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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내용보기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뭉뚱그려 무섭다고 부르는 감정을 두 개의 이름으로 갈라놓는 데서 출발한다.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마크 피셔는 이 둘이 공포와는 다르다고 못 박는다. 둘의 공통점은 무서움이 아니라 낯섦이고, 그 매력은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을 즐긴다는 흔한 설명으로는 잡히지 않는다. 그보다 이 감정은 우리의 통상적인 인식과 경험을 넘어선 바깥, 곧 외부 세계에 대한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내용보기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뭉뚱그려 무섭다고 부르는 감정을 두 개의 이름으로 갈라놓는 데서 출발한다.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마크 피셔는 이 둘이 공포와는 다르다고 못 박는다. 둘의 공통점은 무서움이 아니라 낯섦이고, 그 매력은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을 즐긴다는 흔한 설명으로는 잡히지 않는다. 그보다 이 감정은 우리의 통상적인 인식과 경험을 넘어선 바깥, 곧 외부 세계에 대한 매혹과 맞닿아 있다.


피셔는 러브크래프트로 1부를 연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 주는 기이함의 핵심은 진정한 외부성이다. 인간의 선악과 사랑과 증오 같은 감정이 이 광대한 우주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전제, 인간이라는 종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하찮고 덧없는 존재일 뿐이라는 감각이다. 여기서 피셔가 기이한 것을 정의하는 방식이 날카롭다. 기이한 존재는 여기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데 버젓이 있다. 그런 것이 나타나는 순간,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려고 써온 범주들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 결국 기이한 것은 그 대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해가 부족했음을 폭로한다.


이 대목에서 피셔는 문과 문턱, 포털 같은 사이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H. G. 웰스의 이야기가 벽 뒤 정원 안에서만 벌어졌다면 기이함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기이함은 이 세계와 저 세계가 만나는 경계에서 터진다. 이야기가 완전히 문 너머로 넘어가 버리면 그건 판타지 장르가 된다. 판타지는 다른 세계를 그 세계 나름의 자연법칙으로 설명하지만, 기이한 것은 이 세계 자체의 불안정함과 바깥을 향한 균열을 드러내며 모든 세계를 자연법칙에서 벗어나게 한다. 피셔는 이 논리를 웰스, 필립 K. 딕, 데이비드 린치, 파스빈더로 밀고 나간다.


2부의 으스스한 것에서 피셔는 더 독창적이다. 으스스함은 신체적 공포나 물리적 끔찍함과 무관하다. 그것은 존재와 비존재에 관한 가장 근원적인 질문과 관계한다. 아무것도 없어야 할 곳에 무언가 있을 때, 반대로 무언가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없을 때 으스스함이 피어난다. 버려진 마을, 텅 빈 풍광, 폐허, 환상열석처럼 인간 주체가 사라진 자리에서 움직이는 것들이 이 감각을 부른다. 피셔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새를 히치콕 영화와 견주고, 마거릿 애트우드와 조너선 글레이저를 지나, 마지막에 조앤 린제이의 행잉록에서의 소풍에 다다른다. 소녀들의 실종에 끝내 아무 해답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 해답 없음이야말로 커튼 뒤에 무엇이 있는가라는 으스스한 수수께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피셔는 이 수수께끼를 너무 성급히 풀어버리지 말고 그것이 던지는 질문 앞에 머물라고 권한다.


이 책이 네 관심사와 만나는 지점이 분명하다. 피셔는 러브크래프트와 큐브릭, 타르코프스키, 놀란 같은 영화감독을 문학과 음악과 나란히 놓고 다룬다. 장르문화를 열등한 오락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사유하는 자리로 끌어올리는 이 태도는, 대중문화를 진지하게 프로그래밍하고 비평하려는 사람에게 그대로 쓸 만한 틀이다. 특히 영화를 다룰 때, 화면 바깥에 무엇이 있는가, 왜 어떤 장면은 설명되지 않은 채로 남아야 힘을 얻는가 하는 질문은 큐레이션의 언어로 곧장 옮겨진다. 앞서 네가 읽은 바타유나 푸코가 재현의 문제를 팠다면, 피셔는 재현되지 않는 바깥, 즉 인간의 인식 너머를 어떻게 감각으로 제시하는가를 장르문화 안에서 추적한다.


한 가지 더 짚을 지점은 피셔 특유의 정치적 시선이다. 그는 짧게나마 자본에도 으스스함이 내재한다고 관찰한다. 무에서 나왔으면서도 그 어떤 실재하는 개체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본이야말로 으스스한 존재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쓴 이론가답게, 그의 미학적 분석은 끝내 사회적 삶의 문제로 되돌아온다. 미학과 정치를 분리하지 않는 이 시야가 피셔를 단순한 장르 애호가와 구별해준다.

YES마니아 : 골드 y*****n 2026.09.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