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마마 블랑카는 나이를 초월해 우정을 나누는 사이다. 마마의 나이 일흔 살. 나는 열두 살. 나이를 초월한 우정이 가능하다고 믿는 1인이기도 하고, 휴머니스트에서 기획된 '할머니의 세계' 시리즈에서 노년을 들여다 보기 위해 '젊음'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터라 큰 의심(?)은 없었다. 그런데 마마가 죽게 되면서 남긴 그녀의 일기는.. 오로지 '나'만 볼 수 있게 허락되었는데..나는 그녀의 회고록을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하게 된다. 회고록에대해 개인적으로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누군가가 세상에서 추방되고 나면 그의 절대적인 부재는 메마른 사막밖에 남겨놓지 않을 거야.용서와 관용이 없다면 우리 삶에 무슨 가치가 있겠니?"/27쪽
작품이 출간될 당시는 베네수엘라 농촌공동체가 붕괴되는 시기라고 했다. 소설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아, 순간순간 낯선 기분을 느낄때가 있었던 이유를 알았다. 그러나 저와 같은 사실을 모르고 읽어도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소설에서 '나'라는 인물이 마마의 일기를, 회고록 형식으로 세상에 내놓고자 했던 마음을 알 것 같은 기분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보통 성공한 사람의 일대기는 고난을 극복하고 마침내 성공하게 된다는 형식이다. 그러나 마마의 이야기는 어린시절부터 시작된 에피소드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우게 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중요한 건 그녀가 살았던 시간을 앞으로 살게 될 이들에게, 미리 충고를 하려는 의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할 노력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 준 기분이다. 곱슬머리가 아름다움의 기준이라 믿었던 시절, 마마에게만 허락되지 않은 곱슬머리로 인해 그녀는 어머니에게, 자매들에게 놀림과 고통을 받아야 했다.엄마가 자신에게 한 행동은 부당했음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기도 하고, 그러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이들이 있다면 후안초라든가 비센테 이 와 같은 사람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도 배우게 된다. 모든 것이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 핵심은 아닐까."나의 어린 시절이 행복했다면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그 시절이 계속 내게 손짓하고 미소를 지어 보인다면 그건 내가 자연 속의 품속에서 자유롭게 보냈을 뿐더러 자유롭게 보낸 그 시절이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갔기 때문이다"/178쪽 그러면서도 자연이라는 시간 속에서 스스로 배우고 알게 되는 것들만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함몰되는 것에 대한 충고를 잊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통해서... "(...) 70년이 지난 지금 오만함에 물들어 왔던 나 자신의 경험에 대한 자부심은 많이 사라진 편이다.그동안 예기치 못한 불행을 많이 겪은 덕분에 또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을 깨닫은 덕분에 나는 마침내 내 경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얻게 되었다.그 인식은 겸손하게(...)"/226쪽 나이가 사람을 자연스럽게 겸손하게 만든다고 생각지 않는 1인이라 마마의 고백이 더 절절하게 와 닿은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을..자랑삼아 연륜의 허세를 부릴 것이 아니라..오히려 겸손해 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볼 것..그렇게 늙어가고 싶다(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