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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물속으로 흐르듯 외 / 김지원
"물이 물속으로 흐르듯 외 / 김지원" 내용보기
봄이다. 겨우내 얼어있던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골짜기 사이 사이 그 물들이 길을 따라 흐르는.. 흐르는 물소리는 듣기에 참 경쾌하고 좋다. 뭔가 새로운 것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소리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물속은..물 밖의 소란함을 뒤로 한채 고요함을 느낄 수가 있다.. 물이 흐른다는 것.. 우리가 보고 있는 그 흐름은 소리와 함께 다가오지만 몰이 물속을 흐른다는 그 느낌
"물이 물속으로 흐르듯 외 / 김지원" 내용보기

봄이다. 겨우내 얼어있던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골짜기 사이 사이 그 물들이 길을 따라 흐르는..

흐르는 물소리는 듣기에 참 경쾌하고 좋다. 뭔가 새로운 것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소리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물속은..물 밖의 소란함을 뒤로 한채 고요함을 느낄 수가 있다..

물이 흐른다는 것.. 우리가 보고 있는 그 흐름은 소리와 함께 다가오지만 몰이 물속을 흐른다는 그 느낌은 이렇듯 고요함으로 다가온다..

 

김지원의 소설집 <물이 물속으로 흐르듯 외..>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고요함과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김지원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국경의 밤>의 김동환님이고 동생인 채원과 함께 지원. 채원이라는 이름을 데뷔할때 김동리님께서 지어주셨다는 것을 보면서 문학의 유대감이 남다른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 접하는 그녀의 이야기들..짧은 봄날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봄꽃처럼.. 아름다우면서 뭔가 여운이 남는.. 그런  짧은 글들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여자는.. 남자는.. 이런식으로 성별을 구분지어 이분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을 경원시했지만 그 성향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 속의 화자들은 모두 여인들이다. 그 여인들의 사랑에 대한. 삶에 대한 시선을 쫒으며 그녀들이 바라본 삶과 세상을 함께 바라보고 느껴보게 된다.

 

비..

우연히 공원에서 보게 된 한쪽눈에 안대를 한 금발의 남자..아이는 모래를 먹어도 방치를 하면서 자신의 아내를 찾고 있다고 하는  그가 두렵기도 하지만 낯선이에게 그런 적개심을 품었다는 것에 미안해 하는.. 그러면서 지금의 모든 상황을 아름답게 보려고 하는 그녀..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며 집으로 돌아도는 남편을 바라보고 그 남편을 위해 집안을 정리하는 현실속의 그녀.. 그녀의 모습과 함께 거칠게 내리는 비가 오버랩된다.

 

사랑의 기쁨..

에디뜨 피아프의 사랑의 기쁨과 함께 해야하는지..

사랑에 대한 환상,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졌다고 믿는 기숙에게 그 사랑의 하룻밤은 슬픈 가수의 음색만큼이나 허무하다..

 

먼집..

낯선 타국에서의 생활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기언.. 아침에 딸 운혜의 통학버스를 놓쳐 큰 맘 먹고 학교까지의 먼길(?)을 나서게 된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비를 아끼려는 맘과 이정도쯤 혼자 할 수 있어.. 하는 맘으로 집까지 걸어보지만 가깝다고 느꼈던 그 길은 웬지 제자리걸음을 하는 느낌이고 점점 다가오는 두려움속에서 온갖 상상속의 세계로 자신을 몰아넣는다.

어떻게 어떻게 돌아온 집.. 그리고는 깊은 잠에 빠져드는 기언..

퇴근한 남편에게 핀잔을 듣지만 그 길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세상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시작..

정일의 영주권을 위해 위장 결혼을 한 윤자.. 그녀는 40대의 이혼녀이고 정일은 스물일곱의 청년이다.

계약에 의한 관계였지만 혹시나 하는 여러가지 상황때문에 혼자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마지막날 정일이 던진 구혼의 한마디가 그동안 꽁꽁 묶어 두었던 자신을 조금을 풀어놓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맘이 교차하며 그저 제자리에서 맘만 동동거리게 된다.

 

알마덴..

저녁 다섯시경 여자의 가게에 들러 알마덴 샤브리만 한병씩 사가는 남자가 있다.

