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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도일의 미발표 첫 장편소설, 『존 스미스 이야기』
"코난 도일의 미발표 첫 장편소설, 『존 스미스 이야기』" 내용보기
영국 국립도서관은 2004년 한 경매에서 코난 도일과 관련된 여러 문서들을 사들이는데, 이 문서들 사이에서 제목도 없이 섞여 있던 한 작품을 발견한다. 그것이 바로 코난 도일이 23세에 썼던 첫 장편으로 한 번도 발표된 적이 없던 『존 스미스 이야기』의 원고였다. 영국 국립도서관과 아서 코난 도일 재단은 청년 코난 도일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했고, 2012
"코난 도일의 미발표 첫 장편소설, 『존 스미스 이야기』" 내용보기

영국 국립도서관은 2004년 한 경매에서 코난 도일과 관련된 여러 문서들을 사들이는데, 이 문서들 사이에서 제목도 없이 섞여 있던 한 작품을 발견한다. 그것이 바로 코난 도일이 23세에 썼던 첫 장편으로 한 번도 발표된 적이 없던 『존 스미스 이야기』의 원고였다.

영국 국립도서관과 아서 코난 도일 재단은 청년 코난 도일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했고, 2012년 드디어 영국에서 출간되었다.

 

그러나 하퍼 리의 미발표작이었던 『파수꾼』이 출간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그리 우호적인 평가를 받진 못했다.이 책의 출간을 맡았던 세 명의 편집자들 역시 이 점을 인정한다.

그들은 『존 스미스 이야기』의 서문에서 『존 스미스의 이야기』는 성공적인 소설은 아니다.라고 밝힌다. 그리고 그 이유를 『존 스미스 이야기』는 줄거리 설정이나 등장인물의 성격 묘사 방식이 그리 뛰어나지 못하뒷날 코난 도일을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스토리텔링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심지어 이 작품은 코난 도일이 스물 세살에 썼던 초고도 아니다. 1883년에 썼던 『존 스미스 이야기』는 분실되었고, 2004년에 발견한 원고는 이후 코난 도일이 이전에 썼던 원고의 내용을 기억해서 재작성한 것이다. 더욱이 이 원고는 완성된 상태도 아니다(5장까지 완성한 상태고, 6장의 일부를 쓰다가 말았다). 어쩌면 그래서 코난 도일은 이 작품을 출간하지 않고 미발표인 상태로 놔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구태여 이 작품을 읽어야할 이유는 무엇일까? 독자의 입장에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품을 다 읽은 후 내가 내린 결론은, 그럼에도 『존 스미스 이야기』는 읽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존 스미스 이야기』는 코난 도일이 단편 작가에서 장편소설가로의 변신을 꾀한 첫 작품이라는의의를 가진다. 이것은 그에게 추리소설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준 셜록 홈스 시리즈의 첫 작품인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가 발표되었던 1887년보다도 4년이나 앞선 것이다. 또한 1883년에 썼다가 분실된 초고를 아무도 보지 못했으니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작품이 초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가정할 때, 『존 스미스 이야기』는 23세의 청년 코난 도일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존 스미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인물들은 코난 도일 자신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따라서 독자들은 『존 스미스 이야기』를 통해 청년 코난 도일의 사유의 넓이와 깊이를 엿볼 수 있다. ‘셜록 홈스라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젊은 작가의 생각과 견해를 맛볼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작품의 내용만 읽는 방법, 주석과 더불어 읽는 방법, 주석만 읽는 방법. 친절하고 꼼꼼하게 달린 주석들은 이 작품과 코난 도일, 그리고 독자들을 이어주는 좋은 매개가 된다. , 독자들은 이 작품의 주석을 통해 이 작품이 향후 코난 도일이 저술하게 된 여러 작품들과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던 작품들이 탄생하기 전, 그러니깐 작가의 사고 속에 맹아의 상태로 있는 작품들의 단초들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그런 부분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이 책이 기대했던 탐정소설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실망감은크게 상쇄될 것이다. 또한 작품의 사변적 성격 역시 대가라 불리기 전, 스물 세살의 젊은 청년이었던 코난 도일의 민낯을 보는 즐거움으로 바뀐다.

 

가령, 코난 도일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존 스미스는 미생물과 항체에 관한 파스퇴르의 새로운 이론을 열렬히 지지할 뿐만 아니라 진화론을 옹호하는 등 당시로서는 최첨단을 달리던 과학의 성과들을 섭렵할 뿐 아니라, 종교적 신념과 교리들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이기도 하고, 미래에 세계를 재편할 강대국들의 세력 판도에 대한 예상까지 한다. 한마디로 문학, 과학, 의학, 종교, 전쟁, 역사, 정치 등을 총망라해 다루고 있는데, 젊은 코난 도일이 보여주는 이러한 방대한 지식은 일견 치기이자 허세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그의 세계관과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 작품에 보여지는 코난 도일은 작가로서의 열정과 자신감, 에너지가 충만해 있는데, 아직 작가로서는 미완성이지만 열정으로 충만한 청년 코난 도일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독자들에게는 큰 기쁨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읽은 후엔 코난 도일의 다른 작품들, 그러니깐『스타크 먼로의 편지들』이나 『마법의 문을 통하여』를 비롯하여 이 책의 주석에 나오는 작품들이 읽고 싶어지는데(설령 이미 읽었더라도 다시 읽고 싶게끔 만든다), 이것은 코난 도일을 더 넓고 깊게 읽고 만나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가치이자 미덕이다.

 

이 작품을 읽을 것이냐 말 것이냐는 개개인이 결정할 문제지만, ‘코난 도일의 미발표 첫 장편소설을 읽는다는 것, 스물 세살의 청년 코난 도일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시간을 할애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믿는다. 

YES마니아 : 로얄 c*****g 2015.10.09. 신고 공감 2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