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초록천막 낯설었던 러시아 문학, 거기에 책의 두께가 두려웠지만 여러 분들과 계획하에 한 장씩 집중하며 열심히 읽었다. 어느 책에서 책을 완독하는데 마의 구간인 50페이지만 넘으면 된다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 말은 맞았다. 각종 어려운 러시아의 지명과 문학가, 정치가, 철학자..다방면의 실존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안에 소설의 주인공들과 그 주변사람들이 살아간다. 스탈린 사후의 격동의 소련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한편의 대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자유를 열망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 그들의 저항과 도전, 성공과 좌절 그리고 자유를 억압하고 소련이라는 나라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순응과 적응…그 안에서 인간의 희. 노. 애. 락이, 삶과 죽음이 찬란하고 아름답기도하고 슬프고 애잔하고 비통하기도 했다. 결국에 세상은 변하고, 주인공 중 한명인 사냐는 음악에 빗대어 변하는 세상에 대해서 말한다. “ 물론 그 누구도 베토벤과 바흐를 대신할 수 는 없어.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거지. 하지만 과거의 문화는 가고 새로운 문화가 도래했어. ………중략………시간은 순환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흡수해. 그렇게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의 경계가 무너지지. 유한하고 이미 폭로된 현상이라는 의미에서는 문화에 더는 어떤 진보도 없기 때문에 아방가르드도 설 다리가 없어지는거야….” 이 책 통해서 점점 더 많은 러시아 문학에 대해 읽어보고 싶어졌다. <닥터 지바고>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실은 소설보다 시를 훨씬 더 많이 남겼다라는 사실도, 동시대의 블라디미르 마야곱스키도 존재했다는 사실도, 푸시킨, 블라디미르 나브코프 등등 실존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한 몫했다. 러시아 문학과 사회와 역사에 대해 한 걸음 다가가고 싶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 책을 추천하겠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행복했고 참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