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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사랑이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기에 특별한 감흥은 없다. 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 아이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사랑을 할 것이고, 이별을 하게 될 때.. 나는 어떤 식으로 그 아이들을 위로하게 될까? 아마도 침묵과 기다림이 제일 좋은 대처 방법 일 테지만.. 이것도 선입견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사랑은 젊은 친구들의 풋풋함이 좋다. 사랑에 서툴고, 어찌할 줄 모르는 사랑이라는 맨 얼굴을 처음 봤을 때의 당혹스러움까지.. 근데 ‘다시 사랑하고 싶은 날’이라는 제목에서 왠지 중년(?)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 적당히 사랑에 차이고, 사랑을 이용해 본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 마음이 허허롭고 아파 다시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 심리 같은 것... 이런 책을 보며 가슴이 뛰고 두근거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상하게 이젠 ‘사랑’란 말에도 별로 설레지 않으니... 하지만 이 책에서 나는 가슴 뛰는 글을 만났다. 바로 ‘나도 쓰레기였던 적이 있어.’ 나 역시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까. 내 인생에서 가장 암울했고, 외로웠고, 슬펐던 날들. 누군가 곁에서 위로해주고 내 마음을 알아줬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 슬럼프로 아파하지 않았을 텐데... 나는 그 시절 쓰레기처럼 내 감정을 죽이고 상처내고, 힘들어했다. ‘그때 뼈아프게 깨달은 지혜가 있다. 인생의 많은 어려움은 자기 내면으로 향할 때 견디는 힘이 세진다는 것. 경제적 어려움도 자기 내면으로 향해야 강인하게 이겨나갈 수 있다.’ (21) 내 인생을 어려단계로 나눌 때 그 시절은 도약기였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시간 좌절을 했고, 못난 내가 견딜 수 없이 싫었지만 그래도 내가 나다울 수 있었던 이유는 도서관의 빼곡한 책장에서였다. 등록금도 없었고, 아르바이트로 온몸이 망가져갈 때도 나는 읽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오는 이런 고통이 무슨 연유였고, 어떤 이유 때문일까? 처음에는 내 환경을 원망했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을 미워했지만, 또 한편으로 그런 원망의 시간들이 너무 싫었다. 원망하는 시간에 내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조금은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주변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보이는 사람으로. 때론 그런 모습 때문에 차가워 보인다는 말도 듣지만 그 시절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나약한 존재로 주변만 원망했을지 모른다. ‘쓰레기였던 적...’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쓰레기 같은 시간을 보낸 시절이 있지 않을까? 지나고 나면 그 쓰레기 같은 시간마저도 소중하겠지만... ‘누구라도 쓰레기 시절을 겪고 있다면 쓰레기가 에너지가 되도록 애써주길 바란다. 부드럽고 향긋하고 따스한 세상을 열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이니까.’ (21) 맞는 말이다. 나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이 세상은 따스해질 수 없으니까. 요즈음 나는, 또 다른 쓰레기(?)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서 쓰레기는 20대의 쓰레기와는 좀 다르다. 혼자만의 시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내면의 나와 만나는 그런 시간 말이다. 