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37)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86%
  • 리뷰 총점8 11%
  • 리뷰 총점6 3%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10.0
  • 20대 9.0
  • 30대 9.0
  • 40대 9.0
  • 50대 9.0

포토/동영상 (16)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_최은영 소설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_최은영 소설 🩵" 내용보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소설 문학동네 출판     7편의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어둡고 힘들었던 시기와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 포기하고 싶었지만 끝내 이루었던 순간들. 다양한 감정들을 나는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을 언어로 글로 표현한다는 것에 놀라웠다. 책 전체를 필사하먄 작가님 같은 언어를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만큼.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일 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_최은영 소설 🩵" 내용보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소설
문학동네 출판

 

 

7편의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어둡고 힘들었던 시기와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 포기하고 싶었지만 끝내 이루었던 순간들. 다양한 감정들을 나는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을 언어로 글로 표현한다는 것에 놀라웠다. 책 전체를 필사하먄 작가님 같은 언어를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만큼.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일 년>, <이모에게> 소설이 가장 좋았다. 다양한 인물들이 가진 삶이 나와 내 주변과 닮아있었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살아내다보면 살아진다는 말을 고요하게 마음에 전달해준 책 ♥

 


 


◈ 작가님과 줌 토크에서

 

*작가님이 최근에 읽은 책
- 대만 ‘우밍이 작가’의 <도둑맞은 자전거>
 (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를 읽고 알게 되었다.)
- ‘우춘희 작가’의 <깻잎 투쟁기>

 

*좋은 자극을 준 책
- ‘권여선 작가’의 <각각의 계절>
  작가님이 경력과 압력에 빠지지 않고 글을 잘 쓰는지 궁금하다.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 ‘포터’로 분위기는 원래도 작가님 환한 미소에 친근했지만 더 가까워진 느낌 ^^ 32-33쪽을 작가님 목소리로 들으니 이야기가 편하고 집중이 더 잘되었다. 

 

*책 이야기
- <파종>이라는 단어의 피상적이면서 저항하는 의미가 좋아 글을 쓰게 되면 제목으로 쓰고 싶었다.

- <답신> 썼을 때는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었다. 상처받고 보복하고 싶은 마음들이 있지만 나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은 잘 살고 있을 때의 절망들이 있었다. 유사한 상태의 인물이 있는데 경험을 하고 나서 시간이 지난 후, 끊어버리고 나아가고 싶다. 삶에 찾아오는 불행들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마지막 문장을 쓰면 그 세계가 닫힌다는 생각으로 쓸 수가 없다. 사라지는 것은 내가 세계있다는 것을 잊는 고통을 잊는 것이고,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인물들과 만났던 시간과 인연은 내 안에 남아 있어 일체감이 있다. 글로 언어로 쓰면서 정리가 되고 납득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희원은 2009년 2학기, 구 년 전 스물일곱 대학교 3학년 학사 편입생. 
은행을 그만두고 늦게 대학생활을 하다 시간강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게 되는 일이 있다. 그녀의 글을 읽고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녀의 삶을 동경하고 또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생각하면서도 여자, 시간강사의 말이 주는 힘은 남자 정교수보다 약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한계에 있는 그녀에게 상처주는 말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자신이 동경했지만 자신도 그렇게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눈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 같은 아련함이 가득했고, 아주 희미한 빛처럼 흐릿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어떻게 저런 표현을 글로 쓰는지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어도 너무 좋은 글 ♥

 

나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 언어화될 때 행복했고, 그 행복이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찾던 종류의 감정이라는 걸 가만히 그곳에 앉아 깨닫곤 했다. 가끔은 뜻도 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다. 너무 오래 헤매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P11

 

퇴근해 책상 앞에 앉아 책에 밑줄을 긋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에 투명 망토를 두른 것 같았다고 그녀는 썼다. 세상에서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고. 그녀는 이미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그려진 세상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보다도 언제나 더 가깝게 느껴졌다고 썼다. 그럴 때면 벌어진 상처로 빛이 들어오는 기분이었다고, 그 빛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더 가보고 싶었다.’ 그녀는 그렇게 썼다.

나는 그녀의 문장에 밑줄을 긋고,

그녀의 언어가 나의 마음을 설명해주는 경험을 했다.
나도, 더 가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P43-44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쫓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서 보고 싶었다. 그 빛이 사라진 후, 나는 아직 더듬거리며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어림해보곤 한다. 그리고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도. 나는 그녀가 갔던 곳까지는 온 걸까. 아직 다다르지 않았나. P 44

 


 

 

 

<몫>

 

신입 대학생 혜진, 희영, 한 살이 더 많은 정윤.  
공동체 안에 살아가는 사람으로 남겨진 사람들의 몫. 사람으로써의 몫. 
풋풋했지만 누구보다 열정 강했고 삶에 대해 진심이었던 스무살. 왜 이 대학생들이 멋있게 보이는 걸까.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한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첫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 될 수 있는 글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P52

 

 

<일 년>

 

회사 선배인 그녀는 인턴 다희와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다희는 허물없이 귤을 까먹고 대화했는데 그 모습을 특이하게 느꼈다. 자신은 입사 초기 최선을 다하고도 낙담했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다희의 행동이 부러웠나 혹은 이해가 되지 않았었나. 

