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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정치의 존재 근거와 전망을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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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준의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는 다시 돌아온 대전환의 시대에 좌파 정치의 갱신과 도약 가능성에 주목한 책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에는 사유화, 규제철폐, 자산시장 확대 등 일련의 정책들을 시행하는 체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파악한 신자유주의는 자본권력이 추진한 문명적 수준의 프로젝트이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면 우리는 신자유주의란 것이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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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준의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는 다시 돌아온 대전환의 시대에 좌파 정치의 갱신과 도약 가능성에 주목한 책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에는 사유화, 규제철폐, 자산시장 확대 등 일련의 정책들을 시행하는 체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파악한 신자유주의는 자본권력이 추진한 문명적 수준의 프로젝트이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면 우리는 신자유주의란 것이 자본권력이 지구 자본주의를 전세계의 유일 지배체제로 만들기 위해 시장, 국가, 대중의 일상생활 같은 문명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들을 재구성, 재배치 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우리 삶의 기본구조들을 재편하기 위해서는 20세기의 사회주의의 유산을 재구성하여 계승할 뿐 아니라 생태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 등 새로운 문제의식들을 종합하는 변혁 청사진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전세계 좌파정당들은 사회민주주의 정당, 공산주의 정당, 녹색정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세계는 금융 및 재정위기의 충격으로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에만 균열이 간 것이 아니라 대항세력인 좌파정치에도 심각한 격동이 초래된 상태이다. 문제는 사회민주주의 정당들 역시 신자유주의 정책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좌파 재편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이다.



번스타인의 뮤지컬 제목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제목을 따온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는 1부 경제위기에 맞서는 좌파들, 2부 좌파의 재구성, 3부 새로운 좌파정치의 발걸음 등으로 구성되었다. 에필로그로 한국의 좌파정치가 다루어졌는데 이는 시의적절한 구성이다. 저자는 독일 중심의 유럽 통화 질서를,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교역에서 수지 흑자를 즐기면서 오직 유로화 통화가치 안정의 관리자역을 고수하려는 체제로 본다.(31 페이지) 그 중심에 통화가치에 관한 한 케인스주의보다 그 적대 진영의 정책인 통화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독일연방은행이 있다. 통화주의란 통화가치 안정을 주된 목표로 하는 주의이다.



저자는 프랑스 사회당 정책의 배후에 도사린 99 퍼센트의 격앙된 민심이란 야수를 길들이려는 유럽 우파 정부들을 지적한다. 프랑스 사회당의 정책은 15만 유로 이상 소득자의 최고 세율을 40%에서 45%로 올리고 대기업의 법인세와,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이 높은 기업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 등을 주로 한다. 저자는 좌파가 집권해도 기존 우파 정권들과는 다른 획기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는 한 세상이 크게 달라질 리는 없다고 말한다.(54 페이지) 그 획기적 해법은 초국적 자본 통제를 의미한다.



저자는 “지금 당장 진짜 민주주의를!“이란 스페인의 구호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지구인의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78 페이지) 흥미로운 것은 북유럽에서 혁명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 아이슬란드가 그 나라인데 그들은 최근까지 국민 대다수가 어업으로 먹고 살았던 나라이다. 그러던 그 나라가 2007년 국민 소득 7만 달러에 접어들었는데 이는 은행업이 마법을 부린 결과이다.(80 페이지) 그들은 건전하다던 아이슬란드 3대 은행이 파산하면서 부채가 GDP의 9배에 이르게 되었다. 저자는 최근 역사학자들이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이 프랑스 대혁명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학설을 내놓았음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어쩌면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그 인과 관계가 200여년 뒤에 더 거대한 규모로 세계사에서 반복되었다는 평가를 내릴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아이슬란드라는 작은 섬의 조용한 혁명이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전지구적 대전환의 출발이었다고 말이다.(86 페이지)



