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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족은 어떻게 치유되는가
"이 가족은 어떻게 치유되는가" 내용보기
요즘 사람들이 긴 글을 읽지 않는다는 기사가 쏟아져도 그게 내 일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책을 읽고 있으니까. 하지만 어느새 나도 슬금슬금 긴 호흡의 글, 특히 대하장편소설을 읽는게 힘들어졌다. 예전엔 소설을 읽는게 좋았다. 일단 시간이 잘 가고, 머릿 속으로 수많은 상상을 하며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 소설의 경우 처음에는 이름을 외우고
"이 가족은 어떻게 치유되는가" 내용보기

요즘 사람들이 긴 글을 읽지 않는다는 기사가 쏟아져도 그게 내 일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책을 읽고 있으니까.

하지만 어느새 나도 슬금슬금 긴 호흡의 글, 특히 대하장편소설을 읽는게 힘들어졌다.

예전엔 소설을 읽는게 좋았다. 일단 시간이 잘 가고, 머릿 속으로 수많은 상상을 하며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 소설의 경우 처음에는 이름을 외우고 구분하느라 좀 힘들다. 일본책은 일본책 나름대로, 또 영미소설은 영미소설 나름대로 비슷하거나 겹쳐지거나 풀네임이 아닌 애칭으로 불리거나 하게 되면 그냥 좀 헷갈리곤 했다.

긴 소설을 잘 못읽게 되면서 소설은 구매만 하고 쌓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번역하신 분의 친척분이 이번도 새책이 나왔다면서 특별히 선물해주신 책이었기 때문이다.

번역을 한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 노고를 생각하니 그냥 쌓아둘 수가 없어 읽기 시작.

 

체로키족이라는 특별한 부족의 이름이 등장한다. 인디언과는 다른 것인가?

오늘날 미국 내에 남아 있는 민족 중 가장 큰 민족이지만 그들에게는 원주민들이 겪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백인에게 우호적이었지만 그들 역시 강제 이주 과정을 거치며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인디언은 북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을 말하는 것으로 서양 사람들이 처음에 인도인 줄 알고 붙인 이름이니 체로키족이라 부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인디언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는 서부영화도 곧잘 방영되었고, 좀 더 발전적인 인디언의 이야기 "늑대와의 춤을"도 20대에 관람했던 세대라 어느 정도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있는 세대이긴 하다.

나는 "늑대와의 춤을" 보다는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작은 거인"을 인상깊게 봤다.

꽤 어렸을 때 본 영화였는데 너무 충격적이라서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것 같다.

그가 백인의 삶과 인디언의 삶을 오가는 것을 볼 때, 어린 마음에도 꽤 혼란스러운 마음이 남았던 영화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에코타 가족은 모두 다섯명이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10대의 레이레이는 에코타 가족의 큰 아들이다.

그는 등장하자마자 사라진다. 아주 사소한 다툼이었을 뿐인데 그에게 총을 쏜 경관 때문에 어린 나이에 사망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5년이 훌쩍 지나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상실의 아픔을 가진 가족의 이야기가 아름다울 리 없다.

나이가 들어버린 아버지 어니스트는 기억을 잃어가고 있고,

아픈 남편과 마약에 빠져버린 막내 에드가에 대한 걱정으로 엄마 마리아는 우울한 삶을 살아간다.

큰딸 소냐는 다리가 땅에 닿지 않는 듯한 그런 이상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낭만적 연애에 함몰되었다고 설명하기에도 어색한, 어린 남성에게 끌리며 하루 하루를 의미없이 살아간다.

 

이런 가족에게 희망은 없어보인다. 막내 에드가는 마약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고,

어니스트와 소냐의 상태는 점점 나빠진다.

레이레이의 기일이 다가오자 그들은 실낱같은 희망으로 다시 가족이 모이는 것을 기대하게 된다.

9월 6일. 레이레이의 기일마다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모일 수 있기를 기대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9월 1일부터 엿새의 이야기가, 각자 가족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찰라"라는 이름으로 체로키 구전이 그들의 인생과 병행된다.

 

인생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은 아주 잠시일 뿐.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떠난다.

레이레이의 부재가 없었던 것처럼 네 가족은 그렇게 살아갔지만 그들에게 레이레이를 기억하고 채워줄 그 무엇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들은 임시 보호프로그램으로 와 있게 된 와이엇에게서 레이레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어니스트는 과거의 모든 것들을 기억해내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소설이지만, 그 과정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도 요즘 마약이 만연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에드가의 마약이야기,

소냐의 무분별한 연애이야기에서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모든 가족이 치유의 경험을 할 수는 없겠지만, 체로키 부족의 구전을 통해 구원의 메시지가 전해지고 가족들이 치유받는 과정을 보면 희망을 갖게 되는 소설이다.

예전에 자주 읽었던 영미소설에 대한 기억이 소록소록 피어나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었었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땅에서 미지의 부족에 관한 전설의 이야기들을.

가족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상실과 치유에 관한 신비한 이야기,

<에코타 가족>이다.

YES마니아 : 골드 s****b 2023.08.1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