반복되는 체념 속에 빛을 잃어가고 껍데기만 남은 다희의 표현은 일상에 지쳐버린 일하는 사람들의 고됨같았다. 
오래 전 한 사람에게 힘든 일을 털어놓았고 그 사람만 보면 자동적으로 내 힘든 사정을 쏟아내듯 말하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 힘든 마음을 담아 내준 사람이지만 그 힘듦을 담고 있어서 알고 있어서인지 어느 순간 내가 자꾸 거리를 두게 된 적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실망하는 거죠. 전 언제나 사람들의 기대만큼 밝은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아, 너 이런 애였니? 이러고 가버리는 거예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렇게 말하고 다희는 힘없이 웃었다. 
그래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잃고 싶지 않으니까 무리를 하게 돼요.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서. P97

 

살아진다. 그러다보면 사라진다. 고통이, 견디는 시간이 사라진다. 어느 순간, 그녀는 더 이상 겉돌지 않았고, 그들의 세계에 나름대로 진입했다. 모든 건 변하고 사람들은 변덕스러우니까. 그러나 그 후에도 그녀는 잠들지 못하거나 질이 낮은 잠을 끊어 자며 아침을 맞았다. P108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P115 (-서운함을 이렇게 글로 표현한다는 것에 또 놀라움)

 

애정이 상처로 돌아올 때 사람은 상대에게 따져 묻곤 하니까. 그러나 어떤 기대도, 미련도 없는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걸어 잠근다. P119

 


 

 

사람들은 때로 누군가에게 진심을 털어놓고는 상대가 자신의 진심을 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상대를 증오하기도 하니까. P120

 


<답신>

 

엄마를 닮은 나와 아빠를 닮은 언니. 그런 언니에게 수치스럽다, 창녀같다는 말은 어린 아이에게 상처가 될 거라는 걸 알고 한말이었을까. 아빠는 남겨진 딸들에게 꼭 그렇게 생채기를 내야했을까. 

나쁜남자의 절정을 달리는 형부와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려는 언니. 언니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내가 느낀 언니에 대한 감정을 조카는 알아주길 바래서 편지를 쓴 것 같다. 많이 슬프고 여자를 기만하는 남자들로 기분이 나쁘게 만든 소설. (너무 공감이 되어서요^^)

 

그렇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남들이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고 남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느라 나의 욕구를 무시했지. 그때 내가 느꼈던 가장 큰 두려움은 다른 사람들이 내게 실망하는 거였어. 나는 절대로, 절대로, 누군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 P133

 

밤하늘 아래의 불빛들이 반짝이면서 너는 앞으로도 살아야 해, 살아가야 해, 하고 낮게 합창하는 것 같았어. 더 알고 싶은 것도, 더 해보고 싶은 것도 없는데, 이젠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데, 그런데도 살아야 한다고 자꾸만 누가 내 등을 떠미는 것 같았지. P160-161

 

 

<파종>

 

창작과비평 문학부분에서 읽고 이번 소설집에서 두 번째이다.
소리와 엄마는 소라의 삼촌이자 엄마 민주의 오빠의 빈자리를 그리워한다. 오빠가 떠나기전 그녀의 힘든 것을 손바닥에 다 주고 가져가겠다는 말을 하지만 고개를 흔들며 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오빠가 이제는 편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담겨있었다. 소리와 엄마는 삼촌이 일구던 밭을 다시 일구며 그의 흔적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리운 마음을 함께 해본다.

삶을 이어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저렇게 동생의 힘든 마음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 가정폭력 속에 자란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가족의 아픔을 본인 마음에 품어줄 수 있는지  삼촌은 따뜻한 사람이었고, 충분히 빈자리가 느껴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언어로 그 적는 순간순간들을 복원했다. P186


 

 

세상은 온통 뿌옇게 보였다. 누구도 그녀에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때 그녀는 처음으로 막연함을 느꼈다. 막연한 두려움, 막연한 슬픔, 막연한 외로움. 무엇 하나 손에 잡히지 않았고 그 시간은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에 가지 않고 길을 돌고 돌았다. 그렇게라도 시간을 버리고 싶었다. P204-205

 

기약 없이 기다리는 일이 꼭 버려지는 것 같아서였다. 눈물이 났지만 그 마음을 누구도 이해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해서 그저 참았다. P206

 

<이모에게>

 

파종의 삼촌 같은 남자는 드물다. 대게의 남자들음 밥상 숟가락도 안놓거나 여자를 깔보는게 습관인 사람들이 자주 나오는데 이모에게의 아빠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
희진은 엄마보다 나이가 20살도 넘게 차이나는 이모와 함께 살며 이모의 양육방식으로 자랐고, 부모에게도 할 수 없었던 감정을 유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대상이 이모였다.

어릴 적 함께 살았던 막내 고모가 생각났다. 맞벌이 부모님을 대신해 숙제도 곧잘 봐줬던 고모. 어른들의 관계로 연락도 이제는 닿지 않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늘  있었던 고모는 희진의 이모같은 느낌이어서 그런지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이렇게 잘 컸고, 잘 살고 있다고 보여주면서. 

 

고통스러울 정도로 나를 몰아세우자 놀랍게도 나를 아프게 하는 생각의 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건 가학적으로 귀를 막으면서 진짜 문제들을 뒤로 미루는 방식이었지만, 당시의 나는 내가 꽤 잘해내고 있다고 믿었다. P246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간다는 고양감에는 중독성이 있었다. P247

 

돌아보면 그 시절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건 나의 공포와 분노를 마주하는 일이었다. 그러지 않기 위해 나는 쉽게 겁내지 않고, 사소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연출했다. P248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헐값에 어린 막내를 팔아버린 가족. 식모살이로 성장한 기남은 홍콩에 사는 둘째 딸 우경이 자식임에도 불편하다. 세월이 지나 가족이라고 생모 생신 잔치에 초대받았지만 불청객같은 대우에 기남은 명동 거리를 방황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은 가족과 주변으로부터 식모살이하는 사람이었고, 결혼해서도 남편과 자식에게 무시받는 사람이다. 탁구를 칠 때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감정이 편하다고 느낄만큼 자신에게 뿌리 깊이 주변의 멸시의 행동과 시선이 익숙했던 기남. 


나도 어쩌면 그 사람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직업과 자라온 환경만으로 무시하지는 않았나. 가족이나 친구에게 그런 시선을 보내진 않았나 생각해보게 했다.

 

 

#아주희미한빛으로도 #최은영 #소설 #문학동네 #독파 #독파챌린지 #완독챌린지 #앰배서더3기 #앰배서더 #신간도서 #책추천 #최은영을읽는물결 #진실-치열-용기 #뒤늦게깨달은사랑 #스스로의몫 #돌봄 #서평 #내돈내산

k****9 2023.09.12. 신고 공감 23 댓글 15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서평]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서평]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내용보기
"바라지 않아도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을 거야."   -소설가 권여선, 서평가 정희진 추천 2020 젊은작가상 수상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수록-   전작 『쇼코의 미소』에서는 작가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에 대한 고찰을 다루었다. 그 타인에 대한 탐구를 다음 작품인 『내게 무해한 사람』에서 작가는 미숙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통해 그 속에서 거세게 일
"[서평]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내용보기


 

"바라지 않아도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을 거야."

