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상당히 신선한 제목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그래, 『역사가 묻고 화학이 답하다』라는 책이 있었다. 장홍제 교수의 책으로, 읽은 책이다(전주홍 교수의 책도 몇 권 읽어봤던 터이다). 뒷날개를 보니, 이 책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모두 우리나라 저자의 책이다. 나름 의미 있는 기획이라 생각한다. 또 내가 읽어본 장홍제 교수의 화학과 이번 전주홍 교수의 생명과학은 기획에 걸맞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물론 이번 전주홍 교수의 책은 장홍제 교수의 책과는 다른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긴 하다).
제목 그대로 역사의 맥락 속에서 생명과학, 사실 더 정확하게는 생의학의 발달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생물학에 두 가지 전통이 있다고 하는데, 하나는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에 뿌리를 둔 의학의 전통이고, 또 하나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비롯된 자연사의 전통이다. 처음 듣는 것이긴 하지만, 충분히 납득이 가는 구분이다. 이 가운데 이 책은 앞의 것, 즉 의학적 전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소는 겸손하게, 저자가 모든 분야를 아우를 만큼의 앎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그게 겸손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분야, 특히 인문학과 관련되어 저자의 앎의 폭과 깊이가 있다.
그렇게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에서 비롯한 의학적 전통과 맞닿아 있는 생명과학, 생의학의 주제 중 저자가 뽑은 것은, 출산, 유전, 마음, 질병, 장기, 감염, 통증, 소화, 노화, 실험, 이렇게 열 가지다. 그러니까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아프고, 늙어가는 과정들에 대한 과학인 셈이다. 끝의 ‘실험’은 저자가 전에 냈던 책 『논문이라는 창으로 본 과학』 등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요약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앞의 내용들을 정리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주홍 교수는 이 내용들을 차분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전달하면서, 몇 가지 강조하는 게 있다. 한 가지는 연구들의 연속적 맥락이다. 갑자기 나타난 연구는 거의 없다. 앞선 세대의 연구를 계승하거나 비판하면서 새로운 개념의, 새로운 의미의, 새로운 응용의 연구가 나타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것은 해당 분야에 대해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좀처럼 깨달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관점을 갖지 않으면, 연구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는 인문학의 관점이다. 과학자는 과학만, 즉, 실험만 잘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연구 주제를 선택하고, 연구의 과정을 계획하고, 연구 결과를 해석하고, 그리고 응용 분야를 설정할 때, 모두 인문학적 맥락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그런 인문학적 깊이를 가지지 않은 과학자들도 많고, 또 훌륭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도 많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인문학적 관점에서 과학을 해석할 수 있는 과학자가 없다고 한다면, 과학의 의미는 무척이나 축소될 것이다. 그리고 과학은 단순한 지식의 집합으로 형해화될 것이다.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저자는 그림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책의 앞 부분에는 각 장을 대표할 만한 그림을 하나(혹은 두 개) 보여주고 있고, 각 장에서도 내용을 보완하거나, 잘 설명할 수 있는 그림을 적지 않게 보여주고 있다. 이 역시 과학이 각 시대에서 그림이라는 예술의 맥락, 나아가 인문학적 맥락을 가지고 존재하고, 향유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 많이 배웠다. |
의생명과학 현장에서 연구를 하고 가끔씩 이 분야로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강의와 실습을 하는 입장에서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서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생명과학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발전하여 왔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으며 현재의 생명과학에서의 주요 화두와 연구 현장에서는 어떤지를 잘 기술하였습니다. 저도 교육을 하면서 생명과학은 물론 관련 분야의 다양한 자료들을 접하였는데 저자도 이에 대한 내용들을 기술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생명과학 분야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현재 이 분야에서 직접 교육과 연구를 하고 계시는 분들도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고 추천합니다. 특히 저자가 의과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기에 책의 부록에 중개의학과 임상의학 및 기초의학에 대해서 기술한 점도 이 분야를 잘 모르는 분들도 많다보니 진로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는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 |
전주홍 교수님 북토크 신청하고 구매해시 읽어서 이해가 쏙쏙. 가벼운 이야기이면서도 다 깊이가 있고 생각을 할 수 있게 풀어냈습니다.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마중물 같은 책이에요. 중1자녀와 같이 강연회 참석했는데 이기적 유전자등을 관심 있게 읽었던지라 잘 들었습니다. 의대 교수는 임상의만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전주홍 교수님, 김승섭 교수님을 통해 아이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도 좋았고요. 중등 이상 자녀가 있다면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며 대화를 확장시키기 좋은 책입니다. 인류의 짧은 역사 속에 나는 어찌 살아가야 하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
전주홍 작가의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는 호모사피엔스에서 트랜스휴먼까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열 가지 키워드라는 그 부제에서도 잘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시선 혹은 생명과학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오랜 기간 동안 인류가 품어왔던 여러 가지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고 있는 책입니다. 앞서 언급한 공통의 화두를 제외한다면 그야말로 어떠한 제약도 없다 보니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기도 하였고, 제가 평소 생각해오던 바와는 전혀 다른 견해를 선보이는 글들 또한 여럿 있어 묻고 답하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보다도 훨씬 더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책의제목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처럼 삽입된 유명그림도 감상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