예전 같으면 사람들을 만나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인생에 대해 혹은 남편과 아이들, 시댁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지 모르겠지만 요즈음 나는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너무 좋다. ‘혼자만의 시간을 야무지고 알차게 쓸 때 고독은 달콤하다. 고독은 고난만큼이나 인생을 바꾼다. (중략) 창조를 위한 고독은 예술가만 필요한 게 아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많은 고민에서 풀려나는 시간이다. (72)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 하는 걸 좋아했던 나지만 자꾸 변해간다. 나에게 집중하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져야 함을 느끼고 있으니까. 꼭 남녀 간의 사랑 이외에도 우리는 다시 사랑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많다고 미루지 말자. 미치도록 사랑하고,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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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예스24에는 <사과여행> 책이 없어서, 신현림 님 최근 책 가운데 '파란 능금'이 겉에 들어간 산문책에 이 느낌글을 붙입니다 ㅠ.ㅜ
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90 오늘 하루를 기쁘게 노래하는 사진 ― 사과여행 신현림 사진·글 사월의눈 펴냄, 2014.7.23. 오늘 하루는 기쁨입니다. 왜 기쁨인가 하면, 기쁨이기 때문에 기쁨입니다. 달리 까닭을 붙일 수 없습니다. 기쁨이니 기쁨이고, 기쁨인 하루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쁩니다. 오늘 하루가 기쁨인 줄 아는 사람은 길을 걸으면서 노래를 스스로 부릅니다. 유행노래나 대중노래가 아니라, 저절로 태어나는 가락에 맞추어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빙그레 웃습니다. 오늘 하루가 기쁨인 사람은 노래를 부르듯이 도마질을 해서 아침밥을 짓고, 한식구와 함께 기쁘게 밥을 먹은 뒤, 기쁘게 설거지를 하고, 기쁘게 걸레를 빨아서 기쁘게 방바닥을 훔치고, 기쁘게 집일을 건사할 뿐 아니라,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적에도 온통 기쁨물결입니다. 기쁘게 하루를 누리는 사람이 손에 사진기를 쥐면, 기쁨이 묻어나는 사진을 기쁘게 찍습니다. 오늘 하루는 슬픔입니다. 왜 슬픔인가 하면, 슬픔이기 때문에 슬픔입니다. 달리 토를 달 수 없습니다. 슬픔이니 슬픔이고, 슬픔인 하루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슬픕니다. 슬픈 탓에 노래를 안 부릅니다. 슬프기에 옆에서 누가 노래를 불러도 시큰둥할 뿐 아니라 듣기 싫습니다. 슬픈 사람은 억지스레 겨우 아침밥을 짓고, 한식구가 모여앉는 자리조차 거북합니다. 말 한 마디 없이 꾸역꾸역 밥을 입에 집어넣다가 지겹고 짜증스러운 일을 하느라 고된 아침과 저녁이 됩니다. 집에서 살림을 하든 회사에 가든 밭에서 남새를 돌보든, 슬픔에 사로잡힌 사람은 힘들고 지치며 한숨이 나옵니다. 슬퍼서 힘이 나지 않으니 사진기를 손에 쥐기도 귀찮고, 사진을 찍어야 할 일이 있으면 이맛살을 찡그려 이도 저도 아닌 사진을 찍습니다. .. 제가 태어나 사과나무 숲을 처음 봤던 날이 기억나요. 그만 흠뻑 반했던 날이요 … 사과는 태양과 바람과 비의 음료수예요. 갈증을 풀고 생의 활기를 주는 사과의 실체는 물이자 사랑입니다 ..
남이 나를 기쁘게 하지 않습니다. 남이 나를 슬프게 하지 않습니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모두 내가 그리는 모습이요, 기쁨이든 슬픔이든 스스로 불러들이는 마음입니다. 가난하거나 힘들어도 웃고 노래하는 사람이 있고, 배부르거나 돈이 많아도 고단하거나 슬픈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가 사랑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언제나 사랑스럽습니다. 오늘 하루를 사랑으로 느끼니, 이녁은 사진기를 손에 쥐면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묻어나는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 하루가 꿈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어떤 사진을 찍을까요? 꿈결 같은 이야기가 흐르는 사진을 찍을 테지요. 오늘 하루가 노래라고 느끼거나 웃음이라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노래가 흐르는 사진을 찍거나 웃음이 감도는 사진을 찍어요. 