 

-소설가 권여선, 서평가 정희진 추천
2020 젊은작가상 수상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수록
-

 

전작 『쇼코의 미소』에서는 작가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에 대한 고찰을 다루었다. 그 타인에 대한 탐구를 다음 작품인 『내게 무해한 사람』에서 작가는 미숙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통해 그 속에서 거세게 일어난 마음의 흔들림을 포착하여 섬세한 필치로 써내려갔다. 『밝은 밤』에서 작가는 4대에 걸 친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 해온 인간과 관계에 대한 논의를 종합하고 가족관계로 더 확장하고 구체화했다.

 

이번  책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는 여성 서사, 가족관계, 사회 문제를 모두 결합시켜 '더 진실되고, 더 치열하고, 더 용기 있게 살아가는' 여성들을 보여준다. 이 책에 수록된 일곱 편의 이야기들은 그런 마음을 온전히 담아 써내려가는 긴 편지인 것이다. 

 

 

작품 속에 제시된 첫 번째 이야기이자 표제작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 작가는 9년 전, 대학교 3학년이었던 '나'인 희원과 수업때 만난 시간 강사였던 '그녀'와의 만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은행을 그만두고, 대학에 편입하여 영문과 전공 수업을 듣던 희원은 그 수업에서 시간 강사였던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와 그녀의 수업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 희원에게 그녀는 단순한 시간 강사가 아닌 동경하고, 닮고자 하는 대상이었다. 

 

"그녀에 대한 공경과 호기심, 어려움이 섞인 마음을 감추려고 나는 그녀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p. 25

 

사는 곳도 같고, 가고자 하는 방향도 일치해서 희원은 그녀의 삶을 동경하고 그녀에게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녀에게서 작고 희미한 희망이라도 발견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그녀처럼 시간 강사를 하고 싶은 목표에 그녀는 어쩌면 희원의 롤모델이자, 희원의 길을 비쳐주는 작은 빛이자, 희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대학원에 가고 싶다는 희원의 말에 "공부는 대학원 아닌 곳에서도 할 수 있는 거" 라고 말하며 희원이가 자신보다는 더 나은 길을 가기를 바랬다. 희원은 동경하는 그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여자 강사여서', '정교수가 아니라서' 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상처를 준다. 왜 희원은 그녀에게 상처가 될 줄 알면서 그런 모진 말을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한 것일까. 그녀는 희원이 동경하는 대상이자, 따라가고 싶었던 빛과 같은 사람이었으니깐. 그 빛은 사라져버린 것일까. 아니면 희미하지만 남아있는 것이었을까.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서 보고 싶었다.
-p. 44,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중에서

 

 

두 번째 이야기인 <몫>에서는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는 한편, 좌절하기도 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 문제에 대해 알리고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글쓰기를 잘했고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던 희영이의 모습과 글쓰기를 통한 좌절로 한계가 있음을 아는 정윤이의 모습을 비교해서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한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첫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 될 수 없는 글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p. 52,「몫」중에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고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은 힘든 일일까. 그런 글을 쓰기를 희망했지만, 결국 희영은 글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정윤이는 글쓰기를 포기하고 결혼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녀들보다 글쓰기 능력이 없던 이야기 속 화자인 해진이가 기자의 삶을 살며 글쓰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글쓰는 일이 쉬웠다면, 타고난 재주가 있어 공들이지 않고도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당신은 쉽게 흥미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렵고, 괴롭고, 지치고, 부끄러워 때때로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밖에 느낄 수 없는 일,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것 또한 글쓰기라는 사실에 당신은 마음을 빼앗겼다. 글쓰기로 자기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다시 글을 써 그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을 수 있다는 행복, 당신은 그것을 알기 전의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p. 75, 「몫」중에서

 

 

희영은 자신이 그런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말한다. 글을 통해 부정의를 비판하고 자신이 할 일, 자신의 몫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그녀 자신도 그런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희영의 말을 통해 너무 글쓰기에 진심이면 오히려 글을 쓸 수 없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오랜 고민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 편집부 할 때, 나는 어느 정도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내가 그랬다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달랐겠지만. 

-p. 79, 「몫」중에서

 

세 번째 이야기인 <일 년>에서는 작가는 '지수' , '다희' 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서 미묘한 인간관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직장에서 선후배로 사이로 만난 지수와 다희, 하지만, 정직원인 지수와 인턴인 다희는 서로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카풀을 하면서, 차를 타고 가며 대화를 나누며 친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계급간의 간격을 좁힐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상처받기 싫어서, 진심을 털어놓았다가 서운함을 느낄까봐 두려웠던 것일까. 

 

그들은 서로 마음이 잘 통하는 친숙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었을테지만,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서로의 이익에 의해 맺어진 관계이기에,  서로의 진심을 숨긴다. 어쩌면 사회 속 인간 관계는 그렇게 피상적인 것이고 껍데기뿐일지도 모른다. 서운함이라는 감정도, 서로에 대한 감정과 진심이 있을 때 품을 수 있지만, 지수는 다희와 그런 관계는 맺고 싶지 않았다. 지수가 동료에게 말한 것처럼 '다희는 그저 통근하는 경로가 비슷해서 같이  차를 타고 다니는 거'에 불과할지 모르니깐. 어쩌면 지수에게 다희는 그런 존재이길 바라니깐. 지금까지 외톨이로 고통스럽게 살아왔지만, 나름대로 견뎌오며 그저 '살아왔으니깐' 말이다. 