아이슬란드에 이어 현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는 스웨덴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지난 해 5월의 일이다. 전체 인구의 15%에 이르는 이주민들이 차별과 실업, 빈곤 등에 시달린 결과이다.(89 페이지) 저자는 스웨덴에서 사회민주당 - 좌파당 - 녹색당 연대가 충분히 가능하며 이미 한 차례 경험도 있다고 말한다. 차기 총선(2014년) 결과가 기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약간은 상상을 덧입힌 스웨덴“이 세계인의 공유자산인 한 이것은 결코 그들 민중만의 기대는 아니라는 것이다.(95 페이지) 유럽 좌파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지표로 독일 좌파를 들 수 있다. 2013년 9월 22일 총선을 치른 독일은 온 유럽의 관심을 끌었다. 유럽연합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국가가 독일이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메르켈 진영에 맞선 제 1 야당인 사회민주당은 창단 150년을 넘긴 당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좌파 정당인 것이다.(182 페이지) 2010년 독일은 적록연정이 영미식 신자유주의의 바람을 몰고 왔다. 폭스바겐 경영자 출신의 페터 하르츠가 이끈 이 정책은 복지 축소와 노동유연화를 내세운 정책이었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겪고 나서 좌파가 거쳐야 할 재구성 과정은 고되고 기나길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독일은 그런 시련과 단련이 진행되는 가장 첨예한 무대이다.(189 페이지)



좌파가 처한 딜레마적 현실을 보여준 인물이 지난 2013년 3월 5일 타계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프리아스 대통령이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극복을 바라는 전세계 민중에게 영감을 던져준 지도자라는 찬사와 죽을 때까지 집권하려는 독재자라는 비난을 함께 받았다.(244 페이지) 저자는 이승만이나 박정희를 독재자로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차베스를 그렇게 규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스웨덴 사회민주당의 타게 에를란더를 언급한다. 스웨덴 복지국가의 전성기이던 1940 - 1960년대에 무려 23년간 총리로 있었다는 그를 소개하며 저자는 냉정히 보면 그들의 위대한 개혁은 그런 장기집권 없이는 불가능한 면이 있었다고 설명한다.(246 페이지) 물론 차베스는 매번 선거를 통해, 누구라도 공정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



차베스와 볼리비안 혁명은 오랜 난제들 몇 가지를 인상적으로 극복했다.(247 페이지) 차베스 정부는 군부 쿠데타를 이겨냈고 볼리바리안 혁명은 대중의 적극 참여를 원동력으로 하는 사회개혁의 길을 개척했다. 또한 베네수엘라 좌파 정부는 자국 정부를 넘어선 변화의 힘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차베스는 브라질의 룰라, 아르헨티나의 키르치너 정부와 적극 협력함은 물론 쿠바,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 급진 좌파 노선의 국가들과 미주 볼리바리안 동맹이라는 초유의 실험에 나섰다.(250 페이지) 저자는 이를 신자유주의의 지구화 반대가 곧 일국적 폐쇄주의로 이해되던 상상력의 교착 상태에 신선한 파문을 던진 것이라 표현한다.



저자가 언급한 세계 각국의 좌파 현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한국 좌파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다. 저자는 한국 진보정치의 혼돈은 좌파정치의 기나긴 재구성 과정이라는 지구적 맥락 안에 자리한다고 말한다.(289 페이지) 물론 좌파의 전반적 위기가 일부 지역에서 재생의 기회를 여는 역설적인 관계가 나타나는 것은 주목해야 한다. 저자는 동유럽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고 걸프전쟁으로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의 자리에 등극한 시기인 1987년 우리나라에서 잠시나마 좌파정치의 꽃이 피었음을 지적한다. 저자가 말하는 좌파정치란 노동조합 운동, 학생운동 등이다.