깔끔하고 멋진 용모의 그 남자.. 그 남자와 이야기를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웬지 그 남자라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상상해 보기도 하고 그 남자와 숲속을 거니는 공상도 해보기도 한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그남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 그런 맘을 더욱 확신하게 된다.

점점 알마덴이 올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

그러던 그가 자신을 믿을 수 있느냐는 그 말 한마디와 함께 알마덴을 외상으로 가져간 그 날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알마덴은 2달러 54센트에서 2달로 69센트가 되어버렸다..

 

시간과 강물..

외삼촌의 주류상에서 일하고 있는 도혜.. 어느날 흑인 무장강도들이 가게에 들이닥쳐 지하실로 피신을 하게 되고 무사히 목숨을 건졌지만 바로 몇일 후 건너편의 한인 상회의 한 사람이 살인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있는 현실.. 가난, 외로움 또한 폭력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멋진 집에서 잠을 깨고 샤워를 하는 꿈도 꾸어보지만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이곳은 초라한 아파트와 고된 일상이라는 것을 느끼며 눈앞의 현실을 위한 또 하루의 준비를 한다..

 

낙원같은 집..

전래동화인 <해님 달님>이야기..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오누이가 동아줄을 타고 하늘 나라로 가서 해님과 달님이 되어 밝은 빛. 밤길을 밝히는 빛이 되었다..로 끝이 났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그것이 어머니의 꿈이었고 호랑이에게 잡혀 먹혀 다시는 아이들을 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꿈에서 깨어나 아이들을 만나게 된 어머니..

지나간 시간은 현재로 흐르고 현재는 미래로 흐르고 미래는 여기 있는 과거 속으로 흘러들었다.

이제 어머니는 낙원 같은 우리 집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미 낙원에 살고 있었으며 낙원을 떠난 일도 일찍이 없었다. 낙원을 찾는 데 필요한 것은 옷도 아니고 집도 아니고 시간도 아니었으며 그냥 감았던 눈을 뜨는 것뿐이었다. (P168)

물이 물속으로 흐르듯..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하는 형식의 글이었다.

유학생으로 미국으로 와 갖은 고생을 해 지금은 번듯한 사업가가 된 김윤수..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가족들과 샴페인잔을 들고 건배를 하고 싶은 그.. 물이 물속으로 흐르듯 그렇게 고요하고 평온한 삶을 이루어 냈다는 생각에 옛생각을 하며 모래 위를 걸어보기도 한다. 두번 이혼한 후 그의 집에 들른 그의 누나, 거동을 하지 못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이층이 구석방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그의 노모.. 윤수네를 믿고 미국으로 이민을 온 처제네 가족 . 어머니를 만나러 미국을 들른 이모님 내외..

그들이 모두 돌아가고 두 내외는 오랫만에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눈다. 정원을 가꾸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헌재. 미래의 이야기를 그러나 이층의 어머니 얘기는 하지 않는다.. 너무도 분명한 일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p230)

 

사랑의 예감,,

신혼여행중인 신옥의 부부가 뉴욕에서 옛친구인 장미네 부부를 만나 하루를 보내며 나누는 이야기와

유럽연수를 떠났던 남편이 납북이 된 후 아이를 혼자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여인 갈희의 이야기..

서로 다른 성향의 남녀의 사랑과 결혼..그 의미와 그것을 살아내는 그들의 이야기를 뉴욕에서 살고 있는 예술가 부부인 장미네 부부, 완벽한 결혼생활을 꿈꾸고 그렇게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신옥.. 남편의 부재속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지만 그것을 자신의 가혹한 운명이라고 생각하기 보다 점점 그 그리움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갈희..를 통해 사랑, 결혼의 의미의 변화. 다양함을 조근 조근 이야기하고 있다.

 

어찌보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여인들이 누군가 보호를 해주어야할 듯 연약하고 위태롭다.