 

그녀는 다희에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다희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싶지 않았다.
-「일 년」중에서

 

그녀는 그런 상황에 체념한 채로, 그 모든 일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고통스러웠지만 살아졌고, 그녀는 살아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살아진다. 그러다보면 사라진다. 고통이, 견디는 시간이 사라진다.
-「일 년」중에서

 

작가는 그런 지수의 마음과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직장 안에서도 서로 진심을 터놓지 못하고 그렇게 입에 발린 말을 하며 껍데기뿐인 관계를 유지하는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8년 후, 우연히 다시 만난 지수와 다희는 서로 진심을 전하지 못하고, 연락처도 묻지 않고 그렇게 서로의 삶 속에서 비켜나버렸다.

 

그녀는 다희의 삶에서 비켜나 있었고, 다희 또한 그녀에게 그랬다. 

그녀는 여전히 그녀인 채로 살아 있었다.

 -p. 124, 「일 년」중에서

 

네 번째 이야기인 <답신>에서는 작가는 두 자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 버림받고, 아빠의 무관심 속에서 서로 의지하면서 어렵게 자란 자매였다. 

하지만, 왜 자매는 서로 화해하지 못하고 더이상 만날 수 없는 남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것일까. 이야기는 화자 '내가 '는 더이상 만날 수도 없게 된 조카인 너, 언니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려 쓰여졌다. 

 

"넌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가끔은 너에게 미련이 생기다가도 네가 나를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는 나이에 나와 헤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상처가 나도 금방 회복할 수 있는, 살아온 모든 시간을 망각 속에 던져버릴 수 있는 나이에 너는 나를 떠나보냈구나.

 -p. 128, 「답신」중에서
 

과연 두 자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왜 나는 언니가 아닌 조카에게 편지를 쓰며 언니에 대한 마음을 전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읽어내려가면서 폭력으로 인해 서로 의지하고 믿어온 자매 관계에  깨져버렸음을 알게 된다. 그 폭력은 개인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너무나 막강하여 피할 수도 없다. 결국 그 폭력이 자매 관계를 망치고 또 다른 폭력을 낳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작가는 그런 폭력의 위험성과 잔혹성을 두 자매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내 안에서는 언니에게 상처를 주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나와
언니를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또다른 내가 싸우고 있었지.”

 -p. 164, 「답신」중에서

 

만약 그 자매들에게 폭력이 아닌 제대로 된 사랑이 주었졌다면, 자매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화자인 나 또한 언니와의 관계를 끊지 않고, 평생을 속죄하면서 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너무나 보고 싶은 조카도 마음껏 보고 말이다. 그런 아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먹먹함이 교차했던 그런 작품이었다. 

 

 

다섯 번째 이야기인 <파종>에서는 작가는 두 남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잘 돌봐주고, 이혼 후에도 자신과 자신의 딸을 잘 보살펴준 오빠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오빠가 죽고 난 후, 자신과 자신의 딸 소리는 홀로 남겨진다. 그가 살아 생전엔 그녀를 그를 원망하고 미워했었다. 왜 그녀는 오빠가 살아있을 때는 그 고마움을 깨닫지 못했을까. 그녀가 지닌 슬픔의 깊이와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상처만 보느냐고 정작 자신이 그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모두 다 부질없는 상상일 뿐이었다. 죽어서라도, 다시 태어나서라도 그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녀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마음에는 단순한 진실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이제 세상에 없으며, 그가 자신에게 준 마음을 갚을 방법 같은 건 없다는 진실이었다.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고,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은 지울 수 없는 후회와 미안함으로 남으리라는 진실이었다.
-「파종」중에서

 

텃밭을 일구며 파종을 했던 일은 그와 그녀, 그녀의 딸 소리에게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가 죽은 후 그 행복했던 기억도 사라진 것 같았다. 파종을 하고 수확을 하며 행복함을 주었던 텃밭은 이제는 황폐해져고 쓰레기만 가득하다. 

이제서야, 그 소중한 행복을, 그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을 깨달은 그녀는 딸 소리와 함께 쓰레기로 가득찬, 버려진 텃밭을 다시 일구고 씨를 뿌린다. 씨를 뿌린 순무가 자라서 푸른 무청으로 가득한 텃밭을 상상하면서, 다시 찾아올 행복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바라지 않아도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을 거야. 그녀는 속으로 말했다. 푸른 무청이 가득한 텃밭을 그리면서 , 그곳으로 찾아올 햇빛과 비와 바람과 작은 벌레들을 기다리면서.

-p. 211, 「파종」중에서

 

마지막 일곱 번째 이야기인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에서는 작가는 두 모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그 모녀 관계는 살갑고 친밀하지 않고 왠지 어색하고 불편해보인다.

작가는 오랫만에 딸이 사는 홍콩을 방문하게 된 기남이 거기에 머무르면서 겪게 되는 일을 들려준다. 어긋나고 삐그덕거리는 딸과의 관계처럼 각가지 사건들이 기남에게  일어난다. 캐리어, 귀걸이, 지갑 등을 잃어버려 당황하고, 자신을 냉랭하고 어색하게 대하는 딸의 모습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그러면서 기남은 부모에게 버림받아 식모살이하며 살았던 어린 시절, 딸인 진경과 우경을 키워온 이야기, 진경이 알코올 중독인 것을 알아버린 일, 우경이 있던 미국으로 진경과 초대받아 갔다가 벌어진 사건 등 기남이 살아온 인생과 삶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부모와 가족, 심지어 딸들에게도 제대로 사랑받지도 못하고, 위로받지도 못한 채, 그렇게 힘들고 외로운 삶을 살아온 것이다. 어쩌면 손자 마이클의 말처럼 부끄러운 삶이었기에 수치스러움을 느끼고 감추려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죽고 싶을만큼 괴로웠기에, 그래서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었지만, 기남 곁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기남의 상처받은 마음을 손자인 마이클은 알아주는 듯 하다. 기남은 그동안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면서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그런 기남에게 마이클은 "부끄러워도 돼요. 부끄러운 것 귀여워요.(p. 318) 