저자는 한국에서는 진보정치의 위기라면 언제나 좌파의 존재 자체의 위협이자 생존의 문제였다고 말한다.(293 페이지) 2004년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했다.(13% 정당 득표율을 한 제 3당으로) 그런데 2008년 그 당이 둘로 갈라졌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으로.(298 페이지) 그 후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일부가 합당한 통합 진보당이 등장했다. 이어 진보정의당이 따로 만들어졌다. 2014년 현재 한국에는 과거 진보정당의 맥을 잇는 세 개의 정당이 있다.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이 그들이다.(정의당은 진보정의당에서 개명한 것이고 진보신당이 재창당해 노동당이 되었다.) 넓은 의미의 좌파정당인 녹색당도 물론 있다.



저자는 진보정당들의 난립은 병인(病因)의 결과일 뿐이라고 말한다.(301 페이지) 저자가 말했듯 한국 좌파정치에 필요한 것은 복원이나 재건이 아니라 새출발이다. 저자는 한국 좌파정치의 가장 커다란 장벽은 자유주의(중도우파) 세력에 끊임없이 흡수되도록 만드는 민주대연합이라는 압박이라고 말한다.(302 페이지) 저자는 한국의 진보 정당들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대립선을 고전적인 혁명 대 개혁 논쟁도 아니고 사회민주주의 대 급진 좌파도 아닌 어떤 식으로든 자유주의 세력 중심의 연합에 합류하려는 흐름과, 좌파정치의 독자적인 발전 및 집권, 변혁을 추구하는 흐름 사이의 대립으로 규정한다.(302 페이지)



저자는 범민주당 중심 연합과 주체사상 모두를 단절 대상으로 본다.(302, 303 페이지) 저자는 마오주의에서 출발한 네덜란드 사회당이 기존 주류 좌파정당을 대체할 대안으로 성장한 사례를 언급한다. 그러나 한국의 주체사상파(종북주의자들)는 북한의 지속으로 인해 변화와 담을 쌓았다고 한다. 저자는 다른 나라 좌파세력들이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거친 것처럼 이제 한국의 좌파도 주체사상의 유산과 철저히 단절해야 한다고 말한다.(304 페이지) 생태사회주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프랑스 좌파당이 한국 진보정당 또는 좌파 정당에게 모범을 보여주고 있음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저자가 말했듯 당분간은 실험과 개척, 정비의 시기이다.(305 페이지) 저자는 진정 진보정당 운동의 부활을 바란다면 지금의 20대가 장년으로 성숙해갈 정도의 시간 지평을 염두에 두고 하나하나 착실히 토대를 쌓아가야 한다고 말한다.(306 페이지)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는 저항 - 대안 세력이 강력히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와 대중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된 사례가 전세계적으로 한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좌파정치의 존재 및 성립 근거를 찾는다. 좌파정치의 지형도와 전망, 존재 근거들을 이렇듯 상세하게 그리고 현실적 설득력을 가지고 밝힌 책으로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를 추천한다.

m******1 2014.02.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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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적 좌파정치의 르네상스를 위한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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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동당 기관지 <미래에서 온 편지> 제7호 2014년3월호     지구적 좌파정치의 르네상스를 위한 프리즘 양솔규 기획조정실 국장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장석준 / 개마고원 / 2014년1월 / 15,000원   1989년 12월30일 KBS 명화극장에서는 낯선 영화 한편이 방영되었다. 칠레 인민연합 아옌데 정권의 등장과 미국 CIA의 사주로 벌어진 피노체트 군사 쿠데타를 다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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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동당 기관지 <미래에서 온 편지> 제7호 2014년3월호

 

 

지구적 좌파정치의 르네상스를 위한 프리즘

양솔규 기획조정실 국장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장석준 / 개마고원 / 20141/ 15,000

 

