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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낭송 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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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계산의 언어인 C언어보다 감성의 언어인 시詩 언어에 매료 된 작가 이숲오님의 신간 『꿈꾸는 낭송 공작소』에 등장하는 소년은 작가의 소년 시절의 모습이 투사된 인물 같고 노인은 작가의 미래의 모습이 투영된 인물 같다. 또 소년이 만난 노인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청새치를 잡으러 가는 노인 같기도 하고, 영화 <파인딩 포레스
"꿈꾸는 낭송 공작소" 내용보기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계산의 언어인 C언어보다 감성의 언어인 시詩 언어에 매료 된 작가 이숲오님의 신간 『꿈꾸는 낭송 공작소』에 등장하는 소년은 작가의 소년 시절의 모습이 투사된 인물 같고 노인은 작가의 미래의 모습이 투영된 인물 같다. 또 소년이 만난 노인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청새치를 잡으러 가는 노인 같기도 하고,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에서 자말 월레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주는 윌리엄 같기도 하고,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 교수님 같기도 하다.

길거리에서 시 낭송을 하는 소년에게 “자네는 왜 시 낭송인가?”를 물어오던 노인의 질문을 받으면서 소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 정체된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하는 소년에게 노인은 대답 대신 또다시 질문을 한다. “자네는 시 낭송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읽다 보면 시를 낭송하는 소년이 ‘나’같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해서 책은 단순히 시 낭송을 하고 있는 소년에게 낭송과 낭독의 차이와 시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과 배울 것들을 가르쳐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노인으로부터 보고 배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대상도 소년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향해 열려있다. 지금의 자리에서 혹은 상황에서 내가 하고 있는 수많은 고민들을 이끌어내는 매개체로 시 낭송과 낭독을 사용했을 뿐이다. 낭송을 하는 소년을 타인을 이해하는 힘이 큰 ‘감성 노동자’라고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우리들이 감정 노동자임을 알게 한다. 노인은 시 낭송의 고수임에도 자신을 현란하게 드러내지 않으며, 소년의 질문에 즉답보다는 또 다른 질문으로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게 만드는 현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밑줄 긋고 필사할 문장이 수두룩이다. 그중 내 마음에 박힌 문장은 “돌아보는 것이 늘 나쁜 일만은 아니다. 태도에 따라 누군가는 후회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복기라고 부른다. 둘 다 지나온 시간 들의 궤적을 따라간다. 시간을 거스르는 일은 고통스러운 환희가 된다. 어김없이 내가 그곳에 버젓이 있기 때문이다. 후회라는 것이 겉으로는 스스로를 괴롭히지만 사실 자신을 쓸쓸하게 어루만지고 있는 것이다.”(p204)였다. 이 문장으로 지난한 삶의 과정에서 감정을 매몰시키는 ‘후회’라는 것으로 인생의 한 지점에 빠져 허우적거릴 필요가 없다는 것과 후회가 아픔과 슬픔으로 괴로움에 빠지게 만들기는 하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자양분이 되었음을 알게 했다.

그리고 백미는 시 낭송을 할 때 시를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묻는 소년에게 장고長考 끝에 답을 해주는 노인의 말이다.
“우선 시時(때, 시각) 낭송이어야 하네. 시 낭송에서의 시간은 현재성을 띠어야 해.(...) 다음으로는 시始(비로소, 바야흐로) 낭송 이어야 하네. 새해 아침의 둥근 해처럼 처음 보는 듯한 설렘과 기대가 담겨야 하네.(...) 그리고 시示(보이다, 간주하다) 낭송을 추구하게. 이미지와 의도가 분명하게 보여야 좋은 시 낭송이라 할 수 있네. 평소에 사물을 보는 훈련이 크게 도움 될 거야. 관찰하는 힘이 낭송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잘 보는 능력은 잘 낭송하는 능력으로 옮겨간다네. 게다가 시施(베풀다, 도와주다) 낭송도 가능해야 할 거야.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려는 의지가 낭송에 담겨야 해. 혼자서만 만족하고 그치는 낭송은 외롭고 공허하지. 낭송가로부터 청중에게로 이어지는 연결을 항상 염두에 두고 낭송하게. 끝으로 시是(옳다) 낭송이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네, 진실을 담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향해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낭송은 듣는 이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으니 말일세.”(p211)

노인의 이 말이 나에게는 “살아가는 데 우선 먼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해야 하고, 매일 하는 일도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과 사물을 바라봄에 있어 겉이 아닌 내면을 눈에 박히듯이 선명하게 관찰하도록 애쓰고, 그렇게 가지게 된 힘으로 내가 가진 것을 베풀 줄도 알아야 하며, 끝으로 도리에 맞게 산다면 더할 나위 없는 삶이 될 것이다”라는 말로 와닿았다.

책의 끝자락 집을 떠나 보니 비로소 자신이 보였던 소년의 ‘인생을 산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품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 내 것과 내 주위의 것들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외피와 내피를 번갈아가며 존재했다. 때로는 배를 드러내다가 때로는 등을 보이는 식이었다. 그러니 어느 것도 일방적으로 나쁘지 않았고 절대적으로 옳지도 않았다.’(p213)는 고백 같은 말이 앞으로 주어진 삶을 지금처럼 살겠다는 다짐으로 들렸고, ‘시련은 결코 깨달음을 내버려 두고 홀로 오지 않는다.’(p223) 는 것을 알게 된 ‘감성노동자’인 소년의 ‘낭송은 그리움이 내면에 가득 채워지는 순간 완벽해질 것이다.’(p230)는 고백이 노인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 같았다.

어디에선가 오늘 하루가 길었던 감정 노동자들의 감정을 보듬어 자신의 감성으로 상쇄시켜 주고 있을 소년의 낭송이 어느 공원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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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노인의아름다운낭송이야기
b*****7 2023.08.21. 신고 공감 15 댓글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