그런 따뜻함이, 인간적인 마음이 지치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이 책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속에 담긴 7편의 글들이 너무 마음을 울린다. 예리고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우리가 겪게 되는 인간관계와 사회 문제 등을 반영하고 일곱 편의 주옥같은 작품으로 만든 작가의 필력에 대단함을 느낀다. 최은영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녀가 그래도 애써 찾고자 하는 그런 간절한 마음과 희망이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w****9 2024.02.07. 신고 공감 21 댓글 11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대한민국 소설의 현실과 한계
"대한민국 소설의 현실과 한계" 내용보기
영화평론가이자 다독가인 이동진의 추천을 받아서 산 최은영의 소설집이다. 이 책의 단편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한국소설의 한계다. 물론 글은 좋다. 문장과 문장은 매끄럽게 이어지고 서사와 대화 회한과 성찰도 들어가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소설집에서 한계를 느낀 건 <답신>을 읽었을 때다.소설 속 주인공은 4살 때 엄마가 떠났다. 고모할머니 손에서 길러진 그녀는세 살 위의 언
"대한민국 소설의 현실과 한계" 내용보기

영화평론가이자 다독가인 이동진의 추천을 받아서 산 최은영의 소설집이다이 책의 단편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한국소설의 한계다. 물론 글은 좋다문장과 문장은 매끄럽게 이어지고 서사와 대화 회한과 성찰도 들어가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소설집에서 한계를 느낀 건 답신을 읽었을 때다.소설 속 주인공은 4살 때 엄마가 떠났다. 고모할머니 손에서 길러진 그녀는세 살 위의 언니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언니는 고등학교 때 만난 선생과의 사이에아이가 생겨 스물하나에 결혼을 한다. 언니의 결혼생활은 불행했고, 형부는 언니를유린(?)했던 방식 그대로 제자를 만나고, 그 모습을 그녀가 목격한다.

소설 말미에는 언니에 대한 폭력을 못 이겨 형부를 폭행한 그녀와 법정에서 그녀의 편에서지 않는 언니가 그려진다. 그리고 실형을 살고 출소한 그녀는 23살이 된 조카조카에게 그간의 일들을 편지로 써서 보낸다.

이 소설은 서간문 형태의 글이다. 그리고 전형적인 페미니즘 소설이다. 소설 속여성은 주인공(그녀), 언니, 고모할머니, 여고생이 그리고 엄마가 등장한다. 남성인 아버지와 형부는 가학적이며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여성은 남성의폭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말미에 신체적인 조건이 우월한 그녀가형부를 제압한다.

이토록 기시감이 드는 소설은 처음이다. 공지영의 고등어>,김형경담배피는 여자>, 차현숙나비의 꿈>. 90년를 이끌던 페미니즘 소설이다.

그런데 최은영의 답신은 위 소설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오히려 남성과 여성이라는 대결 구조에서 어쩔 수 없이 패배하는 착한 여성을그렸다는 점에서 퇴보했다고 볼 수 있다.

떠나간 어머니를 대신해 자매의 생계를 책임 진 아버지는 언어 폭행으로 거대한 악이 되고, 어떤 사유에서 떠났는지도모르는 어머니는 이해의 대상이 된다. 하물며 법정에서 내려온 후 그녀에게스스로 벌을 주지 말라고 하는 변호인도 여성이다.

좋은 소설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대상의 반영과 다층적인 인물구조가 있다. 소설가 장강명의 말대로 한국의 소설은 아직 페미니즘과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젠더 문제에 매몰되어 있다. 비정규직 청년, 이주노동자들, 소상공인의 이야기는 빠져 있다.

놀부와 고길동도 재조명 받는 시대에 절대악과 절대선을 다루는 단편적인 글을 공감을 받기 어렵다.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젠더 문제는 아직 풀리자 않았으며, 성차별은 더 교묘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문학은 선동문이 아니다. 문학을 계급투쟁의 도구로 쓴 사회주의 문학이 널리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불합리한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노력은 인정받아 마땅하지만, 문학은 문학으로서존재가치가 있는 것이지 무언가를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표제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도 시간강사로서의 어려움이 아닌 여성 시간 강사로서의 고난을 말한다. 첫 수업이어서 서툴고 어려울 수도 있는 수업을 주인공은 강사가 여자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피해를 받는다고 단정한다.

은 내가 2020년대 글을 읽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 후일담 소설이다아직도 이런 글이 있다고 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지 묻은 30년 전 책을 출간된1년도 안 된 글에서 읽을 때의 느낌은 반가움보다는 당황스러움이다.

학생운동의 끝물인 90년대 중반 편집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다. 똑똑하고닯고 싶은 선배, 선배를 동경하는 나, 선배와 실력을 다투는 동기. 선배는 실력이 뛰어남에도 남자 선배의 유학 뒷바라지를 하고, 동기와 선배는 의견 차이로 엇갈린다. 동기는 기지촌 활동가로 일하다가 병을 얻어 죽는다.이 단편에서 남성은 fucking USA로 일컬어지는 미군 남성으로 그려진다.남성은 미국 여성은 한국으로 치환하여, 남성의 폭력에 굴복당하는 여성의 모습이그려진다.

일년에서는 동갑내기인 정규직 여성과 비정규직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소설 속의 악당은 남자인 김상무다. 특별한 악행은 없다. 동료들과어울리지 못하는 그녀(정규직 여성)에게 고졸자인 동기들이 아닌 대졸자인 그녀를  편애한다는 말을 하고, 비정규직 여성에게는 어설픈 충고를 한다두 사람의 우정과 오해를 다룬 소설에서 짧게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는 특별한악행 없이도 악인이 된다.

앤드루 포터의 소설들을 읽으면서도 서양에서 역사가깊은 소설은 서양 작가들에게 유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동대문이 아닌 브루클린거리를 걷는 게 더 소설 같으니까. 같은 글이라도 한국 소설이 저평가가 된 것이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최은영의 소설을 읽으면서 저평가가 아니라는생각이 들었다.

목적성이 지나쳐 문학성을 훼손하는 글들.

죽는 날까지 현역이었던 박완서 작가가 그립다. 여성이면서 여성의 문제에 국한된 주제가 아닌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모습. 현재 한국소설은 여성은 여성문제를. 성소수자는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다. 주제 선정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주제 선정은 작가의 자유다.