19891230KBS 명화극장에서는 낯선 영화 한편이 방영되었다. 칠레 인민연합 아옌데 정권의 등장과 미국 CIA의 사주로 벌어진 피노체트 군사 쿠데타를 다룬 영화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가 그것이다. 아무리 87년 민주화 이후였다 하더라도 엄연히 군부독재의 주역 중 한 명인 노태우가 집권한 시기에 이런 영화가 공중파로 상영되는 거 자체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에피소드의 주역은 패기 넘치게 기습 편성해 내보낸 KBS 노동조합이었다. 바로 다음날인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국회에서 면피성대국민 사과 연설을 하던 전두환이 초선 국회의원이던 노무현이 던진 명패에 맞을 뻔한 수모를 겪었다. 명화극장 기습 상영은 광주학살 원흉전두환의 퇴장에 KBS 언론노동자들이 보내는 찬사이자 그간 군부독재의 언론통제 협조에 대한 일종의 반성문이었다. 미국의 개입, 군사독재, 민간인 학살 등 한국 현대사와 겹치는 상황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바다 건너 운동 세력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하던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한 잔의 샘물이었다.

 

박정희 18년 독재와 전두환 정권 7년은 한국의 민주화운동세력과 좌파세력에게 암흑의 시기였다. 단지 폭압과 착취 때문만이 아니다. 한국의 군사독재는 다른 여타 군사독재정권과 마찬가지로 해외의 모든 정보를 통제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우편물은 검열을 거쳤다. 좌파 서적 비슷한 거를 국내에 반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죽하면 막스 베버(Max Weber)와 마르쿠제(Marcuse)의 책을 들고 다니다가 경찰서에 끌려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회자되겠는가? 국민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정권이 선별해 제공하는 정보 밖에는 없었다. 외신이라고 해봤자 미국, 일본의 통신사와 언론사 외에는 없었다. 시각은 좁아지고 시력은 떨어졌다. 보통 사람들에게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전국민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진 것도 8911일 이후에나 가능했다. 그 이전 시기에 여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특권으로 여겼다. 해외 사람들과 손에손잡고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장소는 잠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으로 한정되어 있던 것이다. 그나마 한국을 알고 있는 소수의 외국 사람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아프리카 변방에 있는 독재정권과 비슷한 나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은둔의 나라, 폐쇄적 공화국은 한반도 북쪽 뿐만이 아니라 남쪽도 마찬가지였다.

 

한반도 남쪽으로 좁혀진 시야와 시력은 조정되어야 했다. 그러나 민주화가 시작된 이후에도 여전히 이러한 한계는 극복되기 어려웠다. 주체사상과 정통맑스 레닌주의는 한반도 남쪽의 변혁을 꿈꾸는 사람들의 시각을 옭아맸다. 어쩌면 진정한 조정의 계기는 87년 민주화 뿐만 아니라 911231, 소련의 해체 이후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소련과 현실사회주의의 붕괴는 한국의 좌파들에게(또한 전 세계 좌파들에게) 저주이면서 동시에 축복이었다. 90년대가 사상적으로 혼돈의 시기였는지는 몰라도, ‘조정은 늘 혼돈을 동반하기 마련 아닌가.

계기는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좌파들의 현재성에 대해 그러나 우리는 많이 알지 못했다. 브라질노동자당(PT)의 활약상이 소개되고, 만델라의 석방과 ANC의 집권을 뉴스를 통해 접하긴 했지만 말이다. 장석준은 이러한 정보불균형정보비대칭의 시대에 세계 좌파정당의 동향에 대해 일찍부터 소개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장석준과 일군의 젊은 활동가들은 카피레프트 모임을 결성하고 외국의 좌파저널 중 논쟁적인 글들을 번역해 읽을꺼리라는 자료집으로 묶어 냈는데, 읽을꺼리5호는 세계 진보정당의 이념/구조/운동이 주제였다.(http://copyle.jinbo.net에 가면 당시 카피레프트모임의 읽을꺼리를 다운받을 수 있다.) 이 자료집은 민주노동당 창당 일정을 염두에 둔 것이었는데, 이후 만들어진 민주노동당 기관지 이론과실천에 장석준은 역사 속의 진보정당들등의 코너를 통해 꾸준히 세계 좌파정당들의 동향을 소개해 왔다. 2005년 공공연맹에서 세계 진보정당 운동의 교훈과 한국 진보정당 운동의 과제라는 자료집을 냈는데, 그 중 상당수의 글이 장석준의 글이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좌파들의 힘이 약화되고, 우여곡절을 겪게 되면서 세계 좌파정당들의 공시적(共時的) 실천을 소개할만한 여유와 지면이 부족하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한겨레21>에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코너가 마련되었고, 여기에 실린 글을 묶어서 낸 게 바로 장석준의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이다.

