. 정말 캐럴라인이 가장 불쌍한 인물일까..하는 생각이 들정도, 오로지 자신의 기계에만 관심있는 매커피,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로저..가 훨씬 더 불쌍해 보였다..그리고 마침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캐럴라인이 돈키호테처럼 보이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녀가 불쌍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 이유는, 당당히 살아내려 애쓰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인데,그녀 역시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잊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던 건 아니였을까 "이제 현실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 크리스천 키네마사가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이사들이 하나씩 하나씩 떠나고 있다.일이 사라져 버렸다.꿈이 사라지고 있었다.(...)내가 늙어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떠나가고 있다.나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매커피와 로저 에게서 느껴지는 불쌍(?)함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고 말해주고 싶다...불쌍한 캐럴라인이었으니까... 한마디로 정리하기 힘든 소설이란 생각을 하게 된 건..나 역시 조금은 노년의 시간으로 추가 흘러 가고 있어서라는 생각을 했다. 오로지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기쁨을 주기 위한 에너지를 쏟는 것처럼 보였던 그녀인데..실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할 수단이 필요했던 거다. 자신이 병원에 눕는 순간 엘리너에게 절규에 가까운 원망을 쏟아 내는 순간..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지만..이것이 '노인'에게 처해진 숙명인 걸까 싶었다..이성적으로 따지고 들자면 캐럴라인은 무모했다. 그러나 그녀의 열정은 엘리너와 사제와 속세에서 갈등하는 신부에게 커다란 교훈을 주지 않던가...가르침이 아닌 그녀가 보인 행동을 통해서 말이다.그런 점에서 캐럴라인 보다 매커피와 로저가 더 불쌍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무모해보일지 모르는 돈키호테를 보면서도 용기에 박수를 내는 건..누군가에게는 도전의 마음을 품게 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헐머니의 세계'라는 시선으로 보는 것이 불편하진 않을까 했던 생각은 기우였다. 오히려,..노인으로 가는 시간에 육체적 고통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육체적 고통이 따른다고 정신적으로까지 고단해지는 건 경계해야 하는 문제가 되고. 그러나..또 캐럴라인 처럼 마냥 무모(?)하게 되는 것도.. 위험하다.그러고 보니 이래저래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경계 속에서...할 수 있는 생각은 , 정도를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건강하게 사는 문제보다, 잘 늙어가는 문제가 더 어려운 숙제인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