하지만 아쉽다. 82년생 김지영 이후에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페미니즘 소설들그리고 페미니즘이라는 주제에 가려져 공론화 하지 않는 다른 주제들.

서사와 통찰을 통해서 주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fucking man을 외치는 소설이현재 한국의 대표 작가의 소설이라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9******0 2024.02.26. 신고 공감 2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결핍을 채워가는 뜨거운 감정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결핍을 채워가는 뜨거운 감정" 내용보기
소설이란 무릇 재미있어야 하고, 감동적이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물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건 당연하다. 감동의 파도만큼 우리를 이루는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부모와 자녀, 이모와 조카, 정사원과 인턴사원, 후배와 선배. 교수와 학생. 모든 관계가 그렇듯 좋은 관계였다가 불편한 관계로 변하는 건 순간이라 할 수 있다.   2018년부터 발표한 단편을 모든 작품으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결핍을 채워가는 뜨거운 감정" 내용보기

소설이란 무릇 재미있어야 하고, 감동적이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물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건 당연하다. 감동의 파도만큼 우리를 이루는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부모와 자녀, 이모와 조카, 정사원과 인턴사원, 후배와 선배. 교수와 학생. 모든 관계가 그렇듯 좋은 관계였다가 불편한 관계로 변하는 건 순간이라 할 수 있다.

 

2018년부터 발표한 단편을 모든 작품으로 총 일곱 편이 실려 있다. 일곱 편의 작품 중 주제가 몇 갈래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어떤 사건과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다룬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과 치유를 말한다. 더불어 여성으로서의 위상과 그에 따른 차별과 폭력에 대처하는 우리의 민낯을 발견할 수 있다.

 


 

답신을 읽으면서 화가 났다. 교사로서 도움이 필요한 소녀의 마음을 빼앗아 유린하고, 그것도 모자라 결혼한 언니에게 폭력을 가했다. 그 순간 동생은 형부를 죽이고 싶었다. 또 다른 연약한 소녀에게 같은 짓을 저질렀던 그를 벌하고자 했던 거다. 쌍방폭행이 아닌 일방 폭행이 되어 있었다. 구치소에 수감 되어 재판받을 때 언니는 반대 증언을 했다. 그렇게 증언할 수밖에 없었겠으나, 고모할머니의 장례식 때 제대로 대화라는 것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들의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마주할 수 없었던 거다. 사랑하는 언니의 자식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사랑했던 조카의 생일을 축하하는 쓰는 글은 사회 전반에 깔린 여러 형태의 폭력을 고발하는 글이었다.

 

육아를 담당하는 사람의 감정을 고스란히 배운다. 엄마 아빠를 대신해 희진을 키웠던 이모에게에서 희진은 어릴 때부터 함께 살았던 이모를 통해 삶을 배웠다. 희진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올 때 데리고 나가서 자랑했던 이모는 칭찬을 삼갔다.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삶을 살았기에 희진에게도 같은 것을 원했다. 아빠는 아빠보다 열일곱 살이 많았던 이모를 은근히 무시했다. 희진은 수영을 할 때면 자신을 느리게 나는 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가 공군 소위가 되어 비행기를 조종했다. 날아가는 비행기를 그리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이모였기에 희진을 자랑스러워했다.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우리가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고, 슬프면 울고 애써 웃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것처럼 중요한 게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은 대학 교지 편집부원으로서 글을 쓰는 것과 그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말한 작품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주제를 정하고 취재한 내용을 취지에 따라 정확한 논점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해진은 정윤의 취재에 기반한 글을 보고 빠져들게 되어 교지 편집부원이 되었다. 수습 세미나 간사였던 정윤이 희영과 해진의 주제 도서에 대한 발제문을 평가했다. 희재의 글에 자주 칭찬했고 날카롭고 유려한 희영의 글에는 매번 비판했다. 셋은 세미나를 끝내고 자주 어울렸으나 정윤은 희영이 쓴 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해진은 희영의 글을 아주 좋아했다. 아내 폭력에 대한 주제를 함께 준비해보자는 희영의 제안이 좋았다. 어떤 이유로 희영이 정윤을 보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희영이 떠난 뒤 정윤과 마주한 희재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상대방을 이해하는 수도 있다.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편협해지고 마는 게 사람이라는 거다. 관대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일 년의 지수와 다희는 스물일곱 살의 동갑내기로 정사원과 일 년 계약 인턴사원으로 만났다. 중국어에 능통한 다희는 지수의 어시스턴트로 다희를 태우고 공사 현장에 다녔다. 차 안에서 대화를 자주 나눴던 그들은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었다. 정사원이 인턴사원을 두고 인사 문제로 이야기할 때의 불편함이 있다. 별다른 뜻 없이 뱉었던 말이 타인에게는 상처가 되는 말일 수도 있다. 속마음과 달리 와전되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관계의 변화까지 생긴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들 없는 집의 여섯 번째 딸이었던 기남은 가족들에게 버려져 운영하는 공장의 주방에서 일했다. 둘째 딸 우경의 초대로 홍콩에 오게 된 기남은 한국 반찬이 들어있던 수화물 가방 하나를 분실했다. 기남은 우경이 불편했다. 다만, 우경의 아들 마이클은 착하고 다정다감하여 기남을 잘 따랐다. 딸에 대한 미안함과 서운함이 마이클의 말 한마디로 사라졌다.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한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첫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될 수 없는 글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52페이지, 중에서)

 

여성 서사의 작품으로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들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비춘다. 희진, 희영, 희재 등의 이름이 주인공으로 나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작품으로 읽혔다. 끈끈한 관계였다가 다시는 마주치지 않는 냉정한 사이로 돌변하는 관계, 결핍을 채워가는 관계에서는 오는 뜨거운 감정이 솟구쳤다.

 

 

#아주희미한빛으로도 #최은영 #문학동네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단편소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23.10.29. 신고 공감 13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내용보기
최은영의 신작 단편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총 7편의 단편 속에는 여성들의 서사가 담겨있다. 비정규직 여성이 겪는 부당대우와 용산 참사 여성 문제에 대해 지속해서 말하자 했던 자와 그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자들의 대비 죽은 오빠이자 삼촌과 지냈던 시절 각자의 기억과 추억을 가진 모녀 어린 시절 바쁘신 부모님을 대신해 돌봐주던 이모와의 이야기 등 주인공이자 화자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내용보기

최은영의 신작 단편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총 7편의 단편 속에는 여성들의 서사가 담겨있다.