새로운 세계 좌파정당 입문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전의 좌파정당 동향 소개와는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지리적 초점의 이동이다. 글의 개수로만 보면, 30개의 글 중 16개가 유럽을 다룬 것으로, 여전히 서구중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변화가 눈에 띈다. 유럽 내에서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으나, 유로존의 위기 한가운데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좌파들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또한, 아이슬란드나 러시아, 덴마크 등 새로운 좌파가 부상에 주목한다. 심지어 스웨덴,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이른바 사민주의의 선도국가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수 좌파들의 약진과 재구성에도 주목한다.

 

이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아프리카와 중동 등 아랍의 봄의 핵심 지역과 인도에서 독재와 근본주의 모두에 반대하며 부상하고 있는 세속 좌파들에 대한 분석, 그리고 좌파연대를 통해 지구적 반신자유주의 중심으로 부상한 남미의 베네수엘라, 브라질, 우루과이, 칠레 등에 대한 분석 등이다. 이러한 지리적 초점의 이동의 이면에는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청년 세대의 불만의 표출과, ‘아랍의 봄’, ‘남유럽 점거운동등 새로운 공세적 거리정치의 등장이 있다.

장석준은 에필로그를 통해 한국 진보좌파정치도 세계 좌파정치와 마찬가지로 기나긴 재구성의 과정에 놓여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한국 정치가 마주했던 결정적 계기들을 짚는다. 예를 들면 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진보좌파의 독자적 정치구심 결성 여부가 이후 브라질과 한국의 진보좌파 정치의 경로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또한 남아공과 한국 모두 민주화 과정과 신자유주의 시기가 중첩되면서 자본 독재와 겹쳐진 민주주의가 결국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기회들은 존재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새로운 대안 제시를 통해 명실상부한 제3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2007년 대선시기와, 2011년의 글로벌 점령 운동의 설익은 한국판 버전이었던 2008년 촛불항쟁이 그러했다. 그러나 진보좌파정치는 민주대연합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남은 것은 새 출발이다. 그러나 새 출발은 재건복원과는 다르다. ‘단절이 전제되어야 한다. 장석준은 단절의 과제로 자유주의 세력 중심의 연합 흐름과의 단절’, 그리고 주체사상과의 단절을 주장한다. 단절 뒤에는 좌파정치의 철저한 실험과 개척, 정비를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단언한다. 조바심은 금물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련의 시간이지 시간 단축이 아니다. 현재를 비관하되 미래를 비관하지 말자. 기나긴 시간 지평 속에서, 지구적 시야를 통해 자본주의 문명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사유를 가지고 실천하자. 바로 지구 곳곳에서 우리 동료들이 그러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더 읽을만한 책과 자료

 

위기 반란 대안 1,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엮음, 책세상, 20131, 12,800

유럽의 경제위기와 정치 변동 : 남유럽을 중심으로, 김종법, 내일을 여는 역사47(20126)

북아프리카 민주화운동의 성격과 전망, 엄한진, 비판사회학회, 경제와사회90(2011년여름)

유럽통합의 모순과 재정위기의 정치경제, 박상현, 비판사회학회, 경제와사회97(2013년봄)

라틴아메리카의 중도좌파 붐, 이성형, 역사비평사, 역사비평96(2011년여름)

라틴아메리카: ‘종속배제에서 해방의 혁명으로, 안태환, 문화과학사, 문화과학67(2011년가을)

 

d******n 2014.02.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