사랑에 대한 환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한 그녀들.. 환상속의 사랑은 아름답고 현실은 힘겹게 느껴진다.부정하고 싶지만 어찌보면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사람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짧은 이야기인 단편이 그러하듯 극적인 전개보다는 작가의 분위기와 여운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페미니즘이라는 것의 구체적인 의미를 잘 알지 못하지만 이전의 이미지와는 다른 강한 여성들이 이런 종류의 소설속의 인물들이었다면 이 책의 인물들은 그러한 시대적인 성향과는 조금 거리를 둔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통해 여성다움을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은 그녀의 소설 선집의 3번째 책이었다. 이전의 첫번째, 두번째 책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n******m 2014.04.11. 신고 공감 6 댓글 11
리뷰 총점 종이책
물이 물속으로 흐르듯 외 (2014)
"물이 물속으로 흐르듯 외 (2014)" 내용보기
책 내용 보다 먼저 책 가격을 칭찬해주고 싶다. 책이 자그만치 316 페이지이다. 그런데, 책 가격이 5천원이다. 단돈 5천원.. 동생인 김채원 작가는 언니의 정신을 담은 이 책들을 많은 독자들이 부담없이 사서 읽을 수 있도록 출판사인 <작가정신>에게 가능한 한 낮은 가격을 책정할 것을 부탁했고 출판사에서 그 점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과연 인쇄비는 나오는 것일까?
"물이 물속으로 흐르듯 외 (2014)" 내용보기

책 내용 보다 먼저 책 가격을 칭찬해주고 싶다.


책이 자그만치 316 페이지이다.

그런데, 책 가격이 5천원이다. 단돈 5천원..

동생인 김채원 작가는 언니의 정신을 담은 이 책들을 많은 독자들이 부담없이 사서 읽을 수 있도록 출판사인 <작가정신>에게 가능한 한 낮은 가격을 책정할 것을 부탁했고 출판사에서 그 점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과연 인쇄비는 나오는 것일까? 아님 마케팅이나 유통비용은..

 

독자의 입장에서 책 선물을 받은 것이 괜스리 미안했다. 다음에 책선물 할 일이 생기면 김지원 작가의 책을, 아니면 <작가정신>의 책을 사야되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작가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故 김지원 작가는 1942년생으로 이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63년 <여원>에 단편소설 "늪 주변"이 당선되었고 1973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뒤, 24년 후 1997년 중편소설 "사랑의 예감"으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고 김지원 작가는 결혼 후 미국으로 이주하여 두 아들을 키우면서 liquor store를 운영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쓰다가 2013년 1월 30일 뉴욕 맨하탄에서 향년 71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는 유명한 시인 김동환으로 "국경의 밤"의 저자인데, 고 김지원 작가는 아버지의 시를 시극 극본으로 각색해서 발표했고, 동생인 김채원 작가는 언니의 작품들을 사후 1주년을 기념하여 출간하였다. 대단한 문학인 가족이다.

 

 

물이 물속으로 흐르듯 외 (김지원 소설 선집 3)


내가 받은 책선물은 고 김지원 작가 소설선집 중 3권이다. 3권에는 동생 김채원 작가와 이제하, 서영은 문정희님의 추모글이 실려있고, "물이 물속으로 흐르듯"을 비롯하여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사랑의 예감"을 포함한 아홉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그녀의 글은 따뜻하다.

문체는 간결하지만 그녀의 섬세한 감수성을 표현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녀의 소설 속에는 극단적이거나 대단한 사건은 없다. 작은 이야기들을 돌출된 사건들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그것도 여성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능력이 있는것 같다. 순수한 영혼을 지녔을까, 그녀는..

 

뉴욕 맨하탄에서 마치 조국에 대한 사랑을 풀어내듯, 한을 풀어내듯 쓴 "사랑의 예감"은 특히 그렇다. 사랑과 한이 섞여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담담하지만 따뜻한 감수성이 한가득있다. 절대로 남을 헤칠것 같지 않은 여주인공들은 마치 작가 자신인 것 같다.

 

대단한 사건이나 드라마가 없어도, 기승전결이 강하지 않아도 작가의 맑은 영혼이 담겨있는 듯한 편안한 문체가 그녀의 소설들을 부담없이 읽게 한다.

 

"사랑의 기쁨"의 주인공 기숙도 남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마치 꿈을 꾸듯 순응적이다.  알면서도 남자를 다 용서하듯, 그러면서도 남자에게 귀속되지 않는 여성이다. 그녀의 소설 속의 여자들은 강하고 담대하지 않다. 그러나, 그녀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알고 그를 지키려는것 같다.

 

관형적 표현이 많지 않아도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고 김지원 작가의 맑은 소설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옆에 두고 비가 오는 날 다시 읽고 싶다.

 

b*****k 2014.03.08. 신고 공감 3 댓글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