비정규직 여성이 겪는 부당대우와 용산 참사
여성 문제에 대해 지속해서 말하자 했던 자와 그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자들의 대비
죽은 오빠이자 삼촌과 지냈던 시절 각자의 기억과 추억을 가진 모녀
어린 시절 바쁘신 부모님을 대신해 돌봐주던 이모와의 이야기 등
주인공이자 화자인 여자들의 깊이 있고 섬세한 사서를 만나볼 수 있다.

7편 모두 좋았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답신」이다.
여성, 아내, 며느리, 엄마라는 굴레에 순응하며 불행한 삶을 사는 언니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동생이 형부를 죽이게 됨으로써 회복될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린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속의 그 절절함이 가득했다. 부디 이 가족에게 서로를 위했던 마음을 다시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녀에게는 그런 아프고 폭력적인 순간들이 스크류바를 먹는 순간만큼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었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p.21)

내 마음 안에서 나는 판관이었으니까. 그게 내 직업이었으니까. 나는 언니를 내 마음의 피고인석에 자주 앉혔어. 언니를 내려다보며 언니의 죄를 묻고 언니를 내 마음에서 버리고자 했지. 그게 내 가나를 버리는 일이라는 걸 모르는 채로. (p.175)

'우리가 정말 다르다고 생각해. 이모?' 이모는 내가 여린 탓에 함부로 대우받고 상처받을까봐 두려워했다. 그게 어떤 기분인지 이모 자신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모는 자기 자신을 대하듯 나를 대했을 것이다. (p.261~262)

진경을 알기 전까지 기남이 만난 사람들은 그녀에게 값을 요구했다. 자신들이 준 작은 마음이나 호의까지도 모두 두 배 세 배로 돌려받길 원했다. 그래서 기남은 사람으로 사는 일이 원래 그런 것인 줄로만 알았다. (p.309)

여성들의 깊이 있고 섬세한 감정선 그리고 상처, 상실, 갈등을 겪은 후 회복과 치유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기에 이야기 속 우울함을 넘어설 수 있다. 누군가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을 대부분 비호감으로 그려내 불편하다고 하지만 난 여전히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저자가 탁월한 감수성이 너무 좋다. 그리고 가정에서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계속해나갔으면 한다. 그렇게 나는 나와 또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공감하고 싶다.

 

l*****6 2023.09.17. 신고 공감 1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내용보기
나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언어화 될 때 행복했고, 그 행복이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찾던 종류의 감정이라는 걸 가만히 그곳에 앉아 깨닫곤 했다. 가끔 뜻도 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다. 너무 오래 헤매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나의 결핍을 안고서 그것을 너무 미워하지도, 너무 가여워하지도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내용보기

나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언어화 될 때 행복했고, 그 행복이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찾던 종류의 감정이라는 걸 가만히 그곳에 앉아 깨닫곤 했다. 가끔 뜻도 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다. 너무 오래 헤매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나의 결핍을 안고서 그것을 너무 미워하지도, 너무 가여워하지도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슬프면 슬프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나면 화가 난다는 것을 알고 사랑하면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 나를 계속 지켜보는 일. 나는 지금 그런 일을 하는 중인 것 같다. - 작가의 말

YES마니아 : 골드 d****m 2023.08.05. 신고 공감 7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빛을 따라가고 싶었다
"빛을 따라가고 싶었다" 내용보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깊은 애정과 투명한 미움이 복잡하게 얽힐 때한 시절 내가 건네받은 사랑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될 때스스로의 몫을 고민하며 온 마음으로 써내려가는 7편의 긴 편지 최은영 작가를 좋아한다. <쇼코의 미소>부터 지금까지 울지 않은 책이 없다. 엉엉 울기보다 읽다보면 눈물이 고이곤 하는 잔잔하면서 단단한 문체가 좋다.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지는
"빛을 따라가고 싶었다" 내용보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 깊은 애정과 투명한 미움이 복잡하게 얽힐 때
한 시절 내가 건네받은 사랑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될 때
스스로의 몫을 고민하며 온 마음으로 써내려가는 7편의 긴 편지

최은영 작가를 좋아한다. <쇼코의 미소>부터 지금까지 울지 않은 책이 없다. 엉엉 울기보다 읽다보면 눈물이 고이곤 하는 잔잔하면서 단단한 문체가 좋다.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는 늘 가볍지 않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녹여내고 있다. 여성 인권, 비정규직, 정치적 사건, 소수자가 우리 삶 속에 이렇게 있다고,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모른 체해도 이렇게나 만연해있다고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과격한 표현이나 폭력과 잔인한 묘사가 없어도 모든 게 강렬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마음이 저리고 따끔하고 아프고, 결국 슬퍼지고 마는 것이다.