오늘 하루가 괴롭다고 느끼면, 사진을 찍을 적에도 괴로운 이야기가 흐릅니다. 마음결이 어떠한가에 따라 사진이 달라집니다. 스스로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내 사진이 달라집니다. 사진을 찍을 때뿐 아니라 사진을 읽을 때에도 이와 같습니다. 기쁜 마음일 때에는 기쁘게 사진을 찍고, 기쁘게 사진을 읽습니다. 슬픈 마음일 때에는 슬프게 사진을 찍으며, 슬프게 사진을 읽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일 때에는 홀가분하게 사진을 찍으며, 홀가분하게 사진을 읽습니다. 사진이론을 많이 익힌 사람은 사진이론에 맞추어 사진을 찍거나 읽습니다. 사진역사를 많이 살핀 사람은 사진역사에 맞추어 사진을 찍거나 읽습니다. 이론이나 역사를 따로 안 살피거나 거의 모르는 사람은 이론이나 역사에 맞추어 사진을 찍거나 읽는 일이 드뭅니다. 어떤 사람은 ㄴ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사진기가 가장 좋다고 여겨 이 회사 사진기만 씁니다. 어떤 사람은 ㅋ이나 ㅁ이나 ㄹ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사진기가 가장 좋다고 느껴 이 회사 사진기만 씁니다. 그런데, 아주 많은 사람들은 어느 사진 한 장이 어떤 사진기로 찍었는지 거의 모르거나 아예 안 살핍니다. 사진을 찍은 사람 이름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회사 사진기로 얻은 사진인가?’는 사진읽기에서 대수롭지 않고 ‘누가 찍은 사진인가?’도 사진읽기에서 대수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 ‘인생은 어디서나 가슴에 사랑을 담는 여행이며, 그 사랑은 사진이 증거한다’라는 제 아포리즘으로 두 작업의 공통점을 말하고 싶어요. 다른 점은 사과밭이 지구의 상징이었다면, 이번에는 사과를 들고 지구를 여행하며 찍은 거죠 ..
사진이론을 잘 배워야 사진을 잘 읽지 않습니다. 내 마음결이 어떠한가를 똑똑히 느낄 수 있어야 사진을 제대로 읽습니다. 사진실기를 알뜰히 배워야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내 마음결이 어떠한가를 또렷이 깨닫고 알아차리면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사진을 제대로 찍습니다. 사진 한 장에는 기쁨이 드러나든 슬픔이 드러나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진에 기쁜 이야기를 담을 수 있고, 슬픈 이야기나 아픈 이야기나 놀라운 이야기나 멋진 이야기를 담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이든 넉넉하게 담을 만합니다. 어떤 이야기이든 우리 삶을 밝히는 숨결이기에 반갑게 읽습니다. 기쁜 이야기를 사진에 담기에 더 훌륭하지 않습니다. 슬픈 이야기를 사진에 담기에 덜 훌륭하지 않습니다. 다큐사진은 아프거나 슬픈 이야기만 담아야 하지 않습니다. 패션사진은 이쁘장하거나 놀라워 보이는 이야기만 담아야 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든, 사진에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이야기를 담기에 사진찍기요, 이야기를 느껴서 나누기에 사진읽기입니다. .. 길과 길에는 수많은 전설과 신화, 시와 사람의 이야기가 스며 있어요. 사과를 통해 그곳과 저는 깊이 이어지고 만납니다 … 그들의 사랑을 잊지 않고 싶어 사진 찍었어요 … 사과를 든 왼송르 쭉 뻗어 오른손에 쥔 사진기로 찍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 때가 있어요. 물론 춤출 때처럼 즐겁기도 하고요..
신현림 님은 능금 한 알과 함께 나들이를 합니다. ‘사과’나 ‘부사’ 같은 이름도 있으나, 한국말은 ‘능금’이고, 먼 옛날 한국말은 ‘멋’입니다. 일본사람은 ‘링고’라는 말을 쓰며, 서양사람은 ‘애플’이라는 말을 씁니다. 어떤 말을 쓰든 다 좋습니다. 그저 나라가 다르고 겨레가 다르며 자리와 때가 다를 뿐입니다. 사과이든 능금이든 애플이든 링고이든 멋이든 뭐이든 다 똑같습니다. 《사과여행》에서 신현림 님은 이녁 마음을 나누는 숨결을 곁에 두면서 이야기를 짓습니다. 어디에서나 함께 있고, 어디에서나 함께 노래하며, 어디에서나 함께 꿈꾸는 숨결이 무엇인지 헤아리면서 이야기를 짓습니다. .. 예술은 속도전에 실려 가는 현재를 브레이크 걸어 우리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심각하게 질문해야 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되어요 … 영원을 향해 갑니다 ..