최은영 소설 속 인물은 대부분 여성이다. 인간의 삶 속 관계를 이렇게 섬세하게 잘 풀어내는 작가는 최은영이 독보적이다, 같은 여성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일하는 여성, 엄마, 할머니, 이모 등 다양한 역할의 여성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그 안에 나의 모습이 없을 수는 없다. 관계는 한결같이 매끄럽게 이어질 수 없고 갈등과 상처를 반복하며 부서지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되돌아보기도 한다. 만남과 헤어짐이 이어지고 결국엔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그리고 지난 날의 당신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리뷰를 간단히 쓰기 어려워 단편별로 정리해봐야겠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 비정규직 은행원으로 일하다 뒤늦게 대학에 입학한 희원. 희원은 영문과 전공수업에서 만난 ‘그녀’의 수업을 통해 자극을 받고 글쓰기와 공부에 대한 열망을 품게 된다. 시간이 흘러 ‘그녀’를 만날 수 없게 된 후에 그 때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다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알려주는 빛을 보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더 가보고 싶게 하는 마음. 먼저 간 사람으로 뒤따라오는 사람에게 빛이 되어주는 존재. 우리는 그런 존재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단편에 용산이 자주 등장하는데 용산이라는 단어에서 이미 그 당시의 참사가 떠오르는 걸 보면 어떤 사건들은 그저 지나간 일이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최은영은 이렇게 개인의 서사에 사회의 문제를 자연스레 녹여 우리가 잊고 지나가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작고 사소하다고 느끼면 안되는 문제들을 담담한 문체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몫>은 미메시스 테이크아웃 시리즈 이미 단행본이 나온 작품이다. 대학 편집부에서 만난 해진과 희영, 정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인권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당했던 그 당시의 사회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읽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글을 쓰고 싶다던 해진. 그저 쓰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내 몫은 했다고 부채감을 털어버리고 사라는 사람이 되기 싫었다는 희영. 글쓰기에 누구보다 재능이 있고 해진이 쓰고싶었던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쓰던 정윤. 결국 쓰는 사람이 된 건 해진이었다. 울면서 글을 쓰고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의 마음에 마음이 붙을 수 있다는 걸 알아차렸던 해진이었다. 글쓰기는 어렵고, 괴롭고, 지치고 부끄러워 때때로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밖에 느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것 또한 글쓰기라는 사실이 해진의 마음을 빼앗았다.(p.75)
희영은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것은 편집부 안에서 주제로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가로막힌 권력이 벽이 존재했다. 기지촌 여성, 맞고 사는 아내, 성폭력에 노출된 여자.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들이지만 그당시에 더더욱 당연시되는 일이기도 했다. 그때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하면 씁쓸해지는 건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겠다.

??애정이 상처로 돌아올 때 사람은 상대에게 따져묻곤 하니까. 그러나 어떤 기대도, 미련도 없는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걸어잠근다. p.119

??다희와 주고받았던 이야기들 속에서만 제 모습을 드러내던 마음이 있었으니까. 아무리 누추한 마음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마주볼 때면 더는 누추한 채로만 남지 않았으니까. 그때, 둘의 이야기들은 서로를 비췄다. p.123

<일 년>

지수는 회사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당했었고 이제는 자연스레 잘 지내고 있다.(표면적으로는) 그 안에서 외롭게 지내던 지수에게 다희는 서서히 스며들었다. 최소한의 사회적인 관계를 위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했던 말들이 어른이 되고 나서 그녀가 나눈 대화의 전부(p.101)였던 지수는 다희를 만나면서 마음을 내보이는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회사라는 공간과 정규직원과 계약직 인턴이라는 차이는 관계의 균열을 만들어낸다. 관계는 이어지고 부서지기를 반복하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마음들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누추한 마음이라도 서로를 마주할 때면 누추해지지 않는 사이. 서로를 비추는 빛. 당신과 나의 사이에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마음이 가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







YES마니아 : 골드 y*******2 2023.09.04.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내용보기
최은영 소설은 읽기도 전부터 매우 기대가 된다.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애쓰지 않아도, 단편집 몫에 이어 5번째 책이다.이번 책은 몫을 포함한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단숨에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내 생각과 감정을 마음에 담고 글과 말로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나는 7편의 글을 읽으면서 내내 그런 부분이 많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번 책도 혼자가 아닌, 가족,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내용보기
최은영 소설은 읽기도 전부터 매우 기대가 된다.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애쓰지 않아도, 단편집 몫에 이어 5번째 책이다.
이번 책은 몫을 포함한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단숨에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내 생각과 감정을 마음에 담고 글과 말로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나는 7편의 글을 읽으면서 내내 그런 부분이 많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번 책도 혼자가 아닌, 가족, 친구, 이모, 삼촌, 외조모와 손자 등 소중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몫- 길게 쓸 필요 없어요. 자기 생각만 분명하게 쓰면 돼요53쪽
파종- 소리는 아무거나는 답이 될 수 없다는 삼촌의 가르침을 잊지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된다. 338쪽
YES마니아 : 골드 k*****3 2023.08.10.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내안의 마음을 문자로 표현해주는 책
"내안의 마음을 문자로 표현해주는 책" 내용보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세상을 밝힐수가 있고일상의 언어로 세상을 온화하고 따뜻하고 통섭적으로표현하는 작가님이 존경스럽다[115]서운하다라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마음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119]애정이 상처로 돌아올 때 사람은 상대에게 따져 묻곤 하니까. 그
"내안의 마음을 문자로 표현해주는 책" 내용보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세상을 밝힐수가 있고
일상의 언어로 세상을 온화하고 따뜻하고 통섭적으로
표현하는 작가님이 존경스럽다


[115]
서운하다라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119]
애정이 상처로 돌아올 때 사람은 상대에게 따져 묻곤 하니까. 그러나 이떤 기대도, 미련도 없는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걸어 잠근다.

[172]
글은 글일 뿐이라고 예전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지. 하지만 어떤 글을 남기기로 선택하는 것은 결국 그 마음은 실제로 전해지지. 상대가 그 글을 읽든, 읽지 않든 말이야.
l*****e 2023.08.12.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최은영의 단편
"최은영의 단편" 내용보기
최은영의 세 번 째( (짧은 소설을 포함하면 네 번째)) 단편집을 구매했다. 최은영이 고른 문장으로 들려줄 호흡을 기대한다. 첫 번째 소설집이었던 <쇼코의 미소>에서 느꼈던 그런 호흡을 기억한다. 단단하면서도 단아하고 그러나 강하게 들리던 어떤 목소리들.   이번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도 그런 숨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연대와 공감, 그리고 최은영의 마음을 마주할
"최은영의 단편" 내용보기

최은영의 세 번 째( (짧은 소설을 포함하면 네 번째)) 단편집을 구매했다. 최은영이 고른 문장으로 들려줄 호흡을 기대한다. 첫 번째 소설집이었던 <쇼코의 미소>에서 느꼈던 그런 호흡을 기억한다. 단단하면서도 단아하고 그러나 강하게 들리던 어떤 목소리들.

 

이번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도 그런 숨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연대와 공감, 그리고 최은영의 마음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r*********s 2023.08.03.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