바람이 불어 능금나무 가지를 살짝 건드립니다. 동이 트고 해가 솟으면서 능금나무를 햇볕이 따사롭게 어루만집니다. 해가 기울고 달이 뜨고 별이 돋으면서 포근한 기운이 능금나무 잎사귀와 꽃망울을 살살 간질입니다. 종달새 두 마리가 살짝 내려앉아 노래합니다. 종달새 두 마리는 푸드득 날아가고, 이내 딱새와 박새와 참새가 사이좋게 날면서 능금나무 둘레를 맴돕니다. 직박구리가 날아와서 능금나무 잎사귀를 갉아먹는 애벌레를 콕 찍어 낚아챕니다. 뭇 새들 부리에서 살아남은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고 천천히 허물을 벗어 고운 날개를 팔랑이는 나비로 거듭납니다. 능금 한 알은 사람도 먹고 벌레도 먹으며 새도 먹습니다. 때로는 다람쥐도 먹고 숲짐승도 먹으며, 흙바닥에 툭 떨어진 능금알을 지렁이나 풀벌레가 먹기도 합니다. 개미도 먹고 달팽이도 먹습니다. 능금을 먹은 여러 목숨은 능금똥을 눕니다. 능금 냄새가 나는 똥을 누어 흙한테 돌려줍니다. 흙은 능금 냄새가 나는 똥을 받아들여서 한결 기름진 까무잡잡한 고운 흙으로 거듭나고, 이 흙은 다시 능금나무를 살립니다. 능금나무는 능금똥으로 더욱 기름진 흙한테서 기운을 받아들여 줄기를 올리고 새롭게 꽃을 피웁니다. 삶이 흐르듯이 사람이 자라고 나무가 자랍니다. 잎이 돋고 꽃이 피며 열매가 맺습니다. 열매에는 씨앗이 깃들어 새로운 풀이나 나무로 깨어나고 싶습니다. 사람들 가슴에도 씨앗이 있어, 이 씨앗을 마음밭에 심으면 사랑이 태어나거나 꿈이 태어납니다. 사람이 마음밭에 심어서 태어나는 꿈과 사랑은 ‘시를 쓰고 싶은 꿈’일 수 있고, ‘사진으로 이야기를 나누려는 사랑’일 수 있습니다. 어떤 꿈이든 좋고, 어떤 사랑이든 아름답습니다. 누군가는 시계를 보면서 때를 읽습니다. 누군가는 해를 보면서 때를 읽습니다. 누군가는 밥내음을 맡으면서 때를 읽습니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안 보고 아무 때도 안 헤아립니다. 사진책 《사과여행》을 가만히 넘기면서 신현림 님이 손수 지어서 누리는 삶을 떠올립니다. 어떤 빛일까요. 어떤 그림일까요. 어떤 노래일까요. 어떤 웃음일까요. 아마 어느 날에는 기쁜 노래가 가득하고, 어느 날에는 슬프디슬픈 생채기가 불거질 테며, 어느 날에는 마냥 허전하면서 시무룩할 테지요. 홀가분하다가 들뜨거나 설레는 날이 있고, 아이와 손을 맞잡고 신나게 춤을 추는 날이 있을 테지요. 사진기를 손에 쥐어 삶을 오롯이 사진 한 장으로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늘 즐겁습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어 삶을 알뜰살뜰 사진 한 장으로 여밀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긴긴 겨울이 끝나면 얼어붙은 땅뙈기가 녹으면서 딸기풀이 자라고, 하얗게 딸기꽃이 피는 사월을 거쳐, 빨갛게 소담스러운 멧딸기 익는 오월이 됩니다. 사진책 《사과여행》에 흐르는 푸르고 하야면서 바알간 열매가 애틋합니다. 4348.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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